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거리, 사람과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을 ‘언어’로 보는 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이때의 거리를 ‘대화의 거리’라고 말한다. 대화의 거리는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예(禮)의 거리다. 이때의 거리는 신분에 걸맞게 서로 예의를 지키는 거리로, 셋 중에서 가장 멀다. 두 번째는 평상 거리다. 남남 사이에 유지하는 거리로, 상대방이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서 대화하기 편한 거리다. 세 번째는 친밀 거리다.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친밀감을 나타내면서 상대방의 정을 확인하기에 알맞은 거리로 가장 가깝다. 어떤 심리학자는 인대인(人對人)의 거리를 수치로 나타낸 적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일 때의 거리는 60~70cm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거리 안으로 파고들면 위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끼리일 때는 25cm 이내가 한계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너무 근접하는것은 협오감과 함께 거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끼리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한마디로 눈 먼 거리다. 눈 먼 거리보다 더 가까운 것이 무아지경의 거리다. 오해는 친밀거리부터 시작된다. 잊지도 않았던 일이 있었던 일처럼 확대 생산되고 마침내는 황색신문의 가십거리가…
아직 가을 분위기조차 나지 않는 가운데 어느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추석은 의외로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추석은 불황의 여파로 오히려 추운 추석이 될 듯하다. 예년 같으면 ‘명절대목’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을 상인들은 경기침체로 울상을 짓는다. 잦은 비로 한껏 뛰어 오른 과일 등의 제수용품 가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볍기만 하다. 귀성객들의 주머니사정 또한 불문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휴가 5일간이나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 연휴가 길면 길수록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외로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가장 확실하게 불어닦친 곳은 사회복지시설 등이다. 소외계층과 불우이웃들에게 이번 추석은 그야말로 잔인한 추석이 될 듯하다. 특히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관계자들은 근래 심화된 사회적 무관심의 여파가 이번 추석은 물론 연말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디다 안타까움을 호소할 수도 없으니 그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아예 정부와 이웃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와 있지도 못한 채 방치된 사람들도 있다.
학교 발전기금과 찬조금을 불법으로 조성해 제멋대로 쓴 초·중·고 84개교가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불법으로 모금한 학교는 올해 7개교, 지난해 77개교로 나타났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교내에서는 국가 또는 교육청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기금이나 찬조금은 일체 모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버젓이 불법 모금을 했다. 이런 사실은 학교당국이 누구보다도 더 잘안다. 우선 학교장이 알고, 교사가 알며 심지어는 학생들과 학부모까지 안다. 오직 학교 밖의 사람들이 모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잘못 짚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가 알고 있는데 비밀이 누설 안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오늘날 학교 경영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예산은 한정되고 교육 수요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라 돈에 대한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진·선·미와 양심과 정의를 가르치는 학교의 운영진과 교사들이 앞장서서 불법을 획책한 것은 정당화 될 수 없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비난 받아 마땅하다. 도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된 학교가 84개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보다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아무려나 이
자치단체가 시민을 위해 해야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각종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는 일부터 교통, 주거, 교육, 환경, 치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매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중소도시의 경우는 폭증한 행정수요를 감당 못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말로는 행정의 근대화와 과학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60년대식의 주먹구구식 행정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구태행정에서 탈퇴해 주민위주의 행정자치를 시도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흥시가 시민과 도시를 유해환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건강 도시만들기’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자주 듣던 말이라 또 한번 해보는 소리겠거니 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우선 시흥시가 건강도시만들기 프로그램을 입안하면서 썩 잘한 일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같은 프로그램은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도움없이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난도의 과제라는 것을 알고,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에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용역팀은 첫째 지역의 기초건강조사, 둘째 노인보건의
님비증후군(Nimby syndrome)이란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라는 영어구절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뜻은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는, 유해시설 설치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늘어나는 범죄자, 마약중독자, AIDS환자, 산업폐기물, 핵폐기물 등 각종 사회병폐를 수용하거나 처리할 시설물을 설치하려 할 때마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거센 반발을 보이는 현상을 정의하는 말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마약 퇴치센터나 방사능오염 쓰레기처리장 같은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시설들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자기 중심적, 공공성 결핍증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각 도시와 지방마다 쓰레기를 남에게 떠맡기려고 하거나 기타 혐오시설을 설치하는데 강력 반대하는 등의 님비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바나나증후군(banana syndrome)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 지역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일컫는 용어로 임피현상(IMFY[In My Front Yard]…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두 기업의 기업활동 결과, 즉 매출과 순익, 주가변동 등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두 기업의 가치와 능력을 단순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두 기업은 기업문화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노사문화를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최소한 그 점에서만 비교한다면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보다 최소 20년 이상 앞서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 계열사들은 매해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노사갈등 와중에 생산차질이 비일비재했고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홍역은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 전자 뿐 아니라 삼성의 전 계열사에 노조가 없다. 삼성의 무노조신화는 1등주의와 관리경영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은 바야흐로 21세기다. 이제 노사협력은 기업 경쟁력의 요체가 되었다. 따라서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오히려 시대역행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영원한 신화는 없다. 모든 신화는 현실속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무노조신화가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실패한 신화로…
대만의 지인으로 부터 ‘일소오다법(一少五多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일소(一少)’란 적게 먹어라.‘오다(五多)’는 첫째 ‘다동(多動)’. 많이 움직여라. 둘째 ‘다휴(多休)’. 되도록 많이 쉬어라. 셋째 ‘다망(多忘)’. 웬만한 것은 빨리 잊어 버려라. ‘다설(多泄)’. 많이 배설하라. ‘다접(多接)’. 되도록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라다. 이후 필자는 이를 고지식할 정도로 지키고 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최근에 다소 변형된 ‘일무 이소 삼다법(一無二少三多法)’이란 것이 생겨났다. 도쿄자혜회의과대학(東京慈惠會醫科大學) 건강의학센터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이다. ‘일무’는 무연(無煙)이다. 금연을 말한다. 담배의 해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소(二少)’는 ‘소식(小食)·소주(少酒)’를 말한다. 과식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술도 과음해서는 안되다. 적당한 주량은 청주 1홉, 맥주 1병, 소주나 위스키는 더블 1잔 정도가 이상적이다. ‘삼다(三多)’는 ‘다동·다휴·다접’으로 앞의 것과 같다. 일소오다법에는 ‘다망’과 ‘다설’이 들어 있는데 일무이소
“도대체 이런 일을 하는 게 조폭집단인가, 아니면 행정기관인가!” 행정기관인 성남시의 공무원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어제 용인과 성남 사이의 도로에서 발생했다. 성남시는 3일 시민들의 엄청난 불편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대책마련은커녕 시민과 관계기관에 사전통보도 없이 용인과 성남을 잇는 토끼굴 앞을 대형 트럭들로 막아 시민들의 차량 통행을 원천 봉쇄해버렸다. 얼핏 들으면 마치 시위현장에서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쳤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건은 그것과 전혀 관계 없다. 시위는커녕 잘못된 교통정책으로 인해 안그래도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던 평범한 시민들을 향해 소위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아예 길을 막아버린 사건일 뿐이다. 지난 3일 국가지원 지방도 23호선 용인 수지∼분당 금곡나들목의 가변식 버스중앙전용차로제로 인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도로와 연결되는 지하차도(일명 토끼굴)를 성남시가 일방적으로 폐쇄해 주변 도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게 되었다. 문제의 토끼굴은 분당에서 수지로 진입하는 하루 수천대의 차량들이 이용하는 통로다. 이에 대해 용인과 수지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
난세(亂世)와 정비례하는 것이 범죄다. 지금 우리는 범죄의 위협속에서 불안해 하며 살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정치가 문란하고 질서가 흐트러져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으나 영웅은 오간데없고, 치세(治世)마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은 메뉴가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 참여정부도 예외가 아니어서 실망스럽다. 국회 행자위 소속 김영일 의원(한나라당)이 국감에 앞서 제출한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경기도에서 20만1천276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분 31초마다 1건 꼴로 범죄가 발생한 셈이 된다. 1분 31초면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서 잠시 거동하는 시간밖에 안된다. 그 짧은 시간에 도내 어디에선가 흉악한 범죄가 1건씩 발생하고 있다니 끔찍하다. 유형별로 보면 더욱 놀랍다. 살인사건이 47시간 6분, 강도 7시간 30분, 강간 6시간 30분, 절도 18분, 방화 24시간 48분, 폭력 10분, 사기와 지능범죄가 1분마다 발생했다. 범죄 발생 요일과 시간대도 요일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국회의원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법이 하나 있다. 흔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뜻으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법의 이름은 바로 ‘선거법’이다. 정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누가 어떤 의도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에서다. 현행 선거법상 가장 큰 맹점은 바로 법정 선거비용이다. 법에 책정된 금액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서 입후보자가 지키려고 애를 써도 저절로 위반하게끔 돼있다. 그런데 선거 후 선관위의 선거비용 실사가 매우 의례적이어서 법정 선거비용 초과로 구속되거나 처벌되는 후보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있으나마나 한 조항이 되버 버린 셈이다. 그밖에도 선거법의 문제조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근래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선거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요쟁점은 국회의원의 정수와 선거연령 논란이다. 입장차가 가장 뚜렷한 것은 국회의원 정수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의 확대를 통해 299석으로, 한나라당은 현행 의원 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연령 또한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