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해군 사관후보생 임관식 전광판에 비친 청년의 좌우명이 화제가 되었다. 재벌가 4세로 알려진 이지호 씨의 문장은 이랬다.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 가득한 풍요를 손에 쥔 이가 하필 ‘고통’과 ‘진화’를 삶의 지표로 삼았다는 사실이 신선하다. 그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통을 회피하는 안락함은 결국 성장을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말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는 고통 없는 유토피아가 등장한다. 시민들은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소마(Soma)’라는 약을 먹는다. 소마는 즉각적인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이 고통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진화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한다. 분노하지 않으니 저항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으니 깊이 사랑할 수 없다. 모든 감정은 연결되어 있어, 고통을 느끼는 신경을 마비시키면 사랑과 환희를 느끼는 감각마저 함께 무뎌지기 때문이다. 소마의 진짜 부작용은 육체의 질병이 아니라,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앗아가는 ‘영혼의 마비’였다. 현실의 우리는 기쁘고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자주 아프고 쓰라리다. 좌절의 순간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필수 코스다. 그렇기에 우리도 고통을 잊게 해줄 안식처를 찾는다. 운동이나 독서, 관계, 술 혹은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삶을 지탱하는 ‘건강한 쉼표’가 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진짜 문제는 안식을 넘어선 ‘차단’을 선택할 때 발생한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진화할 기회 자체를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라 회피가 아닐까. 한의원에서 항불안제를 장기 복용하는 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항불안제는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불안을 낮춰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불안 조절을 온통 약물에만 의존한다면, 약은 조력자가 아닌 우리 삶의 주권을 앗아가는 현실판 ‘소마’가 된다. 특히 벤조디아제핀은 주의가 필요하다.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수용체에 결합해 신경세포의 흥분을 강제로 가라앉히는 이 약물은 급성 불안에 즉각적인 안도를 준다. 시작은 쉽지만, 소마가 된 벤조디아제핀은 치명적인 대가를 요구한다. 장기 복용 시 뇌는 인위적인 평화에 적응해 내성을 형성하고, 약 없이는 단 한 시간도 버틸 수 없는 의존의 늪에 빠뜨린다. 특히 3개월 이상의 장기 복용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임상 연구들은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불안을 지우려다 나를 기억하고 진화시킬 능력까지 지워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핵심은 불안을 ‘제거’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불안은 삶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완전히 꺼버리는 대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낮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약물을 줄일 때는 ‘애슈턴 매뉴얼’과 같은 점진적 감축 원칙을 통해 뇌가 스스로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한의학적 접근으로 자율신경계의 복원력을 높이고, 신체 기반의 치료를 병행하며 ‘불안과 함께 살아가며 진화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불안은 적이 아니다. 불안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술이나 소마, 항불안제는 순간적으로 삶에서 오는 고통을 가릴 뿐 우리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불안을 잠재우는 대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으며 진화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대한민국 헌정사와 정치사 맨 앞 줄에 기록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사형구형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적 비상계엄 해제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이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준엄한 사법적 심판과 ‘윤어게인’ 세력의 치졸한 정치적 복수극이 교차했던 기괴한 밤이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세 가지 논거를 제시했다. 첫째는 '독재와 장기 집권'이라는 범행 동기의 중대성이다. 특검은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사법권과 입법권을 장악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할 목적으로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재발 방지 필요성이다. 특검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세력을 단죄한 역사가 있음에도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내란을 획책한 공직 엘리트들의 행태는, 향후 유사한 헌정질서 파괴 시도가 다시 반복될 위험성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범행 후 태도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오히려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사회 분열을 부추긴 점을 중시했다.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논거였다. 내란특검의 사형구형에 이어 진행된 윤석열의 최후진술은 망상, 변명, 궤변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참담했다. 예상대로 일말의 반성도 없었다. 자신을 향한 사법 절차를 "이리떼들의 내란 몰이 먹이가 됐다"고 비난하며 망상과 억지,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치졸함으로 일관했다. 무려 89분간 이어진 자가당착적 항변은 그가 왜 법정 최고형을 마주하게 되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같은 시각 국민의 힘은 윤리위원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을 동원해 당 익명게시판에 당과 윤 전대통령 비난글을 게시했다는 혐의에 대한 징계 논의였다. 마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시간에 맞춘 듯 회의는 진행됐고, 특검이 사형을 구형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이 전격 결정됐다. 온 국민의 이목이 내란죄 심판이라는 국가적 비극에 쏠린 시각, 야당은 ‘정치적 사형 선고’라는 물타기 수법으로 진실을 가리고 당내 숙청을 감행한 것이다. 당 대표 신분임에도 가족들이 동원돼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나 1년 넘게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한 한 전 대표의 잘못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당원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제명’의 근거가 된다고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한 전 대표를 향한 증오는 게시판 논란이 아니라 ‘탄핵 찬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윤석열을 추종 하는 국힘 지도부가 윤석열 사형 구형에 대한 분풀이를 한동훈에게 한 꼴이 됐다. 국민의 관심이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심판에 집중된 시점을 택해 ‘배신자 프레임’의 디데이로 삼은 것은 그 의도가 매우 불순하고 한심하다. 최근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당명 개정 등 쇄신 행보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형구형에 대해서는 유감이나 사과, 반성의 메시지가 없었다. 정치인의 행위도 곧 메시지이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계엄반대, 탄핵찬성’에 앞장섰던 한 전 대표를 제명한 것을 사형구형에 대한 국힘 지도부의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이다.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정치의 부활을 위해서 내란 우두머리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고 매일 반성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도 부족할 판에 국힘은 윤어게인을 넘어 윤석열 그 자체가 됐다. 새는 한 쪽 날개가 망가지면 날지 못한다. 국가도 진보와 보수 양 날개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3일 이후로 한 쪽 날개가 고장났다. 하루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갈수록 엄혹해지는 민생환경과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밝아질 수 없다. 대다수 국민과 언론이 제1야당이자 보수정치의 대표인 국민의 힘을 질타하는 이유다.
기원전 416년,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두고 싸우던 때였다. 이름하여 펠레폰네소스전쟁이다. 당시 패권국 아테네는 중립을 지키던 작은 도시국가 멜로스와 회담을 갖고 동맹에 가입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멜로스는 중립을 지킬 권리도 정의라며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때 아테네는 ‘정의는 힘이 대등할 때나 논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음의 유명한 문구를 남긴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하는 일을 당할 뿐이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이 장면을 기록한 이유는 ‘힘이 곧 정의’라는 국제사회의 논리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거꾸로 제국의 오만이 부른 파국을 증거하기 위해서였다. 아테네는 결국 멜로스의 모든 남자를 죽이고 여자들은 노예로 삼았다. 아테네는 멜로스를 손쉽게 파괴했지만 정작 궁극적으로 파괴된 것은 아테네였다. 이때까지 민주정의 보호자로 인식되던 아테네는 멜로스학살 이후 약탈적 제국으로 인식되면서 동맹의 신뢰를 잃었다. 이는 결국 시칠리아 원정의 패배로 이어져 병사들은 아시나루스 강가에서 도살당했고 겨우 살아남은 시민병들은 시라쿠사의 깊은 채석장 감옥에서 죽어갔다. 당연히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하루하루 뉴스를 보기 놀랍고 숨가쁘다. 세상이 고대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베네수엘라에 제국의 군대가 폭격을 가하고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다. 압송된 마두로를 옹호하고자 함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처참히 짓밟힌 한 나라의 주권이다. 역사는 데자뷰처럼 반복된다. 1989년 미국은 한때 자신들의 정보원이었던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를 제거하기 위해 병력 2만 명을 투입해 전격 침공했다. 결국 노리에가도 마두로처럼 미국으로 압송되어 마약밀매범으로 미국 법정에 섰다. 이제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공공연히 그린란드 병합을 입에 올린다. 또 이란 공격까지 저울질 하고 있다. 섬찟하다. 빈말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왜 미국은 지금 지나치게 포함외교(砲艦外交)를 추구하는 것일까? 현재 미국의 유일패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가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의 도전에 기존 패권국의 두려움과 견제는 많은 경우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명제이다. 이에 따르면 미,중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세계는 점점 더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윤석열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사형 구형을 받았다. 그는 미,중의 패권경쟁 국면에서 스스로를 ‘자유’진영의 선봉장 역할로 설정하고 모든 외교를 이념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왔다. 편향된 외교는 국가의 대외적 입지를 협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뜬금없는 탈중국 논란으로 심각한 무역보복 문제만 일으켰다. 모두 무지가 부른 자충수였다. 늘 지정학적 위기를 운명처럼 받아안고 가야 하는 한반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몰고올 후폭풍은 두렵다. 패권경쟁이 격화될수록 중립지대는 사라지고 역사 속의 멜로스회담이 지구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역습 앞에서 멜로스의 선택은 외줄타기처럼 험난했을 것이다. 한반도 역시 냉철한 이성으로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미국을 보면 아슬아슬하다. 아테네의 사례처럼 제국의 성벽은 투석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직 명분과 도덕적 권위가 사라질 때 동맹부터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법이다. 제국의 흥망은 군사력만이 좌우하지 않음을 명심하기를.
요즘 가평군이 뉴스에 자주 오르락거린다. 자랑스럽기보다는 부끄러운 뉴스들이다. 통일교와 얽혀서 현 군수, 전 군수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이 특혜, 편법 행정을 했다는 의혹 보도들이다. 보도를 보면 의혹이 의혹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이단, 사이비 종교로 치부되는 통일교에 가평군수가 휘둘린 꼴이 돼 가평군민으로서 매우 불쾌한 요즘이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수사들이 신속하고 엄중하게 진행돼 죄상이 명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정교일치를 금지한 헌법정신에 따라 이번 통일교 사태는 법적으로 명백하게 그 선악이 정리되지만 여전히 내게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거리들이 남는다. 가평군에서 가장 큰 병원을 통일교가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들도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거나 이용객이 없어서 예산 낭비라고 새로 설립하지 않는 판에, 통일교는 그 병원을 어떤 생각으로 세웠고, 아마도 적자일 텐데 어떻게 운영하는지 늘 궁금했다. 학대에 가까운 경쟁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국제중고등학교를 통일교는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 학교 홈페이지에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설립자로 크게 소개되고 있다. 그 학교의 교육과정 속에 통일교는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그 학교에 학생을 보낸 아마도 우리 사회 지도층일 가능성이 높은 학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통일교는 지역사회에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농사로, 자영업으로 벌이가 시원치 않은 주민들이 통일교가 세운 각종 시설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분야인 교육, 일자리, 의료 부문에서 통일교는 가평군 행정이 하지 못한 일들을 해냈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가평군 설악면의 인구 유입에 큰 영향을 끼친 고속도로IC를 설악에 유치하는데 통일교가 큰 기여를 했다는 얘기는 지역민들에게는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설악IC로 인해 설악면과 서울의 교통시간은 40분 정도로 단축됐다. 그리고 이 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통일교가 참 대단하다라고 느낀 점인데, 통일교가 일본인들에게 헌금의 명목으로 과거 한민족에게 저지른 범죄의 댓가라며 헌금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 할아버지들의 배상 요구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나 기업에 유리한 협약을 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속으로 ‘통일교가 정부보다 낫네’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가평군 설악면에서 통일교 인의 수는 매우 많다. 통일교와 관련돼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다수결 원리에 따른 민주주의로 가평군 설악면은 아주 합법적으로 정교일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런 방식이 대한민국으로 확산된다면? 만약 통일교를 이단, 사이비 집단이라 판단하고 종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통일교는 헌법의 ‘정교일치’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어떤 집단이 주민들에게 국가가 못해주는 교육, 일자리, 의료, 교통, 역사정의를 제공해 준다면 주민들이 그 집단을 배척할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산불평등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이로 인해 청년층이 절망의 늪에 빠졌다. 만약 어떤 이단, 사이비 집단이 그 청년들에게 단감을 준다면 그 청년들이 애국심으로 그 단감을 거부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극우화는 이단, 사이비보다 못한 극심한 불평등의 대한민국이 그 숙주가 아닐까?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발 무인기 침입 사실을 발표했다. 10일 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4일 오후 인천 강화군에서 이륙한 무인기를 개성 인근에서 격추했다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9월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주장은 전임 윤 정부에서의 여러 무인기 사건과 연관되며 남북관계에 새로운 긴장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지 않고 발표된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려 민간의 무인기 운용 가능성과 대응책이 논의됐고,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엄정하고 신속한 군경 합동수사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고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거의 실시간으로 답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11일 공개된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의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면서 한국발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입은 군이 했든 민간이 했든 우리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12일 통일부가 소통과 긴장 완화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김 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좀 더 격앙된 어조로 남북관계 개선이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면서 우리 당국이 “주권침해 도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대남 전선의 험구(險口)를 담당하는 김 부부장답게 이번에도 저급한 언사로 일관했지만, 실질적 내용을 담은 빠른 답변은 주목된다. 주지되듯이 최근 남북관계는 추운 한겨울이다. 공식문서가 모두 사문화됐고 ‘9.19 군사합의’도 사실상 파기됐다. 대화 채널이 막히고 군 통신선도 끊어진 상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당국과 민간의 일체 교류협력이 사라졌고 DMZ에선 방벽 설치 등 ‘국경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소음 방송이 중단됐고 총격전 등 군사충돌도 없어 나름 조용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와 함께 미사일, 잠수함 등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 중이고, 국경화 조치가 몇 년 뒤 완료되면 전방에서의 군사위협이 커질 수 있다. 좁은 한반도에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에서 접촉과 대화가 부재한 현 상황은 반드시 타개되어야 한다. 지난 50여 년간 남북관계사에서 대화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이번 단절기는 쌍방 파괴력의 크기나 북한 적대성의 강도 면에서 더 위험하다. 심각한 상황 인식하에 이 대통령도 지난해 8.15 경축사 등을 통해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과 함께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한 남북 연락채널 우선 복구를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접촉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대외 발표로 계속되는 무인기 논란을 곱씹어볼 때, 앞으로 철저한 조사와 설명이 이어진다면 연속적인 접촉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면 대화가 당장 이루어지긴 힘드나, 통신이나 방송은 언제든 활용될 수 있다.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일관된 노력과 세심한 상황 관리 속에 국면 전환의 길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 해 12월 고액·상습체납자 총 1만 100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1년 이상 납부하지 않은 국세 체납액 2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7조 371억 원이나 된다. 체납액 1위는 ‘선박왕’으로 알려진 권혁 전 시도그룹 회장이다. 무려 3938억 원이나 된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증여세 등 165억 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을 체납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특히 악성 고질 체납자들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행위자다. 납부할 능력이 있는데 불구, 고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는 성실하게 법을 지키는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따라서 악성 고질 체납자는 범죄자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체납자들도 많다. 이들에 대해서는 납부 의무를 없애주는 등의 배려정책도 있다. 다른 지방정부처럼 수원시도 건전재정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상습체납자들에 대한 추적·징수를 실시하고 있다. 체납자를 대상으로 체납추적팀과 각 구 징수팀으로 기동반을 구성해 사업장, 거소지, 가택 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명단 공개·출국금지·신용정보 등록 등 행정제재도 병행한다. 지난 9일엔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액을 추적 징수하는 전담조직인 수원 365 체납정리단도 출범시켰다. 2026년부터는 체납을 방치하지 않고 연중 상시 관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의 미담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은 수개월 동안 임대료가 밀렸고, 지방세‧과태료도 체납돼 통장이 압류된 상태였다. 일용직 일자리도 끊겼고, 20대 아들은 다리 인대가 끊어졌지만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딱한 상황이었다. 먹을 것도 없어 며칠 동안 굶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신용철 주무관이 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이대로 두면 당장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주머니엔 4000원 밖에 없었다. 일단 붕어빵 6개를 사서 “힘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전해줬다. 여성은 “붕어빵을 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맛있게 먹으면서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며칠 후 신 주무관은 여성의 집을 다시 찾아갔다. 그의 손에는 쌀과 반찬거리, 라면이 들려 있었다. 미안해하는 여성에게 신주무관은 “수원시 공무원은 수원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미안해하지 않고 드셔도 된다”며 또 다시 힘을 북돋아줬다. 다리를 다쳤던 아들도 다리를 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신 주무관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종종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일자리 정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무료법률상담, 세무서 조정 신청 등 이런 저런 정보를 전해줬다. 2025년 마지막 날 밤엔 떡볶이와 순대, 튀김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며칠 전엔 김치도 택배로 보냈다. 이후 수원시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을 안내하며 신청을 도왔다. 또 민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긴급위기가정지원프로그램 신청을 안내해 연체된 임대료와 자립비, 생필품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 같은 미담은 여성이 며칠 전 수원시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림으로써 알려졌다. “제게 희망과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 신용철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린다” “감사한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작고 우습고 하찮은 모습이겠지만 다시 살아보려고 한다. 기초수급자도 신청해보고 일자리도 찾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 잘 살아서 꼭 보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 주무관과 함께 마재철 주무관도 도움을 줬다. 참 공직자들이다. “따뜻한 행정을 몸소 실천에 옮기시는 으뜸 공무원의 이야기에 그저 감동할 뿐입니다” “칭찬합니다. 이 시대에 저런 공무원이 계셔야...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맘이 울컥합니다. 모쪼록 슬기롭게 잘 이겨내길 바라고 기원합니다. 신 주무관님!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신용철 주무관 대단해요. 당신이 진정한 공무원이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대신 감사를 드립니다” 신 주무관을 칭찬하는 댓글들이다.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소식에 시민들은 감동하고 있다. “이 가족이 자립할 때까지 계속해서 연락하며 안부를 확인하겠다”는 신용철 주무관과 수원시 공직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산업혁명 이전 노동이 생존 그 자체였다면, 산업사회에서 노동은 임금과 교환되는 시간으로 정형화됐다. 그리고 미래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노동은 더 이상 시간도 직무도 아니다. 오늘날 노동은 차별화된 존재 증명에 가깝다.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오래 했는가보다, 얼마나 특별한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변화는 노동의 형태뿐 아니라 인간이 사회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동자로서 자신을 대상화하지 말라”던 진보적 주장은 점차 현실과 어긋난 외침이 되어간다. 자본주의적 상품화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던 이 언어는, 정작 노동 자체가 대상화되지 않으면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 AI 시대의 역설 앞에서 힘을 잃었다. 미래 AI 시대의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자는 집단이 아니라 개별 계정으로 환원된다. 우버 기사나 배달 앱 라이더는 계약서보다 프로필과 평점, 알고리즘 점수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나는 노동자다”라고 외치기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대신 포트폴리오를, 근속연수 대신 클릭 수와 리뷰를 내밀어야 하는 세상에서 설명되지 않는 노동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된다. 자기상품화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사회적 퇴장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을 알아주지 않는 플랫폼 세상에서, 자기 설명과 자기 홍보 없이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노동운동 역시 이 변화와 충돌한다. 동일 산업 종사자들의 집단적 연대는 해체되고, 개인의 성과는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절·평가된다.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이 임금 인상보다 “삶을 통제하지 말라”는 요구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노동의 정치가 계급 중심의 분배 갈등에서 ‘존재 불안’의 정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사회가 제공하는 정체성이 소비자와 데이터 생산자로 축소될수록, 이들의 요구는 경제적 보상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위치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된다. 해법은 ‘기여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 있다. 노동 중심 사회가 ‘일하고 있음’ 자체를 가치로 삼았다면, 기여 중심 사회는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기상품화는 자아를 시장에 종속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기여를 사회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사회가 고용 여부가 아닌 기여를 기록하고, 축적하며, 보상할 수 있을 때 개인은 끝없는 자기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때 자기상품화는 소모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된다. 자기상품화의 역설은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낡은 언어와 오래된 노동 개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알리는 경고다.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기여’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미래 AI 시대의 노동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파편화된 노동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기여의 주체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자기상품화의 역설을 넘어서는 진정한 노동 혁명이며, 다음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이다.
2026년이 밝았다. 매스컴에서는 병오년의 붉은 말의 해라고 호들갑이 넘친다. 그러나 꼰대 마인드로는 아직 음력으로는 을사년이다. 병오년은 2월 17일 설날부터이므로 지금은 그저 2026년 신년이고 1월일 뿐이다.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에서는 2025년을 변동불거(變動不居)라고 했다. 정말 다사다난한 2025년을 가장 잘 표현한 성어인 것 같다. 세월은 흐르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은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세상을 변화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느닷없는 한밤중의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혼란과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등장. 그 과정의 주역은 단연코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었음이 확실하게 증명된 해가 2025년이었다. 2025년에는 정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슬 퍼런 권력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심지어는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청과 국군 방첩대는 권력 남용과 쿠데타 부대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지게 되었으며, 아직도 내란의 주범은 온갖 추악한 언행으로 사법부를 농단하고 있는 등 우리의 수준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우려되는 청년층 일부의 극우화 현상도 두드러진 해였다. 서부지원의 폭력사태로 상징되는 극우화 모습이 유독 청년층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교육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견해와 오도된 뉴스만을 맹신해 나오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폭력은 민주주의 최고의 적임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못한 반성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2025년의 변화는 긍정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등장은 세계인에 K-컬쳐의 힘을 새삼 부각시켰으며 뒤를 이은 한국문화의 확산은 그대로 우리들의 자부로 연결되었다. 또한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 마다 망신의 연속이었던 지난 정권과 달리 가을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와 뒤를 이은 수출 호황, 주가지수 4500선 돌파 등은 꽃길 같은 2026년을 희망케 한다. 그러나 2026년도 결코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다. 벽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 과정은 다시금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신호탄에 다름없었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현대 사회의 원칙으로 인정되었던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과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참히 짓밟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강압적인 주권 양도 요구 등은 강대국의 논리 앞에는 어떠한 정의도 불가한 힘의 정치만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UN의 비난에 트럼프는 UN 산하 국제기구 66개를 탈퇴해 버렸을 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충격의 연속이다. 분명 정상적인 국제질서도 민주주의도 퇴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역시 꼰대 마인드로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나왔던 을사년의 말미였으면 한다. 2026년의 사자성어로 한 언론사는 비 온 뒤의 땅이 단단해 진다는 우후지실(雨後地實, 시련 뒤의 더욱 성숙해진다)을 들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방일 외교로 중국, 일본과의 교류 협력이 다시금 활발하게 재개되고 나아가 남북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그래서 나는 2026년의 성어로 앞날이 비단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바란다는 전정사금(前程似錦)을 들고 싶다. 2025년의 어려움이 끝나고 2026년은 우리 국민 모두의 앞길이 순조롭고 장밋빛 미래만 열렸으면 한다.
경기도가 미숙아와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한도를 높이고 기저귀와 조제분유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역·세대·빈부·이념 차이 속에 초저출산·초고령사회·초갈등사회로 진입하면서 국가소멸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라의 중심인 경기도의 인구 대책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출산·육아 대책은 철두철미하게 ‘실효성 중심’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제는 저출생 반등 효과를 도민들이 체감하도록 정책 성과를 더 끌어 올려야 한다. 도에 따르면 늦은 결혼에 따른 고위험 신생아 출생 증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미숙아 의료비를 대폭 늘려 출산율 상승을 유도하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미숙아 출생체중별로 이달부터 400만 원(기존 300만 원)~2000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초저체중아(1kg 미만)의 경우 기존보다 2배 늘어난 2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소득과 무관하게 긴급 치료가 필요한 영유아의 건강권을 더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지원 대상은 임신기간 37주 미만 조산아, 출생체중 2.5kg 미만 저출생아 가운데 출생 24시간 이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나 수술을 받게 된 미숙아다.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역시 기존 최대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출생 후 2년 이내 선천성이상(Q) 코드 진단을 받고, 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2년 이내 입원해 수술하는 경우에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육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기저귀 및 조제분유 지원사업’ 문턱을 대폭 낮췄다. 만 2세 미만 영아에게 월 9만 원 상당의 기저귀 구매비 바우처를 지원하고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 추가로 월 11만 원의 조제분유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한다. 7월부터는 장애인 및 다자녀 가구의 소득 기준이 기존 기준중위소득 80%(2026년 3인 가구 기준 월 428만 8000원) 이하에서 100%(536만 원) 이하로 완화된다. 기준 완화로 인해 도내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정적인 양육비 지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좀처럼 희망적인 상승기류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초저출산율 문제는 국가의 운명에 드리운 가장 심각한 먹구름이다.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이래 국가는 수백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동안 숱하게 쏟아진 정책들이 극적인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인구소멸 위협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전국적으로 올해 인구 부족으로 문을 닫을 학교는 모두 45개교다.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용인 남곡초 남곡분교, 평택 내기초 신영분교 등 2개교가 오는 3월 폐교가 예정돼 있다. 인구경제학자 딘 스피어스와 마이클 제루소는 최근 발간한 저서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에서 인구 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의 통념을 깨는 분석들을 내놓았다. 저자들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출생률이 낮아지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보듯, 경제적 지원보다 삶의 질 개선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가임연령의 여성 등 젊은이들을 육아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도록 만들어주는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결국은 아이를 낳기만 하면 중앙·지방정부를 비롯한 국가사회가 양육과 교육을 온전히 책임지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인구소멸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지향점은 ‘일-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관을 확립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렸던 인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정해방 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홍석철 교수 등 전문가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일-가정 양립’을 근본 대책의 하나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와 정부의 인구소멸 대응 정책 방향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가평군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방향 수립을 위해 개최한 정책자문위원회를 두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영상 분야의 전문성과 지역 현장성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상문화 콘텐츠와 교육을 중심으로 가능해야 할 전문 공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 행정시설처럼 접근한 채 운영방향을 설정한 것이 정책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영상미디어센터 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 구조, 전문성 반영여부, 지역전문가 협의절차 등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가평군의 공식 답변은 최근 회신됐다. 군은 "자문위원은 조례에 따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영상·미디어 분야 전문성은 필수 요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회의는 개별 사업이 아닌 중장기 방향 논의였기에 지역 활동가와의 개별 합의는 생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평군은 "타 시도의 미디어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시설의 목적과 기능을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본방향을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이 설명은 오히려 현장 기반 정책 설계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가평군이 방문한 타 시도 미디어센터들은 각 지역의 콘텐츠 생태계. 주민 수요, 교육기반 등을 반영해 설계된 시설이다. 그에 비해 가평은 해당 지역의 실제 영상활동 기반, 전문가 분포, 콘텐츠 수요조사 없이 외부 사례만을 참조해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단지 외형만을 본 벤치마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영상문화연구소 대표이자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이성아 이사는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정책이 작동한 지역의 문화 인프라와 인적기반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복사는 돼도 작동은 안 되는 정책이 된다"며 '정책은 모방이 아니라 설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자문위원회의 구성은 절차상 가능하지만, 콘텐츠와 프로그램, 수요기반까지 고려하지않은 정책 논의는 실행력을 가질수 없다"며 "정책은 방향이고 운영은 그 실행인데, 정책 단계에서부터 전문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것은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가평지부 김영민 지부장 역시 "가평에는 청소년 영상교육, 영화만들기, 영화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영상문화 활동은 해온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러한 현장 기반의 의견이 논의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특정 단체의 민원이 아니라, 지역기반 문화정책이 현장을 배제한 채 설계됐다는 점에서 행정적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년간 가평 내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온 한 지역 영상홍보업체 관계자는 "센터 건립과 관련해 몇년 전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정식 자문 요청이나 의견수렴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평에 영상 전문가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자문위원 개인의 전문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미디어센터라는 특수목적 공공시설에 대한 행정의 정책 기회 접근 자체가 현장을 결여한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평가한다. 정책은 그 자체로 실행 가능해야 하고 운영은 정책의 논리적 귀결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평영상미디어센터의 자문 구조는 실질적 운영과 콘텐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식적 설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이번 공식 답변을 바탕으로, 향후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계획, 예산,구조,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해 후속 질의와 검증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