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민들은 경기가 죽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예외다. 돈을 펑펑 물쓰듯 한다. 이러한 공기업의 제멋대로 경영은 해를 넘기면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정부는 계속되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올해 국감에서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국내외 골프장 8곳의 회원권 10개를 보유하고 있어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아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몰려있는 통계센터까지 거리는 350m다. 걸으면 7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가 항상 비치돼
미국에서 ‘베이비부머’란 2차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이른다. 4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의 나이다. 미국에서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2억6천여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인구 중 29%를 차지하는 미국 사회의 신주도 계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6·25가 끝난 뒤 출생한 1955년~1963년생들이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참 측은한 사람들이다. 태어나자마자 전후의 궁핍한 생활을 겪어야 했다. 4·19, 5·16, 12·12, 5·18, 6월항쟁 등 역사적인 격변기도 견뎌내야 했다. 참으로 고생 많은 세대였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산업역군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들은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른바 ‘쉰세대’로서 앞에서 밀리고 뒤에서 치받치는 슬픈 존재다. 그리고 대부분은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노후준비를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베이비부머’ 세대 중 자영업 포함, 직장에 다니는 도민은 10명 중 7명으로 조사됐다. 그
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눌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도 골수까지 사무친 막 부림 당한 삶 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소 저처럼 절벽울음 우는 사람 있다 우황 들게 가슴 치는 사람 있다 코뚜레 꿰고 멍에 씌워 채찍 들고서 막무가내 뜻을 이루려는 자가 많을수록 우황덩어리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많다 우황주머니 가슴에 없는 사람 우엉우엉 우는 소리 귀담지 못한다. 이 세상 소리 내어 우엉우엉 울지 못한다. 삶이 징 하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황 든 소는 그 고통을 이기고자 우엉우엉 운다. 고통이 고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 울지 않을 것이다. 울음은 슬픔으로 잠겨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우황 든 소 곁에 우황처럼 매달린 아버지는 삶이란 우황이 들어 소보다 더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우황 든 소를 돌보는 아버지는 결국 우황으로 우는 소 보다 더 아프나 우황 든 소를 돌보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가고 있다. 이러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둘이겠나? 자기가 더 아프면서
한국전쟁(6·25)의 상흔이 가득했던 1955년 북한 공군의 주력기인 야크-18기 2대가 서울상공에 나타났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헤어나려던 국민들이 깜짝 놀랐지만 북한군 이운용 대위와 이인선 소위는 자신들의 비행기를 당시 여의도 비행장에 착륙시키고 귀순했다. 이들에 대한 남한당국과 국민들의 환영은 대단했다. 각종 환영대회가 열리고 이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이에 앞서 1950년 북한 공군소속 이건순 중위가 IL10기를 타고 김해비행장으로 귀순했고, 1953년 노금석 상위가 미그 15기에 백기를 단채 남한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비행기를 이용한 귀순 가운데 가장 국민의 귓전에 남은 것은 1983년 이웅평 상위였다. 민방위훈련의 사이렌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실제상황’이라는 멘트는 충격적이었으며 무엇보다 그가 몰고 온 미그 19기는 당시 공산권이 보유한 최첨단 기종으로 자유진영의 국가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과거 남북관계가 냉전의 틀 속에서 경직됐을 때 북한군의 귀순은 대단한 화제이자, 사건이었다. 특히 1967년 귀순한 조선통신사 부사장인 ‘위장간첩 이수근’은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 사건으로 남았고, 북한 최고위층급인 황장엽 전 노동당…
길이 터진다. 가로수가 길을 들어올린다. 땅으로 심겨질 나이테가 툭툭, 도로를 들어 올린다. 뿌리의 지문이 길 위로 새겨지고 군데군데 뒤틀린 갓길로 가을날의 씨앗들이 들르고 거리의 소음들이 속속 파고든다. 20여년 쯤 새 길이 뚫리고 아파트가 생기면서 가로수가 조성됐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을 견디면서 나무도 많이 성장했다. 침침한 가지 속 여린 잎을 꺼내놓으면서 봄을 알렸고 무성한 잎으로 한 여름 그늘을 준비하더니 이젠 하루가 다르게 나무의 빛깔이 변해가고 있다. 그 가로수가 반란을 시작했다. 땅으로 심겨질 뿌리들을 끌어올려 길 위로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갈라지고 자전거 바퀴살이 놀라 움찔거리고 조깅을 나선 운동화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칠 때면 한두 그루씩 넘어지기도 했고 지나던 차량의 부주의로 넘겨지기도 하면서 거리를 지키던 가로수가 땅 밑을 거부하고 길 위로 나서면서 뿌리를 통과한 길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전거로 통학하던 남학생이 불뚝 솟아오른 길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고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가 놀라 울기도 했다. 너무 얕게 심겨진 때문일까.아니면 뿌리로 향하려던 태양의 일정이 잎으로만 당겨지
19일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숭열전 제향을 시작으로 광주남한산성문화재가 열린다 남한산성에서 가족과 함께가을에 정취를 느껴보고 다양한공연도 즐겨보자.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24㎞ 떨어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위치한 남한산성. 한강과 더불어 남한산성은 삼국의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 거점이었다. 백제가 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이후 남한산성은 백제인들이 성스러운 대상이자, 진산으로 여길 만큼 중요했다. 남한산성 안에 백제의 시조인 온조대왕을 모신 사당인 숭열전이 자리 잡고 있는 연유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 남한산성은 국방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한 장소였다. 특히 조선왕조 16대 임금인 인조는 남한산성의 축성과 몽진, 항전이라는 역사의 회오리를 이곳에서 보낸 바 있다. 오늘날의 남한산성은 임진왜란 중인 1595년에 축조해 인조 4년인 1626년에 완공됐으며, 산성 내에는 행궁을 비롯한 숭열전, 청량당, 지수당, 연무관 등이 들어서 수 백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광주 남한산성에서 매년 음력 9월 5일에 온조대왕 시조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양력으로 10월 19일이 그 날이다. 백제를…
구리 코스모스축제가 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올해 12번째 맞은 구리 코스모스축제는 한강 둔치 약 12만㎡에 심은 코스모스 꽃 9억 송이가 그 주인공이다. 행사기간 중 방문객이 약 5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미 6억 송이가 활짝 피었고, 앞으로 3억 송이가 더 필 때까지 코스모스 광장을 찾는 발길은 계속된다. 코스모스가 한강변에 꽃을 피운 사연도 특이하다. 원래 이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잡초 투성이었다. 그곳에 토평동 일대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메워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여기에다 코스모스를 심어 볼거리를 연출했다. 구리 코스모스축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일회용 축제를 치르면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코스모스는 모두 구리시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심었다. 거기에다 구리시가 얻는 주차수입이 축제 예산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이쯤되면 효자 축제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코스모스 축제를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지정 축제에 들어갈 수 있는 질적 향상을 말하는 것이다. 코스모스 축제가 아직은 명품 축제로 평가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꽃과 야경이 가을밤을 수놓고 있는 한강은 매력이 넘치고 있다. 거기다 접근성이 좋아 수
세월에 잠겨 썩지 않고 삭는 곳에 아름다움과 기품이 담긴다지만 제대로 삭혀만 진다면 그런 후식(後食)은 없어도 좋으리.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돌담길 담장 언젠가 돌들의 근육이 풀려 골목길과 한 때깔이 되었다. 늘 그렇듯 덜 삭은 생각을 하며 걷는다.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 청동기 시대의 리듬 속을 걷는 것 같다. 생각이 줄어든다. 양편 담장 안에서 태어나 공중에서 엇박자 X가 되어 건너 집 담 속을 들여다보는 두 회화나무 밑을 지날 때는 생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유머러스해진다. 하늘 한 편에 빙긋 웃고 있는 낮달, 슬픔도 기쁨도 어처구니없음도 생각 속에 구겨 넣었던 노기(怒氣) 쪼가리들도 그냥 느낌들이 되어 마음 벽에 녹아내린다. 은은한 빛 마음 벽에 새겨진 각(角)진 무늬들도 은근해지는 빛 속에 아무것도, 희한하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 황동규 ‘은은한 빛’/2011년 여름호/불교문예 가을이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산자락의 오래된 마을을 걷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시인은 “돌들의 근육이 풀려/골목길과 한 때깔”이 된 돌담길 담장을 발견한다. 여기서 때깔이란 시간의 옷일 것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도 근육
영국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튼(Brighton)에 있는 그랜드 호텔. 1984년 오늘 아침 일찍 이 호텔에서 폭탄 2발이 터졌다. 호텔 안에서는 영국 보수당의 회의 참석을 위해 대처 영국 총리를 비롯한 많은 보수당 인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처 총리는 폭탄이 터지기 2분 전 욕실에서 벗어나 죽음을 모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