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은 독특하다.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 폭탄 정책을 통해 미국 이익을 추구하려고 든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방식을 좋아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K-배터리 3사, 현대차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립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관세 폭탄으로 설정하였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고관세 투척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미국 내 지지 세력을 위한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IRA 폐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 높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 폐지 의사도 피력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거센 폭풍이 한국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미국 투자에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차그룹도 IRA가 폐지될 경우, 경쟁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20%’라는 국가별 관세를 부과하며, 철강·알루미늄(25%), 자동차(25%)·반도체(25% 이상)에도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다. 오는 4월 2일 이후에는 각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기반으로 양자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관세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철강·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우리나라 대외 수출의 주요국이기에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미 정부는 관세 폭탄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TSMC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미국에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겨냥한 조치이다. 한국은 지난해 658억 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보았다. 상호관세는 고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문제 삼고 있다. 타깃 국가들과 일대일 협상을 위한 도구로 상호관세를 활용할 것이다. 비관세 장벽은 환율, 부가가치세, 각종 불공정 규제 등이 포함된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거래주의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정부는 조선산업 등 경제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협상카드로 제시하여 관세 폭탄 충격을 줄이는 한편, 미 정부가 지적하는 비관세 장벽 문제에도 철저한 대비를 통해 향후 양자 협상에서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하며, 기업들도 수출시장 다변화, 첨단 기술력 강화, 노사협력관계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후보자를 머슴쯤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더 잘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선거 기간 20일 남짓 동안은 머슴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마다 자기가 나랏일을 가장 잘하는 머슴이라면서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걸기에 더욱 헷갈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살펴보면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자는 다름이 아닌 국민임을 밝히는 법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부합한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간략하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표현한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國)民主(人)主義’이다. 즉,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념’으로 자해(自解)해 보았다. 그러나 후보자가 일단 선출되면 국민과는 상상을 초월한 신분 격차가 생긴다. 원래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공복(公僕)으로부터 다스림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국민을 백성 민(民)으로 표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백성 민’의 어원(語源)은 백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걸로 보이는 요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그 유래가 상당히 잔인하다는 것이다. 갑골문에선 目(눈 목)과 切(끊을 절)이 살짝 겹친 글자(字)라고 한다.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고 하는데, 사람의 눈을 형구(刑具)로 찌르는 모습을 본뜬 한자로서 노예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고대 상(商)나라 때 전쟁에서 패한 노예에게 저항력을 반감시키고 노동력을 유지하도록 한쪽 눈을 실명시킨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당시 심심찮게 자행되었던 인신공양(人身供養, human sacrifice)을 할 때 인위적으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 후, 의식용 제물로 바쳤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 뒤 시대가 바뀌어 동주시대(東周時代)와 춘추시대(春秋時代)에는 인(人)과 민(民)이 구분되었다. ‘인’은 사(士), 대부(大夫) 이상의 신분을 가진 일종의 귀족 계급이며, ‘민’은 그 이하의 피지배 계층이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은 시대에는 ‘인’은 보편적인 인간을 나타내게 되고, ‘민’은 인의 범주 내에서 피지배 계층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부문 위상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에는 여태껏 수동적 존재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는 편이다. 민주주의는 독재에 맞서거나 저항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하여 흘린 피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혹자의 ‘죽은 자가 산자를 살렸다’라는 말이 ‘민주주의는 피의 산물’로 이해되는 것은 왜일까? 굴곡진 근현대사는 식민지통치로부터 자주독립과 주권 회복을 위해,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제와 군사독재정권에 맹렬히 항거하고 투쟁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다. 그러기에 작금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차대한 시대적 사명이 아니겠는가.
수원시 일원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장 공급의 한계로 주차 공간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공서 주차장을 효과적으로 무료 개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 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차공유사업’도 홍보 강화·주차장 정보공유 시스템 도입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자가용이 생필품인 시대에 시민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지금보다 더 혁신돼야 한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기준 수원시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총 57만 5769대로, 54만 세대(인구수 123만 명)와 비교하면 세대당 1대 이상의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관내 민간 위탁 주차장의 경우 5개소 총 727면, 공영주차장 48개소 총 8635면이 조성돼 있지만, 등록 자동차 수 대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주차 문제와 관련하여 시정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 시청과 구청 등 행정기관의 주차장을 무료로 전환해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다. 현재 관내 행정기관 주차장의 경우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제외한 시청과 4개 구청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영통구청과 권선구청은 민원인에 한해 1시간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는 행정기관 주차장 무료 개방 의견과 함께 주차 질서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반응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는 한때 근무시간 이외에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었지만, 장기 주차 등 문제와 청사 보안 등 애로사항이 문제가 돼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주차장 무료 개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부작용 우려만으로 공공시설물인 관공서 주차장 활용도를 넓히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하루 중 주차 여유가 있는 시간대나 일과 후에 시민들이 편익을 볼 수 있도록 정밀 설계를 하여 조금이라도 활용도를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인 것이다. 장기 주차 문제만 하더라도 무료 이용 원칙을 세분화하여 차량별로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시간제 도입 등으로 무한정 차를 대놓는 일을 막아낼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자면 관리에 더 많은 공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시의 주인인 시민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당연히 혜안과 여론을 모아서 추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차공유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주차공유사업’은 시청·구청 등 행정기관을 제외한 민간·공공 기관이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하면 시가 1개소에 연간 최대 1억 원(개방 1면당 100만 원), 시설개선 이후 유지관리비로 1개소당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대부분 주차 면수가 많은 대형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나 운영 현황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흠이다. ‘주차공유사업’ 개념으로 개방된 주차장은 총 13개소다. 규정에 따라 주 35시간 이상 개방하도록 돼 있지만, 시설마다 개방 가능한 시간이 다르다 보니 시설이 위치한 인근 주민들이나 아는 사람만 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심 주차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시내 모든 주차 공간의 가용성을 모니터링하고 드라이버들에게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용이하게 유도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혼잡도 정보와 함께 주차 여유 공간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면 특정 지역에 몰리는 일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분간 자동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주차장 부족 문제도 지속될 것이다. 수원시가 획기적인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나뭇가지 끝에 연둣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것보다 자연은 계절을 거슬리지 않고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들을 알려준다. 나뭇가지에 작은 노란 꽃 산수유를 시작으로 화려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나물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봄에 나오는 나물 중에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그 좋은 재료가 쑥이다. 이번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쑥을 이용해 술을 빚으려고 한다. 술 이름도 쑥 술이 아닌 艾(쑥 애)를 넣어 ‘애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어 완성된 술 빛깔 중 최고의 색은 연둣빛의 술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부재료인 쑥으로 맑은 연둣빛을 술에 녹여 보고 싶다. 향과 색으로 중무장한 ‘애주’ 빚는 법은 먼저 멥쌀을 깨끗하게 씻은 후 불려 가루를 빻는다. 물에 쑥을 넣고 팔팔 끓여 쑥 달인 물이 완성되면 가루에 부어 된죽을 만드는데 이것을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때 날 쌀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준다. 물이 적게 들어가 죽을 쑤는 데 힘은 들지만, 범벅을 이용해서 술을 빚으면 향이 좋은 술을 얻을 수 있어 술빚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죽이 다 식으면 누룩을 넣고 버무려 통에 넣어 6~7 일정도 발효시키면 밑술이 완성된다. 발효를 시킬 때는 온도 변화가 없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마다 환경이 다를 수 있어 발효 기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 술이 만들어져야 다음 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밑술을 담그는 날 일부 쑥은 깨끗하게 씻어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3~4일 정도 말려준다. 생것보다는 향기 더 진하게 느껴지면서 형태도 잘 보존할 수 있다. 다른 재료들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에 덧술 할 때 쌀 위에 올려 함께 쪄서 사용하면 좀 더 그윽한 쑥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쑥을 넣은 고두밥이 완성되면 차게 식힌 다음 미리 빚어 둔 밑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덧술이 완성된다. 술이 다 익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30일가량 충분하게 발효시킨 다음 술을 걸러 맑은 술을 걸러 60일가량 숙성시키면 깊은 맛의 ‘애주’가 완성이 된다. 사람들이 완성된 술은 언제 걸러야지. 맛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쑥은 생것을 사용하는 것보다 살짝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네랄 및 무기질, 비타민A 등이 풍부해 봄맞이 체력 보충을 위해서 쑥으로 음식을 해서 드시는데 쌀가루에 살짝 버무려 쪄낸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만들어 안주로 함께 내놓아도 좋지만 봄 도다리를 넣어 끓인 쑥 도다리국과 함께 향긋한 ‘애주’ 한잔이면 나른한 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술을 빚을 때 계절에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술을 빚어 볼 수 있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영현(英顯)이라는 낱말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낯설다. 사전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는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이다. 현대식으로 풀어쓰면, "아버님, 돌아가신 지 그 새 10년입니다. 오늘 저희가 마련한 이 자리에 오시어 함께 해 주세요."쯤 될 것이다. '현고'(顯考)와 '영현'(英顯)에 들어있는 '나타날 현'(顯)은 故人(죽은 사람)에게 '보고 싶으니 꼭 와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제사 지내면서, 후손들에게 교훈되도록 하려고 했던 그 의도(효심)는 사라지고, 이제는 그 뜻도 모른 채 부적처럼 쓰여지거나 그마저도 생략되어 사라지고 있다. '영현백'이라는 특별한 가방이 있는 모양이다. 육군 2군단이 지난 8월 22일, 서울에 있는 종이관(紙棺) 제조업체에 연락해서, "영현, 즉 시신 이동 보관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제작소요기간은 물론 한번에 몇 개까지 운송할 수 있는가. 사망자가 예를 들어 3000개가 필요하다면 어떻겠느냐. 종이관 1000개를 구매할 경우 가격이 얼마냐"고 문의했다는 것이다. mbc의 취재결과, 군이 시신처리를 위해 민간업체에서 관을 사들인 일은 창군 이래 한번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같이 통상적이지 않은 구매상담과 별도로, 육군은 최근 시신 임시보관 물품인 '영현백'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2024년 1월에 1800여 개였던 게 12월에는 49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군은 비상계엄과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상원(전 정보사령관)은 윤석열 김용현 2인조와 함께 오래 전부터 은밀하게 계엄논의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그의 수첩에 기록된 내용은 온국민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특히 이재명 문재인 조국 유시민 김어준 등을 나열했다. 그 리스트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날 밤 일제히 일비일희(一悲一喜)했을 것이다.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시시한 존재로 취급받은 것을 자못 섭섭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나는 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군대 보급품은 1종부터 10종까지로 분류된다. 1종은 쌀, 2종은 피복, 3종은 유류, 4종은 난로다. 시체는 10종이다. 사고사든 전사든 병사든 군대에서 죽으면, '폐품'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예비역들은 군대에서 죽는 것을 '개죽음'이라고 말한다. 비상계엄의 성공은 군부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독재정치를 박정희 전두환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펼친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경우,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문제의 인사들'을 살해하려던 흉계를 가진 사람들의 하수인들이 그 '특별한 가방'을 대량구매해 쌓아놓고 D-day’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 12.3 비상계엄이 주동자의 뜻대로 되었다면, 우선적으로, 그는 평소에 인간적으로 또는 정치사회적으로 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앞날을 위해서 제거하는 게 유리하겠다고 판단되는 인사들 수천 명을 1차로 '수거'(收去)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살해했을 것이다. 일부는 어선에 실려 공해(公海) 어딘가에서 수장(水葬)시켰을 것이며, 다른 무리는 강원도 어느 깊은산속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끌고 가서 총살했을 것이다. 그 시신들을 '영현백'에 담아서 처리할 구상을 한 것 아닐까. 한가한 소리 같지만, '수거'와 '영현'은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이 한 입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다가 죽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그 군인을 목숨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 '10종'으로 취급하는 생명관(生命觀)의 계보다. 60년 넘도록 이 땅의 봄은 참으로 잔인하다. 만화방창(萬化方暢) 기화요초(琪花瑤草), 그 생명의 들판에서 벗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부르며 사는 것이 왜 이렇게도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냐.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는 올해 총인구가 5168만 명에서 2072년엔 3622만 명 수준으로 대폭 감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 감소의 영향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구 고용동향과 지속가능 발전지표 등 경제 사회 전반의 주요 지표 분석과 심층적인 이슈를 제공하기 위해 창간된 국회예산정책처의 ‘NABO 인구·고용동향 & 이슈’ 제1호에서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젊은 층이 많은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던 기존 국가 제도의 전면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했다. 올해 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늘었다. 출생아는 23만 8300명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300명(3.6%)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멈췄던 혼인이 늘어난 데다, 중앙·지방정부의 출산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주민등록인구는 12만 명 줄었다.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 같은 인구 자연감소가 계속된다고 보았을 때 2072년 3600만 명으로 감소된다는 추산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의 상승 반전 현상은 매우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인천시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신문(2월 28일자, 인천판 1면, ‘인천 출산율 껑충…i플러스 1억드림으로 전국 1위’)은 지난해 인천의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1만 5242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2만 5786명을 기록한 뒤 2023년 1만 3659명까지 떨어지며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도 뛰어 올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6명이었다. 이는 전국 평균 0.75명을 넘어선 것이다. 2023년엔 전국 평균 0.72명보다 훨씬 낮은 0.69명이었으니 9.8%나 상승했다. 조출생률(한 해 동안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4.6명에서 5.1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평균은 4.7명이었다. 혼인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3.8% 증가한 1만 3225건이었다. 인천시는 이처럼 출산·혼인율이 높아진 것이 ‘아이(i) 시리즈 정책’이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인천형 저출생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 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연 120만 원을 지원하는 ‘천사지원금’, 8세부터 18세까지 월 5만 원에서 15만 원을 지원하는 ‘아이(i)꿈수당’ 등이 포함돼 있다. 청년층의 인천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하루 임대료 1000원, 월 3만원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아이(i) 플러스 집드림’과, 제3호 ‘아이(i) 플러스 차비드림’ 등도 잇따라 시행됐다. 올해엔 혼인 건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출생아 수를 꾸준히 늘려나기기 위한 ‘아이(i) 플러스 이어드림’(미혼 남녀 만남 주선)과 ‘아이(i) 플러스 맺어드림’(혼인 장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는 앞으로도 지역 특성에 맞춘 정책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출산·육아 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은 2월 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제2회 전국시도지사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중앙정부에서 한해 50조 원, 전체 국가 예산의 6~7%를 저출생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2006년 이후 무려 380조 원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236개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강조했다. 정부와 지방정부들의 혁신적인 출산과 육아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가 지난 12일 재개봉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3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31,037명으로, 사나흘 만에 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10년이 지난 영화가 다시 흥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위플래쉬’는 왜 여전히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2015년 개봉 당시 ‘위플래쉬’는 전 세계에서 35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다양한 영화제를 휩쓰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유독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주제가 한국 사회의 교육 문화 및 경쟁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앤드류가 최고의 지휘자이자 폭군인 플레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플레처 교수는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폭언과 학대를 퍼부으며 한계를 시험하고, 앤드류는 점점 더 광기 어린 집착으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위대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이들이 플레처 교수의 가르침 방식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5년 개봉 당시 영화를 본 후 주변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플레처 교수의 교육 방식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서구권에서는 대부분 그를 명백한 가해자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방식이 비록 과격할지라도 제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이 된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며 학창 시절 치열하게 경쟁했던 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지금도 비교와 경쟁이 끊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위플래쉬’가 한국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은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개봉 10주년을 맞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한국 관객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위대함은 어떻게 쟁취할 수 있는가부터, 과연 위대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까지 던져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위플래쉬는 단순히 성공을 향한 열망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며 성공을 쫓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지금, 이 영화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주말, 영화관에서 위플래쉬를 다시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루고 싶은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뤄도 괜찮을지에 대해. 어쩌면 그 고민 자체가, 우리 각자가 찾아야 할 해답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주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정함에 따라 주5일제가 정착된지 20년이 되었다. 하지만 초과근로 가능시간인 주12시간을 합치면 주5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22년 근로시간은 연평균 1,719시간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185시간이나 더 많다. OECD 국가보다 한달에 15시간 이상 더 많이 일하는 셈이다. 작업장에서 오래 일하면 소음, 분진,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근로시간과 업무관련 건강문제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4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경우 40.4%에서 업무관련 건강문제가 나타났는데 41~52시간 근무하는 경우는 48.3%, 53시간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55.6%로 업무관련 건강문제 발생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 중에서도 피로, 통증 등의 건강문제가 2.13배이상 높게 나타나 장시간 근로가 피로유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신체적 피로가 높아지면, 수면의 질도 저하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증가하여 산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로시간이 52시간 이상인 경우 52시간미만인 경우보다 산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2.29배 더 높게 나타난 연구결과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작업시작 후 8시간이 넘으면 실수가 증가하고, 9시간째에 사고율이 높아졌다는 실험연구를 소개한바 있다. 반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휴식시간이 증가하고, 피로가 감소되어 산재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김우영과 정혜선(2008)의 연구에 의하면 월평균 근로시간이 2시간 감소하면 산재율이 3.7%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 산재 감소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장시간 근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전후휴가를 받은 1,000명의 여성근로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 중 근로시간이 주44시간미만인 경우에 비해 52시간이상인 경우 자연유산을 경험할 확률이 2.13배 높았고, 사산을 경험할 확률이 1.70배 높았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 중 특히 심각한 것은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높아지면 이는 곧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진적인 제도의 시행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능력이 향상되어 기업의 성과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리적 시간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높인다는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건강보장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것이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주4일제 시행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감소시키고 여가시간을 늘려 근로자 만족도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억하며, 경기도의 시범사업이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명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이를 통해 논란을 조장해서 돈을 버는 일명 ‘사이버렉카’식 보도와 유튜버의 행위에 대해 법적제재가 필요하다는 국회 국민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연예인의 사고와 불행을 스토킹 수준으로 파헤치고 자극적으로 유튜브에 공개해 괴롭히는 일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이런 행태가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렉카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소재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슈 유튜버’들을 부르는 신조어다. 이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린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렉카’(구난차)가 경쟁적으로 현장에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게 이슈가 발생하면 빠르게 몰려들어 누리꾼의 관심을 낚아채려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쯤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한쪽에서 거짓 찌라시 내용을 그럴듯하게 합성해서 유포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당사자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정적인 의혹을 공론화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면서 당사자에게 되레 해명을 요구하거나 사실 여부를 추궁하면서 ‘정의 구현’, ‘참교육’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적제재를 일종의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알바 코스프레라고 하고, SNS에 설명 없이 사진만 올리면 ‘충격’이네 ‘단독’이네 썸네일에 써서 공개한다. 비방과 혐오의 댓글을 쏟아내게 만들지만 이게 곧 돈이 되는 구조다.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규제나 처벌은 미미하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에 사이버렉카를 포함했다. 여성연합은 수익 창출을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사이버렉카가 “여성과 소수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고, 성폭력 사건과 여성혐오를 산업화하고 성차별 통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양상이 젠더화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사이버렉카가 여성혐오의 정서를 적극 활용하면서 남녀 갈등 문제를 자극하고 이로 인한 조회수는 물론 댓글 건수의 증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버렉카의 콘텐츠와 댓글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24)이 ‘사이버렉카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을 조사했더니 언론보도가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접하는 경로로 유튜브(2위)보다 훨씬 우위였다. 사이버렉카의 의혹 제기만 있었을 때보다 언론을 통해 ‘그랬다더라’ 식으로 퍼 나르면 의혹에 대한 확신을 크게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종의 괴롭힘 행위임을 알면서도 커뮤니티와 댓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거나 이런 식의 댓글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이 일종의 착취 카르텔을 완성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사이버렉카에 대한 형사상 처벌 규정은 많지만 대부분 벌금형이고 이 벌금은 조회 수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해소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 사회적 공감이 커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멈춰야 할 때다.
상품정보 취득을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용 후기 업로드 등 상품을 비교하는 유튜브 영상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공신력과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를 울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SNS에 도배되는 후기 형태의 무분별한 상품평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유튜브나 SNS에 오르는 왜곡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인플루언서가 업체 제품을 협찬받아 제작하면서도 광고·협찬과는 무관한 객관적 후기인 것처럼 제품을 소개하는 ‘뒷광고’ 영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뒷광고’로 알려진 ‘기만 광고’는 추천인이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음에도 이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고 광고가 아닌 척 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주요 SNS에 올라온 후기 형태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표시광고법상 기만 광고 의심 행위는 모두 2만2011건이 발견됐다. SNS별 뒷광고 적발 건수는 인스타그램이 1만1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네이버 블로그(9423건), 유튜브(1409건) 순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급성장하는 숏폼 콘텐츠에서의 적발 건수가 3691건으로 급증했다. 적발된 뒷광고 유형으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부적절한 위치에 표기한 경우(39.4%)가 가장 많았다. 게시물이 협찬·광고로 제작됐다는 사실은 밝혔지만 이를 설명란·더보기란·댓글 등에만 기재한 경우다. 아예 협찬·광고 등 내용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도 26.5%에 달했다. 협찬·광고 사실을 흐릿한 이미지나 빠른 음성, 작은 문자 등으로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게 표시한 경우(17.3%)도 비일비재했다. 제품별로는 화장품 등 보건·위생용품(23.6%)이 가장 많았다. 외식업 등 기타서비스(23.1%), 의류·섬유·신변용품(2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튜브는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뉴 미디어로 성장해왔다. 쌍방향 소통 채널이라는 장점에다가 생생한 동영상 때문에 유명 유튜버에 대한 구독자들의 신뢰성은 대단히 높다. 바로 그 신뢰성을 파고드는 상혼(商魂)이 문제다. 경기신문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한 유튜버의 ‘가성비 무선 청소기 제품 찾기’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상은 흡입력, 무게 등 유튜버가 정한 평가 기준에 맞춰 여러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 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문제는 유튜버가 비교한 상품들의 구성품 및 제품 연식에 대한 정보가 배제됐다는 대목이다. 최신형 모델과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구형 모델을 비교하는 등의 모순이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한 시청자는 영상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면 같은 연식의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소비자 피해는 물론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제품 비교 영상의 경우 유튜버들이 수익성 링크를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일 텐데, 수익을 위해 정보를 편법적으로 제공하는 행태가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 타사 제품과 비교하는 것을 위반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수익과 연결된다면 문제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나 SNS는 극히 개인적인 소통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무제한적으로 파고드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 매체다.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정보를 상호 검증하기도 힘든 시스템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순식간에 발휘하는 매개물인 만큼, 이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지불식간에 설득당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제도적으로 통제할 묘책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