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다. 마치 눈 내리기 직전의 저녁 하늘같다. 어둠속에 묻혀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불쑥 걸어 나온 듯하다. 소나무, 전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이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보인다. 나란히 혹은 줄지어 서있다. 지난 밤 모두들 잘 지냈는가. 인적 끊겨 잡풀만 무성한 산길에서 손을 만난 듯 반갑다. 길 잃고 서성이다가 지나는 이들을 만난 듯 반갑다. 일제히 나무들이 빈 가지를 흔든다. 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빈 가지에서 수많은 소리가 들려온다. 가을 어스름 인적 드문 산길에서나 들릴 법한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 소리도 들려오고 저 멀리 아득한 곳으로부터 파도소리도 들려온다. 깊은 가을 어스름 집 앞 마당을 구르던 마른 나뭇잎들이 부서지는 소리도 들려오고 저 멀리 아득한 곳으로부터 북소리도 들려온다. 그 소리들이 유년 시절 오랜 동안 내 곁을 떠나 있다 돌아와 반가움에 나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내 곁을 완전히 떠나시기 직전 내게 남겨주시던 마지막 목소리처럼 들려오기도 한다. 그 소리들이 변치 말자던 청년 시절 벗들의 목소리처럼 들려오기도 하고 세월이 지난
극장은 문화를 창조하고 교육하고 체험하는 복합공간이다. 시민들은 다른 공간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고품격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작품을 선보인다. 그래서 극장은 상품을 공급하는 예술가와 이를 감상하는 소비자가 만나는 예술시장이다. 이 곳에서 연극과 무용, 오페라 같은 공연작품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입장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장르간 혹은 중앙과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환경에 차이가 있는 중앙과의 경쟁이 힘에 겨울 수밖에 없다. 9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극장 건립에 나서 전국적으로 문예회관이 13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비해 그 지역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지역극장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술가들이 거는 기대를 극장이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가들은 극장이 세워지면 커다란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발표공간이 늘어나는 것과 훈련된 관객 외에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만이 쌓인다. 심지어 곧잘 운영되던 민간 소극장이 경쟁력에서 밀려 문을 닫게 된 경우도 있어 오히려 창작환경이 나빠졌다고 불평하는 연극인도 만난 적이 있다
비싼 교복 가격 논란이 신학기가 다가오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수십만원이 넘는 고가의 교복과 인기있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교복광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가 교복 논란 이후 교육부가 공동구매를 위한 신학기초 교복착용 자율화 방침을 뒤늦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 사복을 입어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은 사복을 입는 것이 더 신경써야 할 뿐 아니라 돈도 더 많이 든다며 학기초 교복착용 자율화 방침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교복 착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교복을 교육자재로 봐야하는지, 소비재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복업체들은 교복도 소비재의 일종이며 다른 의류에 비해 낮은 마진율을 책정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교복은 교육자재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의 주장처럼 교복은 학생들이 입고 싶어서 입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기 위한 필수품, 즉 사기 싫어도 반드시 사야만 하는 교육자재의 성격이 크다. 교육자재인 교과서를 일반책과의 가격수준에 맞춘다며 권당 1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것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첫 인상은 ‘칼칼’하다.조금은 왜소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그의 카리스마는 민선4기 경기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순해 보이지만 안경 너머의 형형한 눈빛에서 그의 정치적 역정을 읽을 수 있었다. 경기도지사는 10조원을 다루는 전국 최대의 광역단체장이다. 그래서 취임 초 ‘단돈 1원도 아끼겠다’고 했을 때 도민들은 즐거워했다. ‘도지사가 쩨쩨하게 1원을 아끼겠다니’ 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그 공언을 철저하게 지켜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표상품은 누가 뭐래도 강직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청렴과 반듯한 도덕성이다. 경기도의 민선4기는 그렇게 성공적이었고 그 기대치는 지금도 충분히 현재진행형이다. 도 산하 투자기관 운영에도 그는 적절한 메스를 가했다. 역시 충분히 공감했고 대폭적인 구조조정에도 별다른 후문이 없었다. 실제로 경기관광공사, 도자기엑스포, 경기지방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영어마을 등 메이저급 산하단체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수혈로 한결 가뿐해 진 것으로 보였다. 단호한 결단력을 앞세운 그의 추상같은 질서요구에 항간에 떠돌던 인사 관련 뒷담화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던 게 사실이다. 나름대로 김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학대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노동자 8명이 사망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는 12일 이번 화재가 조선족 수용자 김모(39·중국 국적·사망)씨에 의한 방화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방화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으로 노동하는 외국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공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내포한 참혹한 비극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참사 대책위원회에 의하면 지난 11일 옌펑란 중국 총영사가 화재로 상처를 입은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여수전남병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국인 환자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병원 책상 서랍에서 수갑 3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는 공권력이 방화 피의자 내지는 공범을 수사하면서 입원중인 환자의 손에 수갑을 채운 것이 사실이라면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눈에는 야만적 행위로 비칠 것을 우려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의 자료는
지난해 유월에 이사를 하여 집들이 겸 절친한 몇 몇 동료교사들을 초대한 때의 일이다. 집들이는 음식 때문에 여자들에겐 큰 부담이 되나보다. 내자는 며칠 전부터 걱정을 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마세요’라며 달랬지만 그래도 내자의 얼굴색은 밝지가 않았다. 나는 그분들께 뷔페, 육식, 회의 섭식보다는 평소 그랬듯이 집에서 주로 먹는 몇 가지 반찬으로 대접해 드리자고 하였다. 당일 날 음식을 잡수면서 동료 교사들이 “된장국이 참 맛있습니다” 라며 치례 같지는 않아 보이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 내자는 그제서야 걱정을 떨구며 “이 사람이 끓였고요. 이것 저것 반찬도 만들었어요”라며 칭찬을 하였다. 평소 가사의 분담이라기보다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 분들께 “맛있게 드셨다니 고맙습니다. 맛이 있다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지요”라며 내가 된장국을 맛있게 끊여 낼 수 있는 사연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마흔 넷에 나를 낳으셨다. 의학적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어머니께서는 출산 직후 바로 산후 중풍을 얻게 되어 왼쪽 팔을 떨게 되셨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전의 어머니 모습을 중풍 상태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연세가 드실수록 손을 떠는 주기는 점점
최근 미술계가 호황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술품경매시장이 급성장중이며 젊은 작가들 작품이 해외미술시장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술시장은 불황의 늪이 깊어보였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 중에서 그림이 팔리는 이가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구멍가게 수준으로 자족하던 데서 벗어나 본격적인 세계미술시장의 경쟁구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에 본격적인 상업화랑이 등장해 경매시장과 세계미술시장과의 관계를 정립해가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 켠에서는 위작시비와 감정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잡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술작품에 관한 이해와 감상, 소유 및 전시문화에 대한 다소 천박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곳에서 미술품이 단지 재산증식이나 투자가치로만 이해되거나 화랑의 이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만 강제되고 있다면 그것은 다소 불우한 일이다.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만 이해되고 환원되는 형편에 미술작품 역시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다른 상품구입과는 달이 여전히 시각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지닌 그 어떤 것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좀 심각하다. 18세기 중엽 잘 알려진 소더비즈(1744)나 크리스티(1
신도시가 난리다. 툭하면 신도시요, 했다하면 뉴타운이다. 아파트값이 부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세계 제일의 나라가 한국이다. 그 주무대가 바로 신도시요, 뉴타운이다. 우선 ‘집부터 짓고 보자’가 부른 현상이다. 입주를 코앞에 둔 신도시 입주자들의 항변이 불꽃을 튕긴다. 화성 동탄 신도시 아파트는 아직까지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입주를 했거나 입주를 코앞에 둔 주민들은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로또 아파트’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화성 동탄 아파트 입주가구의 20%인 6천587가구가 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신설도로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고 도로 곳곳에 건설장비들로 어지럽기 그지없다. 동탄 신도시는 ‘대도시권 광역 교통단지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총 69.3km에 달하는 광역교통망을 조성중이다. 입주 전에 도로가 완공되어야 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도로뿐이 아니다. 편의시설은 더욱 심각하다. 상가건물은 물론 할인점과 의료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편의, 의료 시설 등은 이달 중에 공사에 들어가 오는 연말부터 2009년 7월이나 되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꿈의 도시라는 신도시 열풍은 경기
혁신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서울에서 개최된 ‘2007 대한민국 혁신포럼’에서 주제 강연을 한 지니 로메티 IBM글로벌서비스 대표는 글로벌 시대 모든 단체나 기업, 국가의 최대 과제는 혁신이며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개방과 협업’이라고 단언하였다.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PC) 회사인 IBM은 지금은 더 이상 컴퓨터를 만들기 않는다. 1990년대 초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내며 기울어가던 하드웨어 회사 IBM은 대대적인 혁신을 거쳐 세계 최대의 서비스 및 컨설팅, e비즈니스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전 세계 160여 개국, 6만5천여 명의 컨설턴트를 총괄하는 IBM GBS(Global Business Service) 부문의 사령탑인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대표는 “혁신에는 개방과 협업 등이 핵심요소”라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 필요성은 우리의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성숙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난 달 30일과 31일, 이번 달 5일에 남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산건위)가 주최하여 관계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였다.(본지 9일 보도) 산건위 활동과 관련하여 전문적 의견을 교환하고 지역
모처럼 청소년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드라마를 띄엄띄엄 본지라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었으나, 대략 필자가 이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학교에서 특별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 학생들을 별도로 모아 특별관리반을 운영한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학생 두 명이 행정상 착오가 있었는지 특별관리반에 가야 할 친구는 다른 반으로, 다른 반에 가야할 친구는 특별관리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자의 친구는 흔히 놀던 친구였으나 학교가 실수로 반을 잘못 배정하는 바람에 놀던 생활을 청산하고 모범생이 된다. 그리고, 후자의 친구는 특별관리반으로 배정이 되어,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로부터도 특별관리반이라는 차별과 멸시를 받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아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단 말인가?” 드라마에서 운명(?)이 뒤바뀐 친구의 이 같은 대사는 비단 드라마 속의 얘기가 아닌, 우리 현실의 곳곳에서 언제 또다시 나를 그러한 차별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릴지 알 수 없는 상항을 빗대고 있다. 그래서 사실은 두렵다. 우리 사회의 차별이라고 하는 것이…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12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