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작은 도전으로 경기도 주민참여예산 주민제안 사업에 신청서를 냈다. AI와 IoT 기술을 접목한 돌봄시스템을 활용해 도내 요양시설 어르신들의 용변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고질적인 야간 돌봄 공백을 줄여나가는 수억 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소셜벤처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예산 규모였지만, 예산의 주인이 공무원이 아닌 시민이 되는 구조인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제’가 이 담대한 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올해 총 500억 원 규모로 도정참여형, 지역지원형, 민관협치형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이 제도는, 도민이 직접 우리 지역의 예산을 설계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든든한 상징이다. 이 제도가 가진 가장 큰 기대 효과는 단연 '현장 기반의 문제 해결'에 있다. 요양 돌봄 현장에서 매일 어르신들의 곁을 지키며 돌보는 종사자들,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원장들, 그리고 이들의 고충을 덜어줄 헬스케어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이 협력하여 직접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살아 숨 쉬는 해법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수많은 시민단체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목소리를 낸다면, 경기도 복지정책의 질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신청서를 작성해 가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첫 번째로 마주한 과제는 '홍보의 사각지대' 해소다. 올해 집중접수 마감일이 4월 6일까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제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여전히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다양한 사회적경제 포럼, 박람회 등을 통한 적극적인 제도 안내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더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행정 문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장 활동가들을 위해 실질적인 사업 제안 컨설팅이 병행되면 더 다채롭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굵직한 예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자체의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다. 현행 주민참여예산 규정은 원칙적으로 사업 완료에 1년 이내만 소요되는 단년도 사업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돌봄 인프라 구축이나 복잡하게 얽힌 재가·시설 복지,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심도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들은 단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인프라를 깔고 데이터를 모아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의 중장기적인 실행 기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범사업 1년을 통해 그 성과를 면밀하게 검증하고, 성공적인 모델로 판명될 경우 이듬해 타 시·군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단계형 주민제안 트랙’을 신설해 사업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모두 담보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정 이후의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치열한 고민과 손끝에서 제안되고 최종 선정된 사업이, 현장에서는 본래의 취지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당초 기대했던 혁신적인 효과를 온전히 내고 있는지 도민 누구나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의견을 더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 필요하다. 주민참여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도민의 삶에 스며드는 그날까지 끈질긴 관심과 참여로 이어지는 것이 진정한 자치이자 협치다. 현장의 뼈저린 문제를 가장 깊이, 그리고 가장 잘 아는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시민들이 예산의 쓰임새를 직접 설계할 때, 우리의 복지는 비로소 주민의 따뜻한 삶에 온전히 닿을 수 있다.
대통령 윤석열의 첫 일성은 집무실 용산 이전이었다. TV를 통해 이를 지켜본 나는 참 황당하다고 느꼈다. 큰 애국자도 아닌 나이지만 앞으로 5년이 너무 걱정됐다. 어느 날 종부세 때문에 윤을 찍은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는 정치학자인 내게 물어 볼게 있다면서 윤이 어떤 정치를 할 것 같냐고 질문했다. 나는 야박하게 평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찍은 것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통령은 별로 중요치 않아. 한국을 지탱하는 건 기업인들이지 정치인들이 아니거든. 이 말은 두산 그룹에 다닐 때 박xx 회장이 한 말인데 그 양반 참 비상하단 말야!”라며 본인의 주장에 한껏 힘을 실었다. “어디 그런지 두고 보자”라는 말을 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예감이 맞기라도 하듯 윤석열은 탄핵됐고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사람 하나 바뀌니 정말 많은 것이 바뀌는 나날들이다. 이래도 아무나 뽑아도 된다는 주장을 할 셈인가? 사람 한 명이 나라도 살리고 지자체도 살릴 수 있다. 도시화, 생태변화, 고령화, 인구감소로 오늘날 지방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지도자 한 명이 바꾸는 곳이 많다. 프랑스 남부 도르도뉴 지역 생피에르드프뤼지가 대표적이다. 이 지자체에는 3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학교도 상점도 문을 닫는 처지가 됐다. 2008년 새 시장에 당선된 길베르 샤보(Gilbert Chabaud)는 생태와 삶의 질에 중점을 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8년을 계속한 결과 생피에르드프뤼지의 인구는 450명으로 늘어났다. 시장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성공의 키였다. 샤보 시장은 “저는 마을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주민들의 기본적인 니즈, 즉 식량, 의료, 학교, 그리고 질 높은 환경을 갖춘 활기찬 마을을 만드는 것 이었지요”라고 설명했다. 이 비전 위에 생활 향상을 위한 전략을 세웠다. “삶의 질이 마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요.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이니까요”라고 그는 강조하며, ‘생태’, ‘전환’, ‘회복력’과 같이 이념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을 신중히 사용했다. 환경 보존, 생물 다양성 존중이나 에너지 절약은 그에게 있어 당연한 상식이었다. 또 다른 키는 ‘확고한 의지’였다. 마을을 개선하려면 주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고, 참여시키고, 파트너를 찾고, 외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핵심 그룹에 의존하는 것이 필수다. 생피에르드프뤼지에서는 이 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선출직 공무원들과 의욕 넘치는 네 명의 직원이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마을은 기존 관행을 바꾸고 공동체 정원을 조성하고 퍼머컬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오해와 반발이 컸다. 시장이 주민들을 이해시키는 데 2년이 걸렸다. 공청회를 열어 설명하고, 이어진 교육 시연을 통해 점차 수용도를 높였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점차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원주민과 신주민 간의 유대감을 강화했다. 결론적으로 생피에르드프뤼지의 활성화는 시장이 정치적 비전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의욕 넘치는 직원들의 의지를 통해 이를 실현하면서 주민들을 사업에 참여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지자체장들도 이런 유익한 모델을 개발해 마을 전체를 살릴 때 태양은 다시 떠오를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 ‘고백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연초부터 3개월간 접수된 자진 신고자가 12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는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구출하고,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일에도 성과를 낼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좋은 방안이다. 자진신고 시스템의 폭을 넓히고 더욱 정밀하게 설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접수된 자진 신고자 중 117명(96.7%)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수사 부서로 넘겨졌다. 자진신고의 신고 방식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경우로서 109명(90.1%)에 달했다. 보호자를 통한 신고는 12명(9.9%)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고등학생이 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4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상당수는 또래의 권유나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도박에 처음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대상 청소년에 대해 도박 금액과 반복 여부, 범행 경위, 반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특히 선도심사위원회를 활용한 훈방이나 즉결심판 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는 등 낙인 방지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1년간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총 3544건에 5196명이 검거됐고 이 중 314명이 구속 수감됐다. 환수한 도박 범죄 수익금은 총 1235억 원에 다다른다. 청소년 도박 중독의 폐해와 심각성은 지속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년간 경찰에 적발된 청소년 도박행위자는 무려 7153명에 달한다. 기간 중 법적 조치된 피의자는 10대 417명(7.0%), 20대 1514명(25.3%), 30대 1489명(24.9%), 40대 1366명(22.8%), 50대 800명(13.4%), 60대 이상 306명(1.7%) 등이다. 경미한 청소년 범죄혐의자는 경찰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 범행 정도를 감안하여 일부는 훈방·즉결심판 청구 또는 송치하고 있다. 또한 당사자·학부모 동의를 전제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에 연계해 치유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친구 소개·문자·커뮤니티 등으로 유인되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도박 빚과 재정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결국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이 된다. 빚을 갚기 위해 중고 거래·대출·사기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대성의 핵심이다. 범죄 사이트 운영진의 프로그램 조작으로 초기에는 ‘이익’을 보게 만든 뒤 구조를 바꿔 수익을 강탈하는 방식이 구사되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이 되고 있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 일으키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청소년 도박 문제 군(群)이 절도 경험, 자살 생각, 다툼, 학교생활 문제 등에서 정상 청소년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차이를 보인다는 끔찍한 일부 조사 결과는 소름을 부른다. 일단 연쇄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면 치료·재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이버 도박 청소년들을 방치하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남부경찰청 등이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 ‘고백 프로젝트’는 그 대상의 특성 때문에 대단히 유용한 수단이다. 아직 생각이 여물지 못한 아이들은 나쁜 유혹에도 약하지만, 그들을 구해내기 위한 효과적인 노력에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고백 프로젝트’에 높은 호응도를 나타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이버 도박 근절 자진신고는 그들을 구해내기 위한 희망의 두레박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도록 더욱 정밀한 방책으로 진화돼야 한다. 지옥문 앞에서 만난 구세주처럼 그들이 안심하고 두드릴 수 있는 ‘기적의 문’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2026년 4월 3일 제22대 국회는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헌법 제128조 제1항). 이번 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6개 정당의 187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헌법의 제목을 한자에서 한글로, ‘大韓民國 憲法’에서 ‘대한민국 헌법’으로 바꾼다. ②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명시한다. ③ 계엄에 대한 헌법 조항을 개정해 비상계엄 요건을 강화한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승인이 부결될 경우 계엄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의결한 때에도 계엄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④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다. 대통령 연임제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헌법 제89조). 대통령은 2026년 4월 6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이를 20일 이상의 기간 공고하여야 한다(헌법 제129조).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공고안도 20일 간 관보에 공고될 예정이다.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1항).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제130조 제2항). 국회의원 재적의원 중 3분의 2가 의결정족수이므로, 197명의 찬성표가 확보되어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가능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고,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려면 국민의힘 의원 중 10명이 이탈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개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기간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지방선거가 개헌 선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는 이미 개헌선거가 된 셈이다. 국민의힘이 일치단결하여 개헌 국민투표가 좌절된다면, 국민의힘은 “헌법의 한글화”, “518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요건 강화”, “지역균형발전의 헌법화”를 저지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지방선거를 시작하게 된다.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어도 지방선거는 개헌선거가 되겠지만, 개헌 국민투표가 좌절된다면 지방선거는 더욱 개헌선거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헌법 개정은 바람직하다. 헌법 개정안에 의하면 또다시 비상계엄이 선포되더라도 비상계엄을 무효화하기 위해 국민의 대표들이 계엄군의 무력에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국회의사당에 모여야 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계엄을 하기는 더 어렵게 되었고, 국회가 계엄을 막기는 더 쉽게 되었다.
뭍에도 섬에도 진달래꽃 천지다. 붉은 꽃 한 아름, 가슴에 묻은 딸이 아비의 묘비를 찾는다. 저것이 내 아비의 이름인가. 눈으로 더듬고 손으로 불러도, 묘비에 박힌 아비의 이름은 아득하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라서 허망한 것일까. 일흔이 넘은 딸이 아비의 묘비 앞에 술을 따른다. 드세요, 아버지. 일흔이면 어떻고 아흔이면 또 어떠한가. 아비라는 단어는 나이와 상관없는 울음인 것을. 참으면 참을수록 화르르 타오르고 마는 설움인 것을. 일흔도 넘은 딸이 아비의 묘비 앞에 담배를 태워 놓는다. 드세요, 아버지. 불러도 대답은 없고, 담배 연기만 묘비 너머로 종종걸음친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봄이 오던가. 야속할 노릇이다. 기억은 남겨진 자의 몫이어서, 봄조차 되살릴 수 없음을 떠올리게 할 뿐. 계절은 되돌릴 수 있어도 한 번 떠난 사람은 돌아올 수 없음을. 그렇게 누구는 가고 누구는 남는 게 세상살이인 것을. 돌아본들 무엇하겠는가. 뭍에도 개나리꽃 머금었는지. 밥풀 같은 노란 꽃 흩어지면, 그 너머로 하얀 저고리에 핏물 적시며 목련꽃 쓰러지는지. 섬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잖는가. 사내란 사내는 죄다 무너지고, 서 있는 거라곤 뭉그러진 돌하르방뿐이라. 뭍에서는 돌과 바람과 여자뿐인 섬이라고 부른다지. 잎이 돋기도 전에 꽃부터 지고 마는 진달래꽃인 걸 모른다지. 하긴, 그런다고 해서 또 어쩌겠어. 견디는 것들이 모여 산으로 우뚝 솟구친 게 섬의 운명인 것을. 포구에도 바다에도 봄 햇살 천지다. 파도 소리 한 묶음, 가슴에 묻은 아비가 딸의 교복을 펼친다. 이것이 내 새끼 이름인가. 입김 불어 호호 닦아도, 명찰에 새겨진 딸의 이름은 아득하다. 꿈에서조차 대답 없는 이름이라서 먹먹한 걸까. 교복을 품에 안은 아비가 딸이 누운 바다에 밥을 먹인다. 배고팠지, 내 새끼. 자식 앞세운 죄인은 물만 마셔도 창자가 끊어져. 딸이 살던 방문을 열면 손발부터 오그라들어. 딸과 찍었던 사진을 보면 숨이 턱 막혀. 교복을 품에 안은 아비가 딸이 누운 바다에 옷을 입힌다. 추웠지, 내 새끼. 만져도 대답은 없고, 차가운 온기만 파도 너머로 달음박질친다. 진달래가 떨어지면 봄이라던가. 환장할 노릇이다. 기억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서, 봄조차 되살릴 수 없음을 떠올리게 할 뿐. 계절은 되돌릴 수 있어도 한 번 떠난 세월은 돌아올 수 없음을. 왜 그래야만 했을까. 섬으로 가야 할 배가 숨을 멈추고 가라앉는데도, 스피커에선 왜 꼼짝 말고 기다리라고 하였을까. 아비는 아직도 기가 막혀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해. 너를 태운 배는 어느 섬을 향해 흘러가고 있을지. 너와 보낸 세월은 배냇저고리와 교복 사이의 항로만 하염없이 떠돌고 있어. 지도를 펼쳐도 네가 도착할 항구는 보이지 않아. 남은 거라곤 이름 세 글자 새겨진 교복뿐이라서. 아비는 오늘도 딸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바다에 선다. 저기, 진달래꽃 닮은 배 하나 섬으로 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새해 국민주권 정부의 목표 중의 하나가 ‘산재(산업재해)근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이 불명예스러운 기록 앞에서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성취는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했다. “아침밥 먹여 보낸 가족이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그런 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아무리 높다 한들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면서 “생명 경시에 대한 비용과 대가를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이면에는 산재노동자가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산재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해 9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2030년까지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산재 감소는 국가적 책무라며 (장관)직을 걸겠다는 말도 했다. 건설업계 불법 하도급 구조 개선과 고령·이주 노동자 보호 대책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약속했다.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더욱 증가했다. 3월 31일 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5명이었다. 이는 전년도 589명 대비 16명(2.7%)이 늘어난 것이었다. 지난해에 발생한 중대재해로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공사장 화재사고(6명 사망)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사고(4명 사망)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7명 사망) ▲광주 서구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 현장 사고(4명 사망) 등이 있다. 올해도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사고(14명 사망) ▲경북 영덕의 풍력발전단지 발전기 화재사고(3명 사망) 등 산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산재든 중대재해든 기본적으로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말은 옳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4월 28일을 ‘산업재해근로자의 날’(법정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보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2000년 12월 서울 보라매공원에 ‘산재희생자 위령탑’을 건립하고 매년 4월 28일 추모제를 개최하는 등 산재노동자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을 촉구해왔다. 우리나라 노동정책의 후진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는 산재 처리 지연 문제가 여전하다. 한국노총은 “업무상 질병의 경우 평균 7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어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 또한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오는 28일은 두 번째 맞는 산재노동자의 날이다. 경기도 노동계는 “죽음의 일터 구조를 바꾸겠다”며 4월에 집중적으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일자 4면, ‘죽음의 일터 구조 바꿀 것… 경기 노동계, 이달 집중 투쟁 예고’) 1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는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을 선포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 불법고용, 불법하도급, 임금체불 등 ‘4대 문제’에 묶여 있다. 자본은 책임지지 않고 죽음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건설노조 조용준 수도권남부본부장), “급식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환기시설 개선과 인력 충원은 여전히 미흡하다”(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임명순 노동안전위원장)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여당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 최대 영업 이익 5%를 과징금으로 부과’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적 요인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참고하면 좋겠다.
겨울의 무채색을 뚫고 솟아오르는 생명의 기운은 경이롭다. 매년 맞이하는 이 계절, 이름의 유래를 가만히 톺아보면 그 안에 삶을 관통하는 직관적인 힌트가 담겨 있다. 국어학적으로 봄의 어원은 동사 '보다'의 명사형인 '봄'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즉,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광경을 '보는 것', 혹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순과 가지마다 몽우리 맺히는 꽃들을 우리 몸에 담는 시기가 봄인 것이다. 이 '본다'라는 행위는 눈앞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봄에 돋아나는 것을 유심히 봐두는 일은 우리 내면에 일 년을 버텨낼 기운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과정이다. 봄꽃과 연두색 새잎,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봄나물을 실컷 봐두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가 지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게 돕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봄이 왔다고 해서 매일이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른 봄, 살 속을 파고드는 소소리바람이 불어오면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그 바람을 견디고 고개를 내미는 것들을 기어이 보아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봄은 스쳐 지나가는 배경 같을 때가 많다.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에 핀 벚꽃과 개나리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느라 눈길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 하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주일, 한 달을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잠깐 멈춰 서서 바라본 잎사귀 같은 찰나의 즐거움이다. 봄에만 허락되는 싱그러운 연두색을 열심히 봐두어야 한다. 한여름의 짙은 초록과는 완전히 다른, 투명하고도 여린 빛깔은 생명력이 가장 응축된 상태다. 잎샘추위의 시련을 이겨내고 돋아난 부드러운 잎사귀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저렇게 작은 것도 이 추위를 뚫고 솟아나는데, 나도 이번 달은 좀 더 에너지를 낼 수 있겠다"라는 가벼운 응원을 얻는다. 식탁 위에 오르는 봄나물들 역시 눈과 혀로 즐겁게 느껴야 할 대상이다. 냉이, 달래, 쑥 같은 나물은 땅의 기운을 맨 먼저 담아 전달해 주는 전령사이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은 입맛을 깨우는 동시에 우리 몸에 “다시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라는 신호를 보낸다. 봄나물을 챙겨 먹는 행위는 몸과 마음을 자연의 흐름에 맞추는 작업이다. 인생이 늘 계획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누구나 일이 꼬여 답답하거나 이유 없이 처지는 날을 마주한다. 그때 우리를 기운 차리게 하는 것은 대단한 보상이 아니라, 봄날 담벼락 아래서 피어난 노란 민들레의 모습이나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어린잎의 생생함이다. "맞아, 그 추운 콘크리트도 뚫어내며 꽃이 피었지."라는 기억이 다시 일어나게 한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나중에 꺼내 볼 수 있는 행복의 밑천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주워 담은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봄은 짧다. 봄비 한 번에 꽃은 지고 초록은 진해진다. 그러니 곁을 지나는 봄의 전령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결국 봄을 '본다'라는 것은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기운을 모으는 일이다. 봄의 생명을 아쉬움 없이 맡아 두자. 그 내음이 모여 남은 열한 달을 기꺼이 살아내게 할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루지 말고, 마음껏 누리자.
4월 5일은 인류의 오래된 신앙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의 기간이다. 기독교에서는 생명의 부활과 기적을 노래하는 부활절이며, 이슬람교에서는 신성한 절제의 달 라마단의 한 복판에 있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를 찬양하는 부활절이요, 무슬림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부인과 기도로 영혼을 씻어내는 라마단의 한복판으로, 두 종교 모두 평화와 화합을 가리키고 있건만, 이 거룩한 절기들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참혹한 포화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연합군 간의 충돌은 이란 본토 군사 시설 공습 이후로, 이에 맞선 이스라엘 본토와 인근 미군 기지를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 카드로까지 이어졌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21세기 들어 중동 내 최대 규모의 무력 충돌로 기록되고 있다. 필자의 많은 지인들이 중동에서 활동하는데 주변 나라 혹은 한국으로 몸을 피신하여, 두고 온 사업체와 집, 그리고 그곳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석유와 가스, 비료 등 핵심 공급망이 붕괴되었고,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즉시 폭등했고,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인플레이션의 파고로 이어져, 물가는 치솟고 민생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차가운 죽음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봄의 생명력처럼, 절망의 끝에서도 반드시 희망이 싹튼다는 믿음을 상징한다. 이슬람교의 라마단은 억제와 절제의 시간이다. 낮 동안의 금식을 통해 굶주린 이웃의 고통을 체감하고 탐욕을 내려놓는 정화의 과정이다. 두 종교의 이러한 절기가 지향하는 본질은 고통 뒤에 찾아오는 희망, 나를 낮춤으로써 타인을 품는 사랑과 평화이다. 그러나 2026년의 중동은 이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거대한 모순의 현장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의 궤적은 부활절의 종소리를 덮어버렸고, 가난한 이웃을 돌봐야 할 라마단의 정신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속에 무력하게 흩어졌다. 두 종교가 약속한 기쁨과 환희의 절기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축제가 아니라, 국경과 종교를 초월한 연대의 기도다. 부활절의 달걀이 상징하는 새 생명의 탄생과 라마단의 이프타르(일몰 후 첫 식사)가 주는 나눔의 기쁨은 결코 폭력과 공존할 수 없다. 진정한 부활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고 다시 생명을 긍정하는 희망 속에 있으며, 참된 라마단의 정신은 총구를 내리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건네는 결단 속에 있다. 다시 그들의 삶의 터전이 복구되고, 이웃들과 함께 부활의 환희와 라마단의 평화를 온전히 나눌 수 있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 본다. 라마단의 평온한 저녁 식사가 폭격의 공포 없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죽음 대신에 생명을, 증오 대신에 사랑이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중동의 하늘에 미사일 대신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오르길 기원해 본다.
소음은 단순히 듣기 싫은 소리를 넘어,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오염원 중 하나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대기오염 다음으로 큰 환경 건강 위험 요인으로 지목할 만큼 소음은 그 심각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기도가 오토바이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카메라 기반 단속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공중소음 공해’에 대한 방지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모색돼야 한다. 경기도는 오는 6월 말까지 성남 2곳과 의정부 1곳 등 총 3개 도로 구간에 ‘음향영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륜차 통행이 잦은 카페 밀집 구간과 상업지역에서 주거지로 이어지는 도로 등이 선정됐다. 이 장비는 소음 측정기와 고해상도 영상장치를 결합한 형태로, 일정 기준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해당 오토바이의 측면과 후면 번호판을 자동으로 촬영한다. 도는 이미 지난 2023년 12월 전국 최초로 ‘이륜자동차 소음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관리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2029년까지 학교와 병원 주변 등 이동소음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음향영상 카메라 25대를 추가 설치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시간 소음 감시 시스템과 후면 단속카메라도 확대할 계획이다. 단속 대상은 배기 소음이 105데시벨(dB)을 초과할 경우다. 다만 현행법 체계상 이 장비를 활용한 과태료 부과가 불가능하다는 게 맹점이다. 소음·진동관리법상 단속은 현장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 이 같은 한계에 따라 경기도는 시범 운영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차량 소유주에게 계고장을 발송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수집된 단속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련 부처와 법 개정을 협의할 방침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은 ‘공장·건설공사장·도로·철도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소음·진동을 적정하게 관리하여 모든 국민이 조용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제정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해내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민 삶의 질을 높여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이 문제를 지금처럼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시점에 다다랐다. 소음이 일으키는 유해 요소에 대한 많은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청각 기관 특히 내이의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hair cells)에 물리적인 손상을 주어 소음성 난청 등 청력 저하를 유발하는 일이다. 청각 시스템을 우회하여 신경계, 내분비계, 심혈관계를 포함한 전신에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고 우울증, 신경과민증 심지어 위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계 문제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한다. WHO는 50-55dBA 이상의 야간 소음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음은 건강에 대한 위협을 넘어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등 현대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소음을 단순한 불편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을 통해 발생원을 통제하고, 전달 경로를 차단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기술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도에서 전국 처음으로 ‘오토바이 소음 카메라’를 도입하는 일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이 더욱더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통 소음뿐만 아니라, 온갖 공중소음을 차단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다. 국민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환경오염인 소음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아파트 단지를 거닐 때 보이는 화려한 외벽, 그리고 매일 드나드는 복도와 계단실.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장(페인트) 공사’로 마무리된다는 점입니다. 많은 입주민이 도색을 단순히 색을 입히는 미관 작업으로만 생각하시지만, 사실 도장 공사는 건물의 부식을 막고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적인 방어 공정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공정의 마침표라 불리는 ‘상도(Topcoat) 시공’은 하자가 빈번하지만 일반인이 발견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도장 공사는 보통 바탕을 다지는 ‘하도’, 색상을 입히는 ‘중도’, 그리고 보호막을 형성하는 ‘상도’의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상도는 자외선, 빗물, 먼지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중도층을 보호하고 광택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하자 소송 사례들을 보면 외벽뿐만 아니라 복도나 계단실 등 내부 공용 공간에서도 상도 시공이 누락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내부의 경우 주로 ‘무늬코트’라 불리는 다채무늬 도료 위에 투명한 코팅제(상도)를 덧바르게 되어 있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내오염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상도가 없는 복도 벽면은 살짝만 긁혀도 페인트 가루가 묻어나오거나, 작은 얼룩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 아파트가 금세 노후해 보이는 원인이 됩니다. 상도 미시공 하자가 있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사인펜 테스트’입니다. 상도는 매끄러운 코팅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 위에 수성 사인펜으로 글씨를 쓰면 잉크가 흡수되지 않고 맺히거나 쉽게 닦여 나갑니다. 반면, 상도가 누락되어 중도 페인트가 그대로 노출된 곳은 마치 종이에 글씨를 쓰듯 잉크가 벽면 속으로 번지며 스며듭니다. 또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독용 알코올(메탄올 또는 에탄올)을 마른 천에 묻혀 주차장 바닥의 특정 부분을 10~20초간 문질러보는 방법입니다. 이때 보호막이 없는 중도재가 알코올 성분에 의해 녹으면서, 천에 바닥 페인트 색깔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면 상도 시공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법정의 감정절차에서는 감정인이 더욱 정밀한 실험을 하기도 합니다. 도막에 바둑판 모양의 눈금을 내어 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격자법(Cross-cut test)’을 통해 층간 분리 상태를 확인하거나, 정밀 현미경으로 단면을 관찰하여 상도 층의 존재 여부를 물리적으로 판별합니다. 또한 ‘성분 분석’을 통해 상도제 특유의 수지 성분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도 미시공 하자는 설계도서에 상도 시공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법원은 감정을 통해서 상도 미시공이 확인이 되면 하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편, 시공사가‘상·중도 일체형’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설계 변경에 대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과 해당 제품이 기존 설계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가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외벽의 상도가 누락되면 콘크리트 중성화가 빨라져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내부 복도의 상도가 누락되면 오염에 취약해져 주거 환경의 질과 자산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는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입주민들이 막대한 재도장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하자 소송 과정에서 내·외부의 상도 시공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은, 시공사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우리 아파트의 내구성을 확보하고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