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 고비에 이른 1943년 3월,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괴상한 문서 하나를 각 예하 부대에 전달했다. ‘심리전 헌장’이란 부제가 붙은 작전 각서 제8호. 그 각서 속에는 독일군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한 심리전의 기본 자료가 들어 있었다. 가령 독일군의 강점은 맹목적인 복종과 전우애, 군인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 반대로 약점은 총통에 대한 의심, 장비에 대한 의심, 뉴스에 대한 의심을 들고 있다. 심리전에는 무엇보다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요구된다. 이 각서는 이미 전쟁에 회의를 품고 있는 독일군의 사기 저하를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심리전을 이용, 80만 명의 독일군을 포로로 할 수 있었다. 그 한 사례로 당시 연합군은 독일군에 ‘포로가 되는 것은 오락이 아니다’라는 전단을 살포했다. 이것은 ‘포로보다 자유가 좋다. 그러나 죽음보다 포로가 좋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내용이다. 심리전(心理戰)이란 화력을 동원한 실질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는 전쟁과 더불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줘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선전 전쟁을 말한다. 최근 천암함 사건으로 정부는 휴전선에선
주말인 지난 22일 지하철 1호선 부천 소사역에서 새치기 시비를 벌이던 20대 여성이 임신부의 배를 걷어찬 사건이 발생했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일명 ‘발질길녀’사건으로 파문이 확산됐고, 발길질녀는 결국 불구속 입건됐다고 한다. 앞서 지난 13일엔 서울의 번듯한 대학에서 여대생이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일이 일어났다. 이른바 ‘여대생 패륜녀’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격한 분노와 개탄이 인터넷 공간을 달구는 등 파장이 만파로 번졌다. 결국, 가해자인 여학생이 피해 당사자인 미화원에게 직접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초엔 공영방송이 방영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대생의 ‘키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 발언이 ‘루저녀’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의 폭언과 무례한 행동이 도를 넘어서면서 이런 사건들로 불거져 나오곤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막말 문화’가 젊은이들에겐 몸에 밴 일상사로 이미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발길질녀 사건 등을 특정인의 돌출행위로만 보고 일과성 비난으로 털어버릴…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란 독일어로 작은 정원이다. 독일에서 처음 19세기 후반부터 녹색공간이 없는 도시민에게 작은 주말가족농장을 보급하는 클라인가르텐 운동을 해왔으며 현재 전국에 약 100만 개의 클라인가르텐이 있다고 한다. 클라인가르텐은 시민농원 개념으로 도시 생활자 등에게 임대하는 숙박형 농장인 것이다. 농사 지을 땅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숙박시설까지 함께 임대해 주말동안 머무르는 것이 가능한 것이 주말농장과 다른 점이다. 이런 클라인가르텐은 러시아에서도 일상화돼 있다. 러시아 도시인들은 여름이면 산골이나 전원에 마련된 작은 별장이나 움막에 생활하며 자신이 먹을 텃밭농사를 짓는다. 경기도에서는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알리고 농촌 수익 증대를 위해 시작했으며, 마을 주민들이 땅을 제공하면 경기도가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경기도형 클라인가르텐’은 경기도가 농촌경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체재형 주말농장’ 사업을 보다 많은 도시 주민들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 2007년부터 시작한 전국 최초의 주말농장 이용 프로그램이다. 최초 임대 당시 커다란 호응을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지방정부를 이끌어가고 견제해야 할 주역들을 지역주민들의 뜻에 의해 가려 뽑는 신성한 지방의 정치행사다. 그러나 중앙정치의 민감한 변화들이 그대로 지방까지 침투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속성상 지방은 없고 중앙만 존재하는 지방정치 실종사태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천안함발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노풍’이 그것이다. 북풍은 한나라당에, 노풍은 민주당에 각각 유리할 것으로 관측되며 두 사안 모두 파급력이 커 여야 모두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배의 향방에 몸을 낮춘 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를 고리로 ‘민주당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북한 개입설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 온 민주당 등 야권을 ‘북한 비호세력’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전략은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노풍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 지지층 결집 면에서 민주당에 뒤졌으나 천안함 사태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보 무능론’으
투표는 불의를 퇴치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투표용지는 총알보다 더 강하다.’ 링컨대통령의 말이다. 아주 힘이 센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아주 허약한 선량을 단상(壇上)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6.2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유권자들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듯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덟 가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에 나서야 할 텐데, 후보자들만 바쁜 선거전인 듯 해 안타깝다. 투표율은 얼마나 될 런지? 예년수준은 넘어 갈 런지? 투표는 말없는 행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대하기 위해 투표한다. ‘나와 가족을 위해 투표로 말하세요’라는 선거구호가 유독 눈에 띤다. 투표는 내 목소리를 담아내는 확실한 의사표현이다.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다루는 ‘친숙한 일꾼’을 뽑는 선거다. 쓰레기 수거문제, 상하수도, 버스노선과 교통, 환경오염, 교육문제 등이 주된 대상이다. 나와 가족을 위해 참된 지역일꾼을 뽑아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다.
요즘 언론매체를 접하다보면 새로운 시사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스모킹 건(Smoking Gun 결정적인 증거)’이란 말이 나왔다. 또 지난 7일 영국 총선결과 보수당이 승리하고도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는데 실패하자 ‘헝 국회(HunParliament)’라는 말도 나왔다. ‘알파 독(Alpha Dogs)’이란 망을 보는 개의 우두머리란 뜻이다. 같은 제목의 책이 최근 출간됐는데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 기업인 ‘소여 밀러 그룹’의 창업자 데이비드 소여와 스콧 밀러, 그리고 이 기업에서 일하다 전세계 선거판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있다. 1986년 3월 ‘소여 밀러’가 노란색을 상징으로 삼은 코라손 아키노를 도와 필리핀의 ‘피플 혁명’으로 마르코스의 21년 장기집권을 끝낸 직후, 서울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우리나라에도 코라손 아키노가 있습니다. 그분이 노란색 옷을 입어야 할까요?” 전화를 받은 직원은 그해 8월 서울로 날아가 김대중을 만난다. 그는 정당보다 김대중 개인을 부각시킬 것을 조언하고, TV토론의 초안을 잡아준다. 1987년과…
최근 수원시의 한 재래시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있는 못골시장이다. 못골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시장으로서 주로 먹거리를 판매하는 재래시장이다. 그런데 ‘못골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이 시장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고 상인들의 매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못골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시장을 문화체험의 공간이자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사실 재래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그곳에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있고 당대의 문화가 있다. 일제시기에는 장터가 항일운동의 온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시골 소도읍지까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머마켓이 점령하면서 재래시장은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재래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지역경제도 쇠퇴하고 있다. 최근 수원 영화동 거북시장 상인회가 펴낸 소식지 ‘거북시장 느림보타운 이야기’에 실린 글은 재래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낡은 건축물을 뒤덮고 있는 어지러운 간판, 여기저기 깨진 보도블럭과 가게에서 내놓은 쓰레기들로 외면하게 하는 이런 거리... 한번…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는 시종 결연함 속에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는 10분 동안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일관하며 천안함 순국 용사를 기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담화문 발표 장소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반영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 추모실로 정했다. 이곳은 올해로 60년을 맞는 6.25 전쟁 영웅들의 흉상과 동판 등이 전시된 곳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도중 “북한 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며 책임을 묻는 부분에서는 단상에 가지런히 놓았던 양손을 한 데 모아 깍지를 끼면서 어느 때보다 단호함을 내비쳤다. 이어 북한을 향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고 있습니까”라는 대목에서는 목소리 끝이 올라가면서 경제 파탄으로 북한 주민이 굶어 죽어가는 와중에도 핵개발에 매달리는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노여움마저 묻어 나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북한이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천명, ‘자위권’의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길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에서 88올림픽도로 광주방면으로 갈아탄다. 가다보면 이내 지리산 나들목이 보이고 표지판을 따라 나오면 지리산 길목인 인월이다. 이곳에서 길을 묻고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로 가면 된다. 여기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을 거쳐 벽송사에 이르는 길이 일명 ‘다랑이논길’로 걷다보면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지리산 둘레길은 말 그대로 지리산의 둘레를 도는 길. 2007년부터 사단법인 ‘숲길’이 산림청의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복원하고 있는 지리산 도보길로 총길이는 무려 300km에 달한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이 길은 해발 1천100m, 탈속(脫俗)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남과 전북, 경남을 두루 거치면서 정겹게 흐른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둘레길은 현재 71km 구간이 복원됐다. 둘레길은 앞서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좋다. 이 길은 남원에서 함양으로 이어지는 길로 도중에 중황마을, 상황마을, 등구재, 창원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중황마을로 들어서면 다랑이 논과 만나게 된다. 남해의 가천 다랑이 논이나 함양의 도마마을보다 더 큰 규모를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풋내기 시절, 삼 십 초반에 등기 우편(登記郵便)을 받았다. 대한인지 한국인지 웅변협회라는 어마어마(?)한 곳에서 발송한 공문(公文)인데…. 내용인 즉, 귀하를 언제 어디서 열리는 전국 웅변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위촉(委囑)한다는 것이다. 웅변과 인연은 작던 크던 별무(別無)한데, 누가 이런 것을 보냈을까? 그러나 혹시 그럴 리는 없지만 나의 훌륭함(?)을 어떻게 이들이 알았을까? 진정한 판단의 에러(Error)였다. 하여간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A4용지 분량에 임원 명단이 가득 찼는데……. 명예 대회장에 당시 유명 정치인의 이름이 나열돼 있었다. 인생 선배(?)의 이름을 발견하고, 전화를 해서 연유를 물어 보았더니 다짜고짜, “이유를 묻지 말고 좀 도와줘” 당일, 심사위원으로서 권위의 상징인 진한 색깔의 양복과 머리도 반듯하게 정리하고, 광화문에 있는 건설회관에서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 호국 선열에 대한 묵념, 애국가 봉창. 시작은 제대로 된 행사였다. 연사(演士) 한 명당 제한 시간 2분(分)……. 과연 2분에 어떻게 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