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자리싸움으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던 8대 경기도의회가 개원일인 6일 의장단도 선출 못한 채 파행됐다. 이는 개원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나 국리민복을 우선으로 하는 의회이기에 설마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고 양당 간 접점을 찾기 힘들어 파행국면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걱정이 도의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다수당으로 부상한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7대 의회에서의 한나라당 독식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석 비율에 따른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4석의 배분을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고 한나라당은 의석 비율에 따른 의장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 양측의 주장은 일면 수긍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치졸한 자리싸움이고 민심을 무시한 안하무인의 정쟁에 지나지 않다. 도의회의 사명과 민심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도의회 파행은 의원들의 직무유기이자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도의회는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안을…
전국 첫 도시 경전철로 이달 중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용인경전철(에버라인)이 적자운행 보조금 지급을 놓고 용인시와 민간 사업시행자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시험운행 및 영업 시운전을 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용인경전철은 지난달 25일 준공 신청을 해 오는 25일까지 준공확인 및 승인을 거쳐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용인시는 영업 시운전 실시, 준공 검사 및 승인 과정, 일부 구간 소음 민원 해결 등을 모두 완료하려면 약 3개월이 더 필요하다며 승인을 유보하고 있다. 9개 투자자로 구성된 용인경전철㈜은 이달 말까지 개통이 안 되면 고정비용과 금융비용을 합쳐 월 70억 원이 예상되는 사업운영재원이 없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준공확인 이전에 사전 협의 등으로 행정처리기간을 최소한 줄일 수 있는데도 시가 준공승인 절차 진행에 부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 차입금 4천900억원의 이자(하루 1억2천만원) 지불이 어려워 채무불이행 상황에 이르면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숙련된 운영요원에 대한 해고통지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용인경전철㈜은 이러한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자금 재조달을 추진하고
최근 도내 전세시장은 1년 여만에 상승세를 반납하며 극심했던 전세난이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빗대어 ‘폭풍전야’로 비유해 눈길을 끈다. 즉, 지금은 전세시장이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곧 다시 전세대란이 닥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도내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심화되는 상황에서 건설사 구조조정에 따른 민간물량 위축, 보금자리 주택의 미달사태 등과 오버랩(Overlap)되면서 한층 무게가 실린다. 현재 도내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일단 둔화된 모습이지만 가을 이사철과 결혼성수기로 전세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오는 9월 이후 재발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하반기 도내 입주 예정물량은 5만1천426가구로 적지 않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이에 따른 장미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도 도내 입주 아파트 공급량은 4만2천530가구로 전년동기(2만4천73가구)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공급부족을 해소하지 못했다. 또 전세난이 발화된 지난해 하반기 역시 올 하반기 예정물량과 비슷한 5만3천250가구가 공급된 것을 유추해보면 2개월 후 전세값이 안정된다고 확신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이러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오늘로 만 40년이 흘렀다. 오늘 날 ‘위대한 도전이자, 기적의 역사(役事)’로 평가받는 경부고속도로는 당시로선 용어조차 생소한 국책사업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5시간 이내로 잇는 사업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1968년 2월 1일 공사를 시작해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7일 완공됐다. 총 공사비가 429억원으로, 연인원 892만 8천명과 165만대의 장비가 투입된 대형사업이었고, 77명이 건설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경부고속도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걸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였지만, 경제부국의 초석을 다진 그의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부고속도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1962년 1월 15일 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난 박 대통령은 차관(借款)을 들여오기 위한 해외순방길에 오른다. 그러나 변변한 자원도 없는 나라를 어떻게 믿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고심하고 있을 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서독(西獨)이었다. 196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무대인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1846년에 창립됐다. 대영(大英) 자연사박물관,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과 더불어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매머드 등의 거대한 복원모형과 전세계 주요 동식물 자료가 5천500만 점 가량의 수집품이 전시되고 있어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연사박물관은 조상들이 살았고 후손들이 살아갈 자연유산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는 자연과학 연구의 장이다. 또 자연사박물관은 국민들의 취미활동이나 휴식공간이며 미래의 주인이 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과학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이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다. ‘과학기술 강국’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서울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 ‘자연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박물관들은 있지만 국립
나들가게는 기업형 슈처마켓(SSM)의 공세로부터 지역 영세 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한 정부당국의 회생책이다. “내 집같이 드나들고 나들이 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경기도에만 현재 126개가 운영중이다. 도내에서만 연말까지 324개로 늘어날 나들가게는 대기업들의 슈퍼마켓 진출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성패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주무부서인 중소기업청과 경기도는 나들가게의 성과에 매우 고무돼 있다. 중기청이 지난 5월 1차로 개점한 나들가게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나들가게 54.5%가 매출이 10%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나들가게에 대한 개점만족도는 93%를 넘어섰으며 고객 수에서도 개점 전보다 증가한 점포가 62.4%에 이르렀다는 자랑이다. 급기야 중기청은 매출이 급증한 우수 점포 50개를 우수 나들가게로 선정, 성공사례 전파에 나서겠다고 팔을 걷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홍보공세는 실체 나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영세 점주의 고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우려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간판교체, 점포 리모델링, 종합컨설팅 등 외형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원책이 체감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
1988년 오늘! 노태우 대통령이 7·7선언, 즉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한다. 북한과 중국, 소련 등 공산권에 대한 개방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 선언에서 남북동포간의 상호교류, 남북간 교역을 위한 문호 개방, 북한과 한국 우방과의 관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7·7선언은 제6공화국의 통일·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것으로써 남북회담과 남북 경제교류의 촉매제가 됐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가 1970년 오늘, 완공됐다. 착공 2년 5개월 만이다. 총연장 428㎞, 왕복 4차선으로, 1968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2번째로 개통된 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는 수도권과 영남공업지역, 그리고 인천항과 부산항의 2대 수출입항을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을 하며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줬다. 이 도로를 건설하는데 연 인원 900만 명이 동원됐는데, 70여 명이 공사 도중에 사망했다. 나들가게가 부도위기에 몰린 영세슈퍼마켓의 진정한 탈출구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빠른 체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조선-러시아 수호통상조약 조인(188
사람을 그럴 듯한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 두 부류로 나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계획성을 꼽을 수 있다. 계획성이란 치밀함과 강한 의지력이 함께해야만 완성 될 수 있다. 아침에 하루를, 월요일 아침에 일주일 일을 구상하는 부지런함. 어디 쉬울까? 그러나 대부분이 계획이 어긋났을 때 후회와 함께하는 낭패스러움, 나는 왜 이럴까? 결국은 자신을 비하(卑下)하게끔 만든다. 금요일 퇴근 시간 무렵, 포켓용 교양서적에서 눈에 띄는 문구(文句)를 발견했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기쁨의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가끔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 보다 소파에 할 일 없이 뒹굴어 보라. 우선은 한심스러울지 몰라도, 얻는 것이 분명 있다’. 무계획(無計劃)이 상책(上策)이란 말이다. 다행이 휴일 결혼식에 가야 할 일정도 없고 병문안이나 하다못해 냉장고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 다 있는지라…. 그래, 한 번 빈둥대보자고 큰(?) 계획을 세웠다. 토요일 아침, 신문 보는데 두 시간 정도 소비했지만 슬슬 안달이 났다. 오래 못 만났던 군대 친구나 연락해 볼까? 목욕탕에 가서 시간을 죽일까? 하여
이교범 하남시장이 취임했다. 4년전 그는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뒤 야인으로 지냈다. 등산도 다니고 평소 만나지 못했던 인사들과 석양주를 나누며 와신상담 했다. 밑바닥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참 많은 인생공부를 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재수에 성공, 또 시장이 됐으니 그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시장이 바뀐 것을 계기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부터 4년 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 때 하나같이 했던 말은 ‘길흉사만 쫓아 다녔지, 재임시절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를 지역발전의 적임자로 꼽고, 그에게 다시 시정을 맡겼다. 산적한 현안 중 당장 김황식 전 시장이 벌여 놓은 일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중앙대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어떤 방식이 시 발전에 유익한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통해 필요하면 시민들과 함께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실익이 없다면 빨리 폐기하고, 대기업유치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안사업부지 개발도 그렇다. 현재로써는 교통체증만 유발하는 BRT사업도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지하철 5호선
살다보면 때로는 세상이 싫어지고, 삶에 대한 회의로 번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가리켜 ‘염세(厭世)’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염세주의 철학자로는 독일의 쇼펜하우어(1788~1860)가 대표적이다. 흔히 염세라 하면 자살을 떠올린다. 그러나 19세기의 이 위대한 염세사상가는 생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 자살 따윈 결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쇼펜하우어는 비교적 장수했을 뿐 아니라 이발소에서는 면도도 못하게 했다. 금전에 대해서도 여느 상인 못지않게 악착같았으며 명예욕도 강했다. 그가 베를린대 교수가 돼 강단에 섰을 때의 일화는 염세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자신의 인기를 확신하고 있던 쇼펜하우어는 같은 대학의 철학교수로 명성이 자자하던 헤겔과 맞서기 위해 일부러 같은 시간대에 자기 강의를 넣었다. 그런데 헤겔의 강의실은 초만원이었고,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은 고작 서 너 명밖에 들지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자신이 기르던 애견(愛犬)에다 ‘헤겔’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끌고 다녔다.그에게 있어 ‘염세’는 그저 철학의 한 방편이었는지 모른다. 피안(彼岸)의 극락세계가 아무리 좋고, 요단강 건너 천당이 아무리 성스럽다 해도 생로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