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낯선 청춘의 감정을 아름다운 미장센(Mise-en-Scène,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무대 장치 및 구성)으로 그린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창작 초연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길버트 아데어의 소설 ‘The Dreamers(원제:The Holy Innocents)’를 원작으로 프랑스 68혁명 당시 청춘들의 불완전함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03년 개봉한 영화 ‘몽상가들’은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극의 배경이 되는 1968년 프랑스 파리는 학생들의 시위로 혼란스러웠다. 학생들은 교육 개혁과 자유를 요구했고 노동자와 연대해 전국적인 총파업을 이끌었다. 몇 주 동안 프랑스 사회는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이는 이후 프랑스의 사회 구조와 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는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의 영향으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영감과 비전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제작됐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피아니스트를 쏴라’, ‘쥘과 짐’ 같은 예술적인 영화를 비롯해 정치적 급진주의와 혁신, 구조주의적 실험, 도덕적 감수성을 다룬 작품들이 봇물을 터지듯 탄생했다. 수많은 시네필(영화광)과 시네마테크(상영관)는 프랑스 문화 산업을 만들어갔다. 극의 주인공이자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시네필인 프랑스인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68년 파리의 대학생으로 자유롭고 이상적이며 낭만적이다. 시네마테크를 중심으로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으며 프랑스 영화 보존과 복원의 선구자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의 해임을 반대하며 정부의 통제에 반대했다. 혁명이 발발하자 그들은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어 숨어든다. 영화를 사랑했지만 막상 혁명이 일어나자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떨어져가는 생활비, 동료들의 희생, 현실적인 압박에 용기를 내 거리로 나선다. 시위 현장에서 ‘매튜’는 총에 맞아 죽고 ‘테오’와 ‘이사벨’은 군부에 쫓긴다. 극은 이런 세 청춘의 불완전함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혼란스러움과 내적 갈등, 성장하는 자아를 현대적 춤과 시각적 장치로 구현한다. 얇은 커튼 뒤로 보이는 침대와 집은 그들의 순수함과 이상향을 나타내고 날아드는 돌멩이과 쌓여진 의자는 혼란스러운 외부 시위 현장을 나타낸다. ‘정치적 혁명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혁명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68혁명에서 그들은 투쟁한다. 안전한 집을 나서 그들이 사랑한 영화와 예술을 위해 싸우고 권위주의와 전쟁, 정부, 인권침해에 반대한다. 청춘의 열정과 열망은 사회 운동으로 이어지며 위태롭게 빛난다. 극을 연출한 천유정은 “찰나에 빛나고 사라지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며 “뮤지컬 무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1968년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가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몽상가들’의 미장센을 뮤지컬의 무대 언어로 구현하려는 흔적이 돋보이며 청춘들의 불안과 열망, 사랑과 우정, 미숙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배우들의 몽환적 연기로 전달된다.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12월 8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올해 김장 비용이 전년 대비 10%가량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8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4인 가족이 김장 재료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11월 15일 기준)은 33만 1500원으로 전년(30만 1000원) 대비 10.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배추와 무 가격 상승이 김장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할인 지원을 제외한 배추 20포기 가격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10만 원을 기록했으며, 무 10개 가격은 무려 2배나 뛰어 3만 원에 달했다. 쪽파와 총각무 가격 역시 각각 66.67%, 12.50% 상승했다. 다만 대파 2단 6000원(-25.00%), 생강 800g 7000원(-30.00%), 천일염 5㎏ 1만 원(-28.57%) 등은 작황 호조 등으로 가격이 하락했고, 깐마늘 2.4㎏과 멸치액젓 1㎏은 각각 2만 4000원, 6000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대형마트에서의 김장 비용 또한 39만 9430원으로 9.03% 증가하며,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배추 20포기 가격은 11만 5800원으로 전년 대비 20.88% 증가했고 무 10개 가격은 3만 6900원으로 106.15%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쪽파 2단 가격은 3만 2800원으로 전년 대비 37.82% 증가했고 총각무 3단의 가격은 1만 5000원으로 11.11% 가격이 늘었다. 대파 2단 6980원(-27.14%), 생강 800g 7960원(-16.91%), 천일염 5㎏ 1만 8500원(-18.50%) 등은 가격이 하락했다. 주재료 중 가장 큰 가격변동률을 보인 품목은 무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가격이 크게 뛴 쪽파는 김장철에도 전년 대비 66%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금배추 논란이 지속됐던 배추는 지난해보다 25% 가격이 올랐다.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배추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진단이다. 다만 지난 주말부터 호남지역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정부 및 유통사 할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배추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부재료 등 기타 김장 재료는 작황이 좋고 정부 비축 물량까지 공급돼 가격이 계속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재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춧가루는 올해 생육이 양호하고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고 소금도 올해 생산량이 증가하며 5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배추 가격은 생산 시기와 지역에 따른 품질 차이를 고려할 때 지난해와 비교해 아직 비싼 편"이라며 "김장용 배추로 적합한 속이 더 차오르고 수분이 빠진 좋은 배추를 구매하려면 평소보다 1~2주 늦게 김장하는 것이 지혜로운 김장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김장재료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을 예년보다 10일 이상 빠르게 내놨다. 배추 2만 4000톤(t), 무 9100t 등 계약재배 물량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 공급하고 비축 물량 또한 시기별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한다. 농수산물 할인 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대 50%까지 경감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김장 적기는 일평균 기온이 4도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될 때를 말한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올해 중부지방은 평년보다 늦게, 남부는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 11월 하순부터 내년 1월 초순까지 김장 적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최근 갈등을 겪고 있는 경기대학교가 정이사 선임을 앞둔 가운데 과거 비리혐의가 밝혀진 전 총장의 친인척들의 이사진 선정 계획이 알려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대 구성원들은 정이사 추천과 관련해 절차상 하자가 없는지 검증을 거쳐 적격인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8일 경기대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 지회는 김영호 교육위원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 등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교육경영자로서 부적격인 자, 특정 대학 출신의 의혹 당사자들, 개방형 이사의 법 취지에 맞지 않는 타 대학 재단 이사장인 이사 후보는 제외돼야 분규 없는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립자 측이 정이사에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법을 따지기 이전에 수긍이 가는 사항"이라면서도 "가정폭력, 학교경영권원 불법수임, 학력 허위기재, 불륜 및 자녀 양육포기 등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부적격인 손원호 후보를 선임한다면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대학 출신들이 정이사 후보에 다수 추천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방형 이사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경기대 분규 핵심 인물도 추천돼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교육부에서 정상화 관련 구성원 의견을 청취한다며 공문을 보낸 날짜가 8월 1일인데 의견을 청취하러 온 날은 13일"이라며 "방학 중 휴일 제외 불과 7일 만에 의견을 진술했다"고 정상화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졸속 정상화를 추진해 대학의 분규를 촉발한 책임자를 가려 엄벌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대 정상화를 위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과 이달 6일 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두 차례 연속 연기됐다. 차기 사분위 회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송도석산에 위치한 ‘INCHEON(인천)’ 경관조명이 새로운 테마색을 입고 재탄생한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색을 활용한 8가지 테마의 새로운 경관조명을 오후 6시부터 운영한다. 송도석산은 제2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입국하거나 서해대로 94번길 등 이용자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내·외국인에게 인천의 도시브랜드를 홍보하기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존 경관조명은 노후화로 운영이 중단돼 야간시간대 조망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시는 운전자의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색 조명을 기본으로 하는 경관조명을 새롭게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천의 바다·자연·새벽·노을·과거·미래·가치·문화 등 8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조명의 동적 연출 효과를 부분적으로 가미해 도시브랜드 홍보와 야간경관 조성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야간 차량·인원의 통행시간 등을 고려해 오후 6시부터 11시에 경과조명을 운영할 예정이다. 다음 달 말까지는 시범운영을 통해 유지관리와 연출효과 등 관련 사항을 점검한다.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INCHEON’ 경관조명의 신규 연출로 폐채석장인 송도석산의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인천의 도시브랜드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관문 도시로서의 인천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1994년 이후 국내에서 멸종된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서 또다시 발견됐다. 18일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화동습지와 주변 논경지 일대에서 7일째 머물고 있는 황새 104마리를 관찰했다. 이 단체는 100여 마리의 황새가 국내 한 지역에서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해당 황새 무리가 중국이나 국내 월동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백령도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했다. 백령도에서는 2014년 황새 17마리가 화동습지와 백령담수호에서 발견됐다. 2020년 이후로는 해마다 관찰되고 있다. 화동습지 일대는 황새뿐 아니라 먹황새,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저어새 등 국제 멸종위기종이 자주 관찰되는 지역이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번 관찰로 화동습지 일대가 조류의 중요한 서식지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며 “인천시와 정부는 화동습지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새는 러시아의 아무르강 유역, 중국 북동부의 산지앙 평원 등과 같은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봄과 여름철에 번식한다. 이후 한국과 중국 남쪽의 보양호 등 대규모 월동지에서 주로 겨울을 보낸다. 국내에서 멸종된 뒤 한국교원대학교는 1996년 황새복원연구센터 설립, 같은 해 러시아에서 황새를 도입해 인공 부화, 인공 번식 등을 추진해 왔다. 2015년부터는 예산황새공원에서 120여 마리 황새를 방사해 국내 텃새 황새복원연구를 진행 중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지인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대면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 제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주들의 '대출 보릿고개'도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15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일부 비대면대출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으나,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서민금융상품 및 소액급전대출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은 총 5곳으로 늘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 비대면대출 3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후 지난 5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비대면 판매를 추가적으로 막았다. 신한은행도 지난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모든 비대면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권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 9000억 원 증가해 전월(5조 6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연말까지 적용되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조치가 자리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초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자체 가계대출의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을 2% 이내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5대 시중은행 중 4곳이 이미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지 못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금리 조정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국내 20개 은행의 행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은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대금리차를 직접 점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가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차주들의 자금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중단되고 있는 만큼, 급전 수요에 대응하려는 차주들의 혼선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연간 총량 관리 수치를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비대면 대출 창구를 계속 열어놓으면 실수요자를 심사하는 데 더 어려움이 있어 한시적으로라도 채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 대출 문턱이 연말까진 높아 소비자 불편이 심화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은행들도 별다른 해법이 없어 차주들이 불편하더라도 대출 가능한 은행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국내 주요 그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체제 마련에 나섰다. 외국인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오너가 전면에 직접 나서는 등 파격적인 인사가 특징이다. 또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형성한 네트워크를 부활시키고, 해외 대관 조직을 강화하며 불확실성이 큰 국제정세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5일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호세 무뇨스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미주대권역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외국인이 CEO로 선임된 것은 현대차 창사 이래 처음이다. 무뇨스 신임 CEO는 도요타, 닛산 등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을 맡으며 북미 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북미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165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한 최대 시장이다. 또한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 올해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에 합류해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기아의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실시, 서둘러 전열 정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있다. 올해 1~10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603만 대인데, 이 가운데 미국 판매는 139만 대로 전체의 23%다. 또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 속 대미(對美) 전략을 강화하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모든 제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등 바이든 정부와 크게 달라진 무역·통상 정책을 예고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 그룹의 수장이 핵심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계열사 최고위직을 맡는 흐름도 포착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핵심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회장직을 새로 맡았다. 김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김창범 부회장도 새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김 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미 방산 수출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부문 창원사업장을 방문하며 방산 사업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K방산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미군은 해외에서 자주포 도입을 추진 중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로 대형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K-9 자주포의 미국 수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국내 재계 대표적인 미국통 인사로 꼽히는 김 회장은 앞선 트럼프 1기 취임식에 초대받는 등 ‘트럼프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와 오래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메모리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11조 원 가량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로, 지난 2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AI 규제 대폭 완화, 민간 주도 AI 개발 장려 정책 기조를 보여준 만큼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솔리다임의 eSSD가 트럼프 재집권 시 증폭될 ‘AI 골드러시’에서 ‘곡괭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LG그룹도 이르면 다음 주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이사가 대폭 교체된 만큼, 다른 그룹에 비해 사장단 교체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올해 재계 인사의 주요 트렌드는 조기 인사”라며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경제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대비하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아울러 4대 그룹은 해외 대관조직도 강화하며 인맥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재계의 소통을 맡은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인사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초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으며,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가동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송도국제도시 재미동포타운 입주민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내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공터에 정주지원시설이 들어선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계획이 없어서다. 게다가 아파트 개발 이익금까지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국제학교 설립비용으로 쓴다는 계획(경기신문 11월 12일·13일자 1면 보도)에 분노하고 있다. 재미동포타운 1·2단계 사업 종료 후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정주지원시설을 짓겠다던 분양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4년 8월 재외동포의 국내 정주를 돕기 위한 주거시설 조성사업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인천글로벌시티를 설립했다. 1단계 사업을 앞둔 같은해 12월 26일 인천경제청과 인천글로벌시티는 ‘송도 재미동포타운 조성사업 관계사간 업무 약정’을 맺었고, 정주지원시설 설치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주민들은 내년 6월 재미동포타운 2단계의 입주가 시작되면 아파트 앞 주차장 부지이자 공터로 비어 있는 송도동 158-1번지에 정주지원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입주까지 7개월여 남은 현재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주민들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도출한 해당 부지의 세부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지상은 송도를 가로로 연결하는 녹지축으로 구축해 햇무리공원~해누리공원~해맑은공원~해돋이공원의 녹도로 연결하고, 지하는 친환경 지하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안이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해당 제시안은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이 수반되는 사항으로 소관부서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개발이익의 확정이 예상되는 시기가 2단계 사업 종료 후라는 점을 들어 정주지원시설의 설치는 그 이후 검토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아직까지 계획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10월 2단계 조성사업 시공사를 1단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아닌 포스코이앤씨로 변경하면서 1단계 주민 대상 설명회에서 약속한 점도 이행하지 않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인천글로벌시티가 설명회에서 서로 다른 아파트 브랜드의 이질감 극복 및 단일 단지로의 조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제시된 방안으로는 2단계 아파트 입주시점에 맞춘 1단계 아파트의 재도색이었다. 아파트 입주자 A씨는 “정주지원시설을 지어 준다더니 1년도 안남았는데 아직 어떤 계획도 없다”며 “재도색 약속도 정확한 증거자료가 없다고 이행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주민들은 탄원서 제출을 비롯해 해외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 재미동포타운 정주지원시설의 계획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단계 아파트 재도색과 관련해서는 시공이 완료된 1단계 아파트 외벽 도색에 인천경제청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도색 관련 구두 확약한 사실이 있는지 인천글로벌시티 측에 확인 요청했으나 관련 확약 사항을 찾고 있다고 답변 받았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 기자 ]
경기도 내 빛공해 관련 민원이 연 1000건을 웃도는 가운데 빛공해의 ‘주범’인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 설치를 도가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내년 3월까지 광교개발이익금 100억 원을 들여 경기융합타운 내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복합시설관 외벽에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디어파사드는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 등을 설치, 실외 공간을 대형 스크린처럼 활용해 미디어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도는 이같은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도정 홍보 방식을 구축하고 향후 오픈 공간으로 개방해 지역 주민, 단체 등이 공연도 개최할 수 있는 복합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디어파사드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빛공해 등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도의 사업도 관련 우려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1일 울산시는 태화강 용금소 스카이워크에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는 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빛공해, 교통사고 유발 등을 이유로 재검토 주문을 받았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7일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송도 석산 미디어파사드 설치사업비 8억 원을 불용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도 사업 역시 빛공해, 주민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도의회의 지적을 받았다. 유영일(국힘·안양5)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미디어파사드는 복합시설관 근무자와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빛공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광교지역 주민들의 동의절차가 중요하다”고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업비 재원이 광교개발이익금인 만큼 지역민들의 의견이 중요한데 도내 빛공해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GH 본사의 구리시 이전이 내년 중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GH 복합시설관이 매각될 경우 생기는 문제도 우려된다. 도는 복합시설관 소유자인 GH에 수수료 등을 지불하고 미디어파사드를 도 소유로 하는 방식을 추진 중인데 건물 매각 등이 시설 운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GH 관계자는 구리 이전에 대해 “아직 행정 절차 단계로 어떤 부서가 배치될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광교 사옥은 임대, 매각, 임대 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도는 사업 관련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점 등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도의회, 관련 지자체 등과 최대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계삼 도 도시주택실장은 “지난해 11월 수원시에서 실시한 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493명) 결과 88%가량이 동의했다”며 “(설치를 추진하는 외벽이) 위요된 공간이라 주민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23년 경기도 빛공해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도에서 발생한 빛공해 관련 민원은 1579건으로, 이 중 광고조명으로 인한 민원이 890(56.4%)건을 차지했다. [ 경기신문 = 이근 기자 ]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용인서부소방서 신청사 건립지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인시의 의견 수렴 등 협의 없이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소방당국 의견에 따라 다른 구역에 용인서부소방서 부지 등을 확보해 둔 용인시는 당초 소방서 부지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용지 계획의 수정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7일 경기도의회와 경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19일 용인 흥덕지구에 용인서부소방서 신청사를 건립하는 내용의 ‘용인서부소방서 신청사 건립 추진 계획’을 결재했다. 용인서부소방서 건립 사업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원에 약 577억 원(토지 198억 원·건축 379 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5500㎡의 규모의 소방서 신청사를 2029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도와 소방당국은 ‘경기도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안에 소방서 건립 예산을 편성했고 소방서 설계 공모, 공사발주 등 남은 행정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소방당국이 소방서 건립지 변경과 관련해 용인시와 협의를 하는 등 별도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용인시는 용인서부소방서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소방관서 보강계획에 따라 플랫폼시티 사업 구역인 기흥구 마북동 일원에 소방서 부지 9901㎡를 확보해 둔 상태다. 용인이 지역구인 강웅철(국힘·용인8) 도의원은 지난 15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은 소방본부의 결정에 대해 “110만 용인시민을 ‘패싱’했다”고 거듭 질타했다. 그는 “용인시와 시민을 패싱하면서 (건립지 변경을) 결정해야 했는가”라면서 “소방서 부지 결정은 주민 생명·안전과 밀접하기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호 경기소방본부장은 “(용인에) 소방서 신설이 절실한 상황에서 플랫폼시티 구역 내 소방서를 건립할 경우 준공이 늦어지고 예산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소방서 건립지를 (흥덕지구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도와 도의회는 지난 7월과 9월 소방서 건립지 변경 내용이 담긴 계획안을 각각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소방당국이 용인서부소방서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와는 소방서 건립지 변경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용인시의 설명이다. 때문에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구역 내 소방서 부지 활용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용인시 관계자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소방서 건립지 변경에 대해서는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플랫폼시티 구역 내 소방서 부지로 쓰일 예정이었던 공공시설용지의 용도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소방당국과) 지난 2월까지 플랫폼시티 내 소방서 건립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었고 최근까지 구두로든 공문으로든 소방서 부지와 관련된 내용을 통보한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