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인의 날’은 무심히 지나갔다. 말이 노인의 날일 뿐 노인을 위해 무엇을 다짐하고, 무엇을 기렸는지 눈에 띠는 것이 없다. 노인도 인간인만큼 불만이 있을 법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더 큰 목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2%를 넘어 ‘고령화사회’가 됐고, 2019년이면 14.4%로 ‘고령사회’가 된다. 그로부터 7년뒤인 2026년에는 23.1%로 ‘초고령사회’로 바뀔 전망이다. 노인은 자꾸 늘어나는데 부양할 자손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14~64세)인 ‘노년부양비(比)’가 1980년 당시 16.3명이던 것이, 2003년 현재 8.6명으로 감소했다. 도내의 65세 이상 노인은 75만명(7.5%)에 달한다. 전국 평균 고령인구 비율 7.2%보다 상회한다. 이런 추세라면 경기도의 ‘고령사회’는 다른 시·도보다 1~2년 정도 앞당겨질지 모른다. 경기도는 노인복지 강화를 다짐해 왔다. 그러나 복지예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예가 경기도의 노인복지기금이 10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저금리시대가 되면서 이자가 주니까…
한·중·일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우선 한문문화의 보편화다. 한문은 중국 것이지만 중국의 영향을 받다보니 우리나라와 일본이 한문을 쓰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한글을 많이 쓰고 있지만 1970년대 까지만해도 한문을 예사로 썼다. 두 번째는 쌀밥을 먹는 식습관이다. 우리나라에선 “쌀을 밟으면 발이 비뚤어진다”라고 할만큼 쌀에 대한 외경심이 강했다. 중국은 쌀을 단순한 곡물이 아니라 영혼을 지닌 인격체로 여겼다. 일본은 일왕(日王) 다음으로 신성시한 것이 쌀이었다. 세 나라 민족은 쌀밥을 먹고서야 제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미식(米食) 지상주의 민족이다. 세번째가 젓가락 문화다. 서구 사람들은 흉내도 못내는 젓가락 놀림을 세 나라 민족은 예사로 한다. 젓가락은 식사를 돕는 도구임에 틀림없으나 달리 해석하면 신체의 일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네 번째가 호적제도다. 이 제도는 지구상에서 세 나라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는 호주제 문제를 둘러싸고 법 개정 논쟁이 일고 있으나 중국과 일본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다만 호적과 관련해서 세 나라가 다른 점이 한가지있다. 우리나라는 여자가 시집오면 성과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채 남편 호적에 입적한다. 중국은 여자의…
모두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주변의 평이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다. 감히 그들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흔히, 빽없고 배운것 없는 사람 혹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마지못해 하는 일이 바로 ‘막노동’과 ‘택시운전’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다보니 택시기사에게서 직업의식이나 손님에 대한 친절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단위 시간당 소비한 돈에 비해 받는 서비스는 너무 형편없다. 타고내릴 때 인사를 받는 건 고사하고 바가지나 안쓰면 다행이다. 택시기사에 대한 편견 혹은 선입견은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인 듯하다. 헐리우드영화에 등장하는 택시기사의 캐릭터는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현실에 착근하지 못하고 망상을 좇은 사람, 패배의식에 젖어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사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 대표적인 영화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전후 뉴욕에서 택시운전을 한다. 그에게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장이 베트남의 정글에서 뉴욕의 도심으로 바뀌었을 뿐. 트래비스는 사회에 만연한 악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불면증에 걸려…
장기적인 불황의 터널에 갇힌 경제의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불경기의 영향은 특히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국가의 경제정책을 책임진 사람들은 한가한 말바꾸기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만 한다.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총재의 잘못된 경기전망과 성장률 예측, 그리고 금리인하 일변도의 정책운용에 대해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일종의 경제적 안전불감증이다. 신문의 사회면에는 연일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 자살사건, 경제적 어려움을 일시에 만회하려는 파렴치한들의 은행강도사건, 어린이 유괴사건 등 극단적인 강력범죄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더불어 도하 모든 언론에서 저소득층과 불우계층에 대한 사회안정망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게 언제부터 였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무반응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직자 자신들은 안전하고 편안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하필 언론에서 먼저 문제제기한 것이 불쾌하다는 건지, 대체 그 이유를 모를 일이다. 관료주의적 안전불감증이다. 살기가 죽기 보다 힘든 세상에서는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죽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 그와 같은 말이
경기도교육청은 초등교사의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01년 비교대 출신으로 중등교사자격증을 가진 1천300명을 교대에 특별편입시킨 바 있었다. 다만 이들은 2년 동안의 교과과정을 이수한 뒤 초등교원에 임용돼도 3년 동안 다른 시·도의 교원임용시험을 볼 수 없을 뿐아니라 3년 동안 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취업난시대가 아니라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속셈은 있었을 것이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2년 동안 수학만 하면 치열한 초등교사 임용고사를 치르지 않고,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잇점을 감안했음이 분명하다. 또 이것이 경기도교육청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느닷없이 자질검증을 이유로 별도의 임용고사를 치루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편입생들은 교육청으로 몰려가 집단항의를 했고 때마침 실시된 국감에서 일대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국감에 출석한 국회의원들은 약속은 약속인만큼 반드시 지켜져야한다면서 말바꾸기를 한 도교육감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교육감은 당초의 약속을 못지킨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초등교사로서의 자질과…
SBS인기드라마 ‘야인시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총 124회 방영된 ‘야인시대’는 실로 다양한 기록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연기자나 스텝 몇만명이 동원됐다거나 한때 시청률이 꿈의 기록인 50%를 넘어섰다는 따위의 기록은 그저 심심파적일 뿐이다. 이 드라마가 시종 장안의 화제였던 것은 바로 우리 현대사를 본격적으로 그린 최초의 드라마였기 때문이었다. 그간 ‘공화국시리즈’ 등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드라마였을 뿐이었다. 반면 드라마 ‘야인시대’는 일제시대부터 해방직후, 자유당시절, 그리고 군사정권 초반기까지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역사·정치적 사건들과 격변, 그리고 그 이면의 얘기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 시대극이라 할 만하다. 물론 작가와 연출자의 역사관이 정통 사가(史家)의 그것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고 때론 관점이 일관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마의 속성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아직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미시적으로 그리려 했다는 것이다. 작가와 연출진의 일에 대한 욕심과 극적 효과를 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
10월은 오래전부터 문화와 예술의 숨결이 생동하는 문예의 계절로 불려왔다. 그래서 10월이면 각종 지역축제와 문화행사, 그리고 예술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공연과 전시회가 잇따랐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이 저마다 특색있는 지역축제와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올해, 경기도의 10월은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눈에 띄는 것 몇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새롭게 정립한 우리 孝문화의 현대화,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개최되는 ‘2003 세계孝문화축제’가 눈에 띈다. ‘세대간의 만남과 이해’라는 주제로 보이지 않는 孝를 오감에 맞춰 신세대가 孝를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2003 제2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도 10월 내내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안성의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고양시에서 열리는 ‘제16회 행주문화제’, 남북의 접점 파주시 통일동산 안에 있는 문화예술마을 헤이리가 개최하는 ‘헤이리 페스티벌 2003’도 빼놓을 수 없는 경기도를 대표할 만한 10월의 문화행사로 손색이 없다. 한편 경기도의 대표 문화예술도시 이미지를 굳혀온…
자유당 시절인 1952년부터 1961년 군사쿠데타로 중단된 9년 동안의 지방자치는 논외로 치더라도, 1991년부터 부활된 지방자치가 어느덧 12년째가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그러나 십수년의 경험과 경륜은 매우 소중하다. 다만 일찍부터 지방자치를 실천한 선진국과 비교할 때 크게 어설프고, 헤아릴 수 없는 시행착오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았던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방자치 열망은 강하다. 지방분권시대의 실현은 이 시대의 명제이자 이상이다. 문제는 지방자치의 동력이면서 운영의 실체인 집행부와 도·시·군·구의회 의원들의 자질과 사명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있다. 한 예로 성남시의회를 들 수 있다. 알다시피 성남시는 도내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다. 인구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도 높은 고장이다. 따라서 성남시의회도 격조와 품위를 간직해야 옳고, 시정(市政)을 위임한 시민들로서는 마땅히 그러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본회의장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가 하면 앉은 자리에서 큰 소리로 통화까지 한다고 한다. 무단 이석에 잡담은 예사이고, 집행부에 질의를 하고나서 자리를 뜨는 바람에 애
중국은 놀라울만큼 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뒷편에는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이 수자원의 고갈이다. 중국인의 연간 물 소비량은 평균 430㎥, 30년전인 1970년의 100㎥에 비하면 4배가 넘는다. 물도 물나름인데 공업용수는 안정되어 있는 반면 생활용수는 해마다 6~7%씩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인구가 16억이 되는 2030년이다. 지금 중국인 1인 평균의 수자원량은 약 2천220㎥, 물부족의 위험치로 보는 세계기준인 1천700㎥에 비하면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기준치를 밑돌 것이 분명하다. 현재 중국의 급수능력은 약 5천600억㎥인데 실제 소비량은 약 5천580억㎥로 공급과 수요가 맞아 떨어진다. 중국은 물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남수북조(南水北調 )’를 추진하고 있다.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는 물조달사업을 말한다. 동시에 정부는 국민들에게 ‘선절수(先節水) 후조수(後調水)’ ‘선치수(先治水), 후용수(後用水)’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절수를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물을 끌어드리고, 먼저 재활용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물을 써라이다. 또 다른 골치거리는 환경문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국의 기
서울대 공대 학생들의 자퇴가 늘고 있다. 의대 편입을 목표로 새로이 입시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의대만 갈 수 있다면 서울대 간판쯤은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주의적 성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은 서울대 간판보다 지방대 의대가 낫다고 생각한다. 의대 입학(혹은 편입) 열풍이 분 것은 IMF경제위기 이후 청년실업률이 급등하면서부터였다. 명문대 간판으로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고실업률 시대에 졸업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전문직 자격 뿐이라는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한다면 인문계열 학생들의 선망 학과는 단연 법대다. 의사 못지 않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게 또한 법조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요즘의 대학가 캠퍼스는 시쳇말로 고시촌을 방불케 한다. 고시열풍은 점점 가열되기만 할 뿐 쉽사리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 국감 중에 나온 자료를 보면 재미난 것이 있다. 젊은이들이 그토록 선망하는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신고액이 터무니 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변리사·관세사·한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연금을 낼 때 여전히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새삼 그들의 윤리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