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서 전화로 손님을 찾을 때, 요즘처럼 호칭(呼稱)인플레가 되기 전에는 대부분 “무슨 무슨 씨(氏) 계세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가끔 “김 사장님, 박 교수님, 권 변호사님 계세요?” 했을 때, 모든 손님들이 전화받으러 가는 사람을 쳐다봤다. 그 가운데 단연 변호사가 돋보였다. 변호사라면 존경받는 최고의 직업이였는데 요즘 대수롭지 않게, “변호사 얼마에 샀다” 이런 말을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물건 취급받는 것 같아 매우 기분 나쁘겠지만,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고 불리는 시대에 몇몇 미꾸라지 변호사 처신도 문제가 있었다. “조개는 칼로 열고, 문은 열쇠로 열고 변호사 입은 돈으로 연다” 서양 속담이다. 국선변호사(國選辯護士) 공모에 와글와글 하단다. 사법연수원 백수시대(白手時代)이고 보니, 올해 경쟁률이 16.6대 1이라고 한다. 아이고, 똑똑하면서 불쌍한 분들! 나에겐 두 분의 변호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착한 바지 입은 천사 두 분! 월파 계철순(桂哲淳) 변호사. 일제 강점기 때, 판사로 시작,…
3.1운동 91년째다. 3.1운동은 일제의 침략에 맞서 일어난 항일운동의 기폭제였다. 이보다 앞서 우리의 독립운동을 촉발시킨 것은 조선 말기의 의병 투쟁이었다. 이 때의 의병 투쟁은 대체로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 의병은 188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과 단발령(斷髮令) 등을 강제 시행한 을미개혁 이후의 을미(乙未)의병, 제2기 의병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반발한 을사(乙巳)의병, 제3기 의병은 1907년 정미7조약 및 대한제국 군대 해산에 자극받아 일어난 정미(丁未)의병이다. 을미의병은 창의소(倡義所) 설치로 시작됐다. 1885년 11월 충청도 제천과 유성에서 유인석과 문석봉이 ‘거의토적(擧義討賊)’의 기치를 들었고, 1896년 1월 박준영을 대장으로 한 경기 이천수창의소(利川首倡義所), 이홍응 등의 포천 의병부대, 김한복의 충청 홍주, 이소응 중심의 강원 춘천, 곽종석 등의 경상도, 허위(許蔿) 등의 김천과 성주, 기우만의 전라도까지 의병활동은 전국화됐다. 이 때 창의 군사들은 “조선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찌(長谷川好道)의 머리에 칠(漆)을 발라 술잔을 만들고,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의 두육으로 회(膾)를 친다”고 했으니, 그 적개심이 어
달리는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결과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국가나 지방행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견제·통제받지 않고 질주하다보면 오히려 반민주적이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국민에게 위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무슨 일이든 강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것은 민의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럽고 반발하게끔 되어 있다. 성남·광주·하남 통합시 문제가 이와 같다는 생각이다. 성남시민들은 처음부터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된 시장의 일방적 졸속통합추진을 반대해 왔다. 그러면서 통합시 결정방식만큼은 주민투표로 할 것을 요구해왔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요구에 이대엽 성남시장은 통합은 반드시 주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약속을 뒤집고,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시의회에서 항의하는 야당의원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고, 날치기를 강행하여 시의회 의결로 통합을 밀어붙였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심하게 다치기도 했으며, 야당은 의회규칙
고양시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들은 언제 그렇게 깊이 있는 학문을 연구했고 공부했는지, 각종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시장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을 알리는데 이를 선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고양시는 현재 자천 타천의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거명되는 사람만 10여명, 이들 가운데는 같은 정당 소속인 사람이 많다. 어느 당이라 할 것도 없이 정당마다 경합양상이 치열할 것은 틀림없다. 다시 말하면 어제의 우군이 오늘의 적이 되는 경우가 적잖다. 그 중에는 내심으로 정작 나올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거명 대열에 끼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경제난 속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이 줄을 잇고 잇는데도 불구, 그동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던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가식의 미소를 보이며 손을 내민다. 그들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는지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그들 또한 자신이 시장 감의 제목인지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공명선거를 저해하고 유능한 인제를 뽑는데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변방의 태자였던 부처는 칼과 창으로는 불심을 얻을 수 없으며 오직 버리고 버려, 소유하지 않았기
모레(28일) 대보름이 지나면 보름 동안의 설 잔치도 끝이난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명절의 마무리를 예사로 하지 않았다. 요새말로 하면 휘날래를 의미 있게 장식했다. 14일 저녁이나 15일 아침에 아이들은 남녀 가림이 없이 채바퀴나 얼맹이 또는 조리 따위를 가지고 보름밥을 얻으러 다녔다. 이름하여 조리밥이다. 옛날부터 환자는 병을 고치기 위해 조리밥을 얻어 먹었는데 셋 또는 일곱 집의 밥을 얻어 먹어야 효험이 있다고 했다. 조리밥을 먹으면 병이 낫고, 특히 더위를 안먹는다고 믿었다. 여러 집의 밥을 얻어 먹는 것은 조리밥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백가반(百家飯)이란 것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백 집의 밥을 얻어 먹는다는 뜻인데 실제로 백 집의 밥을 얻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여러 집이라는 뜻의 과장이다. 그런데 전라도 지방의 백가반 풍습은 여느 지방과 달리 해학적이어서 흥미로웠다. 즉 백가에서 얻어온 밥을 디딜방아의 다리에 앉아 먹었다. 또 봄을 타 피부가 검어지고 야위어 미르는 어린이는 얻어온 밥을 개와 함께 먹게 하였다. 이때는 절구에 개와 함께 걸터 앉아 먼저 개에게 한 숟갈 먹이고 자기도 한 숟갈 먹는데 이렇게 하면 앓던 병이 낫고 다시는 같은 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1865년에 발표된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를 쫓다가 큰 구멍에 빠져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소녀 앨리스가 겪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일화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다가 갈림길에 다다랐다. “어떤 길로 가야 하나요?” 앨리스가 체셔 캣(고양이로 말재주가 좋고 꾀가 많다)에게 물었다. 체셔 캣이 되물었다. “어디에 가는데?” 앨리스는 모른다고 말했다. 체셔 캣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마치 방향 감각을 잃은, 목표 설정이 명확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가끔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 가를 되물어 보곤 한다. 신흥 성장국가, 그것도 뉴스 속에서 보던 ODA(공공개발원조)를
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행복추구권을 규정했다. 또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가는 사회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의무가 있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안정 및 교육·직업·의료 등의 보장을 포함하는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다. 이 사회복지를 추구하기 위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들과 대화를 해보면 ‘단순한 직업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와 희생의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이다. 얼핏 생각하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꽤나 매력 있어 보인다.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생활시설, 보육원, 병원, 교도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정신보건 부문이나 지역아동센터, 성폭력상담센터, 가정폭력상담센터, 교도소 등의 상담업무를 맡는 등 많은 일들을 한다. 이들은 전문직으로써 “의사가 사람을 못 고치면 사람이 죽지만 사회복지사가 사람을 못 고치면 그 사람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는 자부심
6.2 지방선거일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후보마다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민심이라는 것이 한점 바람에도 갈피를 잡지 못한 표들이 이리저리 휘날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신인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선거판에서 두렵기조차 한 선거법과 씨름하느라 혼미상태다.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아우성은 현역들에게 폭넓게 각종 행위가 허용되는 것에 비해 정치신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선거법 적용이다. 채 100일도 남지 않아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예비후보자들은 선거법이 불공정 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단체장의 경우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최소로 규정해 제약하고 있는 반면 현역단체장에게는 다소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연초가 되면 시·군 자치단체장들은 관내에 산재해 있는 주민센터를 순시하면서 지역주민들과 만나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수 있는 등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시책사업에 대한 내용이나 주민들의 건의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현장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정치 신인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지난 2월 1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학습부진아 살리기 운동’ 주최로 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이제까지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교육경쟁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세상은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의 세상 아닌가? 그러나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치열한 교육경쟁의 패러다임 속에서 낙오되는 아이들에 대해 현장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학습부진아 대책을 발표하고 선언까지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학습부진아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애매모호하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적 상황에서 학습부진아 문제는 입시 경쟁과 동떨어져서 논의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월성 교육철학이 지배하고 있는 교육구조 속에서는 학습부진아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는 것이 현 공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정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학습부진아에 대한 관심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또 학습부진아들은 어찌하든지 웬만큼 기초학력을 쌓아서 입시 경쟁의 대열에 뛰어들려는 것이 당
지난달 경기도 포천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피해농가들은 자식같은 가축을 제 손으로 죽여야 하는 고통을 경험해야만 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이달 들어 추가발생이 없자 종식선언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21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 종식선언을 한달 후로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구제역이 이례적으로 혹한기에 터진 데다 폭설이 잦아 구제역 발생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게 이유였다. 사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당연한 조치다. 지금까지 구제역은 날이 풀리고 황사가 나타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해왔기 때문에 종식선언을 한다 해도 마음을 놓기는 이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이번 21일 종식선언만을 기대하고 있던 포천의 축산 농민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는 1~5차 구제역 위험(500m~3㎞)·경계(3~10㎞)지역 가축 수매를 소 20여 마리와 돼지 1천여 마리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등 수매량을 대폭 줄였다. 하루하루를 두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수매량은 줄어들고 종식선언이 늦춰질수록 회복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과 예방만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점을 가장 잘 아는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