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는 감정과 이념의 과잉 속에 균형을 잃고 있다. 여론은 순간적인 정서에 휘둘리고, 정책은 단기 대응에 치우치며 방향성을 잃는다. 논쟁은 많지만, 사회적 합의는 좀처럼 결집되지 않는다. 조급한 공론과 감정적 정치가 반복되면서 국가의 장기 전략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감정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다. 그러나 이성과 공동체 정신,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이 함께하지 않으면 감정은 편향으로 흐르기 쉽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 혼란의 근저에는 이러한 균형의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감정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이성과 함께, 공동체와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을 지닌 존재다. 감정, 이성, 통찰이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은 자기 삶을 넘어 국가와 사회를 책임지는 성숙한 주체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이 균형 감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사심(史心)’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집단 지성이자 시대정신이다.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방향은 달라진다. 시류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공과(功過)를 냉정하게 따져 후손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로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할까. 첫째,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감정적 여론이 아닌, 이성과 공동체 정신에 기초한 공통의 기준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야 한다. 기준이 흔들리면 사실은 왜곡되고, 정책은 갈피를 잃으며, 사회적 신뢰는 무너진다. 정치는 인기보다 원칙을, 행정은 속도보다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5,200만 내국인의 나라가 아니다. 700만 재외동포, 2,600만 북한 주민, 2억 명의 한류 팬, 그리고 80억 인류가 한국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국가 전략은 단지 국내 문제 해결에 머물러선 안 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국제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비전을 담아야 한다. 셋째, 전략의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 과학기술, 외교, 안보, 복지, 통일, 경제, 문화, 재외동포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단기성과가 아닌 중장기 안목에서 실효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초 연구와 실태조사, 정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 설계와 구체적 행동지침이 절실하다. 넷째, 실천의 지속성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진정한 변화는 거창한 개혁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실천에서 비롯된다. 더 이상 말만 앞세우는 정치와 정책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실천이 곧 개혁이다. 다섯째, 경계를 넘어야 한다. 국적과 거주지, 출신과 체류 자격을 넘어, 8,500만 해내외 국민·동포가 다양한 네트워크 공동체로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한민족 공동체는 더 이상 ‘닫힌 민족주의’나 ‘한국인 중심주의’에 머물러선 안 된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까지 포함하는 백년대계가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부터 그려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저출산, 초고령, 인구절벽, 양극화, 북핵,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 복합 위기 속에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기회도 있다. 감정이나 시류가 아닌 이성과 역사를 통찰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본다면, 100년 후 전략 수립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다음 100년은, 지금 우리가 어떤 기준과 각오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이 신축 개장했다. 화물과 여객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007년 전국무역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 신설 계획이 포함됐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설계, 2015년 착수, 2018년 건축설계 공모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2022년 7월 착공해 지난해 10월 30일 준공을 마치고 12월 20일 운영을 시작했다. 평택시 포승읍 하만호길 155-40번지 1만 9000여㎡ 일원에 지상 3층 규모(연면적 2만 2051.37㎡)로 건축됐다. 새로 건립된 국제여객터미널 1층에는 입국장·편의시설, 2층에는 출국장·면세점, 3층에는 운영사·선사 사무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전까지는 지난 2001년 준공과 함께 운영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을 23년 동안 사용해왔다. 이 곳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22년까지 중국 5개 도시를 연결하는 5개 국제여객선 항로가 운항됐다. 2019년 한 해 동안만 62만 명이 평택항을 이용할 정도로 이용객은 점점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구 국제여객터미널은 대기실과 주차장 공간이 매우 부족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게다가 시설의 노후화까지 진행되고 있어 신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야심차게 신축된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이었지만 끊임없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에는 1년에 65억 5900만 원의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편의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경기신문 19일자 8면 '돈 먹는 하마'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식당과 커피숍 등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국제여객터미널의 필수 시설인 환전소마저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배가 들어오는 날에도 문이 닫혀 있다고 한다. 매표소 역시 현재 2곳만 열어놓고 나머지는 비어 있으며,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마저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단다. 정상적인 여객부두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부두 폭이 협소하고 컨테이너 장치장 면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운영비의 절반 정도가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 운영사인 (사)인천항시설관리센터(IPFC) 38명의 인건비로 지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도한 인건비 책정이라는 비판에 더해 운영주체가 평택시가 아니라 IPFC라는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구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지난 2001년 준공된 이후 23년 동안 평택시가 운영해왔다. 그런데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1월 ‘2024~2026년도 평택당진항 신국제여객터미널 운영관리용역’을 공고했고 IPFC를 선정, 그해 3월 계약을 맺었다. 당연히 평택지역사회의 반발은 거셌다. 운영권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항만 경쟁력 약화’ ‘평택항의 독립성 훼손’ ‘인천항 종속’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상황이 이러니 “겉만 번지르르했지 시골 동네 포구만도 못한 것이 현 실정”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국제여객터미널을 이렇게 운영하면서 연간 66억 원까지 지출해야 하는 것은 ‘돈 먹는 하마’ 수준”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이 같은 우려에 평택시의회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 2월 평택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을 방문해 현장활동을 실시했다. 준공 이후 발생한 여러 운영상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의원들은 수많은 예산이 소요된 새 여객터미널이 옛 터미널만큼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두의 폭이 너무 좁아 하역 작업과 여행객들의 동선이 겹쳐 사고 발생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기대 속에서 개장한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평택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편의시설 및 사무실 사업자 모집 과정에서 입주업체들에게 ‘이용객 보장’을 약속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관련 기사: 경기신문 5월 27일자 9면, ‘300명 온다더니…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상점들 휴업 속출’) 현재 휴업 중인 상태로 계약 해지를 고민하고 있는 음식점과 카페들은 입찰 과정에서 평택해수청이 이용객이 300명 정도 된다고 해서 이를 믿고 낙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택해수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계약 해지 이후 손해배상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평택항 옛 국제여객터미널을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시민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이용객과 시민들이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길 당부한다.
테슬라는 올해 6월 중으로 로보택시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로보택시인 사이버캡과 로보밴을 선보였는데, 마침내 역작인 로보택시가 나오게 되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일단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작하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 산업에서 후발주자이다. 미국에서 구글이 오래전부터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왔으며, 자회사인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하였다. GM도 크루즈를 통해 로보택시 사업에 진출했으나, 지난해 로보택시의 보행자 충돌사고를 계기로 철수하였으며, 현재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죽스를 인수하고 로보택시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모셔널도 로보택시 사업에 참여하였다. 로보택시는 승차공유 산업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승차공유 업계의 선두주자인 우버는 로보택시 도입을 위해 폭스바겐 등 18개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우버는 오스틴에서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공급받아 플랫폼인 우버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승차공유 업계 2위인 리프트도 로보택시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승차공유 시장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서비스를 받지만, 향후 무인 로보택시로 완전히 대체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테슬라가 승차공유 플랫폼을 만들고 자체 생산하는 자율주행차를 로보택시로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차 생산업체가 승차공유 사업을 병행하는 시대가 온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가 핵심역량인 자율주행 기술과 브랜드를 활용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여 승차공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앞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로보택시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할 경우, 바이두는 물론 중국 승차공유 업계 1위인 디디추싱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만들어진 ‘타타 금지법’에 따라 승차공유 사업이 불가능하며, 대신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택시호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버도 ‘우버택시’라는 브랜드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로보택시가 현실화할 경우, 택시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며, 사실상 ‘타타 금지법’은 사문화될 것이다. 국내 로보택시 시장을 놓고, 카카오모빌리티, 우버택시, 테슬라 등이 격돌할 것이다. 또한, 현대차 그룹도 뛰어들 것이다. 그야말로 로보택시 산업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기차 제조업체, 승차공유 업체, IT업체들은 자율주행차 대중화 시대에 대비하여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정부도 곧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국내 로보택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각종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는 국가 경쟁력을 키울 미래 혁신 산업이다.
작년 12월 3일 밤은 여느 때나 다름없는 일상적인 밤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느닷없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된 지 지난한 6개월여가 흐른 지난 6월 3일 내란 사태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내란 종식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더불어 민주주의는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동안 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정치제도 중에서 최고의 제도라고 철통같이 믿어 왔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상호 관용과 자제의 규범을 외면할 때, 민주주의가 붕괴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한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적(敵)으로 간주했을 때, 민주주의의 권력분립의 핵심적 개념 요소인 견제와 균형은 여지없이 깨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는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 교수의 공동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도 권력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이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사례는 1800년에 연방주의자 존 애덤스 대통령과 대표적인 공화주의자 토머스 제퍼슨이 경쟁을 벌였던 때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양 진영 모두 영구적 승리를 목표로 삼았으며, 그들은 상대 집단을 정치 세계에서 완전히 몰아내고자 했던 치열한 대선이었다. 그 후부터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으며, 경쟁자가 반드시 적이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선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로 마틴 반 뷰렌(Martin Van Buren)을 꼽는다. 그는 오늘날 미국의 민주당 설립자로 제8대 대통령을 역임하였다. 반 뷰렌의 전기 작가에 따르면 그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경쟁자를 만났지만 적은 없었다. 당시의 정치인들은 경쟁자에 대한 인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전면적인 투쟁의 정치가 어느덧 상호 관용의 정치로 바뀌었다. 그러나 상호 관용의 규범은 시대적 아픔인 남북전쟁을 계기로 오래 가지 못한 채 시들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남북전쟁 세대가 점차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상호 관용이 정치 규범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행정부 관료와 의회지도자 그리고 대법관은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았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권력기관들은 주어진 권한을 가능하면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내란 사태는 6.3 대선으로 일단락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선배들이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를 되찾게 되어 다행이다. 한 지도자의 무모한 야욕과 망상으로 인하여 한동안 민주주의가 큰 위기를 맞았었다.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이 땅에 다시는 이번 내란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을 철저히 가려내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내란 선동 예방을 위해 견고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국내에서 한국영화가 위기 소리를 듣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관심과 시장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영화의 진짜 위기는 이 불일치의 간격을 빨리 좁히지 못하는 것에 있다. 12일(상파울루 현지시간) 시작돼 19일에 끝나는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는 지난 해와 달리 유료 티켓으로 진행돼 관객 수는 약간의 경감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여전히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현지 영화제 매니저인 이동현 브라질 한국문화원(원장 김철홍) 주무관은 젠더 문제를 다룬 작품들, 곧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은 만석 매진이어서 "한국이나 브라질 모두 젊은 관객들의 관심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선영 감독의 '폭로 : 눈을 감은 아이'는 페막작으로 초청됐으나 상파울루 예술대학의 ESPM(광고홍보학과) 영화관에서 16일에 먼저 상영돼 깊은 관심을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작품이 갖고 있는 여성 서사에 대해 영화 고관여층인 대학생 관객들은 깊이 있는 질문들을 쏟아 냈다. '폭로 : 눈을 감은 아이'는 국내 미개봉작이며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만 공개된 상태다. 이번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에는 22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초청됐다. 영화제 기간 중 이틀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관련 행사를 순회로 열기까지 했다. 개막작으로는 김지운 감독의 2016년작 '밀정'이 선정됐는데 이는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기념 섹션의 일환으로 상영된 것이다. 한국문화원의 김철홍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지난한 역사를 브라질의 젊은 관객들에게 넓고 깊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섹션에는 '밀정'을 비롯해 '암살' '영웅' 등 5편의 한국 근현대사 영화들이 상영됐다. 특히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상영 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대다수 관객들은 1980년 쿠테타가 한국 현대사에 끼친 영향, 최근의 쿠테타 정국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된 후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제약없이' 브라질 대중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외에도 작가 편혜영과의 화상 대담이 기획돼 있고 17일 현재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가 상파울루에 들어 와 북토크와 팬사인회를 진행중이다. 브라질은 중요 교류국이지만 한국과 워낙 멀어서인지 문화원의 성취가 잘 알려지지 않아 왔다. 게다가 지난 정부 3년간 문화 예산의 상당수가 깎이는 등 그 노력이 평가절하된 측면이 없지 않다.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한국어에 능틍한 현지 직원들을 다수 채용해 양국 문화 교류의 업무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2억의 브라질을 포함, 6억 3000의 중남미와 6억 5000의 ASEAN 국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목을 한국 말로 줄줄히 꿰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게 해야 한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K문화강국위원회 같은 것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이번엔 좀 제대로 문화 정책, K컨텐츠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으면 싶다.
어느덧 여름이 시작됐다. 느닷없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햇살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햇빛은 얼굴을 따갑게도 때린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해가 지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1년 중 며칠 안 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름밤 날씨를 즐기고 있는 나날들이다. 이런 밤 날씨엔 조금은 비루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는 동네 작은 술집에서 동네 친구와 맥주 한잔하면 좋겠지만 그런 소소한 바람조차 요즘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 있다. 그저 씻고 눕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체력이 모두 소진된 느낌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시작되는 일정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좋은 날’이 오겠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지금은 아쉬움을 참아야 할 때이고, 즐길 여유는 나중에 만들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기약 없는 어떤 좋은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사람이 늘 강할 수만은 없다.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이유 없이 지치고 축 처지는 날이 있다.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감정적으로 힘든 일도 없는데, 그냥 모든 게 버겁고 기운이 빠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눈앞에 놓인 일조차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지고, 다가올 일정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서 ‘어쩔 수 없어’, ‘난 할 만큼 했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왔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잠깐쯤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그건 몸이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좀 쉬어야 해.’라고.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이 진짜 쉼인지, 아니면 포기인지 고민해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대체로 ‘해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실패가 싫고, 부족해 보이기 싫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차라리 중간에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포기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합리화로 포장된 회피일 수 있다. 실패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발휘된 것이다. 그렇게 놓아버리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찾아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다면, 그 결과가 비록 실패라 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이는 것이 성장이다. 결국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내 앞에 놓인 일을 마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잠깐 멈추고 싶은 유혹이 밀려와도, 진짜 쉬어야 할 때와 그냥 피하고 싶은 때를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언젠가 맞이하게 될 ‘좋은 날’을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힘들고 지칠 때 막연하더라도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말자고.
작년 9월 초, 평택향교에서 ‘현대 화장문화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근동의 많은 유림께서 자리를 함께 해주셨고, 열띤 호응도 보내 주셨다. 자리를 마친 후, 교육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한 블로그에서 뜻밖의 글을 발견했다. “평택시청에서 화장장 건립을 위한 사전 홍보 차원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라고 쓴 글이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이날 교육은 보건복지부 후원,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의 ‘상례 문화 개선’ 전국 교육의 일환이었다. 이런 엉뚱한 반응을 보일 만큼 화장장 건립은 지역사회 초미의 현안이고, 큰 갈등이 잠재한 행정 행위 중 하나이다. 평택시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최종 후보지를 확정 발표했다. 필자가 직접 가 본 화장장 후보지 입구에 몇몇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지만, 그 자체로는 나무랄 것이 없었다. 적당한 높이의 산으로 둘러싸인 토지, 낮은 경사도, 양호한 접근성 등등 … . 포털사이트 지도로 둘러본 후보지 주변 여건도 큰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평택시 내부의 반대는 순리대로 풀어 나가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을 문제는 안성시와 경계선에 아주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미 해당 안성 시민들이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이런저런 정치 일정으로 잠잠하던 안성시 정치인들까지 참여하여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시・군 경계선 부근에다 장사시설을 설치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는 더러 눈에 띈다. 가까운 예로, 이천시에서 여주시와 경계 부근에 화장장 입지를 잡았다가 여주시 측의 강력한 반대로 철회 좌절되었다. 경북 상주시에서는 문경시와의 경계 부근에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를 설치하려다 문경시 측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포기하였다. 경기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건립 과정에는 서수원 측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몇 년을 허송세월하였다. 이와 상당히 다른 예도 있다. 전북 서남권추모공원(정읍시, 고창군, 부안군, 김제시 공동) 건립 사례는 갈등 끝에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애초 정읍・고창・부안 광역장사시설 입지를 광역행정에 참여하지 않은 김제시 경계 부근에 자리 잡은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연하게도 인근 김제 시민이 화장장 반대운동에 나섰다. 반대운동은 확대일로로 치달아 김제시 정치인부터 시 당국까지 전면에 나섰다. 당시 갈등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 상당히 심각한 형국에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그런 서남권추모공원 건립으로 인한 갈등 해결에 큰 힘을 쏟은 건 전라북도 당국이었다. 당시 전라북도는 6개 시 8개 군 중에 전주, 익산, 군산 3개 시에만 화장장이 있었는데, 그나마 낡은 시설이었다. 나날이 화장은 늘어가는데, 11개 시군에는 화장장이 없어, 원정 화장 등 화장 장례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도에서는 중재자로서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모두 경청하였다. 그리고 김제시가 광역화장장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양측의 의견 조정에 나섰다. 전북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갈등은 해소되고, 전북 4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으로 자리를 잡아 지역 화장 불편도 크게 개선되었다. 이런 예에서 볼 때, 이번 평택시·오산시 광역화장장 후보지는 그 입지 특성을 고려하여, 안성시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 추진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본 전북도의 사례에서 보듯, 이 확대 과정에는 경기도 당국의 조정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화장장 건립이라는 난제 해결에 광역 도의 행・재정적 지원이 더해지면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초 지자체에서 경계선 넘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인센티브 제공은 쉽지 않다. 하지만 道 차원의 지원은 그런 제한이 없다. 지금까지 경기도 차원에서 화장장 건립에 나섰다가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학습효과만 남겼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평택 화장장 건립 중재 지원은 보다 성숙한 광역행정의 수행이라는 차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현재의 정치 지형도 좋은 열매를 맺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화성시 장지동 1131번지 일원에 추진 중인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계획이 어려움에 처했다. 이 물류센터는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로, 연면적 51만 7969㎡(약 15.7만 평)달하는 초대형 창고다. 축구장 73개, 서울 코엑스(COEX)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아시아권 최대 물류센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오산시와 화성시 장지동 주민들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오산 등 인근을 경유하는 교통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물류센터가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을 기준으로 물류센터 부지 인근 도로에 1만5000대가 넘는 차량이 드나든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2030년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면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도 앞장서 백지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산시민들의 주요 생활권에서 속하는 화성 동탄신도시, 용인 남사읍 일원이 교통지옥이 될 수 있고, 시민 안전이 위협을 받으며 도시 브랜드 가치가 실추된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6일자 인터넷판, ‘이권재 오산시장,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백지화 추진 나서’) 이 시장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에서 물류센터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물류센터 예정지가 오산을 거쳐 용인·안성·평택 등지로 이동하는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2030년 기준 1만7000여 대가 통행할 것으로 예측돼 오산은 교통지옥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교통체증과 함께 대형 화물차의 통행이 잦아지면서 매연이 발생하는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타당성이 있다. 이는 곧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산시는 시행사 측에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지난달엔 경기도 광역교통정책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오산시는 지난 7일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화성을)과 물류센터 전면 백지화를 위한 연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오산뿐 아니라 동탄 주민들까지 교통 혼잡과 생활 불편이 우려된다. 초당적 협력체를 구성해서라도 이 계획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이 사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동탄2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19일) 오후 1시엔 동탄호수공원 일원에서 이 시장과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반대 비대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산시의회도 입장문을 냈다. “오산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 개발 행위”라며 동탄2 물류센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물류센터 건립이 오산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 개발이라면서 “즉각적인 재검토와 책임 있는 행정 조치”를 요구했다. 물류센터 건립 예정지인 화성시 장지동 주민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유통3부지 물류센터 결사반대, 우리 집값 반토막 시간문제’ 등 현수막을 곳곳에 내거는 등 오산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달 22일 동탄2신도시 대형 물류센터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에서 화성시와 오산시 간에 협의하라고 명시했다. 화성시가 제출한 계획안 가운데 물류센터 출입차량 진출입동선 등 오산IC방향 운행 최소화를 위한 수정안 제출, 카메라단속·어린이 통행 안전 등 교통안전 대책 수정안 제출 등 ‘조건부 의결’을 했다.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곤혹스러워하는 곳은 화성시다. 자칫하면 행정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사업자가 구상권 청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기에 인허가를 반려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게 화성시의 입장이다. 그동안 상생을 위해 노력해온 오산시와 화성시가 슬기롭게 대처해 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란다.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 학자마다 출생연도를 구분하는 데 있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잘파세대란 대체로 Z세대(1995~2009년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을 합친 새로운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AI·메타버스·초연결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온리(Digital only)’세대다. 지금까지 연구된 잘파세대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우선, 디지털 온리세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정보습득, 소비, 소통을 온라인 세상에서 해결한다. 또한 이미지, 영상, 숏폼에 익숙한 기술친화적 세대로, 자신의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공유하는 콘텐츠크리에이터다. SNS에 자신의 이미지나 영상을 업로드하여 개인브랜딩을 실현한다. 더불어 개인화와 ‘자중감’의 세대다. 자신의 관심사, 취향에 맞추어 살고자 하고,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가벼운 관계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상황형 관계)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진정성을 갖춘 꾸밈없고 솔직한 대화를 원한다. 이들은 현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상에서 알 수 없는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한다. 게다가 진정한 글로벌 세대다. 글로벌OTT, 마켓 등을 두루 섭렵하며 성장하였기에 국경의 의미가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소비태도 등을 갖추며,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는 잘파세대'의 저자 이시한 작가는 잘파세대에 대한 키워드로 디지털 온리, 자중감, 현재적, 세계인을 꼽았다.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이런 특징이 있는 잘파세대와의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대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짧고 명확하게 핵심만 전달한다. 잘파세대는 장황하거나 진지한 대화가 아닌 가볍고 짧은 대화를 선호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원한다. 그러니 긴 이야기보다 명료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대화 말미에는 전하고자 했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진정성있는 태도를 중시한다.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대화를 원한다. 또한 상대방의 권위적인 지시나 조언보다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셋째, 일이나 학습 등의 의미와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좋다. 앞서 말했듯이 잘파세대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넷째, 잘파세대인 뉴진스의 ‘Ditto(나도 그래)’라는 노래제목처럼 공감의 언어사용이 중요하다.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대화를 선호한다. 다섯째,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긴다. SNS에 익숙하므로 ‘좋아요’가 일상언어다. 빠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좋아한다. 여섯째, 영상과 이미지의 세대이니만큼 디지털기기를 수단으로 소통하고, 이미지와 이모티콘, 짧은 영상 등의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잘파세대는 ‘디지털네이티브’, ‘디지털 온리’답게 이전까지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다. 그런 만큼 생각의 방법 역시 기성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잘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순간부터 노동은 시작됐다. 진화의 시계로 보면,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그 출발점이다. ‘손재주 있는 인간’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인류 최초로 도구를 만들었다. 자연의 돌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쪼개고 깎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했다. 이 최초의 석기, 올두완 도구는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에 개입하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바로 그 순간, 노동은 진화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침팬지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지만, 도구를 제작하고 그것을 전승하는 종은 인간뿐이다. 도구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고 계획하며, 미래를 상상한다는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는 불을 피우고, 사냥을 위해 무기를 만들며, 공동체 안에서 도구를 공유했다. 이 모든 과정이 노동이다. 도구는 기술이 되고, 기술은 기억과 문화를 낳는다. 노동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문명의 조건이자 인간됨의 출발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손’이다. 인간의 손은 엄지와 네 손가락이 마주보는 구조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뇌는 진화했고,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를 넘어 창조하는 존재가 되었다. 손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연장선이었다. 생각은 손끝에서 실현되고, 노동은 그 구체적 증거였다. 노동은 단지 생존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고,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공동체를 조직하고 문명을 창조해내는 힘이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기술을 전승했고, 노동을 통해 기억을 남겼으며, 노동을 통해 미래를 설계했다. 노동은 축적된 지식의 형태로 발전했고, 도구는 점점 정교해졌으며, 손의 움직임은 언어의 탄생과도 긴밀히 연결되었다. 손은 단순히 돌을 쥐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를 쌓는 첫 번째 기둥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노동을 경제적 개념으로 바라보지만, 그 출발은 훨씬 더 깊고 넓다.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경험의 총합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손으로 만든 첫 번째 도구에서부터, 현대 도시를 구축하는 기계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손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인간은 손을 통해 문명을 시작했고, 그 손은 지금도 세상을 만든다. 노동은 곧 손의 기억이며, 문명의 맥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동을 단순한 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능력과 상상력, 그리고 관계 맺기의 총체적 표현이다. 노동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곧 노동의 일부였다. 호모 하빌리스의 손에서 시작된 그 움직임은, 오늘날 우리의 손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동은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손이 만든 도구는 결국 인간 자신을 바꾸었다. 노동은 단순히 자연을 정복하는 힘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 거울이었다. 도구는 외부 세계를 바꾸었고, 노동은 내면의 구조를 조형했다. 손끝의 움직임은 사유를 낳았고, 그 사유는 문명을 이끌었다. 그러므로 노동의 기원은 곧 인간 철학의 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