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에서 깡패 보스역으로 나온 이원종은 예비군 통지서를 들고 찾아온 동사무소 직원에게 “망할놈의 조국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구”라고 내뱉는다. 관객은 자지러졌지만 나는 사색에 잠기고 말았다. ‘망할놈의 조국이 나에게 해 준 일이 정말 없을까?’ 하긴, 내 나이 스물엔 개벽을 위한 혁명을 꿈꿨다. 서른쯤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혁을 외쳤다. 꽃다운 지난날, 내 나라 내 땅을 가슴이 멍울져 핏물 뚝뚝 떨어지도록 처절히 사랑했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도 까칠한 자유인으로, 바람의 아들로 살아가는 이유는 망할 놈의 조국을 사랑한 탓이었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것은 아직도 망할 놈의 조국을 사랑할 열정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남은 삶을 사랑하며 눈감을 수 있게 해 준 이 땅과 내나라, 서로 몸 부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행복을 주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한 친구들,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라는 고백을 한다. 그렇다면 왜 길 위에서 길을 잃었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초심(방향타)을 잃은 것이며 앞서가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꽃다운 젊음을 불사른 이유는…
경기도의회 예결위와 교육위가 2007년도 제1회 추경안에 대한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보여준 ‘삭감-복원-재삭감’모습은 심의 과정에서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했는지에 의구심이 든다. 교육위와 예결위는 예산심의 전 철저한 심의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전액 삭감해 도민들의 혈세낭비가 낭비되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본회의 의결 직전 교육위원회가 여주청소년종합학습관설치비 등 4건에 대해 삭감한 것을 예결위가 복원시킨데 대해 문제를 삼고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김수철 교육위원장은 “예결위가 상임위에서 삭감한 항목을 다시 살려놓는 해괴한 결과를 통보 받았다”며 예결위 태도를 문제삼았다. 주먹구구식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위는 예결위가 도 교육청의 로비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환식 예결위원장이 발끈했다. 엄정한 심의에 이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전체 예결위원들을 대상으로 비밀투표에 부쳐 삭감을 결정한 것인데 매도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국 예결위와 교육위 안을 놓고 표결 처리를 한 끝에 교육위 안이 통과됐다. 해당…
대입제도에서 이른바 ‘3불정책’이란 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세 가지는 교육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말한다. 이와 함께 또 한 가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는 것이 '고교평준화정책'이다. 고교입학시험을 각 학교별로 치르지 않고 학군별로 학생들이 입학할 학교를 일괄 배정하는 평준화정책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보면 각 주장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상대방의 주장을 들어보면 유지나 폐지나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바꾸거나 바꾸지 않거나 문제점은 있고, 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고교등급제 역시 유사할 것이다. 그냥 두자고 하거나 바꾸자고 하거나 상대측이 보기에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며, 그 원망스런 눈으로 보면 "다같이 망하자는 거냐? 나만이라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 혹은 "너만 잘살겠다는 거냐?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는 싸움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따져보면 전국 어느 학교에서나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그 조건을 평준화해주자는 취지의 정책이었으나 어느새 쟁점은 성적평준화에 귀착된 양상을 보
지난 8일 화성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의 두번째 피해자인 박모(36·여)씨가 안산 사사동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해 12월24일 오전 2시25분쯤 수원 화서시장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같은날 오전 4시25분 비봉TG(구포리 기지국) 부근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서 연락이 두절됐었다. 경찰은 당초 박씨가 노래방 도우미를 했다는 이유로 단순 가출로 생각했다가 언론 보도 이후 실종사건으로 수사를 전환했었다. 당연히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경찰은 박씨 실종이후에 화성과 수원에서 잇따라 부녀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고 박씨의 사체가 발견된 사사동 야산에서도 두차례나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박씨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또 박씨의 사체가 20㎝ 깊이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수색이 수박 겉핧기식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체가 발견된 지점에서 가까운 313번 지방도 주변에 1천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재개하고 이 일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용의차량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단서가 될만한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했고 CCT
조원묵 <군포소방서 소방교> 기존 다중 이용 업소에 대한 비상구 등 안전시설의 설치 기한이 불과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다중이용업소를 이용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케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령 개정 사항은 어느덧 세월이 흘러 3년의 기한이 오는 30일이다. 경기도의 경우, 5월 11일 기준 약 90%의 완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남은 기간 동안 미이행업소에 대하여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행정역량을 총동원하여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해당업소에 대하여 최소한 5번 이상씩은 방문지도를 한 것 같다. 업주들 나름대로의 고충도 각양각색이다. 영업이 잘 되어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나중에 한다는 사람, 하루빨리 영업장이 매매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영업부진으로 기한이 도래되면 그 즉시 폐업하려 하는 사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 몇 개월 만이라도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사람 등등… 지난해 공포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2007년 3월 25일부터 시행중이다. 일반 법보다 우선한다는 특별법이 특히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20여개 업종의 다중 이용 업소에 대하여 제정된 때에는 그만큼 국민의…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5·18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광주.전남지역 단체들은 오늘 그 27주년을 맞아 광주시내에서 전야제와 본 행사 등 40여 개 행사를 진행하고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는 한편 그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자고 호소했다. 고인들이 뿌린 선혈이 이 땅에서 군사독재를 타도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때문에 “광주는 영원하다”는 명제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5·18은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이 총을 들고 자위권을 행사함에 따라 쌍방 간에 피해를 많이 냈지만 무장항쟁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15일 5·18 기념재단이 전국 16개 시도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민 의식’에서 5.18이 한국 민주화에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83.5%가 ‘우리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하고 16.5%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도 대거 광주로 몰려들고 있다.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광주를 찾아 지역문화, 예술, 언론계인사 등 40
“일산의 고릉을 배관(拜觀)코, 파평산 죽립석 금촌서 보아, 순식간에 문산역 당도해 보니, 상선의 돛대가 포구에 가득, 임진강 철교월편 화석정 거쳐, 장단역 잠간 쉬어 개성 이르니, 시가의 번화함과 물화(物貨)의 번창, 경성을 떠난 후로 제일이로다.” 이 노래는 해방 전 ‘경의선가’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려진 것인데 작자나 연대는 미상이다. 서울에서 의주까지의 여정을 장장 16절이나 되는 가사에 담고 있다. 이 대목은 임진강을 중심으로 일산과 개성 사이의 경관을 묘사한 것이다. 2007년 5월 17일 오전 11시 28분, 남북 철도 연결 구간 시범운행 열차 가운데 경의선을 담당한 남측 열차는 예정대로 종점인 개성역을 향해 문산역을 출발했다. 같은 시각, 동해선을 담당한 북측 열차는 금강산역에서 남측 제진역을 향해 출발 기적을 울렸다. TV 생중계화면에는 ‘경의선가’의 풍경이 대충 보였다. 경의선의 운행은 남북 전쟁 시기인 1951년 6월 12일 열차왕래가 끊어진 이후 56년만이며, 동해선의 경우는 1950년 이후 57년만이다. 경의선 열차는 문산역을 떠나 도라산역에서 북측 당국으로부터 승객들에 대한 간단한 세관 및 통행 검사를 받고 개성역에 도착했고, 동해선…
비리를 저질렀거나 행정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지역주민이 ‘탄핵’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도내 소환대상 1호가 누가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보 5월 16일자 참조) 정부가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민소환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함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지만 임기 개시일 1년 이내, 임기만료일로부터 1년 미만, 소환투표를 실시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는 소환투표를 청구하지 못하므로 이제도의 사실적 시행을 7월 1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제도는 주민이 자신의 손으로 뽑은 선출직 공무원을 해임시키는 제도이므로 일단 당선되면 임기가 보장되었던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이 제도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등장이 바로 주민소환 된 전임 주지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주민소환제는 일찍부터 도입이 추진되었으나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로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작년 가을 햇살을 받을 때마다 은빛으로 빛나며 출렁이던 나뭇잎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산 아래 사람 사는 세상에서부터 차 올라와 산 정상까지 덮었던 눈이 녹아 내린지도 제법 오래건만 쉐난도(Shenandoah)의 숲은 아직 쓸쓸했다. 4월의 끝을 지나고 있건만 숲길은 아직 외로웠다. 빈 나뭇가지들만이 찬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움츠린 때문인지 나무들도 외로워 보였다. 아직도 이 숲을 떠나지 못한 채 그 곁에 머물러 있던 겨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빛바랜 겨울이 숲길 서성이며 아직은 지나는 이 없는 길을 지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얼굴이었다. 나도 바라보았다. 숲처럼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처럼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지난 가을 온 산을 불태우듯 타오르던 나뭇잎들을 한 잎도 남겨두지 않고 거두어 간 이 겨울도 나처럼 여린 새싹 움트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제 갈 길로 떠나기 위해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숲길을 따라 걷는다. 저만치 의자가 보인다. 지난 가을 오랜 동안 앉아 쉬었던 의자이다. 겨우 내내 찾은 이가 없는 듯 쓸쓸해 보인다. 낙엽조차 떨어져 있지 않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샛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