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손님이 왔다. 맨해튼 북부 할렘 지역에 소재한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우리 한성대학교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 언어와 문화를 교류하는 체험 활동을 하루 동안 진행했다. ‘고맙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떡볶이가 맛있어요’, 교실에서만 배우던 한국어를 서울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소통한다는 것에 학생들은 내내 흥분한 모습이었다. 낙산공원, 혜화동, 대학로 일대를 누비며 다이소에서 선물도 고르고, 인생네컷 사진도 찍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교내 식당에서 양념치킨도 먹고, 서툰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가며 연신 설레는 모습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이어 우리 대학에서 두 번째로 운영한 행사였는데, 미국 고등학생과 한국 대학생, 두 나라 학생들의 만남을 지켜보며, 이렇게 또 씨앗 하나가 어딘가에 심어졌구나 싶은 마음에 보람이 느껴졌다. 뉴욕의 공립 차터스쿨인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한국식 교육철학을 접목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도모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학교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 과목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매개가 되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접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른다. 한국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교실 밖에서 언어를 사용하고 또래와 교류하며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해외 초·중·고등학교에서의 한국어교육 규모는 두 배 이상 성장했다. 2024년 기준 46개국 2,526개 학교에서 약 22만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1999년 정부의 해외 현지 한국어반 개설 지원사업이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로 2004년 호주, 캐나다로 확대되었으며, 2011년 태국, 2017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한국어교원 파견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2021년부터 3개년간 인도 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재 개발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해외 현지에서의 한국어 채택이 이처럼 증가하고 있음에도 핵심 인프라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언어 보급이 아닌 미래 인재 양성 전략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데모크라시 프렙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어는 학습 동기와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 자산이다. 현지 학교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정규 교육과정 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지원을 넘어, 교사 양성·파견, 교육과정·교재 개발, 평가 체계 구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가 필요하다. 또한 현장 경험 중심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 방문 연수, 온라인 공동 수업, 또래 간 프로젝트 학습 등은 언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문화적 공감 능력을 키운다. 이는 단순한 국제교류를 넘어 장기적인 국가 간 신뢰 자산으로 축적된다. 우리는 흔히 한국어 확산을 한류의 결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형성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더 깊고 지속적인 관심을 만들어낸다.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언어 하나가 한 개인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지만, 동시에 촘촘한 연결망(network)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지구촌(Global Village)’은 이제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국경은 세계 지도 위에 선(線)으로 남아 있고, 언어와 종교, 정치와 문화의 차이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류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차이와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세계에는 19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각기 다른 체제와 제도를 지닌 국가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하나의 큰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기후변화나 감염병, 식량과 자원 문제, 전쟁과 테러는 어느 한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이 곧바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인류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과 교통·통신의 발달, 돈과 정보와 사람의 이동으로 세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사건·사고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은 우리의 생각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준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앞으로의 세상을 더욱 크게 바꿀 것이다. 개인과 조직, 국가는 더 이상 특정한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면서 ‘힘(power)’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영토와 인구, 군사력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기대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차이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바로 ‘이미지(image)’다. 이미지는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이는 느낌과 신뢰, 상징과 의미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사람은 복잡한 사실보다 직관적인 인상에 더 쉽게 반응하고, 논리보다 느낌에서 출발해 판단에 이른다. 결국 이미지는 생각을 바꾸는 힘을 넘어 선택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된다. 더 나아가 이미지는 ‘에너지(energy)’처럼 작용한다. 힘이 머무는 것이라면, 에너지는 흐르고 퍼지며 커진다. 오늘날 이미지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움직인다. 한 사람의 말,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영상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져 나간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기회를 만들고 신뢰를 쌓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는 위기를 키우고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이제 이미지는 개인과 조직,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사람의 태도와 말, 조직의 분위기와 메시지, 국가의 목표와 방향은 모두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동시대인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한 나라에 대한 호감이 그 문화와 언어로 이어지듯, 이미지는 보이지 않지만 현실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이미지는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는 관계를 만든다. 관계는 이해를 낳고, 이해는 존중과 협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미지는 단순히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껏 설계하고 쌓아가야 할 관계의 출발점이다. 겉으로만 꾸민 이미지는 오래가지 않는다. 오래 남는 이미지는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지의 흐름 속에 있다. 이미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소중한 에너지를 흘려보내는 일과 같다. 반대로 이미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꾸는 일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길이다. 이미지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신(新)에너지다. 그리고 우리의 내일은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인 대상 공적 돌봄 제도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분절된 돌봄 체계의 연결 접근망이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노인이 살던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며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이 확충돼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령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못지않게 만족도 높은 노인 돌봄 정책의 개발이 절실해졌다. 아이들과 노인이 함께 행복한 나라로 가야 한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행한 ‘경기도 돌봄 생태계 현황 및 개선방안: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토대로, 살던 지역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와 안전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인 돌봄의 중심은 여전히 가족과 같은 비공식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는 정책의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돌보는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2025년 기준 경기도 노인 인구는 약 239만 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고령화율은 17.4%로 전국 평균보다 낮지만,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도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약 34만 명으로 이 중 실제 등급 판정자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3~4등급의 중등도 돌봄 대상자가 가장 많아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지역 기반 서비스가 날로 중요해지는 실정이다. 노인 돌봄 서비스 공급 현황에서 시설 중심의 인프라에 비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할 단기 보호나 방문간호 등 필수재가(必須在家)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돌봄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경기도 ‘누구나 돌봄’ 사업의 현황을 진단한 결과 공적인 돌봄 제도가 늘어났음에도 돌봄의 실질적인 주체는 여전히 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 노인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노노(老老)케어’의 취약성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돌봄 비용에 대한 부담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응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고, 이에 대한 정보 획득 경로 또한 사적 관계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정보 소외 계층 발생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원은 현실을 “돌봄 서비스는 있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아 필요한 때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진단했다. 의료·복지·주거 서비스가 따로 운영되면서 노인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구조가 가장 취약한 문제로 지적됐다. 돌봄이 이미 가족·지역·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변화해온 바 앞으로는 이 연결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누구나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이다. 연구원은 ‘돌봄 생태계’ 구축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돌봄 생태계는 공공 및 민간기관·가족·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구조다. 퇴원 이후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누구나 애프터 돌봄’ 강화를 비롯해 보건소 중심의 ‘의료-돌봄 원팀’ 운영, 농촌 지역을 위한 이동형 돌봄 서비스, 돌봄 인력 처우 개선 및 주거 개선 등을 포함한다. 저소득층 독거노인 중심으로 제한적인 대상자에게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후진국형 돌봄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절대다수의 노인의 보건의료 서비스 욕구를 체계적으로 충족시키는 돌봄 정책이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일부 지자체들의 인식 부족 또한 시급히 혁신돼야 할 과제다. 경기연구원이 제시하고 있는 방안과 같이,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돌봄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시대변화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낳아 기르는 일에 걱정이 없는 나라, 누구든 늙음이 두렵지 않은 선진적인 노인 돌봄 사회로 가야 한다.
진료실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한 가지 증상만을 보지 않는다. 그 이면에 울리고 있는 여러 몸의 신호들, 겹쳐져 만들어지는 조용한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설렘이고, 어떤 이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인 이 느낌은, 심장과 자율신경, 그리고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내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A는 갱년기 증상으로 내원했다. 불면과 두통, 요통 등 그의 표현을 빌리면 “안 아픈 곳이 없다”는 상태였다. 맥을 살펴보니 심장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치료를 통해 심폐 기능과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부정맥과 여러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다. 한동안 안정되었던 그는 얼마 전 다시 진료실을 찾았다. 불면이 시작되었고,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심장의 리듬은 이전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개인적인 충격적인 사건 이후 수면이 무너지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함께 떨어진 상태였다. 감정의 변화가 자율신경의 조절 범위를 넘어 심장의 불규칙한 리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후 심폐 기능과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치료를 이어가면서 두근거림과 불안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60대의 B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원했다. 그는 불면과 불안, 우울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우울감과 소화 장애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를 은근히 괴롭히는 것은 두근거림이었다. 두근거림이 갑자기 시작되면 곧 기분이 가라앉고, 불안과 우울이 뒤따랐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이렇게 살아서 뭐하느냐”는 생각이 따라온다고 했다. 전날 악몽을 꾸거나 걱정이 많았던 날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졌고, 몸의 상태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이 환자 역시 심장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하나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심장의 변화가 두근거림을 만들고, 두근거림이 불안을 불러오며, 불안은 다시 몸을 긴장시키고, 그 긴장은 심장의 리듬을 더욱 흔들었다. 여기에 식사량 감소와 전반적인 체력 저하가 더해지면서 이 순환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었다. 그 역시 심폐기능과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치료로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이 두 환자는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비슷한 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몸과 마음이 서로를 자극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불안을 마음의 문제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 자율신경은 긴장하고 심장은 빨라진다. 반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심장의 리듬이 흔들릴 때, 뇌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불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의 뇌–심장축 연구에서도 이러한 양방향의 관계가 확인되고 있다. 심장의 상태는 감정에 영향을 주고, 불안과 우울은 다시 심장의 리듬을 변화시킨다. 어느 한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경계(驚悸)와 정충(怔忡)으로 설명한다. 이는 심장의 기능뿐 아니라 자율신경, 오장육부, 감정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타나는 불균형한 복합 상태의 표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두근거림, 불안, 부정맥은 단순히 분리된 증상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에 반응하며 드러내는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취재원의 SNS 발언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곧바로 닿는 현실은 기자의 보도 관행과 언론사의 정파적 시선을 무력화하고 있다. 한때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여겨졌던 언론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은 이제 정보를 걸러주는 장치가 아니라, 보고 싶은 사실만 가공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프레임으로 포장하는 장벽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두고 벌어진 언론의 보도 경쟁은 그 붕괴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이 대통령은 국제 인권 침해 논란이 된 이스라엘군의 영상 한 편을 엑스에 공유하며 전쟁의 야만성을 비판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는 이 발언은 정치적 계산을 넘어 국제사회의 규범적 메시지였다. 그러나 국내 주요 보수 매체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군 아동 고문 주장 영상 공유한 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다. 사설에서는 ‘2년 전 팔레스타인과의 교전 중 살해 영상’임을 부각하며 대통령의 경솔함을 꾸짖었다. 하지만 여기서 언론의 시선은 ‘영상의 연도’에 머물렀을 뿐, 그 안의 인권 침해라는 본질을 외면했다. 뒤늦게 월요일에 보도한 한국일보도 비슷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 한인회장, 李 대통령 저격…‘현지 한인들 참 힘들게 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후속 기사를 냈다. 취재원의 페이스북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반나절 동안 7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기사와 취재원의 편향성을 질타했다.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력이 더 이상 독자에게 통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자국 내 미군 기지를 이란 침공용으로 미국에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 시민들은 이를 환호했고, 이탈리아의 극우 총리 조르자 멜로니조차 미국의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선을 그었을 때 국제사회는 이를 주권적 결단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자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군사 행위에 대해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비판하자 곧바로 국익 손상으로 몰았다. 언론의 본질적 사명은 국가 우선주의가 아니라 진실 추구에 있다. 맹목적 쇼비니즘 위험이 높아지는 오늘날엔 더 경계해야 한다. 전쟁과 외교,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언론은 결국 진실의 적이 된다. SNS 시대의 시민은 더 이상 언론의 편집된 해석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원문을 읽고, 직접 해석하며, 언론의 해설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의존한다. 뉴스 수용자의 기사 감식 능력은 급신장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언론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권위적 필터링을 포기하고, 맥락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설명적 저널리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황 레오 14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하나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단호한 선언이야말로 오늘의 언론이 되새겨야 할 윤리적 나침반이다. 언론이 특정 진영의 확증편향에 갇혀 진실의 방향을 잃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회적 제도라 부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국익 서사에서 벗어나, 인류의 보편적 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잃지 않는 용기 있는 미디어다. 언론 영향력의 원천은 게이트키핑이다. 지킬 문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이 언론 스스로에게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인천광역시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지방정부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전국 243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인천시는 적극행정 성과 창출과 규제·제도 개선 사례, 우수공무원 선발 및 인센티브 제공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적극행정 종합평가는 해당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창의·전문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우수사례, 적극행정 제도 활성화 노력, 교육, 홍보 실적 등을 평가한다. 시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정부 혁신평가에서도 전국 광역지방정부 최초로 4년(2022~2025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관련기사: 경기신문 9일자 인천판 1면, '인천 천원 시리즈… 민생 바꾸는 행정 입증’) 행안부의 적극행정 평가와 혁신평가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정량·정성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신뢰를 받고 있다. ‘인천은, 언제나 적극행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행정을 펼쳤다. 대표적인 적극행정 우수사례 중에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과 ‘아이(i) 플러스 집드림’(‘천원주택’)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돕기 위한 정책이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소상공인 물류경쟁력 강화 사업으로써 소상공인의 배송서비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다. 인천시가 주관해 소상공인 택배를 택배사와 공동물류로 단가 계약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이 택배사와 개별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친환경 지하철과 전기화물차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택배를 집화(集貨)하고, 출고량과 상관없이 누구나 빠르고 절감된 가격에 택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소상공인이 지하철역에 설치된 집화센터에 물품을 입고하면 1500원부터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사업장에서 픽업을 요청할 경우 2500원부터 배송이 가능하다. 기존의 소상공인 사후 지원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2024년 10월 28일 오후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시청역에서 열린 ‘소상공인 반값 택배 지원사업’ 오픈 행사에서 제1호 반값 택배를 발송함으로써 사업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5200여 개의 업체가 이용 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천원주택’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원주택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고, 저출생 문제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이다. 공공주택을 신혼부부와 아이 출생가구에게 1일 임대료 1000원, 한 달 3만원에 공급한다.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천원주택은 발표 초기부터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으로 20·30대 신혼부부, 임산부, 신생아 동반가구 등으로부터 주목받았다. 여기에 더해 지하철역 등과 인접해 있어 생활이 편리한 지역에 있다. 천원주택은 인천시의 생활밀착형 정책으로써 시행 2년 차인 올해 700가구 모집에 3419가구가 몰릴 정도로 호응이 높다.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민간주택 평균 월 임대료가 76만 원이라고 한다. 이를 고려할 때 천원주택 월임대료는 약 4% 수준이다. 따라서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은 획기적으로 감소된다. 이는 자녀 출산과 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천원주택과 같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6년 동안 거주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천원주택은 지방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매력 있는 정책이다.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미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인천시의 천원주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자녀 양육 가정이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적극행정 의지를 성원한다. 다른 지방정부들이 본받으면 좋겠다.
김주연 선생은 동시대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이자 학자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문학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현장 비평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이론가다. 선생의 원래 전공은 독일문학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교문학적 시각과 한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문학 논의의 전례 없는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저술들은 문학의 본질적 기능, 문학과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이론 정립과 함께 문학을 사회·역사적 맥락으로 바라보면서 같은 시기 문학 논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문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그 사회가 문학에 어떤 모티브를 공여했는가에 대해, 선생만큼 명쾌한 논리를 펼쳐 보인 평론가는 드물다는 말이다. 선생의 글들은 독일문학과 철학적 전통, 특히 비판이론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분석에 있어서도 단순한 감상이나 수용의 차원을 넘어 이념적이고 사회적인 구조와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학이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형국인데, 그 성향에 있어서는 가두로 진출하는 현실 참여보다는 내면적·지성적 관찰과 평가 및 그에 대한 인식론적 대응의 촉발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선생이 1941년 출생이니 이제 팔순 중반에 이르렀다. 숙명여대 석좌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며,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고 《문학과지성》 창간 동인이었다. 1970년대 문학사 논쟁에서 민중문학론의 등장에 대응하여 대중문화론을 내세웠던 것은 이제 보면 하나의 전설 같은 일이었다. 선생의 저서 『상황과 인간』 · 『변동 사회와 작가』 · 『문학과 정신의 힘』 등은 1960년대 이래 젊은 문학도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진 학습 교본이었다. 선생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이분법적 관점의 극복, 일상주의를 넘어선 초월성과 같은 덕목을 익힐 수 있었다. 지난해 만해문예대상 수상이 보여주듯, 문학의 인문적 전통과 가치 옹호를 위한 선생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김주연 선생을 필자는 경희대 국문과 2학년 시절, 〈현대작가론〉 강의실에서 만났다. 그 무렵의 선생은 서울신문 논설위원이란 직함을 갖고 있었고, 평론 담당 교수가 없던 경희대에 출강을 했다. 황순원·조병화 선생의 영향으로 창작 분위기가 비등하던 학과 풍토에서, 그토록 정연하고 명민하고 산뜻한 이론 담당 교수는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 뜨게 했다. 오늘날까지 필자가 가꾸어 온 비평의 작은 성취가 있다면, 그 초입의 안내자이자 인도자는 선생이었다. 미상불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는 적지 않게 회자된다. 문학 작품 분석에 있어 이로 정연하고 차가운 비평가가 아니라, 문학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글을 써 온 문필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을 평가할 때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맥락을 존중하면서 ‘비판’보다는 ‘이해’를 앞세운 글쓰기 패턴도 이에 부합한다. 동시대 작가들과 격의 없이 교유하면서 후진들에게는 합리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교육자로서 선생은 지식과 권위를 우선하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함께 고민하는 ‘스승’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의 은혜에 감사하며 선생의 노익장과 역부강을 기도한다.
이제 할리우드의 액션영화는 한국에선 예술영화로 취급당한다. 두 가지가 미학적으로 동급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대중적 흥행 파워가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점이다. 최근 개봉한 (3월 8일) <크라임 101>은 첫 주말을 넘기며 11,946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액션영화는 첫 주 박스오피스가 최소 10만을 넘는 수치를 보였을 것이다. 크리스 헴스워스(인기작 <토르>의 주연배우)가 주인공이고 마크 러팔로, 할 베리 등 중견 배우들이 배수진을 친 영화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일종의 케이퍼무비(Caper Movie)이다. 정교하게 계획된 지능 범죄 스릴러 영화라는 얘기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주도면밀한 보석 강도로 나온다. 할 베리는 보험중개인으로 범죄에 가담하나 나중에 수사에 협조하려 한다. 마크 러팔로는 베테랑 형사로 미제 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의 뒤를 쫓는다. 사실 이러한 범죄영화는 클리셰(cliché) 덩어리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고전 냄새를 풍긴다. 돈 윈슬로의 동명 원작 소설은 엘모어 레너드가 쓴 범죄소설들의 뒤를 잇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크라임 101>은 레너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의 또 다른 버전 같은 작품이다. 문제는 이제 이런 범죄 액션, 혹은 지능 범죄 스릴러 영화는 더 이상 한국의 극장가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런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굳이 극장에서?’라고 생각한다. 일정 기간 지난 후 IPTV의 유료 서비스로 꺼내 보거나 OTT 월정 플랫폼으로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극장에 서둘러 갈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영화 관람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아니, 이미 상당 부분 바뀌어 버렸다. 밀라 요보비치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배우이다. 이 시리즈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2016)까지 6편이 나왔으며(2022년엔 리부트 편이 나왔다) 4편인 <레지던트 이블: 끝나지 않은 전쟁>(2010)은 관객 수 120만 명을 기록했다. 시리즈로 보면 총 450만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 등 당시로서는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 밀라 요보비치가 나온 새 영화 <프로텍터>의 실패는 다소 뼈아픈 점이 있다. <프로텍터>는 지난 3월 25일에 개봉해 4월 12일 현재 관객 수 24,611명을 기록하고 종영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영화사가 기획과 제작을 맡아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의 캐스팅을 주도한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가 요즘 애쓰고 있는 국제 공조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셈이다. 이 작품 홍보를 위해 밀라 요보비치는 지난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흥행 성적이 좋다고 말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영화 <테이큰>의 엄마 판’ 소리를 들었고 그야말로 클리셰의 클리셰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과 제작이 안이했다는 얘기이다. 대중 관객들은 영화가 익숙하고 진부한 얘기인지, 아닌지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정치가 국민을 바보로 알면 안 되듯이 영화 제작도 관객들이 늘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한국 상영 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크라임 101> 같은 새로운 영화도 OTT에서의 관람을 선호한다. <프로텍터>처럼 익숙한 구조의 이야기는 새롭게 차별화된 무엇을 만들어내야만 그나마 시선과 관심을 끌 수가 있다. 영화가 변해야 관객이 변하고 관객이 바뀌면 또 영화가 달라진다. 영화와 관객의 관계는 늘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그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수송로가 막히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일부 주유소들이 가짜 석유를 취급하다가 적발돼 충격이다. 에너지 부족 사태를 비롯한 물자 조달에 비상이 걸릴 적마다 그 틈을 노려 일확천금을 꾀하려는 악덕 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일은 나라와 민생을 더욱 곤궁 속으로 몰아넣는 얌체 행위다. 현재의 암흑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차단책이 요구된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과천시 과천동의 한 주유소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돼 5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화성시 소재 주유소 한 곳도 같은 위반 행위로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으며, 용인 지역 주유소 2곳 역시 유사한 사례로 각각 1716만 원과 2548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산업통상부는 고시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 동결 조치에 따라 2차 때와 동일하게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 적용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큰 데다 화물차 운전자와 농민 등 생계형 수요자의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7일(현지시간) 2주간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전쟁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최근 2주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이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경유는 15% 이상 상승했고 등유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휴전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에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1.2달러로 전날보다 17% 급락하고 서부텍사스유(WTI)는 94.4달러(–16%), 브렌트유는 94.8달러(–13%)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국지전 발생으로 다시 소폭 상승했다. 국내 주유소 가격 또한 여전히 상승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정보에 따르면 10일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9.5원 오른 ℓ당 2022.9원, 경유는 13.1원 오른 2007.8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3년 8개월 만이다. 최근의 경우처럼 유가 급등기에는 가격 차익을 노린 불법 혼합 판매나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석유 유통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법을 준수하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 되고, 소비자에게도 큰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가짜 석유는 차량 엔진 손상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등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도 각종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석유 파동이 일 적마다 등장하는 불법 비리는 가짜 석유 판매, 무자료 유통, 무신고·무등록 판매, 불법 판매, 품질기준에 맞지 않는 석유 판매 사례 등이다. 정부는 최고가격 동결에도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가 없도록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사재기·가짜 석유 등 전국적으로 85건의 주유소 불법 행위를 적발해 행정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실정 법규에 따르면 가짜 석유를 취급하는 경우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관련 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적발된 업체와 위반 내용 등은 오피넷을 통해 공개된다. 관계 당국은 정유사 공급망과 주유소 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고, 위반 업소에 대해서는 본보기가 되도록 초강력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도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주유소 이용을 자제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즉시 신고해야 한다. 경기도 일부 주유소들이 가짜 석유를 취급하다가 적발된 사건은 어설프게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가짜 석유를 팔다 걸리면 다시는 관련업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원천 차단돼야 할 것이다.
역사의 길은 언제나 쉽지 않다. 생계의 위협은 물론 죽음까지도 불사해야 하는 순간에 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올곧게 그 길을 걸어가는 인물들이 있다. 역사는 이들을 기억해야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삶은 제대로 기억되지 않고 있다. 묵암 이종일 선생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시다. 3.1 혁명(운동이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진행 과정과 목표는 확실히 혁명이다)의 가장 큰 공은 역시 민족대표 33인에게 있다. 몇 사람이 친일의 길을 걸었지만 손병희를 비롯해 몇 분은 옥사하였고, 대부분은 끝까지 변절치 않고 조국의 독립에 몸을 바쳤다. 이종일은 당시 출판사였던 보성사의 사장으로 독립선언서 3만 5000매를 비밀리에 인쇄하여 전국에 배포하는 책임을 맡아 이를 충실히 완수하였다. 그는 33인 중 최고형을 받은 5명 중의 한 명이었고 석방 뒤에도 다시 제2의 독립만세를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아사 순국하고 말았다. 충남 태안의 천재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한 그는 구한말의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정3품의 직위까지 올랐지만 벼슬을 내려놓고 독립협회에 참가, 독립신문의 논설 필자로 그리고 순 한글 신문인 제국신문을 발행하고 급기야는 동학에서 천도교로 개명한 종단에 입도(入道)함으로써 본격적인 종교를 통한 계몽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손병희가 일본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가져온 최신식 인쇄기로 언론 출판을 통한 국민 계몽에 진력하는데 그 운동에 가장 적임자가 이종일이었다. 역사에서는 기록을 중시하기에 기록에 없는 내용을 언급하기가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기록의 이면을 읽을 필요가 있다. 1882년 9월 박영효의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갈 때 타고 간 메이지마루(明治丸)에서 국가의 상징이 필요하다는 선장의 조언에 따라 선상에서 태극기가 최초로 제작되는데(같은 해 3월에 이응준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과연 태극기가 박영효의 작품인지 아니면 함께 갔던 이종일 등과의 합작인지에 알 수 없다. 다만 탁월한 유학자인 이종일이 어떤 형태로든지 태극기 제작에 관여했을 것이다. 9월 25일 일본 고베시에 도착한 수신사 일행은 항구 근처의 니시무라(西村屋) 여관 옥상에 최초로 국기를 게양했는데, 현재는 니시무라 사진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알리는 아무런 표식도 없다. 최초로 우리의 태극기가 걸린 현장이었음에도 말이다. 보성사 사장 이종일은 수차에 걸쳐서 교주 손병희에게 독립운동을 제의했지만 보류되다가 드디어 1919년 3.1 혁명으로 빛을 보게 된다. 3.1 혁명에서 그가 이룬 업적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옥중에서의 투쟁과 출소 뒤 바로 지하신문인 '조선독립신문'을 발행하고 제2의 독립선언문을 완성했지만 일경에 압수되자, 콩죽으로 연명하던 오두막에서 굶어서 돌아가셨다. 후사도 없기에 변변한 추모의식 한번 치러줄 조직도 후학도 없다. 지난 3월 1일 이종일 평전이 출간되었다. 전 독립기관관 관장이신 김삼웅 선생께서 탈고한 지 2년 만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출간이 늦어진 이유는 어려운 출판 문화와 역사 찾기에 게으른 모두의 탓이지만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봄이 가지 전에 이종일 선생의 흔적을 찾아 태안의 생가와 서울 보성사 터 그리고 강북 삼성병원 뒤의 순국지까지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