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나는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다.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다. 눈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빠르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누가 볼 수 있겠는가. 오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떡갈나무에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화살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알았다” 쉽고 감성적인 언어로 사랑받는 미국의 시인 롱펠로우가 남긴 ‘화살과 노래’라는 작품이다. 한번쯤은 읊조렸을 시구(詩句)가 2012년을 하루 남기고 다시금 맴돈다. 인간은 살면서 무수한 화살을 허공에 날리고, 노래를 부르는 숙명을 타고 난듯하다. 지난 한 해를 살면서도 무수한 화살을 쏘았다. 어떤 화살은 목표물에 접근도 못했고, 어떤 화살은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노래는 드넓은 하늘의 끝자락에서 소멸됐으며 곡조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 벌써 1년의 마지막을 고하고 있다. 사실 장구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2012년과 2013년을 구분 짓는 하루의 시간이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인간
창밖에는 겨울바람에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눈은 쌓이고 또 쌓여 도로를 하얗게 덮었다. 겨울은 삼한사온이라고 했던가. 비록 이 눈은 며칠 안에 녹아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눈 덮인 세상은 잠시라도 세상이 밝고 희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잠깐 왔다 금방 사라지는 눈이지만, 그리고 나 역시 지금 가고 있는 그곳에 잠깐 왔다 떠날 버릴 테지만, 그곳에 가면 잠시라도 흰 눈과 같은 말들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눈 덮인 거리로 나서는 날, 나는 홀로 집밖을 나섰다. 아내가 강원도 교직원 단합회를 떠나서 아내의 배웅 없이 문을 나섰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쓸쓸한 기분을 느끼면서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었다. 잠깐 왔다 금방 사라지는 눈이지만 달리는 차의 앞 유리에 부딪히는 눈은 불편하게 마련이다. 와이퍼로 눈송이들을 걷어내고 FM음악방송을 들었다. 진눈깨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은 매우 거셌다. 차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왠지 모를 불길함이 밀려오자 운전대를 긴장한 채로 잡고 있었다. 내게 중앙경찰학교로 가는 길은 낯설지 않다. 나는 신임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언론대응과 전략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나는 교육생들의
중국 한서(漢書)에 먼저 시작하면 남을 제압할 수 있지만 늦게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게 된다(先發制人 後發制于人), 즉 무슨 일이든 먼저 준비하고 먼저 시작해야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뜻으로, 선즉제인(先卽制人)이라고도 함. 사람이 남의 꾀를 미리 알아내고 일이 생기기 전에 막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기선제압(機先制壓)이란 말을 많이 쓴다. 먼저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말인데, 권투에서 시작 전에 상대를 마주 세우면 몇 만V 전류를 흘리면서 상대의 눈에 쏘아대는 장면을 우리는 본다. 그것은 바로 상대를 먼저 제압해서 기선을 잡아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세상의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더군다나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시 되는 말이 아닌가 한다. 세계적 기업인 현대를 일으킨 정주영 전 회장은 매일 아침 3시에 집을 나섰다고 하니 밤늦게 들어와서 도대체 몇 시간이나 휴식을 취했을까. 가훈(家訓)인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一勤天下無難事)라는 말이 깊은 영향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선발제인(先發制人)의 무서운 실천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안 하는 것이며, 우리가 성공
아파트단지에서 매년 입주민들이 모여 미꾸라지 잡기 행사를 연다. 한 여름철 그맘때가 되면 단지 내 연못은 자연속의 냇가를 옮겨다 놓은 듯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심 속 미꾸라지 잡기라서 이색적이다. 아파트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풍경은 다른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음이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18일 화성 동탄신도시 내 서해그랑블 아파트단지에서는 올해로 벌써 3회째 물고기 잡기 행사가 열렸다. 각 아파트단지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과 입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즉 북카페나 도서관 이벤트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 아파트단지에서는 미꾸라지 잡기 행사를 연 것이다. 이 행사는 관리사무소에서 사전에 미꾸라지를 구입해 중앙분수대에 방류한 뒤 행사 당일 어린이들과 함께 미꾸라지 잡기를 진행한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추어탕을 끓여 시식하는 행사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는 200여명의 학생들과 입주민 등 600여명이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를 주관한 김선자 관리소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전 접수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는 3회째 접어 들다보니 미리부터 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윤창중씨를 당선인 수석대변인 겸 인수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그는 임명 직전인 대선 이후에도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라는 극언을 했던 사람이다. 당연히 25일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진보성향 언론은 물론이고 보수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윤씨는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인물로, 그동안 칼럼을 통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 부었다. 허니문 기간이지만 언론과 야당이 비난을 하는 이유다. 언론→청와대→언론→대선캠프→언론을 오간 그의 전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일각에서조차 이번 인사에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소식이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분명히 대한민국 세력 대 대한민국을 전복할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간의 일대일 대결이라고 규정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은 국민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단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을 뿐인데 졸지에 ‘반(反)대한민국’ ‘대한민국을 전복’할 세력이 되고 만 것이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니 당연히 보수인사가 자리를 차지
자연기후와 인력, 축력에 의존해 농사를 짓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의 농업은 상당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우리가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난방을 하는 시설원예농업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역시 영농의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다. 이같이 국민의 고품질 신선농산물에 대한 수요증가나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에 우리 농업이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은 바로 농업생산에 에너지가 적극적으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에너지비용의 비중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는 바로 농가의 경영 악화와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비용의 절감은 현재 우리농업이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화석연료 없이는 당장 우리 농업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등에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난방을 하는 데 90% 이상이 유류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유류 의존도가 높다보니 국제유가의 변동에 민감하지 않을 수
지방자치단체의 정착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가는 ‘지역문화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지역문화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관심이 최근 들어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문화의 정체성은 지역의 자본이 되고, 이를 통해 타 지자체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지역에서의 삶과 사회 전반을 좌우하게 될 지역문화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문화는 개인생활의 중심,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력, 지역문화자본 창출의 기반, 그리고 지역정부 문화정책의 핵심 목표가 되고 있다. 프랑스 문명학자인 기 소르망은 ‘강력한 문화 없이는 훌륭한 국가도 발전도 불가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제는 문화가 국가 간의 경쟁력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방자치체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지금 ‘한국의 지역문화’에 대한 각 지방정부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심화되고 있지만,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차별화에 대한 논의들은 지극히 피상적인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문화의 경쟁력이 국가 간 위상과도 연결되고 있으며, 이에…
노르웨이의 27세 청년이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 프로풋볼 선수로 데뷔한다. 그것도 미국 청소년들의 우상인 NFL ‘뉴욕 제츠’의 부름을 받았다. 미국 프로풋볼은 황량한 서부로 향했던 미국인들의 개척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땅따먹기 게임’으로 미국인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미국 대통령도 주요 경기가 열리면 회의나 발표도 미룬다. 챔피언을 가리는 ‘슈퍼보울’의 경우 초당 TV광고 단가가 수십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런 미국 프로팀에 엉뚱하게 노르웨이 청년이 스카우트되도록 다리는 놓은 것은 ‘유튜브(You Tube)’다. 다루기 힘든 미식축구공을 강 위의 배나 달리는 자동차로 정확하게 차 넣었고, 심지어 공중에 날아오른 공까지 차서 맞추는 신기의 솜씨를 발휘했다. 동영상이 유튜브에 뜨자 3개월 만에 100만명 이상이 클릭하더니, 프로풋볼 관계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불량청년으로 일부 팬들에게만 부름을 받던 비주류의 대명사 싸이가 ‘강남스타일’이라는 동영상 하나로 10억 리뷰를 기록하며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유튜브의 힘이다. 지구촌 구석에서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꿈을 키우던 무명의 기타리스트 임정현군이 뉴욕타임즈의 극찬으로 받으며 평론가들의 주목을…
사람이 사람이라 일컫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자기에 대한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의식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자의식이 있기에 인간으로 존재하며 인간의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의 자의식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소중한 의미인 것이다. 사람의 자의식은 “나는 사람이다”라는 자각을 낳는다. 이 자각은 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 의식에서 자연성과 당위성은 분리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인격적,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데 더러는 타인을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본질이 중요하고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는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나를 대하는 정도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관계형성의 척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인간의식은 너에 대한 인간의식을 거쳐서 마침내 우리에 대한 인간의식으로 넓혀지고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비로소 사람으로서 그 자체를 확립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임이 사람됨에 있고, 사람됨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보편타당한 인간의식에
군자의 교제는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교제는 달콤해서 단술과 같은 것이다. 군자의 교제는 담백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소인의 교제는 달콤하기 때문에 끊어지게 된다(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 즉, 군자 같은 이의 사귐은 맑은 물같이 항상 담담하여 오래 지속되고, 소인 같은 이의 사귐은 달콤하기가 꿀맛 같아 그 맛이 다하면 멀어져버린다고 장자는 말한다. 우리들 주위에 주옥 같은 내용의 글을 써서 걸어두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담백한 물을 의미한 내용들이 매우 많다. 淡若水(흐르는 물처럼 맑게), 心如水(마음가짐이 담백한 물같이), 上善若水(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등. 맹자는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友也者 友其德也)이라고 했다. 장자의 물과 맹자의 덕이 곧 군자다운 이들의 떳떳한 지침과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자도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인(仁)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받는다(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라고 해 군자는 반드시 학문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교우관을 역설했다. 술 마시고 먹고 놀 때는 형이다 아우다 하는 사이가 수천 개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 가운데 위급하고 어려울 때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