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우울하고 눈물 나는 뉴스를 접했다. 서울에 사는 78세 노인이 치매를 앓는 74세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소식이다. 이모 노인은 치매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는 부인의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 관계자에게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며 투신하려 했으나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의하면 이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로, 치매아내를 2년 전부터 24시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왔다는 것이 아들의 진술이다. 그러나 치매아내 돌보기에 지쳐 몇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는 시도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매라는 질환의 문제점이 있다. 가족으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혹한 질환이 ‘노망’이라고도 불리는 치매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치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2011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라고 한다. 현재 도내 노인 치매 환자는 12만9
‘2012년 12월 11일, 갑판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선적한 밀가루를 싣고 케이프 혼을 돌아 서울로 가는 항해 일정은 한 달 남짓,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은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수평선을 가르며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어떤 날 해는 이물에서 떠서 고물로 지고, 어떤 날 달은 좌현에서 떠서 우현으로 진다. 항해를 한다는 것은 해와 달과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수평선의 막막함을 나침반 삼아 한없는 그리움 속을 헤매는 것, 끊어질듯 이어지는 희미한 고향 소식 한 자락 기다리는 것. 그런데, 지난주 위성 팩스로 날아온 소식은 전혀 새로웠다. 항해중인 선원들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너무 놀랐다. 서울을 떠나온 지 6개월, 고향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과 망각의 중간 어디쯤을 헤매고 있었는데 돌연 대통령 선거라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선장은 투표에 대해서 일찍이 간결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선거의 공정성 때문인지 극도로 절제된 표현으로 투표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했다. 1등 항해사인 김모씨가 선장 보좌역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투표하
지난 24일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의 10대 공약 발표가 있었다. 각 후보 간에 우선순위만 조금씩 다를 뿐 대체로 비슷한 공약내용이 눈에 띈다. 10개 중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교육, 한반도 평화, 정치혁신 등 6개 공약은 내용만 조금 다를 뿐 아예 세 후보의 공통 공약사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어떤 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더욱 난감해졌다. 그런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세 후보 누구도 지방분권에 대해서 공약을 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균형발전’ 공약이 유일한 지방과 관련된 공약인 것 같다.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제26차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지방분권 선포식과 함께 대선 후보들에게 지방분권추진체계 재구축, 지방분권과제 제도적 추진, 지방재정제도 개편 등 세 가지의 핵심 내용을 담은 지방분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러한 요구는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으로 인해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분권이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성토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대중은 광대의 자유로운 정치풍자로 이 땅의 정치판을 신명난 민주주의로 건강하게 바꿔주길 바라고 있다 광대들의 마음속 족쇄는 언제 풀릴까? 대통령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 내어 인기를 끌어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가벼운 정치풍자는 공중파 텔레비전의 오락프로에 등장한 지 오래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꾼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의 ‘나꼼수’ 현상은 선거철을 맞이하여 새로운 선거운동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풍자문화는 문화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가수와 영화배우 같은 광대들이 대거 동원되고, 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성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거유세에 참가하는 모습은 아직도 어딘가 이국적인 풍경이 아닌가 싶다. 수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인기 여가수 마돈나의 미국대통령 비판발언이나,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수상자가 자신의 정치견해를 발표하는 일들은 아직도 우리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해외토픽쯤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최근 공화당
모임에 나오지 못한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80세를 넘긴 노모(老母)가 심각한 치매라는 소식이다. 치매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소화기계통에 병변이 있어 늘 긴장하고 지낸다고 한다. 지난여름에는 온가족이 제주도로 ‘이별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이어 노모가 고관절 골절로 입원했는데 의사들과 상의 끝에 위험해도 수술을 강행했다. 다행히 수술경과도 좋고 의식을 회복해 귀가했는데, 들어서자마자 병원의 호출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병실은 한바탕 소동이 지난 흔적이 역력했는데, 간호사를 통해 마취에서 깨어난 노모가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사방에 던지는 소동을 일으켰음을 알았단다. 요즘 영화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1천만 관객을 자랑하는 흥행영화도 있지만 수면아래 있던 치매를 정면으로 응시한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44년간 해로한 부부에게 치매가 찾아오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가 대표적이다. 남편 그랜트는 치매가 심해진 부인 피오나가 치매병원에 입원하자 병원규칙에 따라 한 달 후 병원을 찾았으나 충격에 빠진다. 증세가 더욱 심해진 피오나가 자신은 알아보지 못하고 입원환자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장…
자애로움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는 몹쓸 자식이 나온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 너무 귀엽게만 기른 어머니 밑에서는 자칫하면 타락한 자식이 생기기 쉽고, 맹목적인 사랑을 쏟기 때문에 자식이 버릇없어져 함부로 행동하고 도리어 불량해진다는 말이다. 자모패자(慈母敗子)라고도 한다. 한비자에는 엄한 집에는 사나운 종이 없지만 자애로운 어머니에게는 집안을 망치는 자식이 있다고 하였는데,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몹쓸 자식이 자라지만 엄격한 집에는 거스르는 종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왜일까. 바로 벌을 줄만한 일은 반드시 벌을 주기 때문이다(慈母有敗子而 嚴家無格虜者 何也 則能罰之加焉必也). 사기(史記)에는, 고대의 법에 따르면 길가에 재를 버리면 벌을 내렸다. 대체로 재를 버리는 것은 가벼운 죄이지만 형벌은 무거웠다. 오직 현명한 군주만이 가벼운 죄를 엄하게 다스릴 수도 있다. 이렇게 가벼운 죄도 엄하게 처벌하는데 하물며 큰 죄를 지었을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백성은 감히 법을 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세로는 난폭한 행위를 금할 수 있지만 후덕함만으로는 어지러움을 그치게 할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자식을 기르는 데 있어 응석을 부리고 버릇없이 방
지난 26일 수원시 권선구 일월초등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이 참여해 미니 글로벌 축제를 방불케 한 ‘다문화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수업 대신 세계문화 즐기기에 나선 어린이들은 교내 곳곳을 다니며 13개국의 언어와 생활문화 등을 체험했다.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운동장에 모인 학생은 서로 반가운 얼굴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개막식에서 4~6학년 어린이들은 각자 차려입은 의상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기를 들고 나라별로 30여 명씩 운동장을 돌며 마치 올림픽과 같은 화려한 입장식을 했다. 이날 학생들이 대표한 국가는 러시아, 몽골, 터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일본, 인도, 영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대한민국 등 모두 13개국. 개막식이 끝난 뒤 전교생은 각 교실에 마련된 체험 부스를 돌며 본격적인 세계문화탐방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경인교육대학교 외국인유학생들과 학부모 등 수십 명이 나와 나라별 부스에서 아이들의 문화 체험을 도왔다. 일월초 김현진 교장은 “학생들에게 다른 국가에 대한 편견과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매년 다문화 축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게 독특하고 특색 있는 세계 각국의 문화를 접하는 행사가 한
본보 29일자 1면 톱기사와 13면 사설은 도가 농촌진흥청 부지에 유치한다는 국립농어업박물관과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 부지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만큼 이 지역은 수원시민 특히 서수원권 주민들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2003년 서울대 농대가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일대를 떠난 데 이어 농촌진흥청도 내년에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아쉽다. 수원이 어떤 곳인가? 정조대왕이 수원에 화성을 축성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개혁을 단행하려고 했던 땅이었기에 이곳 백성과 군사들을 위해 곳곳에 둔전을 조성하고 축만제(서호), 만석거 등 저수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흡족한 것이었다.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 닥친 전국적인 가뭄에도 이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후 수원은 ‘농업의 도시’가 됐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농생명과학고등학교는 수원의 자랑거리가 됐다. 그런데 서울대 농대가 떠난 데 이어 이젠 농촌진흥청마저 떠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수원시민들의 상실감과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크다. 특히 서울대 농대가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이곳은 폐허로 방치돼 있다. 엄격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캠퍼
콩자반을 다 건져 먹은 반찬통을 꺼낸다 반찬통에는 아직 간장이 남아 있다 외로울 때 간장을 먹으면 견딜 만하다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내가 일으키려 할 때 할머니는 간장을 물에 풀어오라고 하였다 나는 들어서 알고 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혼자 먹던 것은 간장이었었다는 것을 방에서 남편과 시어머니가 한 그릇의 고봉밥을 나누어 먹고 있을 때 부엌에서 할머니는 외로웠다고 했다 물에 풀어진 간장은 뱃속을 좀 따뜻하게 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운을 주었다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달라고 한 음식은 바로 간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수년째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던 그 방 한구석엔 검은 얼룩을 가진 그릇이 놓여 있었다 내가 간장을 가지러 간 사이 할머니는 영혼을 놓아버렸다 물에 떨어진 간장 한 방울이 물속으로 아스라이 번져가듯 집안은 잠시 검은 빛깔로 변했다 비로소 나는 할머니의 영혼이 간장 빛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할머니의 손자이므로 간장이 입에 맞다 혼자 식사를 해야 했으므로 간장만 남은 반찬통을 꺼내놓았다 /하상만 시인의 마음 한구석에는 구겨진 처방전이 있다. 처방 목록에는 ‘간장’이 있고, 병명은 &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