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맑 이찬갑(李贊甲)이 광주리에 샛밥을 이고 가는 아낙네를 보고, “머리 위에 우주를 이고 가네.”라고 했듯이 먹는 것, 즉 양도(糧道)는 우주에 견줄만한 것이다.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농민운동가 이경해(李京海)씨가 자살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시장 개방 압력에 대한 반대를 위해서였다. 이씨는 농업강국이, 농업 약소국가를 못잡아 먹어 안달복달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하나뿐인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 것이다. 그의 목숨은 위기에 처한 ‘세계 농업’의 제단에 바쳐졌다. 이찬갑의 말대로라면 그는 우주로 비유되는 샛밥 즉 ‘우주’를 지키기 위해, 우주와도 바꿀 수 없다는 목숨을 초로와 같이 버린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이씨의 죽음을 ‘순교자’로 표현하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말아야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진행되던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할복한 적이 있을만큼 농업 사수에 관한한 양보가 없었다. 그는 3백만 한국 농민을 대신해 자결했지만 그 영향은 전세계 농업과 농민에게 미치고도 남을 것이다. 유엔은 그를 ‘올해의 농민’으로 정했고, 그의 장례식은 오늘(15일) ‘세
성남시의 모란장은 너무 유명하다. 때문에 성남하면 모란장을 떠올리게 되고, 모란장하면 성남시의 상징으로 여길 정도다. 모란장은 군사정권시절인 1964년 성남동 성남대로변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무허가 사설시장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끝자리 4일과 9일마다 닷새만에 꼬박꼬박 장을 열다보니 5일장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1990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오면서 성남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5일장으로 자리 잡았다. 말이 5일장이지 사실은 1년 열두달 개장하는 상설시장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란시장은 쇠락해가는 재래시장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겉으로 화려한 모란장이 지금 안으로는 극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성남시가 모란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작정으로 궁리중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모란장이 차지하고 있는 장터가 복개도로인데다 교통에 방해를 주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성남시 입장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모란민속5일장 활성화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전 예정부지가 그린벨트인 까닭에 장터 부지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 결론을 얻는데 그쳤다. 이렇듯 성
제14호 태풍 매미가 추석 연휴 남부지역을 강타하면서 남긴 상처와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우선 사망·실종자가 1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재산 피해의 규모는 아직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 1959년의 ‘사라’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태풍 매미는 폭우와 함께 강한 바람을 일으켜 더욱 큰 피해를 입혔다. 순간최대풍속이 60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무려 147만 가구에 정전사태가 빚어졌고, 또 해일이 겹쳐 경남 마산에서는 역류한 바닷물이 상가 지하를 침수시켜 10-20여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우리나라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농업개방 반대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보가 날아든 그 이튿날 태풍까지 겹쳐 우리네 농심은 이레저레 상처만 입고 말았다. 안그래도 여름내 비가 잦아 가을걷이가 신통치 않을 것을 것으로 우려하던 참이었다. 설상가상이 따로 없는 지경이다. 피해를 입은 건 농촌 뿐만이 아니다. 각 산업계의 피해는 그 규모면에서 농촌의 피해를 압도한다. 우선, 고리 원자력 1-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5곳이 가동을 중지함으로써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
사람과 사람의 거리, 사람과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을 ‘언어’로 보는 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이때의 거리를 ‘대화의 거리’라고 말한다. 대화의 거리는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예(禮)의 거리다. 이때의 거리는 신분에 걸맞게 서로 예의를 지키는 거리로, 셋 중에서 가장 멀다. 두 번째는 평상 거리다. 남남 사이에 유지하는 거리로, 상대방이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서 대화하기 편한 거리다. 세 번째는 친밀 거리다.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친밀감을 나타내면서 상대방의 정을 확인하기에 알맞은 거리로 가장 가깝다. 어떤 심리학자는 인대인(人對人)의 거리를 수치로 나타낸 적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일 때의 거리는 60~70cm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거리 안으로 파고들면 위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끼리일 때는 25cm 이내가 한계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너무 근접하는것은 협오감과 함께 거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끼리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한마디로 눈 먼 거리다. 눈 먼 거리보다 더 가까운 것이 무아지경의 거리다. 오해는 친밀거리부터 시작된다. 잊지도 않았던 일이 있었던 일처럼 확대 생산되고 마침내는 황색신문의 가십거리가…
아직 가을 분위기조차 나지 않는 가운데 어느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추석은 의외로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추석은 불황의 여파로 오히려 추운 추석이 될 듯하다. 예년 같으면 ‘명절대목’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을 상인들은 경기침체로 울상을 짓는다. 잦은 비로 한껏 뛰어 오른 과일 등의 제수용품 가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볍기만 하다. 귀성객들의 주머니사정 또한 불문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휴가 5일간이나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 연휴가 길면 길수록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외로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가장 확실하게 불어닦친 곳은 사회복지시설 등이다. 소외계층과 불우이웃들에게 이번 추석은 그야말로 잔인한 추석이 될 듯하다. 특히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관계자들은 근래 심화된 사회적 무관심의 여파가 이번 추석은 물론 연말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디다 안타까움을 호소할 수도 없으니 그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아예 정부와 이웃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와 있지도 못한 채 방치된 사람들도 있다.
학교 발전기금과 찬조금을 불법으로 조성해 제멋대로 쓴 초·중·고 84개교가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불법으로 모금한 학교는 올해 7개교, 지난해 77개교로 나타났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교내에서는 국가 또는 교육청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기금이나 찬조금은 일체 모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버젓이 불법 모금을 했다. 이런 사실은 학교당국이 누구보다도 더 잘안다. 우선 학교장이 알고, 교사가 알며 심지어는 학생들과 학부모까지 안다. 오직 학교 밖의 사람들이 모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잘못 짚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가 알고 있는데 비밀이 누설 안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오늘날 학교 경영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예산은 한정되고 교육 수요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라 돈에 대한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진·선·미와 양심과 정의를 가르치는 학교의 운영진과 교사들이 앞장서서 불법을 획책한 것은 정당화 될 수 없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비난 받아 마땅하다. 도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된 학교가 84개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보다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아무려나 이
님비증후군(Nimby syndrome)이란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라는 영어구절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뜻은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는, 유해시설 설치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늘어나는 범죄자, 마약중독자, AIDS환자, 산업폐기물, 핵폐기물 등 각종 사회병폐를 수용하거나 처리할 시설물을 설치하려 할 때마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거센 반발을 보이는 현상을 정의하는 말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마약 퇴치센터나 방사능오염 쓰레기처리장 같은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시설들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자기 중심적, 공공성 결핍증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각 도시와 지방마다 쓰레기를 남에게 떠맡기려고 하거나 기타 혐오시설을 설치하는데 강력 반대하는 등의 님비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바나나증후군(banana syndrome)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 지역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일컫는 용어로 임피현상(IMFY[In My Front Yard]…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두 기업의 기업활동 결과, 즉 매출과 순익, 주가변동 등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두 기업의 가치와 능력을 단순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두 기업은 기업문화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노사문화를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최소한 그 점에서만 비교한다면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보다 최소 20년 이상 앞서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 계열사들은 매해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노사갈등 와중에 생산차질이 비일비재했고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홍역은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 전자 뿐 아니라 삼성의 전 계열사에 노조가 없다. 삼성의 무노조신화는 1등주의와 관리경영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은 바야흐로 21세기다. 이제 노사협력은 기업 경쟁력의 요체가 되었다. 따라서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오히려 시대역행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영원한 신화는 없다. 모든 신화는 현실속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무노조신화가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실패한 신화로…
자치단체가 시민을 위해 해야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각종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는 일부터 교통, 주거, 교육, 환경, 치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매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중소도시의 경우는 폭증한 행정수요를 감당 못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말로는 행정의 근대화와 과학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60년대식의 주먹구구식 행정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구태행정에서 탈퇴해 주민위주의 행정자치를 시도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흥시가 시민과 도시를 유해환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건강 도시만들기’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자주 듣던 말이라 또 한번 해보는 소리겠거니 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우선 시흥시가 건강도시만들기 프로그램을 입안하면서 썩 잘한 일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같은 프로그램은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도움없이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난도의 과제라는 것을 알고,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에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용역팀은 첫째 지역의 기초건강조사, 둘째 노인보건의
대만의 지인으로 부터 ‘일소오다법(一少五多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일소(一少)’란 적게 먹어라.‘오다(五多)’는 첫째 ‘다동(多動)’. 많이 움직여라. 둘째 ‘다휴(多休)’. 되도록 많이 쉬어라. 셋째 ‘다망(多忘)’. 웬만한 것은 빨리 잊어 버려라. ‘다설(多泄)’. 많이 배설하라. ‘다접(多接)’. 되도록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라다. 이후 필자는 이를 고지식할 정도로 지키고 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최근에 다소 변형된 ‘일무 이소 삼다법(一無二少三多法)’이란 것이 생겨났다. 도쿄자혜회의과대학(東京慈惠會醫科大學) 건강의학센터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이다. ‘일무’는 무연(無煙)이다. 금연을 말한다. 담배의 해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소(二少)’는 ‘소식(小食)·소주(少酒)’를 말한다. 과식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술도 과음해서는 안되다. 적당한 주량은 청주 1홉, 맥주 1병, 소주나 위스키는 더블 1잔 정도가 이상적이다. ‘삼다(三多)’는 ‘다동·다휴·다접’으로 앞의 것과 같다. 일소오다법에는 ‘다망’과 ‘다설’이 들어 있는데 일무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