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으로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특수학교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13일 발의됐다. 특수학교 건립 과정에서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반대 주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건립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회에 만연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지역이기주의는 이것이 적폐라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가 없는 곳은 8개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200여 명의 장애인은 특수학교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원정통학을 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절반 이상은 통학하는 데 최소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며, 원거리 통학은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2016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수학교 배치율이 29.1%에 불과하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1곳당 초중고교의 수는 52.4개교에 달하지만 특수학교는 0.76개교에 불과해 장애학생들이 행정구역을 넘어 원거리까지 통학한다는 것은 위험하고 불합리한 현실이다. 교육은 장애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의무이다.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1개 이상의 특수학교가 설치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다
산이 울면 /류선열 큰 산 골짜기 두메 마을에선 이따금 산이 울어. 해가 높이 솟은 봄날. 엷은 구름이 산봉오리를 가려 답답할 때, 비알밭 갈던 농부가 쉴 참에 이젠 힘겨운 농사일을 떨쳐 버리고 머언 도회지로 떠나고 싶어질 때, 고사리는 새순 내는 걸 잊고 등성이 굴참나무는 졸며 개울에선 모래무지가 대가리를 묻고 있을 때, 그리고 이장 댁 기둥시계는 늑장을 부리고 학교에선 아이들마저 받아쓰기와 분수에 지쳐 있으며 선생님은 떠날 날만 꼽고 있을 때, 큰 산은 호령을 하듯 크게 저르렁- 하고 울어. 산이 울면, 큰 산이 울면 산봉우리는 말끔히 개고 농부는 새 힘이 솟는 듯 쟁기질을 시작하며 고사리 새순이 도르르 말려. 굴참나무는 부지런히 지하수를 길어 올리고 모래무지는 달음박질을 하며 이장 댁 기둥시계는 더 빨리 추를 흔들어. 그리고 선생님은 목청을 돋우고 아이들 눈은 비로소 똘방똘방해지는 거야, 산이 울면 - 류선열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 / 문학동네·2015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큰 가뭄에 애타는 농부들 마음을 헤아리며 아파하던 며칠 전, 한 밤중에 우르릉 쾅쾅 번개와 우레가 창문을 찢어 버릴 듯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생의 문화나눔으로서의 문화바우처 사업이 2011년 들어서는 공연뿐 아니라 영화, 서적 구입 등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확대 실시되고 있다. 그간 문화바우처 사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때는 혜택이 공연과 간혹 영화도 가능했지만, 지금의 문화바우처 제도는 도서, 음반의 구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러한 문화복지의 확대는 ‘행복, 공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통해 생활의 안정과 충족’에 있다. 따라서 문화바우처는 객관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문화 소외계층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시책이다. 이것은 문화 인프라의 기초체력을 유지·향상시켜 정치, 경제와 함께 문화예술이 사회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가 과연 잘 정착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연에서부터 시작한 문화바우처가 이제 가구당 5만원 한도 내에서 카드를 발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제공되는 문화복지카드 지원 사례와 유사하며, 대부분 공연예술을 소비하기보다 영화나 도서구입 그리고 학원비, 헬스장 회원비 등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언론인클럽이 개최한 ‘6·13 지방선거 어떻게 치를 것인가’ 주제 초청토론회에서 나온 주장들을 이 나라 정책 입안자들과 유력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이 토론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이날 주제는 ▲기초단체장·의원 정당공천 폐지문제 ▲여성할당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선거연령 인하 등 4가지였다. 지방자치와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고민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주제였다. 패널로 나온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부대표, 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 김광범 중부일보 편집국장, 김기홍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광주전남네트본부장, 소순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등은 깊이 있는 주장을 펼쳐 청중들의 공감을 샀다. 첫 번째 주제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는 패널 모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소순창 위원장은 “다수의 국민은 중앙정당과 정당공천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정치를 재단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정당이 신뢰를 얻고 정상화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이에 공감하면서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축조된 만석거가 지난 18일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D)에서 세계관개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국제관개배수위원회에 수원의 축만제와 김제의 벽골제를 신청하여 세계관계유산으로 선정되었었다. 올해에는 만석거를 신청하여 국제관개배수위원회의 세계유산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얻게 되었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는 유엔 산하기구로서 전 세계의 농업활성화를 위한 수리기반을 연구하고 보존하며 이를 지원하는 국제기구이다. 이 기구에서 선정된 역사적인 저수지 혹은 농업용 관개시설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선정하는 세계유산과 거의 동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의 대표적인 저수지인 만석거의 세계관개유산 등재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만석거는 조선후기 농업개혁의 출발지이다. 정조는 화성축성의 근본 이유를 만석거와 같은 농업용 저수지를 만들고, 저수지 인근에 국가소유의 국영농장인 대유둔을 설치하여 토지없는 백성들이 안정되게 농사를 짓게하는 혁신을 추진하고 이를 성공시켜 8도에 보급하여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즉 화성신도시 건설이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개혁사상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중심에 만
할머니 간난이 /랑정 할머님 세상에 안 계시네만 그 이름만은 아버지 가슴에 남아 있어 추녀 끝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저녁이 되면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시네 불효자는 웁니다 할머니 간난이 그리워 노래를 부릅니다 이 때는 발톱도 아니 자르신다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모든 어머니는 모든 아들들의 신이다. 아버지의 어머니, 다시 말하면 할머니를 통해 시인은 어머니라는 위대한 존재에 대한 숭배를 시작한다. 동시에 어머니를 숭배하는 아버지의 따듯한 세계를 깊숙이 열고 들어간다. 한 행 한 행이 통렬하다. 어린 시절 어느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어머니에 대한 감정 속에는 어느 정도 배신감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어머니를 통해 시인도 자신의 어머니를 간절하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버지인 랑승만 시인은 얼마 전 타계하셨다. 랑 시인은 마지막까지 홀로 어버지를 모신 효자 시인이다. /장종권 시인
하늘이 떴다. 좀처럼 뜨지 않던 하늘이, 내리천 둑방길 걷다 문득 올려다 본 그곳에 구름 몇 장 흩뿌리며 환하게 떠올랐다. 쪽빛 뚝뚝 떨어져 내릴 듯 청아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저 가을 하늘을 마주하면 나는 영락없이 아이가 되고 만다. 만 가지 말을 머금고도 함부로 쏟아내지 않는, 한없는 품을 갖고도 자랑하지 않는, 늘 그 자리 지킬 줄 아는 어버이 같은 저 하늘을 나는 참 좋아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늘의 낯빛은 마치 사람과도 같다. 오늘처럼 만삭의 알곡들을 지천으로 흩뿌리고 샛길, 둑방길, 산 언덕배기 드문드문 코스모스 꿈인 듯 뿌려놓은 가을이면 점잖게 높이 떠 빙그레 웃고 있다. 마치 그 옛날 가을걷이 한창인 논밭을 뒷짐 지고 걸으시던 아버지처럼 말이다. 꽝꽝 언 도심을 회색으로 기웃거리던 겨울 하늘은 봄 더불어 화색이 돌다가 여름이면 이글거리는 태양에 맞서 대지를 보살피느라 낮게 부산을 떠는 듯도 하다. 마치, 갈등에 시달리다 뿜어내는 한숨같은 비, 우르르 쾅쾅 한꺼번에 쏟아내는 그 날 그 하늘은 감히 바로 보지 못하고 저만치 떨어져 우두커니 보게 된다. 마치 성난 아버지의 낯빛처럼 그렇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먼저 손 내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당혹감을 주는 여인의 누드이다. 우선 여인의 나체가 눈부실 정도로 밝은 금빛을 띠고 있다. 티치아노로 하여금 베네치아에서 큰 명성을 얻게 하였던 바로 그 빛깔이다. 여인의 실루엣은 여느 여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히 살집이 있어 부드럽게 흐른다. 하지만 이 여인의 나체는 그 어떤 누드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다. 그러나 내게 이 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금빛 나체보다는 화가를 주시하는 여인의 당당한 시선 때문이었다. 그 여인은 그 시절 여느 나체의 여인이 그러하듯 은밀하게 혼자만의 공상에 빠진 여인이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 어둡고 외진 장소에서 차분한 분위기로 나른하게 몸을 뉘어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더라면 보는 이들에게 조금 더 편안한 기분을 선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편안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은 아니다. 너무나 당당할 뿐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녀가 누워 있는 장소는 백주대낮의 방안 고급 소파 위이며, 화가를 또렷하게 직시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이 여인이 베네치아인답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녀는 우르비노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 활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발언을 놓고 청와대가 엄중 주의하고 나섰다. 송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 문정인 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참수작전부대 창설 반대 발언 등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상대할 사람이 아니다. 학자로서 현실을 모르고 하는 발언들이다’라며 원색적 표현까지 썼다. 나아가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인도주의지원 시기에 대해 주무부처인 통일부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가 하면, 북핵문제 대응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방장관의 제대로 된 업무파악여부를 떠나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불협화음은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을 더 불안에 떨게 하는 상황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경고에 이어 급기야 청와대가 송 장관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 문정인 특보도 국제정세에 맞지 않은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상황에서 이같은 외교안보라인의 충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나라를 비운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자중지란이어서 참 걱정스럽다. 국방과 안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기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 깊숙하게 내재된 분노감, 공포심, 불안감 등 심리적으로 억압된 감정을 치유하지 못한 채 일부는 똑같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아들 역시 자기의 자식들을 학대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아주 좋지 않은 대물림을 하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사람의 일생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범죄행위다.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다. 학교 내에서 왕따나 구타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견디지 못해 인생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6월에도 울산시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을 택했다. 이전에도 자살 시도를 했던 이군은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학교폭력대책위원회도 동급생끼리의 흔한 ‘장난’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군은 결국 죽어서야 고통을 벗어났다. 지난 8월 전주에서도 여중생이 일부 학생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학생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SNS 등으로 험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