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중심은 인물이다. 역사의 주체가 인간인데다 역사를 기록한 것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학계가 인물사 연구에 힘쓰는 것은 다행이다. 독립운동가 류자명에 대한 인물사 연구도 그 중 하나다.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가 수원농림학교(오늘날의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출신인 탓도 있지만 항일 독립운동을 위해 생애를 바친 애국지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1916년 수농을 졸업하고, 충주간이농업학교 교원으로 있었는데 1919년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면서 그의 운명은 달라졌다. 류자명은 만세운동을 준비하다 왜경에 발각되자 상해로 건너가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으로 광복 때까지 독립운동을 펼쳤다. 류자명은 사상적으로 무정부주의자였다. 도쿄대학 부교수인 모리베다쯔오(森戶辰男), 역시 일본의 무정부주의자 오스기사카에(大杉榮),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크로포트킨 등은 류자명으로 하여금 무정부주의자가 되겠큼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광복 후 그는 귀국하지 않고 대만으로 건너갔다. 대만에서 농지개혁과 합작농장을 설립해 사회주의 내지는 무정부주의 사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명분이고, 야심이었다. 1950년에는 중국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에 있는 호남대학 농학원…
이달말 마감을 앞두고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들의 합법화 신고가 폭주하고 있으나 정부의 준비 소홀로 혼선을 빚고 있다. 또한 신고 외국인노동자 가운데 미취업자가 상당수 있어서 향후 외국인 노동자들의 취업전쟁과 집단이직 현상이 벌어질 우려마져 낳고 있다.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이 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달 10%에 미치지 못하던 신고율이 급상승한 것이다.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신원보증제를 폐지하는 등 신고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미취업자도 우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등록이후 취업을 못할 경우 다음달 15일이 지나면 모두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노동관련 기관들은 다음달 11일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알선에 나설 계획이지만, 고용허가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사업주들이 채용을 꺼리고 있어 합법체류를 위한 한바탕 취업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노동자의 합법화는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동안 외국인노동자들은 우리 산업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서 시름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정상적이고…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상 회원 국가로서의 책임과 함께 체면치례도 버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교육문제다. 교육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로 절대다수의 OECD 국가들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수는 이 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지난 수년동안 OECD 수준에 맞추기 위해 꽤나 애썼다. 일부 도시와 농촌학교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교사 부족사태는 대표적인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신설학교를 짓고, 교원 수급을 위해 골몰했지만 아직은 산넘어 산이다. 그런데 엊그제 경기도교육청이 방대한 규모의 교육여건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2010년까지 768개의 초·중·고등학교를 신설해 OECD 국가 수준(35명)보다 5명이 덜한 30명 선으로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경기도의 현재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45명이니까 자그마치 15명을 줄여야 한다. 빼기 셈으론 별 것 아닌 듯 싶지만 이는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자신감에 차 있다. 향후 7년 동안에 초등학교 302개교, 중학교 224개교,…
고해성사란 본디 카톨릭교회의 의식이다. 고해 성사를 통한 죄의 사함은 통회하는 신자의 죄 고백을 들은 사제가 사죄경을 선언하면서 십자를 그어 죄의 사함을 베풀어 줌으로써 이루어진다. 고해 성사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참회자의 죄에 대한 성찰, 통회, 결심, 고백, 보속이 그것이다. 첫째, 성찰이란 자신이 범한 모든 죄를 될 수 있는대로 자세하게 알아내는 것이다. 둘째, 통회는 죄를 뉘우쳐서 마음으로 아파하는 것으로 다섯 가지 요소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셋째, 결심은 다시 죄를 짓지 않고, 죄지을 기회까지 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짐하는 것으로, 결심이 없으면 진정한 통회를 하였다고 할 수 없다. 넷째, 고백은 고해성사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사제 앞에서 반성한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속이란 우리가 범한 죄에 해당하는 벌이고, 영혼의 허약함을 치료하여 다시 범죄함을 피하게 하는 약이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 난데없이 ‘고해성사론’ 등장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SK로부터 불법 모금한 100억원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한나라당에서 궁여지책으로 들고 나온 게 이른바 ‘고해성사에 이은 사면’ 주장이다. 우스운 것은 ‘고해성사’도 하기전에 스스로 ‘
반성은커녕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정치권의 후안무치한 작태에 국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SK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대통령 측근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으로 유입된 것을 기와로 빚어진 작금의 경색정국에서 한나라당은 다시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들은 이번에야 말로 정치권이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것만이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린 현재의 정치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국민도 알고 정치권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여전히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다. 더구나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보면 철부지 어린아이들보다 못한 느낌이다. 어린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꾸지람하면 대게 잘못을 반성하는 낯을 보인다. 또한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항용 상대방을 물고 늘어질 뿐이다. “저만 잘못한 게 아니예요”라거나 “쟤도 그랬으니까 똑같이 혼내주세요”다. 국민들은 이 어린아이들보다도 못한 정치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되었다. 차라리 모두 갈아엎고 다시 새로운 판을 짜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극단적인 불신을 조장한 장본인이 바로 현재의 정치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성행하고 있는 것이 여론조사와 설문조사다. 여론조사는 이제 각급 선거에서 필수불가결한 선거전략의 하나로 자리 매김했고, 설문조사도 현실 인식에 대한 시민 또는 조직원의 심중을 헤아리기 위해 자주 원용(援用)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조사하고자하는 의도와 동기가 순수하고, 음해 또는 악용할 소지가 없으면서 공익성이 확보되어 있다면 나무라거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론 또는 설문조사 문화가 덜 성숙된 탓인지 과민반응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것고 사실이다. 바로 그같은 갈등이 성남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와 성남시의회 사이에서 생겨났다. 엊그제 성남공직협은 5급 이하 전직원을 대상으로, 일련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설문 상대가 다름 아닌 성남시의회와 시의원이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집행부의 일원인 시청 직원이 의결기관인 시의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음으로 이번이 처음일 것 같다. 때문에 조금은 황당한 느낌이 들지만 달리 생각하면 관계개선을 하는데 있어서 진일보한 접근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신선감을 갖게 된다. 문제는 시의회와 시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
1천만 경기도민의 숙원인 경인교대 건립사업 추진이 가시화 되었다. 24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경인교대 설립을 위해 안양시에서 올린 안양시 석수동 산 11의 19번지 일원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안건(안양고시관리계획변경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한때 국책사업 지정실패로 좌초위기까지 몰렸던 경인교대 설립 사업은 이로써 본격적인 추진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1천만 도민들의 힘이다. 작년에 도와 도민들은 경인교대 설립을 위한 범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경기도에서 경인교대의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전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 탓이다. 경기도의 초등교육 수요가 매년 급증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규 초등교원을 임용하고 있으나 도내에 교원양성기관이 없어 지방 교육 발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례로 도내에 2만6515명의 선생님이 835개 학교에서 88만9000명의 어린 꿈나무를 가르치고 있으나, 교육여건은 교사 1인당 학생수 33.5명, 학급당 학생 수 40.6명(2002년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실정이다. 아울러 2002년도 전국의 교육대학 학생 정원은 4735여명으로 전국의 초등교
성남비행장을 택지로 개발하자는 제안은 주목할 만하다. 이 비행장은 군용비행장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대통령이나 외국의 국빈이 이용하는 의전용 비행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행장이 성남시 외곽에 있다보니까 이 공항에 대한 존폐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고, 정권이 바뀔 따마다 또는 국회의원선거나 시장선거 때 공약사업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렸지만 아직껏 요지부동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에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 의장이 고건 총리와 함께한 4당 정책위의장협의회 석상에서 성남비행장을 강남의 주택 대체 주거지로 개발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는 이곳에 중대형 아파트 1만5천가구를 세우면 시중에 떠돌고 있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고 강남지역의 아파트 값을 진정시키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를 의원총회에 상정해 당론으로 결정할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어 향후 택지개발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대한 일반의 찬반 역시 만만치 않다. 비행장 때문에 개발제한을 받아온 주민들은 비행장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반면에 비행장 때문에 다소 불편하긴해도 그나마 녹지공간이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비행장이 존속해도
한국 정치사의 중심에 있는 것이 청와대(靑瓦臺)이다. 청와대는 본시(자유당 정권 때) 경무대(景武臺)였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李承晩)이 하야하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윤보선 (尹潽善)이 경무대의 새 주인이 됐다. 그러나 윤보선은 경무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까닭인즉 경무대가 자유당 독재정권의 상징인데다 4.19혁명 때 경무대로 돌진하는 수 많은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한 유혈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윤보선의 뜻에 따라 경무대의 이름이 바뀌게 되는데 이 때 ‘청와대’라는 새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은 언론인 인제(忍濟) 김영상(金永上)이다. 김영상은 충남 아산 태생으로, 양정고보를 거쳐 1942년 일본 릿쿄(立敎)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매일신보 사회부기자로 언론계에 투신하여 광복 후 서울신문 정치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1954년 서울시장 김태선(金泰善)의 간청으로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이 됐다. 바로 그해 한국일보 창간을 준비 중이던 장기영(張基榮)의 억지에 못이겨 시편위 상임위원과 한국일보 편집부국장을 겸직한다. 1960년 4.19혁명 직후인 6월 양직을 사
요즘 한국축구가 수상쩍다. 2004아시안컵 예선에 나선 한국대표팀이 약체 베트남에 이어 오만에도 패해 한국 축구팬은 물론 전세계 언론까지 경악케 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그렇다치고 난데없이 외국 언론이 관심을 표하는 것은 어리둥절하다. 이유는 두가지로 축약된다. 우선, 한국이 지난 2002년 월드컵의 4강에 올랐던 국가라는 점, 또 하나는 코엘류 감독의 거취 문제가 어떻게 결정될지... 외국 언론의 관심에 담긴 의미는 다분히 한국축구에 대한 비아냥의 성격이 짙다. 지금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되내일지 모른다. ‘역시 한국이 지난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실력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어.’ 한술 더떠서 이런 생각도 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으로 볼 때 코엘류도 조만간 감독자리를 내놓게 되겠군.’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격적인 패배만으로도 속이 상하는 판에 외국의 비아냥섞인 시선까지 신경쓰려니 여간 불쾌한 게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반응은 이전에 비해 훨씬 신중한 편이다. 언론 또한 비교적 차분한 자세를 견지한다. 과거 히딩크에게 붙여줬던 오대영(5:0)이라는 닉네임을 떠올리며 아직껏 코엘류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으려 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