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모든 공정에서 준비(네와마시:根回し)와 마무리(しあげ:仕上げ)를 중요시 한다. 일본 사람들의 이러한 사고는 장인정신에서 비롯되었지만 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 깊게 배여 있고 또 그대로 시행한다. 일종의 오랜 전통이 일본인들의 몸에 침윤된 셈이다. 우리의 준비작업인 네와마시는 나무를 옮기는데서 따온 말이다.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서 사전에 벌이는 작업이다. 옮기려는 나무에 대해 뿌리 주위를 적당히 파헤쳐 주근(主根)이 상하지 않게 흙을 붙여 새끼로 단단히 묶는다. 또한 위의 줄기도 곁·가지를 쳐 주어 수분의 증발을 최소한 막고 옮길 때 주간(主幹)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적당히 전지를 해 준다. 이같이 준비를 철저히 하면 나무의 활착률이 높아진다. 일본 정치인들은 이 과정을 본안보다 중요시 여긴다. 요정정치·밀실정치라고 해서 간혹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전 조율을 철저히 함으로써 큰 줄기를 소리 없이 잡아 간다.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집중적인 포화를 받는 역사왜곡과 영토문제도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사전 준비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영토와 역사문제(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을 제기 시킨 것 등이 준비된 행동이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만큼 보수적이면서 완고한 제도도 드물다.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매장하거나 화장하게 마련인데 우리 민족은 유독 화장을 기피하고 땅에 묻히기를 선호한다. 이 경우 죽음을 예감하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유가족 대다수가 시신을 불태워 재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형태가 없어지는 것 때문에 아쉬워하는 경향이 많다. 결국 매장 선호는 좁은 국토를 무덤 투성이로 만든데 그치지 않고 환경오염까지 불러와 국가문제화 되고 말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일부 식자층과 사회원로들 사이에서 매장을 화장으로 바꾸는 운동이 일기 시작했고, 마침내 생존에 화장서약서를 내는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참으로 지식인다운 결단이고, 사회지도층 인사다운 솔선수범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남궁원, 태현실씨 등 원로 배우 80여명이 안성에 있는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화장서약서를 쓴데 더해 장기 기증서까지 바치는 뜻깊은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한국영화배우복지회와 한국참전예술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함께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름 그대로 사업목적이…
한국인의 특징 중의 하나로 교조주의(敎條主義)를 뽑는다. 교조주의란 사전적의미로 특정한 권위자의 교의(敎義)나 사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 현실을 무시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생각이다. 현대적 어의는 여기에 그 교의나 사상을 더욱 발전시키고 진흥시킨다는 의미가 첨가된다. 이는 시대적 경험주의에 바탕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봄가을로 석전제(釋奠祭)를 성균관과 전국 각지의 향교에서 올린다. 공자·맹자를 비롯 한국의 설총·김부식·이황·이이 등 유교 성현 18인에 대한 일종의 시제(時祭)인 셈이다. 이 같은 관례는 멀리 고려조(祖) 때부터 행해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제례가 중국의 산동성 곡부(曲阜:공자의 고향이면서 孔씨 집성촌)에서조차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는 것이다. 때문에 성균관에서 열리는 석전제에는 공자의 후손들이 곡부에서까지 와 참례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석전제의 원형을 보고 감탄한다. 특히 자국에서 자취를 감춘 팔일무(八佾舞)의 웅장함에는 할 말을 잊는다. 교조주의의 패러다임인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미국보다 앞서 간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다수 힘이 센가운데 소수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나라가 흔치 않다. 여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취학, 취업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활동 전반에 걸쳐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복지시설 건립을 반대하는가 하면 장애인을 위한 교통 편의시설은 형식에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극장이나 공연장, 체육관 관람석의 경우는 더 형편없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도가 장애인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을 펼치기로해 시선을 끌고 있다. 문제의 사업이란 다름아닌 관람장, 체육관 등에 ‘장애인 최적 관람석’을 설치하는 일이다. 알다시피 관람장이나 체육관은 장애인에게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영화와 연극을 보고, 스포츠 경기를 즐기려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일부 시설에 관람석을 설치했다해도 수에 제한이 있고, 그나마 좌석도 한쪽 귀퉁이에 배치했기 때문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는 올 안에 관람장 28곳에 148석과 체육관 29곳에 155석 등 403석의 좌석을 설치하기로 하고, 16억 2천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계획대로 집행되면 경기도의 대표 공연장인 문화예술회관과 경기국악당을 비롯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만석공원 배드민턴장 등에 최적의 장애인 좌석이 들어 앉
경기도내에는 21만 5천여 가구의 빈곤 가정이 있고 시설 수급자만도 132개소에 이른다. 인구수가 37만 7천여 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의 4%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들 빈곤층은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생계를 이을 수 없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민간 또는 민간단체에서 도움을 주면 한결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못해 오로지 기관에만 의지해야 되는 딱한 사정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 및 지자체는 경직된 심사기준과 도식적인 행정자세로 빈곤층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북한지원과 비교할 때 참으로 한심하다 하겠다. 내국민도 구휼을 못하면서 나라 밖을 걱정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경기도에는 1만원 미만의 건강보험료를 부과 받는 가정이 23만여 가구가 된다. 이들 가구는 생계비 지원이 요구되는 등 당국의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1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치 못하는 가정도 전체의 30%인 6만 8천여 가구에 이른다. 생계비 지원이 필요한 가구인데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는 이유로 생계비도 지원받지 못하고 건강보험료가 체불되어 병·의원도 이용할 수 없다. 이중삼중으로 막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딱한 실정에 있는 것이다. 빈곤층에…
수원상공회의소가 올해로써 창립 97주년이 된다. 창립 당시는 수원상업회의소였고, 창립 총회 날짜는 1908년(융희2) 4월 15일이었다. 융희는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즉위한지 2년이 되는 해이자 한·일 합방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1910년을 2년 앞둔 시기였다. 창립총회는 수원시 남부면 남수동에서 개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며 의원수는 17명(보통의원 14명, 특별의원 3명)인데 회장(당시는 회장을 會頭라고 불렀다)을 비롯한 의원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직 한 사람. 수원상업회의소 창립 멤버이면서 부회장을 역임한 수원 갑부 양성관(梁聖寬)만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수원상업회의소는 1915년 조선상업회의소령이 공포되면서 1916년 4월(날짜 미상) 해산되었다가 1941년 12월 26일 다시 설립인가를 받아 부활하는 등 시련이 있었고,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면면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수원상공회의소가 2005년 4월 27일 또 한번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사연인즉 1980년 8월 9일 착공해 1981년 6월 23일 준공과 함께 입주했던 회관이 너무 노후돼 신축하느냐 리
경향 각지의 학부모들의 불법찬조금 금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성남지역 교육단체들이 청와대에 ‘불법찬조금 수사전담반’ 설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귀추가 주목된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참교육학부모 성남지회, 전교조 성남지회 등은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진정서를 발송하고, 극에 달한 학교불법찬조금 근절을 위해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을 요구했다. 불법찬조금의 유형과 실태의 대강은 이미 알려진 바 있었으나, 이들 진정인들은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 성남의 A고교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기 초마다 3학년 학급 회장 학부모와 학부모위원장 등이 주축이 돼 학생 1인당 30만원에서 40만원씩을 거둬 스승의 날 또는 명절 때 교사 선물 구입비 등으로 썼고, B?C고교는 전체 학년의 학급별 대의원과 학교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찬조금을 걷어 학년별 운영비로 지급했으며, 사립 D고교는 찬조금을 낸 학부모들을 특별 관리해 왔다고 주장한다. 반부패특별위원회 관계자의 증언은 더욱 놀랍다. 불법찬조금을 거둔 문제의 학교들은 학교발전기금과 간식비 지원을 구실삼아 억대의 불법찬조금을 거둬들여 각 학년 운영비, 담
광역 및 기초 지자체들이 사유재산권을 경시, 침해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높다. 지자체들은 하천정비사업과 도로건설사업을 하면서 토지를 멋대로 편입,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달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지자체들은 지주들과 협의 보상 후 토지를 수용해야 되는 절차를 무시하고 먼저 토지를 수용,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에 따르면 하천정비사업 등 각종사업시행으로 국가 및 지방 1·2급 하천에 편입하고도 보상을 하지 않은 미불용지는 금년 3월 말 현재 721필지 178만 7000㎡로 지난해 454필지 61만 9000㎡의 3배에 이른다. 또한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국가 및 지방 1급 하천 편입 토지도 470필지 148만㎡에 달해 미불에 따른 주민의 불만이 높다. 또한 지방도로 건설과정에서 편입된 미불용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해 지방도로 건설 등으로 편입된 미불용지가 3만 5000㎡정도 이었으나 금년 들어 128필지 5만 9000㎡로 급격히 늘었다. 이같이 국가 또는 지자체들이 사유재산을 협의 보상없이 사용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이 점증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각종 건설
사생자녀(私生子女) 또는 사생아(私生兒)는 서자녀(庶子女)와 같은 의미이다. 모두가 법률상 부부가 아닌 부모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에서 뜻을 같이 한다. 그러나 서자녀는 법률상 부부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부부관계를 인정한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제약적이나 법적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사생자녀는 애매하다. 비합법적인 남녀 관계를 불륜이라고 부른다. 사생자녀는 불륜에 의해 태어난다. 그러다 보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늘에서 밖에 생활할 수가 없다. 멸시와 놀림 속에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서러움이 계속 된다. 조선 중종 때에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서기(徐起)도 사생자라는 신분으로 성장기부터 곤혹을 치루었다. 서경덕·이지함으로부터 사사를 받고도 신분적인 한계로 벼슬을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 강신당을 지었다. 그런데 마을의 어린이들이 서기의 출생신분을 알고 놀려 주기 위해 불을 질렀다. 사회풍조가 이 정도였다. 벼슬은 꿈에도 그리지 못하고 나이 들어서도 조롱이 늘 뒤를 따랐다. 요즈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생녀가 나타나 시끄럽다. 35세가 되었다는 김모 여인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라며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증거라는 것이 정황이거나 기억에…
우리나라에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1993년 8월 12일이었다. 당시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공표하고, 모든 금융 거래를 실지 명의(실명)로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원래 금융실명 거래에 관한 법률은 1982년 말에 제정되었는데 여건 미비를 이유로 시행을 보류해 왔다. 이 제도가 생긴 이후 엉터리 건설공사를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해 1995년 2월부터 도입한 것이 공사실명제였다. 이 제도는 건설공사를 준공하면 당해 시설물에 석재나 금속으로 준공표지판을 제작해 공사명과 기간, 발주자와 시공, 설계, 감리, 현장감독, 기술 준공검사자의 이름을 명기해 영구적으로 남게 함으로써 공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아가 부실 공사를 막는다는데 그 뜻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공사실명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미 조선후기부터 공사실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초에 수축된 한양 도성의 경우 천자문의 순서에 다라 몇 백척씩 구간을 나누어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을 성벽의 기단석에 새겨 놓았고, 왜국의 침입에 맞서 축조한 남해안과 서해안의 연변 읍성 기단석에도 공사 책임자와 투입된 인부수, 출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