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잔업거부 및 파업으로 빚어진 노사분규가 20일만인 17일 노사간의 합의로 해결됐다. 모든 노사대립의 현장에서는 한쪽의 완승과 다른쪽의 완패가 아닌 서로 반승씩 하면 커다란 상처없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자칫하면 야합이나 봉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지난해 생산목표 미달성분(2만8732대)과 잔업거부,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분(2만1682대)을 만회하는 시점에 목표달성 격려금 50% 지급,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과 고객에 대한 노사 공동사과, 손해배상 청구소송(10억 원)과 고소취하 불가, 공정한 성과금 지급기준 마련을 위한 성과배분제 도입, 노사공동 추천의 외부전문가 위원회 출범 등으로 신노사문화 정착 등에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성과금 지급을 요구하고 회사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악화된 이번 사태는 노사가 성과금에 대한 격려금 50%라는 ‘조건부 지급’에 합의함으로써 성과금에 대한 뚜렷한 원칙을 정립하지 못한 채 일부 지급으로 봉합하는 대신 노조는 민형사상의 책임과 임금 손실 등을, 회사는 생산 피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회사에 대해서는
제 작년 언제쯤이던가. 추웠던 기억이 있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울이 깊어가는 길목의 어느 언저리쯤이었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숱한 참나무들을 뒤로 하고 합천 해인사 앞에 서 있었다. 반듯하게 잘 닦여진 길 끝에 해인사의 심처로 들어가는 문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사찰 밖의 참나무들 곁에 서서 바라보니 문 안에 문이 있고 그 문 안에 또 문이 있는 형국이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 사찰을 돌아보고 나올 때는 어스름 내린 저녁 무렵이었다. 날씨가 추웠기 때문이었을까. 산 중의 저녁이 서둘러 오기 때문일까. 잠시 전까지만 해도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던 관광객들도 학생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녁 어스름 아래서 주변은 고요하다. 산사는 고즈넉하다. 그 고즈넉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잠시 내가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생으로 다녀 온 듯하다. 밖에서 바라보았던 것처럼 안에서도 바라본다. 문 밖을 내다본다. 안에서 보아도 문 밖에 문이 있다. 문 밖에 문이 있고 그 문 밖에 또 문이 있다. 문안에 또 다른 문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다. 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 ‘산 중에 수많은 길이 있지만 부처님께 오는 길은 오직 이 길 뿐이에
21C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국가에서는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정책과 지원들을 마련하고 있고, 문화계는 다양한 문화 컨덴츠 구축과 행사가 예전에 비해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국민들도 삶의 질을 높이려는 행동과 맞물리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기회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공교육 기관에서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재량활동 강화에 따른 체험학습의 실시로 인해 학생들도 각종 문화시설을 찾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참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고무적인 현상과 함께 국민들의 문화소양 수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시설물 이용 태도나 해당 주제에 대한 참여도를 보면 상식을 벗어난 행동 내지 무관심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화재를 직접 손으로 만진다던가, 박물관 등에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행동, 뮤지컬 연주자가 학생들의 소음으로 연주가 불가능했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학생들의 문화 공공 시설에서 몰지각한 행동을 접할 때마다 어른들은 학생들을 먼저 나무란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기본적인 문화 소양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일반적인 행동 지침사항만 시행시점
20세기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조상들이 누리지 못했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등이 등장하면서 보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는 말처럼, 기계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잃어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네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잃어가는 나의 기억력이다. 가끔 인천으로 출장을 가는데 나는 네비게이션을 구입하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약도를 복사하거나 직접 관계자와 통화를 해 위치를 확인한 후 목적지를 가곤 했다. 그렇게 몇 번 가고나면 어느정도 지리가 눈에 익고 나름 주변지역까지 폭넓게 기억해 두곤 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을 구입한 후에는 기계에 목적지를 입력해 용감하게 출발했고, 몇 번 편리함에 익숙해진 후에는 아예 기계를 전적으로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또 인천으로 출장을 가던날, 나는 거침없이 목적지를 누른 후 위치도 모르는 곳이지만 용감하게 출발을 했다. 네비게이션은 57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고, 여유있게 음악을 들으며 유유히 가고 있는데 40분쯤 지났을까 가는 길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 골목 안내를 하
지난 15일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판결결과에 불만을 품은 대학교수로부터 석궁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판사들은 사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풍토조성이 시급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검찰도 “사법부는 국민 권리의 최후 보루인데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며 철저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재판에 관한 한 법관은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아야 하고 재판을 이유로 법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법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사법부가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받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을 출입하면서 수많은 소송 당사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승소를 했건 패소를 했건 법관의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 사건이나 ‘전관예우’라는 말에서 보듯 과거의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곤 했다. 사법부 스스로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쏜 김모 교수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잘못임은 누구나 인정
지난 주말을 이용해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전통 고택(古宅) 주인과 전통가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거기서 열렸기 때문이다. 강릉 선교장 관장인 이강백 씨가 주최한 모임으로 논산 윤증 고택 종손, 안동 고성이씨 종택의 종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전통한옥 매니어 40여 명이 전주 향교의 부속건물인 양사재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옥마을 곳곳을 답사하고 거기서 숙식을 했으며, 판소리와 예기플라타너스의 퍼포먼스도 관람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고풍스러운 전통한옥과 한옥생활 체험시설,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관광상품 판매점, 전통문화센터, 전통술 박물관 등이 밀집한 곳이다. 또 인근에는 푸짐한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막걸리 골목이 형성돼 있어 애주가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매력 있는 도시다. 장작불을 땐 뜨끈한 온돌방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전통한옥이 즐비한데다, 음식도 맛있고 푸짐하며 가격도 싸다. 수제 공예품을 비롯,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관광 상품이 있고, 판소리와 창이 있다. 술이 있고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대사습놀이, 한지문화축제 등 축제가 벌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4~5월에 열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로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현지 시간 16일, 하루에 두 차례나 만난데 이어 18일에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베이징 6자 회담 대표들이며, 그들이 베이징이 아닌 베를린의 미 대사관에서 회담했다는 것은 아주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들이 만난 것은 물론 지난 연말 베이징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무한정 시간만 낭비할 수 없다는 양측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경제난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한 이상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엔에 의한 경제봉쇄를 풀어야 하는 시급한 실정이고,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안에 북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박감이 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 회동이 끝난 다음, 브리핑을 통해 “그들은 여러 시간에 걸쳐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기 6자 회담의 준비를 잘해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좋은 의견 교환)를 했다”고만 설명할 뿐 자세한 대화 내용의 공개는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차기 6자 회담 날짜를 합의했다는 보도도 없다. 베를린에 체류 중인 힐 차관보는 17일 ‘베를린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달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가 담임선생님에게 책으로 머리를 맞은 걸 안 큰 언니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체벌 운운하며 흥분했지만 결국 여러사람의 권유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지만 뒷끝이 습쓸하다. 에릭슨의 성격발달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정확히는 6세에서 11세)의 발달 단계를 자아 성장의 결정적인 시기라고 본다. 이 시기 아동은 기초적인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또래와 같이 놀이를 하게 되고,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만일 이 시기에 순조로운 발달을 하지 못하면 부적절감과 열등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열등감은 학교나 사회가 아동에 대한 편견적 태도를 취할 때 생겨나기 쉽다. 어른들이 아동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매를 든다. 백마디의 타이름 보다는 회초리를 들어 종아리를 치는 것이 시간도 적게 들며, 다수의 또래집단을 모아놓은 교실에서 한 아동에게 ‘본보기’로 물리적 제재를 행사하는 것이 집단을 쉽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물리적 제재-폭력은 결국 또 다른 저항을 낳게 되며, 그 저항은 역시 폭력으로 밖에 다스릴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폭력의 악순환이다. 아동의 저항은 어른들의 그것과는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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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으며 여권 후보로서는 항상 지지율 1위를 견지했던 고건씨가 16일 갑자기 대선 불출마는 물론 대선 관련 정치활동마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건씨의 불출마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사전 봉쇄되고, 고건씨가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라는 제목의 짧은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것만 보아도 그의 퇴장이 의외성, 충격성이 크다. 고건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낭독하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에서 고건씨는 “지난 1년 가까이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저의 활동의 성과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라고 그동안 자신의 포부와 한계를 직시했다. 상생의 정치란 ‘너 죽이고 나 살자’는 살벌한 정치 풍토, 야비한 정치공작을 능력이나 경륜으로 착각하는 정치인들에게 ‘나와 네가 함께 살자’는 의미를 함축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화두에 해당됐었다. 고건씨가 현실 정치의 벽, 즉 ‘대결적 정치구조’를 넘지 못한 것은 주로 여권의 정치풍토에 기인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