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요즘 식으로 얘기해 보자. 스포츠선수는 기록을 남기고, 예술가는 작품을 남기며, 장삿치는 이익을 남기고(?), 부자는 돈을 남기고, 가난한자는 가난을 남기며, 권력은 비리를 남기고... 그렇다면 시인은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당연히 시를 남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계신 어떤 시인은 훌륭하고 고운 시(詩)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소중한 인간심성의 아름다움을 본보기로 남겨주실 것 같다. 그 분은 오랫동안 병상에서 투병중이신 문단의 원로 시인 구상 선생이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할 때라면 몰라도, 내 몸 아프고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투병의 와중에 나 아닌 남의 고통을 끌어안는다는 건 여간해선 하기 힘든 일이다. 아, 시인의 마음씀씀이가 역시 소인배와 다르구나. 일찍이 구상 시인께서 장애인 문제에 남달리 관심이 많으셨고, 그중 특히 장애인 문학도들을 보살피는 일에 열정을 쏟아오셨던 것이 이번에야 비로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노시인은 건강이 악화되기 전 장애인들을 위한 문학잡지 ‘솟대문학’(발행인 방귀희)에 2억원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화성행궁이 복원됐다. 화성행궁은 말그대로 화성에 있는 행궁(行宮)이다. 행궁은 임금이 궁궐을 떠나 역대 선왕들의 능원(陵園)을 참배하거나 요양을 위해 휴양지를 찾아 갔을 때, 전란으로 말미암아 피신할 때 쓰여진 임시 거처를 말한다. 화성행궁은 1789년에 착공, 1790에 완공됐었다. 당시 칸수는 340칸으로 조선 최대의 행궁이었다. 그러나 1910년 조선을 강점한 일제는 ‘조선읍성철거시행령’을 발동해 전국의 300여곳의 읍성을 철거하고, 뒤이어 궁성을 철거했는데 이때 화성행궁도 서울의 경복궁과 함께 뜯겨나갔다. 일제의 궁성파괴는 조선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그 화성행궁이 1790년 최초로 세워진 때부터 따지면 213년, 일제에 의해 파괴된 때로부터 따지면 87년만에 수모의 역사를 뛰어넘어 복원되었으니 장엄한 부활이 아닐 수 없다. 화성 행궁의 복원은 단순히 말살당했던 문화유산을 재현시켰다는 재건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조선시대 내내 서울의 변방으로 인식된 수모에서 탈피해 수원과 수원시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실종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분단조국의 통일에 대비하는 정신적 기반으로 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어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노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연루 사건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는 의미에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의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그렇게 마땅하지 않지만 국민투표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중이며 “어떻든 공론에 붙여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신임 시기에 대해 “역시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에 미칠 영향이 가장 적은 시점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시기가 늦더라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자신의 재신임 의사를 직접 피력한 것은 헌정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노무현 정부가 정권차원의 위기의식에 봉착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각오를 밝힌 직접적인 이유는 그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연루와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압박한 것은 나날이…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저런 시도가 거의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 게 또한 오늘날의 현실이다.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정부는 점점 더 강력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세금만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파트가 재산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단지 기본적인 주거형태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부동산 가격 급등지역 아파트의 재산세를 대폭 인상하고 투기지역에 대한 은행의 주택 담보비율을 낮추는 등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해서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이번 대책은 집값 붕괴를 각오한 반시장적인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기적으로 수급을 맞추는데 초
독일의 통일은 위대하다 못해 아름다웠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 처지로 볼 때 더욱 그렇다. 독일 통일에 대해 ‘흡수통일’이라는 주장과 ‘합류통일’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전자는 서독 주도의 통일을 말하고, 후자는 어느 일방의 주도가 아니라, 서독과 동독 국민의 통일 공감대가 합치되면서 성공한 통일라는 주장이다. 독일인들은 아데나워 전 수상을 ‘독일재건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것이 아데나워의 통일 공드리기는 천지신명이 감동할 정도였다. 그가 동독으로 건너가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무릅을 끓고 땅에 키스하는 장면은 어느 대스타도 연출할 수 없는 세기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아데나워는 통일조국을 오래 지켜보지 못하고 지하에 잠들고 있다. 그의 묘지는 공동묘지 한 쪽에 놓여있다. 독일인은 그를 무한히 존경하지만 거창한 묘지가 그 존경심을 대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인강의 기적을 낳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 수상 에르하르트 역시 자그만한 여관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단독주택이나 풍광이 빼어난 별장에서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무릇 국가 지도자는 청렴이 첫째 덕목이다. 지도자가 깨끗해야 공직자와 국민이 깨끗해질
제84회 전국체전이 오늘 전주에서 개막돼 7일간의 열전이 펼쳐진다. 경기도는 라이벌 서울시를 제치고 종합 우승 2연패를 노리고, 인천시는 중상위권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 체전의 캐치프레이즈는 ‘가슴열어 하나로, 힘을 모아 세계로’다. 가슴을 열자는 갈등의 벽을 허물자는 뜻이고, 힘을 모으자는 일체감의 강조다. 우리는 체전 때마다 가슴에 와닿는 구호를 내걸고, 민족의 화합과 국력의 결집을 시도해 왔다. 올해도 그 염원은 마찬가지다. 말따로 행동 따로가 아닌 언행일치의 체전이 됐으면 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스포츠는 승리보다 참가에 뜻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웅을 겨룰 수밖에 없다면 이기고 봐야 한다. 경기도 선수단은 1천777명으로 전국 최대규모다. 이는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지난해에 이어 종합우승 2연패를 이룩하겠다는 필승 의지를 대변한다. 1천만 경기도민은 그 꿈이 반듯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정상은 차지하기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벌 서울은 경계 대상이다. 서울선수단은 제76회 체전에서 우승을 차지 한 이래 8년만의 재도전인 만큼 접전이 예상된다. 그렇다
삼성전자 수원디지털밸리의 임직원 2만5천여명이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대축제’는 신선한 화제가 되고도 남는다. 6일부터 20일까지 보름동안 열리는이번 축제는 두가지 면에서 뜻이 깊다. 첫째는 봉사단원의 숫자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2만5천명의 임직원이 몽땅 봉사축제에 참가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더러 거사적(擧社的)이란 이름만 내걸고 실제로는 소수의 사원들만 참가한 봉사활동은 있었지만 도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는 봉사형식과 질(質)의 측면이다. 주최측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보면 독거노인 영정사진 촬영과 집고쳐주기, 건강을 위한 체육 등 경로봉사와 시각 장애인과의 동반 등산, 쟁애아들과 떠나는 가을나들이, 소아암 어린이 돕기 사랑의 바자회까지 블루칼라들로서는 생각해 내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획면에서 빈틈이 없는데다, 봉사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세심한 배려를 한 점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다시피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곤층의 고통은 너무 크다. 그 가운데서도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노인과 장애인들은 모두로부터 외면당한 채 하루살이가 힘겨운 처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공인된 자랑스런 문화 유산인 한글, 오늘이 바로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557돌 한글날이다. 그런데 외국학자들도 찬사를 보내는 한글을 모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하게 홀대하고 있다. 그 홀대를 더 이상 볼 수 없음이었던지‘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은 매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아 한글사랑을 개도하고 있다. 이 단체의 2003년 한글 훼방꾼 후보에는 한때 청와대가 끼여 있기도 했다. 청와대가 국정프로세스 비서관 무슨무슨테스크포스팀 등 비서관이나 담당업무의 명칭을 영어식으로 표기한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밖에 한글 홀대의 예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거리의 간판이 외래어의 온상이 돼버린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고, TV오락프로그램의 엉터리 한글자막, 외래어가 아닌 ‘외계어’로 불릴 정도의 인터넷 게시판과 채팅방에서의 한글오염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근래 몇몇 시민단체에서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놓고 있다. 노는 날 하루 더 만들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한글날 하루라도 한글사랑을 실천해 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참고로, 2003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명단은 다음과 같다. ‘우리말 지킴이 10’
청계천 복원을 통해 서울 중심에 친환경적 도시공원를 만들기로 한 서울시의 계획은 시대적 흐름에 걸맞는 정책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청계고가도로 철거 작업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민 대다수는 서울시의 계획에 동의하고 있다. 이렇듯 도시와 도로의 기능과 역할은 시대적 흐름과 현실적 목적에 의해 언제든지 개조, 변화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도로기능의 변화가 필요한 곳이 또 있다. 바로 경인고속도로가 그에 해당된다. 국내 최초로 개통된 경인고속도로가 차량속도가 떨어지고 도심을 단절시키는 등 제 구실을 못해 일반도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고속도로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최소한 인천구간(시점∼부평I.C, 17.6㎞)만이라도 일반도로로 전환해서 주민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인고속도로는 정시성을 잃은지 오래인데다 고속도 주변 교통체증 유발, 지역 단절, 도심 기형화 초래 등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켜 해결하는 길은 일반도로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는 주장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현재 왕복 6∼8차선인 인천 구간을 일반도로로 전환할 경
“인류역사에 깊은 영향을 끼친 3개의 사과가 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윌리엄텔의 사과’가 그것이다.” 20년전쯤 읽었던 사회과학 주변서적에 나오는 얘기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알던 얘기지만 사과의 의미는 그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기억이다. 책은 3개의 사과가 각각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략 이렇다. 먼저, 성경 창세기의 ‘이브의 사과’의 의미다. 인간의 불행은 신의 뜻을 거스른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거역의 주체는 여성이다. 그리스신화에도 비슷한 상징체계가 등장한다. 역시 꽤 알려진 ‘판도라 상자’가 그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와 이브의 사과는 공히 인류에 재앙을 몰고 온 ‘여성의 호기심 혹은 경솔함’을 상징하고 있다. 세상에 이토록 지독한 여성비하적인 사상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게 바로 기사도정신과 페미니즘의 본산인 서구사상의 양대 축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밑바탕에 깔린 지독한 편견이다. 다음, ‘뉴턴의 사과’는 과학의 진보를 상징한다.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정원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뉴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