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에 열린 제98회 아카데미시상식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매기 강·크리스 애플한스)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골든’)을 수상했다.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에 이어 오스카상까지 받았으니, 한국의 K팝이 세계 주류 문화가 되었음을 할리우드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감독, 2003년 개봉)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도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했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한국 영화를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한다니 ‘K 콘텐츠’에 몰리는 세계인의 관심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20년이 더 지난 우리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어떤 영화인지 찾아 감상해 보았다. 주인공 병구(신하균 분)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유제화학 사장 강만식(백인식 분)이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납치, 음모를 밝히려 한다. SF 영화인가 싶었더니, 구조조정, 산업재해, 노동자의 죽음 등 우리 사회의 무거운 주제들이 이어진다. 이런 구조적 폭력에 시달려 온 사람, 그가 바로 병구다. 영화에 몰입되다 보니, 미친 사람이 병구인지, 우리 사회가 그런지 혼돈이 일어날 정도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SF와 사회 풍자를 오가며 장르 파괴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장준환 감독은 그의 첫 영화로 2003년 대종상과 청룡상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이 영화는 세계 영화학교에서 분석하는 컬트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현재 지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지구인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연합하여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대규모 전면전을 일으켰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골 깊은 갈등, 중동 지역 세력 경쟁 등 묵은 이유들이 폭발한 결과다. 결국 폭격으로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도 테헤란을 포함하여 학교와 주거지 등도 붕괴되었다. 혁명수비대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세워 강경노선을 띠고 있다. 헤즈볼라와 중동 국가들도 가세하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에 군사용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납품하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피터 틸은 기술이 국가 안보를 결정하며, 기술기업은 국가의 미래와 안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번 전쟁으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엄청난 수익을 보았음은 아이러니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이란은 중국 위안화로 거래한 원유를 실은 선박에 대해서는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8개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제 원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 해왔던 ‘페트로 달러’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킨다며 시작된 전쟁은 오히려 수많은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유가 급등과 이권 쟁탈, 세계 경제 불안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측에 휴전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줘서라도 지구를 지켜야 할 지금이다.
우리는 선택 앞에서 늘 이유를 찾는다. 더 나은 쪽을 고르기 위해서다. 손해 보지 않는 방향, 실패 확률이 낮은 쪽,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선택. 머릿속에 저울을 올려놓고 하나씩 비교한다. 조건을 따지고, 가능성을 계산하고, 때로는 타인의 경험까지 끌어와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대체로 설명 가능한 선택이 된다.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말할 수 있고, 누가 물어도 납득시킬 수 있는 선택. 그런데 이상한 순간이 있다. 충분히 따져봤고,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도 알고 있는데, 자꾸 다른 쪽이 신경 쓰인다. 논리적으로는 덜 맞는 선택인데도,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결론을 내린 뒤에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쪽. 이유를 붙여보려 해도 잘 되지 않고,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선택. 그럴 때 우리는 대개 그 감각을 밀어낸다. 근거 없는 끌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책임을 동반하니,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스스로를 설득하기에도 그 편이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대부분의 선택은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정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는 것이 있다. 이유를 다 붙이고, 가능성을 다 따져도 사라지지 않는 쪽. 논리를 통과하고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감각.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 나를 더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듯한 방향. 그 감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만은 느껴진다. 요즘은 그것이 단순한 충동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경험들, 말로 꺼내지 않은 감정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쌓인 미세한 판단들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가, 선택의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감정을 나누어 생각하지만, 실제의 선택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성으로 계산한 결과 위에, 설명되지 않는 감각이 겹쳐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택은 더 이상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결심의 문제가 된다. 충분히 생각했고, 충분히 따져봤다는 전제 위에서, 마지막 한 발을 어디에 디딜 것인가의 문제. 물론 모든 선택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계산해야 하고, 책임져야 하며, 때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완전히 배제된 선택 역시 어딘가 공허하게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그 감각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으려 한다. 충분히 따져본 뒤에도 남아 있는 쪽이 있다면, 그 방향을 들여다본다.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나에게서 비롯된 신호일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납득한 뒤에 움직이는 삶보다는, 끌리는 것을 선택하는 삶이 더 나와 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가장 옳은 선택만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다. 때로는 이유보다 끌림이 앞섰고, 계산보다 감각이 먼저 움직였다. 그 선택들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은 느낌을 남긴다. 결국 삶은 완전히 설명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순간은 논리로 정리되지만, 어떤 순간은 그 경계를 조금 벗어난 곳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아마도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정적 서민 생계가 시급하다. 불법 고리사채업자들의 횡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악덕 고리 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물가와 고환율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틈타 부당 이득을 챙기는 일부 사채업체들의 불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불법 사채업자들은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면서도 교묘한 수법으로 탈세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불법 사채업자는 대표적 민생 침해 사범이다. 말이 좋아 ‘대부’지 살인적인 고리채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대로 신체 장기에 대한 백지 위임계약을 강제로 맺도록 하고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공갈과 협박을 통해 연 수백, 고리를 갈취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런 사례다. A씨는 2024년 한 사채업자에게 사업자금 5000만 원을 빌린 뒤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돌려막기’를 하다가 같은 해 10월 이후 채권이 31개로 불었다. 채권 31개의 이자율은 모두 연 1000%를 넘었다. 하루 100통 넘게 쏟아지던 독촉 전화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채권 31개 중 사채업법 개정 이후 체결된 30개 대출은 법적으로 무효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사채업법에 따라 연 6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은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무효다. 특히 정부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가동돼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지원하는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 체계’ 운용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피해자는 금융감독원, 경찰 등에 피해 사실을 각각 신고해야 했는데, 신복위에 한 번만 방문하면 전담 직원이 배정돼 불법추심 중단과 구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 불법 고금리 대출을 받고 협박과 불법추심을 당하고 있다면 신복위에 신고해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엔 불법사금융이 적잖다. 콜 센터를 차려놓고 '대출금액 40% 정도를 예치하면 이자가 낮은 대출로 전환해주고 예치금도 돌려 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낸 뒤 예치금만 챙기는 수법으로 수천만 원을 편취하기도 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폭행·협박 등을 일삼은 불법 채권추심 및 무등록 사채업자도 대대적인 단속이 요청된다. 고통스러운 고금리와 채권 추심으로부터 서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효율적 실행이 중요하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협력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신복위의 빠르고 효율적인 피해자 지원을 바란다. 심각한 상황은 불황으로 영세상공인 등이 은행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폐업을 피하고자 불법사금융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사람의 약 70%는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 또는 만기 연장을 실제 거부했거나 스스로 금융기관 대출을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해서 사채를 쓰게 된 사례들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서민과 한계 기업들이 사금융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현재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으로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 도입이 거론된다.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도 유연하게 오르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20%인 최고금리를 오히려 12∼15%로 더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법정 최고금리 조정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 국회 동의가 필수는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사채업 시장 기능 위축 및 불법 금융 피해 증가 등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역기능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규제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서는 오히려 취약계층 금융 소외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국의 서민 및 폐업 위기에 놓인 영세상공인, 자영업 등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 대책이 긴요하다.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밖을 본다. 봄이다. 자꾸만 발밑을 보게 되는 계절, 겨우내 잠들어 있던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철근 같았던 나뭇가지에 잎이 돋아나고 있다. 그 모습이 연둣빛 이파리를 가득 물고 있는 어린 새들 같다. 가까이에서 새가 지저귄다. 먼지와 구름을 걷어내는 색과 소리가 날마다 조금씩 번지고 있다. 어디선가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에 피었던 꽃이 잊지 않고 찾아왔다. 봄이니까, 올 게 왔다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이 이제는 그저 고맙다. 얼었다가 녹았다 추위 속에서 얼마나 떨었을까, 사라지지 않고 살아내는 생명들이 애틋하고 그래서 더 절절한 봄이다. 이제 곧 개나리, 진달래가 줄지어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산벚꽃이 뒤를 쫓아 산은 꽃으로 출렁일 것이다. 꽃의 공습이다.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고 꽃소식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문득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제발 산불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과 나무에 색이 드는 봄이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산불이 났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타들어 가는 나무와 둥지를 떠나지 못한 작은 새들,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들이 스러지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어리고 여린 것들의 비명조차 불의 포효 속에 갇히는 슬픈 일이 없기를 바란다.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숲. 공중에 뜬 헬기는 전시 상황처럼 긴박하다. 그을리고 재가 된 숲에서 몇 날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던 장면은 늘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산불은 생명과 자연에 대한 폭격이다. 봄이면 무수히 사라져간 아름다운 생명들을 떠올리다가, 다시 인간이 만든 불 앞에서 스러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곳에도 꽃은 피었을까, 누구라도 핀 꽃을 본 이가 있을까. 인간에게 처음 불이 생겼을 때 그것은 우리를 한곳으로 불러 모으는 힘이었다. 어둠을 밀어내고, 그 앞에서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불이 꺼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이 불이 우리가 두 손 모아 꺼지지 않게 지켜온 불인가, 우리를 살려 온 불은 지금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가만가만 겨우내 잠든 것들을 흔들어댄다. 하나, 둘 깨어나 가지마다 잎을 틔우고 땅속의 싹을 밀어 올린다. 날마다 초록이 번지고 분홍과 빨강이 번져간다. 그러나 바람에 번져가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불, 화염이다. 꽃과 불을 번지게 한 힘으로, 어둠을 밝혔던 빛으로, 이리저리 날뛰는 불길을 바람이 쓸어가 버렸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아깝고 귀한 것이 있다면 살아있는 생명 말고 무엇이 있을까. 창밖에 빛이 더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다. 물오른 나뭇가지에 초록이 짙어지면 이파리는 바람의 리듬에 흔들리다 곧 날개를 펴고 어린 새처럼 파닥이며 소리를 낼 것이다. 봄은 발밑을 보게 되는 계절이다. 그곳에는 눈부신 생명들이 움트고 있으니 말이다.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보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봄의 얼굴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며, 살아갈 힘을 내는 같은 운명을 지녔다. 그러니 서로를 아까워했으면 좋겠다. 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봄,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는 계절을 꿈꾼다. 볕에 따뜻해진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내일은 어떤 꽃이 피어날까.
통일은 왜 해야 하고, 통일교육은 왜 할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화답한다. 통일은 당위적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런 통일을 당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으므로 탈분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통일과 평화적 통일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통일교육의 근거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교육지원법」은 “통일교육”이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호) 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일교육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통일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통일교육은 기준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다. 이론교육과 체험교육, 오프라인교육(대면교육)과 온라인교육(비대면교육)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①연속강좌 유형, ②강연·세미나·포럼 유형, ③캠프·기행 유형, ④문화공연·행사 유형, ⑤콘텐츠 개발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현행 「통일교육지원법」은 통일교육의 유형에 대하여 독자적인 분류기준을 열거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학교통일교육과 공무원 통일교육에 대해서 규정하고, 사회통일교육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지역통일교육센터를 통한 사회통일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통일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은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의 접점에 있는 대학통일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 권역별로 “통일교육선도대학사업”을 공모하여 국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교육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 성격과 강조점이 달랐다. 보수정부는 방(반)공교육, 멸공교육, 국방․안보교육, 통일․안보교육 등의 명칭으로 북한을 승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반면 진보 정부에서는 통일교육, 평화․통일교육 등으로 명명하고 북한을 화해․협력 및 평화공존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보수는 “적대관계”, 진보는 “동반자관계”로 설정하였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통일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2025년 11월 4일부터 시행되는 통일교육 조직 명칭을 “국립통일교육원”에서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변경하였다.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통일교육 방법은 없을까? 독일의 보이텔스바흐와 같은 한국형 통일교육 모델은 불가능할까?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속 가능한 통일교육을 위해 MZ 세대에게 통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게끔, 참여형 내지는 체험형 통일교육이 필요할 때다. 외국이나 다른 지역의 통일교육 사례가 아닌 “우리 동네 일상적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경기북부지역의 시민사회단체인 “개성포럼”이 실시하고 있는 “우리 동네 38선 이야기”는 참고할만하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본회의·상임위원회 평균 출석률이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낮다는 부끄러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22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의회 재적 의원 868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방의회 정치인들의 역량을 출석률만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의사당 중심의 활동이 이처럼 소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개선할 방법이 반드시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실련의 조사에서 전국 17개 광역의회 본회의 평균 출석률은 96.21%, 상임위원회 평균 출석률은 95.61%였다. 이 중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평균 출석률은 92.1%, 상임위 평균 출석률은 92.69%로 최저 수준이다. 재적 의원 대비 본회의 출석률 90% 미만 의원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시의회(10%)였다. 서울시의회(9.09%)와 경기도의회(9.03%)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광역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이 평균 96%로 높게 나타난 것은 잠시 회의장에 들르거나 재석 확인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출근도장식’ 시스템 탓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의정활동 정보 공개 항목을 확대하고 지방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출석 정보 공개 자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의원별 출석률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광역의회는 서울·부산·인천·대전·울산·충북 등 6곳에 그쳤다. 대구(본회의만 공개)·세종·경남·강원·제주 등 5곳은 회의별 합산 통계만 공개해 의원별 출석률을 확인할 수 없었고, 관련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은 광역의회는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광주·충남·전북·전남·경북 등 6개 의회였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와 자체 조사를 통해 광역의회별 출석 현황을 일일이 확인해 분석했다. 본회의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39명, 상임위원회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4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본회의 출석률 80% 미만 의원은 15명, 상임위원회 80% 미만 의원은 17명이었고,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도 본회의 5명, 상임위 7명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통계를 보면 본회의 기준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경기도의회(14명), 서울시의회(10명), 인천시의회(4명) 순으로 많았고, 상임위원회 기준으로는 경기도의회(15명), 충남도의회(4명), 전남도의회(5명) 순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단 1분만 머물러도 출석이 인정되는 현행 시스템을 감안할 때 출석률 90% 미만은 사실상 의정활동을 매우 소홀히 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실질적인 재석 확인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관련하여 경실련은 지방의회 의원별 출석률 홈페이지 공개, ‘출근도장식’ 출결 시스템 개선 및 재석 확인 제도 도입, 청가(請暇) 심사 기준 강화 및 사유 공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의정활동 성실성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방자치법 26조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사무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조직, 재무 등 지방자치에 관한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과 지방의회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누리집에 공개하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정보’ 공개 항목을 기존 8개에서 27개로 확대했다.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개개인에 대한 정보는 정량평가(定量評價)와 함께 정성평가(定性評價)까지 가능하도록 충실하게 제공돼야 한다. 가뜩이나 난타전 이전투구가 펼쳐지는 중앙정치 이슈에 치여 유권자들이 지방 정치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비교하기가 어려운 판국이다.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정보 공개는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도의회, 인천시의회 등을 비롯한 지방의회 구성원들의 정보 공개가 투명하고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폭 개선돼야 할 것이다.
21세기에는 국가의 힘이 영토보다 이미지에서 드러난다. 한 나라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어떤 이미지를 세계와 공유하느냐가 곧 그 국가의 국격(國格)이자 정체성이 된다. K-팝을 기점으로 드라마, 영화, 뷰티, 푸드, IT, 언어, 웹툰, 문학, 패션, 게임, 교육, 국악, 종이접기 등으로 끝없이 확장되는 K-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글로벌 문화 변방의 외침이 아니다. 시각적 경험으로서의 외적 이미지와 즉각적 공감으로서의 내적 이미지가 결합된 K-컬처는 서구 중심 대중문화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협업하며 강력한 소구력을 지닌 ‘관계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들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시작으로, 그래미의 ‘비주얼 미디어 최우수 주제가상’, 나아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까지 휩쓸며 전례 없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여기에 오는 3월 21일,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6만여 아미(ARMY)들과 함께 ‘아리랑(ARIRANG)’을 떼창할 예고된 풍경은 정점을 찍는다. 이는 한국 고유의 서사와 인류 보편의 감성이 결합한 K-콘텐츠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가 공유하는 하나의 ‘보편적 이미지 언어’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거대한 문화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고 반응하는 집단이 있다. 전 세계 708만 재외동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40대 미만의 ‘차세대’다. 이들에게 한국 문화는 더 이상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가 아니다. 유튜브와 OTT, SNS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원근 각지에서 자신의 뿌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한국적 색채와 보편적 정서가 결합한 한류는 이들에게 한국을 ‘설명’하기 이전에 ‘체득’하게 한다. 혈통이나 국적, 언어 능력을 앞세우지 않아도 ‘코리안’이라는 소속감과 ‘코리아’에 대한 친근감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강력한 정체성 아이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 목표와 국정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영점(零點)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류는 세계인에게 ‘재미 있고, 혼종적이며,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동포 차세대 개개인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현지 출생 세대가 주류가 된 동포 사회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파트너로 포용·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한류는 문화산업 전략으로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국가 백년대계인 ‘정체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세밀한 로드맵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재외동포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재외동포를 관리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한류 전파자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인식 변화다. 그러나 베트남의 K-마트나 해외 각지의 한류 페스티벌 사례를 거론하는 수준만으로는 정체성 형성의 결정적 시기를 지나고 있는 차세대 동포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하다. 정부의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정책의 언어는 여전히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수출입 EXPO’, ‘바이어 매칭’, ‘재외국민 우편투표 도입’ 같은 정치·경제 지표에 머물러 있다. 세계한인회장대회나 세계한상대회 주최권을 민간에 이양하는 정도의 행정적 변화만으로는 기존 네트워크 밖에 존재하는 ‘익명의 유력 동포’나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차세대’의 실태와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경제적 동기가 아니다. 국적과 거주지를 넘어서는 심리적 소속감이며 자신의 자아실현과 연결되는 한민족 구성원들과의 ‘글로벌 상생’이다. 이미지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휘발되기 쉽다. 소비되는 이미지가 삶의 가치와 행동 철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자긍심은 일회성 환호에 그칠 뿐이다. 재외동포 차세대를 단순히 K-콘텐츠를 전파하는 또 하나의 소비 집단으로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들이 대한민국과의 다양한 연결을 바탕으로 인류 공동 번영과 세계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공간을 넓혀야 한다. 결국 과제는 분명하다. K-컬처의 폭발적 에너지를 단순한 문화 소비의 차원을 넘어 ‘정체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케데헌의 연속 수상과 BTS의 컴백이라는 화려한 사건도 그저 문화적 성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인종과 국적, 종교와 세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동(大同)의 자산’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K-이미지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한류가 동포 차세대와 세계인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으려면, 그 바탕에는 ‘세계시민성’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단단히 뿌리내려야 한다.
겨울 내내 적막했던 캠퍼스 곳곳이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강의실 앞 복도와 계단, 교내 식당과 카페가 학생들로 채워진다. 왁자지껄한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언어들도 다양하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은 서로 낯설지만 그 안에 흐르는 설렘과 작은 긴장감은 닮아 있다. 개강 무렵 캠퍼스 풍경은 마치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의 조율 시간과도 같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악기를 들고 앉아 채 완성되지 않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불안감과 기대감을 공유하는 그 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평소보다 다소 높은 톤으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사를 건네면 이내 수줍은 작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되돌아온다. 출석부 속 낯선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며 강의실 곳곳의 새로운 얼굴들을 눈에 담는다. 이름도, 살아온 환경도, 쌓아온 경험도 서로 다른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그들 속에 단단히 서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이번 학기도 이 공간에서 우리만의 작은 작품 하나 잘 만들어가 보자고. 신학기 풍경이야 늘 그렇듯 활기가 넘치지만 요즘 개강 풍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들려오는 언어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어 사이로 중국어와 베트남어, 몽골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학생식당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대학은 적극적으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표면적으로 더없이 국제화된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듯하다. 그러나 국제화는 단순히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국적이 다양해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낯선 언어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구축되어 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대학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국제화의 성과가 유학생 증가율, 재정 수익률 등의 숫자만으로 대체되는 순간 대학이 지향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는 철학자 마틴 부버의 말은, 학기가 시작되는 이 계절에 더욱 생생하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교육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이라는 사건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마음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삶의 시간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평생 마음에 담아둘 삶의 경구와 지표를 만나기도 한다. 대학의 국제화도 결국은 이런 만남의 확장에서 시작되는 일인지 모른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을 던지며 함께 배우고 성장해 가는 일. 그 과정에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 마치 각자의 악기도 다르고 소리도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서로의 선율을 맞추어 가는 멋진 오케스트라처럼.
지난 2023년 7월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일원 동신일반산업단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됐다.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산업기반시설 및 공동연구개발 인프라 설치와 운영, 소부장 분야 공동 기술개발사업 및 전문기술인력 양성, 환경․노동 관련 규제 특례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정과정에서 안성시는 이번 선정을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안성 소부장 특화단지는 K-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김 시장은 “교통 여건이 좋은데다 산업단지 조성원가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하고, 지역대학 반도체학과와 연계한 인재 공급의 강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용인 남사 반도체 국가산단, 평택 고덕산단과 인접해 반도체산업 집적화와 소부장 기업 간의 상생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2023년 3월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법’에 의거 전국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 차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공모를 실시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적극 나섰다. 반도체 분야에 경쟁력 있는 40여 개의 소부장 기업과 9000억 원의 투자 유치와 반도체 인력양성센터 구축 등의 사업계획을 수립해 공모를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공직자와 기업, 시민 간 협력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반도체 클러스터 편입, 반도체산업 육성’은 안성시의 미래 먹거리로서 민선 8기 김 시장의 1호 공약인데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는 그 기반이 된다. 김 시장은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를 핵심 전략사업으로 집중 추진했다. 그는 취임 후 곧바로 ‘반도체 유치 전략TF’를 구성했다. 김 시장이 직접 단장을 맡았고, 전략기획담당관, 일자리경제과, 도시개발과 등 3개부서가 참여, 산단 조성, 인력양성 등 세부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안성시 관내 반도체 기업 대표와의 간담회, 시민·기업·반도체 전문가와 ‘반도체 산업 육성 포럼’을 개최하는 등 심층 논의를 이어갔다. 이어 양향자 국회의원의 반도체 특강, 반도체 자문단 구성(학계·기관·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 국회토론회 개최 등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정치적 노력이 이어졌다.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규모는 157만㎡다. 이곳에 총사업비 6747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30년 내에 준공될 예정이다. “단지 조성으로 1만 6000여 명의 고용효과와 9900억 원의 부가가치, 2조 4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안성시가 평택, 용인, 이천, 천안을 잇는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산업 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김 시장이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에 그토록 공을 들인 이유다.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에 이어 이차전지 분야 대기업 투자가 더해지며 안성의 첨단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김 시장은 “앞으로 차세대 배터리,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더욱 힘써 앵커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에도 김 시장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김 시장의 발길은 안양시 소재 첨단 반도체 소부장 기업 ㈜이오테크닉스로 향했다. 이 기업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의 레이저 장비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전문기업이다. 김 시장의 방문에 회사 대표는 안성시의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농지 규제 문제도 해소됐다. 소부장 특화단지인 안성 동신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전용 협의가 최종 완료된 것이다. 다만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업 정착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치’가 아니라 ‘정착’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이번 성과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발’이다.” 비장애인이 신발 없이 집 밖을 나설 수 없듯,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생존권이자 이동권 그 자체다. 하지만 최근 장애를 입었거나 기존 보장구가 노후화되어 새 기구가 절실한 장애 당사자들에게 ‘보장구 처방전’을 받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행정의 편의와 심사의 엄격함이 장애인의 발을 묶어버린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장구 지원 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동 휠체어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활동형 수동 휠체어 역시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다수의 장애 가정에서 이 비용을 오롯이 부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공단은 일정 기준을 정해 전동 휠체어는 188만 1000원, 수동 활동형 휠체어는 9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금액의 현실성보다 ‘지원받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6년이라는 긴 내구연한 동안 낡고 부서질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고충은 차치하더라도, 지원을 받기 위한 첫 단추인 ‘처방전’ 발행부터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병원 어디서나 처방전 발행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공단은 무분별한 처방과 부정 수급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발행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 기준을 대폭 높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단의 엄격한 잣대가 의료기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혹시 모를 공단의 불이익이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우려해 처방전 발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원 환자가 아니면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가 거주하는 용인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일부 대형병원은 이미 예약이 한두 달씩 밀려 있다. 보장구가 당장 파손되어 이동이 불가능한 긴급한 상황임에도, 처방전 한 장을 받기 위해 몇 달을 집안에서 격리된 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의 불편함을 넘어,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공단이 과거의 부적절한 사례들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그 대응 방식을 장애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풀어내서는 안 된다. 행정의 편의가 장애인의 생명과 같은 이동권을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강력히 제언한다. 우선, 각 지역별로 장애인 보장구 처방전을 전담하여 발행할 수 있는 ‘지정 병원’ 제도를 운영하거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공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처방할 수 있도록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발행 요건 완화’도 시급하다.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이동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참여와 자립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더 이상 처방전 한 장 때문에 장애인이 자신의 ‘발’을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공단은 불신에 기반한 행정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권익을 중심에 둔 수요자 중심의 제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장애인의 멈춰버린 발을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