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다보면 종종 예기치 못한 항의를 받을 때가 있다. “이렇게 큰 개를 왜 입마개를 하지 않습니까?” 나의 반려견은 맹인안내견으로도 많이 활약하는 세상없는 순둥이 래브라도리트리버 종이다. 그럴 땐 정중히 안내드린다.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은 법에 지정이 되어있습니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스탠퍼드셔 테리어,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입니다.” 모두 개물림사고로 뉴스에도 종종 언급되는 투견종들이다. 얼마전 아들이 키우던 핏불 한 마리를 시골어머니에게 맡겨놓았는데 그 어머니를 핏불이 물어 숨지게 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개가 주인을 몰라보고 광견(狂犬)이 되면 몽둥이 외에는 약이 없다. 미치면 주인도 몰라보는 것이 개만 그렇겠는가?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하자 검찰의 항명이 거세다. 시작은 서울지검장이었다. 자신이 결정해야 할 항소건을 수뇌부의 지휘에 따라놓고 “내 생각은 달랐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어 약속이나 한 듯 검사장들의 집단 입장표명이 뒤따르더니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격. 이제는 지청장, 부장, 심지어 초임검사까지 팔걷어 부치고 뛰어나온다. 알고나 떠들어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올해 1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그리고 솔직해져라. 검사들의 항명은 너무나 정치적이다. 대통령이 대장동사건에서 책임을 면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 아닌가? 검사들의 속내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고 지난 수개월의 국정운영동안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대통령을 법사슬로 엮어 끌어내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검찰개혁을 되돌리고 검사들이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치지 않았다면 다른 무슨 표현이 가능한가? 데자부가 떠오른다. 2020년 문재인정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윤갈등이 빚어졌을 때 검찰이다. 전국에서 평검사회의를 소집하는등 윤석열의 편에 서서 검란을 일으켰던 그 검사들이다. 이들의 분노는 늘 선택적이다.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나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서 쥐 죽은 듯 고요했던 검사들이다. 사실 문제는 항소포기가 아니다. 검사들은 그동안 대장동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을 엮어 넣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김만배에게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을 맞춰달라고 요청했다”(김만배 증언) 남욱 변호사에게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던 그 검사들이다. ‘진술짜맞추기, 허위진술 강요’ 등 “줬다고만 해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한다” 식으로 몰고갔던 그 검사들이다. 이제는 거꾸로 검찰의 대장동 조작수사를 밝히고 몽둥이로 다스리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사냥개가 미쳐버렸는데 삶아야지 별 수 없다. 오래전 법률가에 박상진 의사가 있었다. 박 의사는 1911년 일제의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평양법원 판사로 발령받았으나 “식민통치의 관리가 되어 일제에 봉사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 의사는 1915년 대한광복회 총사령관이 되어 무장투쟁에 나서 친일파를 처단하고 독립군을 양성하다 1918년 체포되어 모진 고문 끝에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1921년 8월 13일에 만세삼창과 함께 순국했다. 검란에 뛰어든 검사들에게 고하노니... 똑같이 법을 공부한 박상진 의사 처럼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내란범에 부역한 것만 해도 능히 부끄러운줄 알아 앞으로 주인을 물어뜯는 광견(狂犬)의 길은 가지 않기를 당부한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Z. Mamdani)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일약 정계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불과 34살이고 아프리카 출신의 인도계 이민자이자 이슬람교도이고 사회주의자임을 스스럼 없이 밝힌 그는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이자 미국의 상징 도시 뉴욕시장이 된 것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미국판 MZ세대의 지지와 성원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전 세계가 보수화되고 특히 젊은 층의 보수화 내지는 극우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그것도 뉴욕의 젊은 층만은 거꾸로 사회주의자에 투표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10만 명이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열렬한 활동과 경쟁자의 엄청난 선거자금 투입에도 “정치헌금은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는 그는 진정으로 정치가 돌봐야 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건 임대료 동결은 살인적인 임대료에 고생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었고 무상 버스와 무상 보육 그리고 자치구마다 상설 식료품점을 뉴욕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의 확대 등은 한결같이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맘다니의 진정성이 자본주의의 최정점의 도시 뉴욕시에서 통한 것이다. 맘다니는 컬럼비아대학의 유명 교수인 아버지와 영화감독인 어머니를 둔 금수저 출신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자신과 같은 이민자, 소수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정체성(이민자, 무슬림, 사회주의자)을 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생활 밀착형 진보 가치로 승화시켰다. 그의 뒤에는 민주당 내의 소수파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강력한 신뢰를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 진영(DSA)이 있다. 이들은 비록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해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시장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세금과 공공서비스 확대로 보완하자는 그룹이다.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은 'Affordable New York'(부담가능한 뉴욕)이었다. 아무리 뉴욕시가 살인적인 생활고의 비인간적인 도시라 해도 가진 자들이 조금씩 더 부담하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따듯한 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예비 피해자들인 MZ세대의 관심과 지지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것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버지니아주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함으로써 향후 트럼프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특히 보스턴 시장에는 ‘미셸 우’가 단독후보로 나와 70% 이상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맘다니처럼 대만계 이민 2세인 미셸 우 시장은 대표적인 기후 시장으로 환경과 생태전문가이다. 그의 정책도 화석연료 사용 기업 퇴출, 도시 외곽 무료 순환버스와 같은 한결같이 시민의 생활과 가까운 진보적 정책들이다. 미국의 MZ세대를 일깨우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 세력의 행방이 묘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집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주택 대책이라고 하는 집권당과 수준 이하의 보수세력 속에서 한국 진보의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긴 한국판 맘다니를 꿈꾸기엔 여전히 내란세력이 척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 힘겹고 복에 겨운 소리인가…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사업은 인천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인천뮤지엄파크는 미추홀구 학익동 587의53 일원에 조성된다. 박물관, 미술관, 예술공원 등 복합문화시설이다. 이에 따라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은 이곳으로 이전한다. 특히 인천시립미술관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그동안 전국 6대 광역시 중 인천만 시립미술관이 없었다. 이번에 인천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생기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운영 수지 개선 요구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올 4월 재도전하자 행안부는 조건부로 통과시켜 사업이 시작됐다. 인천시립미술관 사전프로젝트의 일환인 미술전문가 연구세미나도 지난 8월 27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2028년 개관 예정인 인천시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수도권 미술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천시립미술관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보다 한 달 전에 열린 지역미술계 연구세미나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논의한 데 이어 ‘느슨한 연대, 수도권 미술관의 새로운 모델 구축’을 주제로 수도권 차원의 협력과 공존 가능성을 모색했다. 토론자들은 현재 수도권에 서울 7곳, 경기 15곳, 인천 2곳을 포함 총 24곳의 국·공립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인천시립미술관이 후발 주자인 만큼 최신 트렌드와 첨단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미술관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4일엔 ‘인천시립미술관 통합(공간·시각·브랜드) 디자인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미술관 건축과 시공에 직접 반영될 최종 단계 설계다. 다시 말하자면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다. 시는 앞으로 전시·교육·수장·공용 등 기능별 공간의 전문적 설계와 함께 시민 공론화를 통해 공식 명칭과 MI(Museum Identity)를 확정하기로 했다. 시의 계획은 인천시립미술관을 ‘기술·예술·일상이 어우러지는 미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시는 예술장르를 아우르는 전문 전시공간을 비롯해 시민 참여형 생애주기별 학습공간, 수장공간, 휴식과 교류가 가능한 열린 공용공간 등이 들어선다고 밝혔다. “미술관의 가치는 건물 안에 어떤 걸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단순한 수집을 넘어 인천만의 차별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10월 30일엔 인천시립미술관의 비전과 정체성을 시민과 함께 모색하는 시민참여 공개포럼도 개최했다. 하지만 걱정이다. 정작 지금까지 수집한 핵심 미술 소장품은 19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준공일까지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자칫 ‘미술품 없는 미술관’이 될 우려가 지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경기신문 6일자 14면, ‘개관 앞둔 인천시립미술관… 화려한 비전 뒤 속빈 강정 우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보면 미술관 정식 등록을 위해서는 최소 100점 이상의 소장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시는 앞으로 1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300점의 작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시립미술관 작품 구입 평균 단가를 산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다른 광역지방정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소장 미술품은 6287점이며 광주시립미술관은 5748점, 부산시립미술관은 2984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기한 ‘인천시립미술관 시민참여 공개포럼’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급한 것은 실질적인 콘텐츠 구축과 소장품 확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미술품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우선 내년에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예술 작품 수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시가 수렴,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현재 언론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종범(80년 TBC해직)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가 유튜브 방송 언시국TV 인터뷰에서다. “뉴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수용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석을 해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언론이 주를 이루면서 언론의 이런 기능이 현격히 약화 됐다. 언론사간 경쟁이 격화돼 수용자를 끌기 위한 뉴스의 선정성이 심화됐다. 돈벌이를 위해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원가절감 때문에 TV는 질 낮은 대담프로로 채워지고 있다. 양비양시를 균형이라고 우긴다. 윤석열 지지자와 내란척결을 주장하는 국민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까지 범하고 있다. 민영언론의 영리 추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영언론이 소환되는 까닭이다. 공영언론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도 없다. 윤석열 정부서 한전과 마사회가 지배주주로 있던 준공영방송 YTN을 졸속 민영화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YTN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언급, YTN 민영화와 관련된 이면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민영언론과 차별화된 심층보도를 하지 못할 땐, 이런 논리도 입지가 좁아진다. 4일 저녁 KBS 뉴스9에선 ‘국회의원 주택 중 절반은 서울···5채 중 1채는 강남’이란 제목으로, MBC 뉴스데스크는 ‘"의원님은 집주인?" 서울 보유 27% 실거주 안 해’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들의 집 보유 실태를 보도했다. 경실련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단순 보도였다.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한 채는 강남 4구에 있다는 내용이 근간이었다. 일반명사화 되다시피한 강남 3구가 뜬금없이 강동구를 포함시켜 강남 4구라고 표현했다. 왜 강동구가 포함됐는지, 왜 한강 이남에 있는 동작구 등 다른 한강 이남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는지도 언급해야 했다. 취재원은 자신들의 조사결과가 크게 보도되길 바란다. 사실이지만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은 염두해야 한다. MBC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살지 않는 강남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인 동작구에 세를 살고, 송 대표는 지역구는 김천이면서 서초에 세를 살면서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지만 단순 비교는 억지스러웠다. 해당 지역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다른 의원들도 명단과 지역구를 도표로라도 제시해 주어야 했다. KBS 뉴스9의 보도는 더 무성의 했다. 강남 4구에 집을 가진 의원 수가 5명 중 1명 꼴인 61명으로, 이중 민주당 20명, 국민의힘 36명이라고 사실만 나열했다. 원내의석 166명과 107명인 양당의 의석수만 언급했어도 기사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민주당 의원의 12%, 국민의힘 의원 34%라면 기사의 선명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정치권의 항의을 피하기 위한 기자의 자기검열처럼 비춰졌다. 공영언론은 언론의 최후 보루여야 한다. AI를 이용한 선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자사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환경에선 더더욱 그렇다. 두 공영방송의 경실련 보도자료 인용 보도는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예전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신가요?” 라고 묻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이는 곧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뜻이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출신 대학을 묻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집단적 유대와 특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사회구조의 병폐가 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2024.8.27.)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대학입시 경쟁’을 지목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학 진학률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행복도가 낮아지고, 수도권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까지 초래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다.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과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입시 서열화는 곧 학벌사회를 고착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academic clique)은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처럼 작용한다. 학력은 개인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학벌은 취업·승진·결혼 등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제약한다. 학벌은 같은 출신끼리의 결속을 강화하고, 정치·경제·문화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구조를 형성한다. 그 결과 일상 속에서 은밀하고 구조적인 차별과 편견이 재생산된다. 헌법 제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대학입시제도와 학벌 중심 사회는 이 헌법 정신에서 벗어나 있다. 과열된 경쟁과 서열화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을 침해하며,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배경이 더 중요한 사회를 만든다. 학벌은 권력과 결합할 때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과거 하나회가 군사정권을 낳았고, 검찰이 권력화된 것도 결국 폐쇄적 학벌 네트워크의 산물이었다. 학벌이 권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정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가동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 교육을 강화하여 법적 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학벌사회를 넘어서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차정인 위원장은 취임사(9.15)에서 경쟁지상주의와 시험능력주의를 비판하며, 공교육 정상화와 과도한 입시체제 개선을 약속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 대학입시는 단순한 선발의 절차가 아니라, 사회의 공정성과 희망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학벌 중심의 서열 사회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이 사회의 공정과 평등을 회복하고, 누구나 노력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학벌사회 극복의 출발점이다.
위조된 공문서와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 문자가 소상공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계 등에서 볼 수 있던 SNS 사칭 계정까지 등장, 그 수법마저 교묘해지면서 피해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다. 공무원 사칭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강화는 물론, 먹잇감이 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대응 매뉴얼이 폭넓게 공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칭 사기 위험성이 높아지자 전국 지자체 및 기관들이 사칭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면서 한때 피해가 잠잠해졌지만, 어느새 수법마저 진화해가며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3일 자신을 경기도종자관리소 소속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칭범이 도내 한 건설 업체에 농수로 개선 공사계약을 진행하겠다며 위조된 명함 사진 파일을 보냈다. 전송된 명함에는 경기도 로고와 함께 이름과 전화번호, 사무실 주소, 이메일 등이 적혀 있었다. 사칭범은 다른 현장에서 급히 처리할 일이 있으니 다른 업체의 자재를 대신 구매한 후 대금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 업체는 제공된 계좌로 5750만 원을 송금했고, 추가 대금 대납 요구를 받자 그때에서야 경기도종자관리소에 직접 확인해 사기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종자관리소 직원을 사칭한 유사 범죄는 총 5건이었으며 나머지 4곳은 실제 피해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칭 사기범죄 피해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도 공기호흡기 등 구매 대행을 요구하는 사기범죄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각 기관들이 사칭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서면서 한동안 피해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그 수법마저 고도화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SNS 사칭 계정까지 등장했다. 지난 6일 이재준 수원시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지인께서 제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사칭 계정이 생성됐다’는 글을 게시하고 ‘사칭 계정으로부터 친구 요청이나 메시지를 받을 경우 신고 및 차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최근 수원시청 공무원 사칭 및 공문서 위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무원 사칭이 의심되면 지체없이 112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형법 제118조는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그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공무원 사칭만 한 경우에는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서 전문가들은 “악의적인 의도로 타인을 도용해 피해를 발생시키는 만큼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연락으로 좋은 조건의 낯선 제안을 해올 적에는 쉽게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개인 정보는 절대 함부로 제공하지 않아야 하며, 금전적인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시 경찰서나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금융 거래 내역을 확인한 다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신속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공무원 사칭, 공문서위조 등 공무원의 탈을 쓴 범법자들의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무고한 소상공인들의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폭넓게 공유하는 일이 급선무다. 불황에 허덕이는 상인들의 절박한 심사의 틈새를 파고드는 사기꾼들의 농간에 귀한 금품을 사취당하고 눈물짓는 참상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 피해를 방지하는 장치를 구축하는 일은 투철할수록 좋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다다익선 아닌가.
한 동안 모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따라서 학위 논문을 쓸 능력이 아주 부족하다. 그런데도 학교는 그들에게 논문을 쓰게 하고 학위를 준다. 시스템이 이러하니 학생들은 너도나도 박사 학위를 따겠다고 야단이다. 여러 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내게 논문 지도를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안타까운 나머지 논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주제까지 잡아주고 지도에 지도를 거듭했다. 그 중 몇은 박사학위를 따고 내게 말했다. “교수님,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언약을 지킨 이는 거의 없다. 이 씁쓸한 경험 때문일까? 나는 요즘 은혜를 알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 무척 그립다. 은혜를 잊지 않고 갚고자 하면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본 긴자 마루칸(銀座まるかん)의 창시자 사이토 히토리(斎藤一人) 씨가 떠오른다. 그는 인생에서 의리(Giri)와 인정(Ninjyo), 그리고 은혜(On)를 소중히 여긴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도이고 인정은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함, 그리고 은혜는 삶에 있어서 인간의 품격이다. 이 셋을 히토리 씨는 마루칸 상품을 통해 환기시킨다. 마루칸 상품을 구매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뒷면에 ‘일본 한방 연구소 GN 1’이 쓰여 있다. ‘GN 1’은 ‘의리와 인정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기본을 소중히 여긴 히토리 씨는 일본의 납세왕이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백만장자로 성공했다. 의리와 인정은 동양의 가치만은 아니다. 서양 역시 매우 귀중히 여긴다. 지난달 2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이를 보여주는 흐뭇한 이벤트가 있었다. 한 목수의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그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왕관을 쓴 왕족만이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이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일반 시민이 결혼식을 올렸다. 그 주인공은 마르탱 로랑스(Martin Lorentz).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탄 후 재건 작업에 참여한 젊은 목수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800년 전 전통 방식으로 들보를 다듬고 때로는 밤낮으로 작업한 후 성당 꼭대기에 매달려 모든 조각들을 조립했다. 그 후 파리 대주교에게 그곳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리히 대주교는 이 요청을 예외적으로 수락했다. 주야로 일한 로랑스의 노고에 보답한 것이다. 혼례 미사를 집전한 리바도 주임 사제는 “로랑스 부부가 이 성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고, 로랑스는 “자신의 사랑을 온 세상, 사랑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라며 가슴 벅차했다. 그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SNS에는 “최고의 축복을!”과 같은 축하 메시지와 함께 “아름다운 노트르담을 열정적으로 복원한 모든 장인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약 7억 유로가 투입된 ‘파리 노트르담 재건’에는 2000여 명의 장인이 참여했다. 목수들의 작업은 엄청났다.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해 훈장을 수여했다. 일본 속담에 “부모의 은혜보다 의리의 은혜”라는 말이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보다 돌보는 사람의 은혜가 먼저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신용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가치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 사회의 중장년은 흔히 ‘경제의 허리’로 불린다. 일터에서는 조직의 중추로,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세대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무겁고 고단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40대의 평균 가계대출은 1억 2100만 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50대의 실질 근로소득은 최근 3년간 평균 6% 감소했고, 체감 실업률은 4.6%에 달한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가는 이중고 속에서 ‘허리 세대’는 점점 휘청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곧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40대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9.8명, 50대는 31.2명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이들은 가족을 위해 버티는 책임감의 상징이지만, 그만큼 깊은 외로움과 피로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복지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청년층과 노년층 중심으로 맞춰져 있고, 중장년층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본 의원은 지난 2025년 8월 21일 ‘포천시 중장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9월 5일 포천시의회 제187회 임시회에서 원안가결됐다. 이 조례는 중장년이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핵심 인적자원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조례는 ▲50세 이상 65세 미만의 시민을 ‘중장년’으로 정의하고, ▲시장이 재도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책을 추진할 책무를 지도록 규정했다. 또한 ▲중장년 교육, ▲사회공헌 활동, ▲문화·여가 및 건강증진, ▲가족생활 및 인생 재설계 상담, ▲취업 및 창업 지원, ▲정책 연구와 통계 구축, ▲소통과 교류 공간 조성 등 폭넓은 사업 추진 근거를 담았다. 특히 중장년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함으로써, 포천형 중장년 지원 거점을 조성할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 조례는 선언이 아닌 실행을 위한 출발점이다. 실제로 포천시는 이미 다양한 중장년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문제는 이들이 통합된 정책 체계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례는 이러한 분절된 사업을 하나로 묶어, 교육·심리·일자리·문화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포천형 중장년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앞으로 본 의원은 우리 시가 이 조례를 바탕으로 ‘중장년 회복지원센터’ 설립, 재취업·창업 프로그램 확대, 심리상담 서비스 강화 등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다. 포천의 중장년은 지역경제의 주역이자,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부모세대다. 그들의 버팀이 곧 포천의 안정이며, 중장년의 재도약이 포천의 미래다. 고단한 중장년이 다시 허리를 펼 수 있도록, 본 의원도 먼저 귀 기울이고 따뜻하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응답하겠다.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전국 시행은 대한민국 복지 패러다임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시설 중심, 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돌봄 체계에서 벗어나, 돌봄이 필요한 국민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구축하는 국가적 선언이다. 본 법의 성공적인 안착과 통합돌봄의 실질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의 이념을 현장에서 구현할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명확한 역할과 유기적 책임 이행이 필수적이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가 '통합'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는 거버넌스에 달려있다. ▲돌봄 대상자(노인, 장애인 등)는 돌봄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자기 돌봄 계획의 주체‘로서 통합지원 신청, 조사, 지원계획 수립 전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명확히 표현하고 서비스 선택의 주체가 된다. ▲돌봄 대상자 가족은 돌봄의 파트너이자 ’핵심 정보 제공자‘이자 대상자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서 대상자의 상태와 욕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공식 돌봄서비스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함과 동시에, 법에서 보장하는' 가족 및 보호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여 스스로의 돌봄 부담을 관리한다. ▲돌봄 종사자(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는 통합돌봄 서비스의 최일선 실행자이자 '지역사회 돌봄 연결자'로서 방문간호, 방문진료, 재가요양 등 다학제 팀의 일원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스마트 사회서비스 플랫폼'이나 전담조직에 보고한다. ▲돌봄 시설 및 기관(의료기관, 요양시설, 사회연대경제 조직 등)은 지역사회 기반 '전문 서비스 공급 허브'이자 '민관 협력 파트너'다. 돌봄 대상자가 시설에서 퇴원(퇴소)한 후 지역사회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시군구 전담조직과 긴밀히 협력하며, 방문의료, 재택의료센터, 방문간호 등 지역사회 내에서 제공되어야 할 핵심 의료·요양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지방정부(기초, 광역)는 통합돌봄의 '총괄 기획자' 및 '운영 주체'로서 법률에 근거하여 의료·요양·돌봄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지역 돌봄지원센터)을 설치·운영하며 대상자 발굴, 신청 접수, 욕구 조사, '종합판정',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서비스 연계, 모니터링 등 통합지원 전 과정을 총괄한다. ▲돌봄 기술 보유기업(IoT, AI, 에이지테크 등)은 데이터 기반 '스마트 돌봄 생태계' 구축의 기술적 파트너로서 돌봄 대상자의 '살던 곳에서의 생활'을 지원하는 첨단 복지기술 기반의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공급한다. 또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대상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공유할 수 있는 '초연결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도화하며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리빙랩'에 참여하여 기술을 검증하고, 의료기관·요양기관 등 서비스 제공자와의 데이터 연동을 통해 서비스 효율화를 지원한다.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은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의 도전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법적 기반이다. 그러나 법의 성공은 제도가 아닌 '실행'에 달려있다. 통합돌봄의 활성화는 위에서 제시한 6대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지역'이라는 공동의 마당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만 가능하다. 특히, 지방정부는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공공, 민간(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주민이 참여하는 '통합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복지기술 보유기업은 이 모든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돌봄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돌봄의 효율성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제는 분절된 서비스의 벽을 허물고, '사람 중심'의 가치 아래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이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44년 된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던 중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체·철거 공사 안전관리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인재(人災)로 판명되고 있다.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현장에서 소위 ‘속도전’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관행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공공기관조차 중대재해에 대한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재난정보학회가 지난 6월 발간한 ‘국내 건축물 해체 공사 시 재해 현황 분석과 안전관리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축물 해체 공사 관련 재해는 연간 120건 이상으로,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고 특히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토목과 건축 공사 모든 종류의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 총 17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발생한 노동자·민간인 등 재해자는 총 16명이다. 토목·건설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는 2020년 243건(18명), 2021년 194건(32명), 2022년 207건(16명), 2023년 231건(22명), 2024년 261건(14명) 등 매년 약 200건의 사고와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체·철거 공사는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수반할 수 있는 만큼 그 위험성은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미 지난 2017년 ‘철거·해체공사 표준작업안전절차서’ 발간 당시 “중·고층 건축물의 해체물량이 증가하면서 철거·해체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해체 공사 과정에서 적절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일 오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해체 준비 작업 중이던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9명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다. 9일 오후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매몰된 상태다. 특히 구조물에 팔이 끼인 상태로 발견된 생존자가 구조 도중 결국 숨지는 등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가 위험한 작업임을 알고도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행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번 참사도 결국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인재로 판명되고 있다. 이 공사 역시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이를 다시 발파·철거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였다. 소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에는 하청업체 직원 9명만 있었다고 한다. 사전 취약화작업을 최상층부터 하지 않고 높이 63m인 보일러 타워의 하부 10m 구간에서 했다는 것부터 이상한 대목이다. 올해 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과 신안산선 터널 공사 현장에서도 붕괴가 잇따랐다. 4년 전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건물이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부실한 해체 계획, 무리한 공정 단축, 하청과 재하청 구조 속 인력·예산 축소 등이 원인이다. 현장의 체계적 안전관리 대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과 형식적인 점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참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영업정지와 등록 말소까지 검토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 공공기관조차 이 모양이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영세업장의 안전관리 능력 배양이 급선무다. “사고가 대부분 영세 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의무를 강화하고 책임을 떠밀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완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