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1789년 10월 11일 수원의 옛읍치에 현륭원을 조성했고, 1790년 2월 8일에는 현륭원을 처음으로 참배하기 위해 창덕궁을 출발했다. 그리고는 동쪽의 흥인지문으로 나가 말을 타고 뜬다리(浮橋)를 건너 과천 관아에 이르렀고, 다시 출발하여 사그내(沙斤川)에서 잠시 휴식 후 수원 관아에 이르러 밤을 보냈다. 이때 한강을 건넌 나루는 사람들이 수원을 오갈 때 일반적으로 건너던 동재기나루도, 새로 선택한 노들나루도 아니었다. 문헌 기록에 나루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으나 동쪽을 향하는 흥인지문으로 나갔다고 하니, 사도세자의 관을 영우원에서 현륭원으로 옮길 때 뜬다리를 만들어 건넜던 뚝섬나루인 것 같다. 1790년 7월 1일, 정조는 배다리 제작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규정집인 '주교지남'을 신하들에게 공표했다. 이때 배다리(舟橋)를 만들 곳으로 노들나루를 최종 선택했고, 배다리 설치를 담당할 관청인 주교사(舟橋司)도 신설하여 노들나루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 결과 1791년 1월 16일, 1792년 1월 24일, 1793년 1월 12일의 현륭원 참배 때는 창덕궁-숭례문-노들나루(배다리)-남태령-과천을 거쳐 수원의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1794년 1월 12일에는 오후 3시에 창덕궁을 출발했고, 노들나루(배다리)-남태령을 거쳐 과천행궁에 도착하여 밤을 보냈고, 다음 날 첫닭이 울자 출발하여 사근행궁에서 잠시 휴식 후 수원의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이때 날이 아직 밝지 않았는데, 그날 현륭원 참배까지 다 끝내기 위해 서두른 것이다. 1794년까지만 해도 정조의 현륭원 행차는 뚝섬나루를 건너든 노들나루를 건너든 과천길을 통해 오갔다. 당시 수도 서울과 수원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동재기나루를 건너고 남태령을 넘어 과천-지지대고개-수원을 거치는 최단코스의 과천길을 통해 다녔기 때문에 다른 길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동재기나루가 아니라 뚝섬나루와 노들나루를 건너면 우회하는 것이기에 얼마간 더 멀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조의 행차는 그 길을 하루 만에 돌파했고, 그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춘향전에는 과거급제한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전라도의 남원을 향해 지나갔던 서울-수원 구간이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부모님께 하직하고 전라도로 갈 때 남대문 밖 썩 나서서 서리, 중방, 역졸 등을 거느리고 청파역 말 잡아타고 칠패 팔패 배다리 얼른 넘어 밥전거리 지나 동적이(나루)를 얼른 건너 남태령을 넘어 과천읍에 중와(점심) 하고 사그내 미륵댕이 수원 숙소(숙박) 하고 대함괴(대황교) 떡전거리 진개울 중밋 진위읍에 중와(점심) 하고…(하략)” 당연한 것이지만 암행어사 이도령은 정조의 현륭원 행차 때 배다리를 놓아 건너던 노들나루가 아니라 서울-수원의 최단코스에 있던 동적이, 즉 동재기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그리고는 정조 임금처럼 남태령을 넘어 과천읍(내)에서 점심을 먹었고, 사그내(사근행궁)와 미륵댕이(지지대고개)를 지나 수원(읍내)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었다. 이때 수원읍내는 대함괴(대황교) 가기 전에 기록되었으니 수원의 옛읍치가 아니라 팔달산 아래의 새읍치였다. 정조만이 아니라 이도령도 서울-수원을 하루 만에 돌파했다. 물론 현대인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기쁘다’와 ‘즐겁다’, 이 두 말은 비슷해 보인다. 그 말이 그 말 같다. 무언가를 흐뭇하고 좋게 느끼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아도 이 두 말은 그 의미를 상당 부분 공유한다. ‘기쁘다’는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이고, ‘즐겁다’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하고 있다. ‘즐겁다’ 안에 ‘기쁘다’가 있는 것 같고, ‘기쁘다’ 안에 ‘즐겁다’가 있는 것 같다. 사전은 ‘기쁘다’의 용례로 “시험에 합격하여 정말 기쁘다.”를 들고 있고, ‘즐겁다’의 용례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냈다.” 등등을 들고 있다. 구체적 용례를 보아도 이 두 말의 의미를 얼른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말이란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똑 같은 뜻의 말이 두 개 있을 수는 없다. 무언가 미세하게라도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말로 나타나는 것이다. 설령, 사전적 의미가 유사하더라도 두 말이 쓰이는 맥락이 미묘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다가 사전에 등재된 말의 뜻이라도 언제나 고정불변의 절대적 의미로 고착되지 않는다. 이 분야를 다루는 의미론(semantics)에서는 어떤 말이든 그 말을 사용하는 언중(言衆)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사회심리적 생태가 변화하면 말의 뜻도 조금씩 달라짐을 밝힌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즐겁다’는 말은 의미의 변이(變異)가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한국인의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생태가 변화한 데서 온 것이다. 즉 현대인이 즐거움을 추구하고 누리고 평가하는 양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한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놀이, 게임, 쇼츠 영상 등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서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즐거움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환경이 있다. 우리 일상 주변에 디지털로 콘텐츠화 된 즐거움은 항시 장전되어 있고, 원하면 언제나 그 즐거움을 발사하듯 소비할 수 있는 생태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도파민(Dopamine)’이란 말이 이런 즐거움 현상을 잘 표상한다. 도파민은 기대한 즐거움이 충족될 때 뇌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이런 즐거움의 소스가 일상화 되면서 잠시라도 즐거움이 지연되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특히 어린이 청소년)이 많아졌다. 도파민 분비가 중단되면 모종의 불안으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정도가 심하면 도파민 중독이 된다. ‘즐겁다’는 현상에 이런 도파민의 기제가 끼어드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기쁘다’는 ‘즐겁다’와 의미론적으로 조금씩 변별되어 가는 듯하다. “쇼츠 게임을 하면 나는 즐겁다.”라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쇼츠 게임을 하면 나는 기쁘다.”라는 말은 부자연스럽다. “도파민이 즐거움을 준다.”라는 말은 성립하지만, “도파민이 기쁨을 준다.”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즐겁다’가 몸 중심의 감각적 욕망을 즉흥적으로 해소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만족을 대변하는 말이라면, ‘기쁘다’는 어떤 정신이나 가치 등을 마음에 품고 노력한 데에 대한 어떤 심리적 만족이나 내적 감흥을 나타낼 때 쓰는 말로 옮겨져 가고 있는 듯하다. 즐겁기는 해도 그것이 진정 ‘기쁘다’의 상태로 이어지지 않는 심리 생태를 우리는 경험한다. 기쁘기는 해도 그것을 마냥 즐겁다고 말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난다. 진정한 기쁨의 소중함을 그 자리에서 다 소비하지 않고, 오래 지키고 내면화하려면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고전적인 의미의 ‘즐겁다’가 사라지고 있다.
수원시 중부대로 102, 지번으로는 팔달구 인계동 208-6 성빈센트병원 건너편 풍림빌딩 건물에 수원제일평생학교가 있다. 1963년 수원제일야학으로 시작, 지금까지 60년 동안 6000명이 넘는 졸업생 배출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다. 건물에 불이 나자 고등동성당 교리실 등을 전전하다가 교사와 졸업생·재학생들이 일일찻집을 여는 등 모금운동을 벌여 평동 교회 한 층을 빌려 교실을 마련했다. 이후 수원 매교동의 건물 3층에 있다가 2019년 현 건물로 이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60~70대가 많다. 2000년 전까지는 정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 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오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늙거나 젊거나 모두 배움에 목이 말라있으며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사람들이다. 이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문해(文解)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 과정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인성교육과 사회교육을 실시해 성실하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사회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육은 40명이 넘는 교사들의 봉사로 진행된다. 문해 교육을 비롯해 검정고시 과정,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교육,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교육 등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의 중심엔 ‘야학의 산증인’ 박영도 교장이 있다. 박 교장은 1995년부터 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1980년 대학생 시절부터 야학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재야교육’에 헌신해왔다. 대구효목성실공민학교, 서울 YMCA 청소년학교에 이어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 공로가 인정돼 지난 2017년 ‘평생교육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정지웅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헌액 되기도 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에 있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은 1996년부터 평생교육에 공헌한 전 세계 인사를 선정해 1996년부터 매년 한 차례 헌액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포스코청암재단이 선정해 시상하는 포스코청암상도 수상했다. 이와 관련, 경기신문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일평생학교를 취재, 교육특집을 내보낸바 있다.(19일자 6면, ‘배움에 일시정지는 있어도 정지는 없습니다’) 제일평생학교엔 초등학력인정과 중학학력인정 과정이 있으며 중학학력인정 과정은 초등학력을 이수한 뒤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각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학력이 인정된다. 실제로 참여 학생들은 집안 사정으로, 남아 중심의 사회 분위기로, 또 일하기 바빠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학력인정 문해교육'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열정도 뜨겁다. 한 교사의 말처럼 ‘자발적 학습자’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학교와는 참여율, 열정 등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교사를 존중하고 진정성을 보이는 문해 학습자들의 태도”로 인해 자부심과 열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힌다. 경기도교육청은 기본지원금과 예산 운용을 통해 수원, 고양 등 도내 많은 지역에서 운영되는 문해교육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공부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즐겁고 성격이 저절로 밝아져 일상생활도 활기차게 변했다”는 70세 학생의 말을 정부와 지방정부가 흘려듣지 말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따놓은 당상”이다. 어찌 됐든 새로운 정부에서 할 일은 엄청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반드시 청산해야 일과 급한 일과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 등이 있을 것이다. 민주제도가 정착되고 어느 정도 문화강국으로 부상한다고 생각한 대한민국이 하마터면 50여 년 전 독재국가로 돌아갈 뻔했다. 이 원인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찾아 청산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민을 위협하여 권력을 찬탈하는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근본적 원인 중 하나를 ‘교육’이라고 본다. 나는 초등학교 등굣길. 그 시간과 거리가 그렇게 싫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였기에 학교 앞길이 일부만 포장이 되었고 많은 부분은 그냥 흙이어서 비가 오면 운동화가 빠져 쩍쩍 달라붙는 진창이 되었다. 사방에서 교문 앞으로 "몰려드는" 학생들의 등교하는 발걸음들이 바빴다. 여기서 강조하고픈 단어는 "몰려드는 바쁜 걸음"이다. 늦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우르르 몰려드는 나를 포함하여 "바쁜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그 풍경은 어린 내게 무언가 불안감과 조급증을 주었다. 그런데 이제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되돌아보니 그 불편한 느낌을 주는 주범은 단지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이 아니었고, 지각할까 봐 우려하는 걱정하는 마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또래들을 "경쟁"시키는 교육 제도였다. 이것을 이제 “생각하는 한 인간”으로서 숙고하면, 그 불편함의 핵심은 우리 모두를 파시즘으로 몰아붙인 당시의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만들어 낸 환경이었다. 파시즘은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집단으로서 다양성을 무시하며 “우열(優劣)을 나누고 경쟁시키고 그 안에서 지배와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내가 태어나서 1987년(민주화의 원년)까지 그런 파시즘의 세계에서 교육받고 성장했던 것이다. 내가 나름대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민주제도)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약간의 노력 했다고 해도 내 안에는 파쇼적인 성향이 남아있다. 내가 대학 때 고딩인 동생의 어리석음에 대해 야단칠 때의 태도를 보면 소리치고 손을 올려 때리는(딱 한 번) 내 모습에서 파쇼적 독재자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자괴감에 빠졌던 적이 있다. 민주제도의 교육을 받지 못했던 내 모습이다. 윤석열 내란 과정에서 동조자들, 재판관들 안에서 많은 나를 본다. 권위주의적이면서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의 찌질한 인간들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귀를 닫고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 그런 망조가 든, 그 자체로 만평이 되는 모습을 보여 준 이들이 있으니: 최근 희대의 파기환송 결정 조희대와 석열탈옥 방살롱 지귀연, 즉시항고포기 심우정이다. 아~이 파쇼적 구악들이 다 죽으면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제도를 실현하는 사회가 될까? 아니면 그 파쇼들의 자손들이 또 파쇼가 되어 지속적 반민주적 사회를 만들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박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영속할 것인가? 이는 우리가 “지금 여기” 어떻게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의 민주시민들을 길러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1월 19일, 서부지법을 침탈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교육과 언론의 개혁이 시급함이 우리 시대에 조급증처럼 다가온다.
규제 완화, 규제 혁파는 어떤 대통령 선거에서나 심심치 않게 제시되었던 공약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규제 완화 논의만큼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수준은 이제 국가의 경제 및 국가 경쟁력과 동일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검토해볼 겨를도 없이, 세계 각국은 자국민이 자국 국경 내에서 창업하고 발전시킨 인공지능 기업이 하나라도 더 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꽃 튀는 세계 경쟁 와중에 치러지는 대선이니, 앞으로 들어설 정부가 인공지능 기업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 하는지 후보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지당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de-regulation)란 도대체 무엇인가? 일단 규제를 완화하면 이 나라의 인공지능 생태계는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운 것은 어째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외치는데, 기업은 규제 좀 없애 달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규제 완화의 이상적 이미지는 흔히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경쟁이 유지되며 혁신적인 시장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장 행위자들은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국가의 간섭 없이도 자정작용을 거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비단 시장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인공지능 기업 또한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요청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전략적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국 기업이 데이터, 고급 인력, 반도체, 인프라 등에 있어서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국내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국가가 나서서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극 구매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이들의 요청을 가로막는 규제들만이 혁파되어야 할 규제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니 기업과 대선 후보자들이 이야기하는 규제 완화는 사실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기존의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재규제(re-regulation)에 가깝다. 기존의 규제 체계가 세계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발맞추어 세련되게 정비하는 과정이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규제의 변화는 따라서 언제나 뒤늦고, 부족하다.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규제 완화는 보이는 바와 달리 시장이 자유화되기보다는 국가와 기업 간 결속과 협력이 강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여 이번 대선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공약은 새롭게 정비될 과학기술 생태계의 규제들이 어떤 기업을 왜 보호해야 하며, 시민사회가 이러한 결속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재규제는 단순한 기술 진흥을 넘어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이루어져야 하며, 공익을 위한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진행하는 ‘2025년 전국 예비 창업자·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 경진대회 경기 창업 공모(G-스타 오디션)’에 무려 777개 팀이나 몰렸다는 소식이다. G-스타 오디션에 폭발적으로 많은 팀이 참가한다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하고도 활로를 찾지 못해 목말라하는 기업·기업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해 씁쓸한 현상이기도 하다. 올해 G-스타 오디션의 참가팀은 지난해(421개 팀) 대비 84.5%나 증가해 경쟁률이 77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창업 경진대회 운영을 통해 지역 제한 없이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가를 발굴, 사업화 자금과 글로벌 진출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경진대회는 예선(서류 평가) 심사 마무리 단계이며, 다음 달 중 본선(발표 평가)을 거쳐 결선을 진행한다. 결선은 오는 10월 1~2일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2025 경기 스타트업 서밋’과 연계해 박람회 현장에서 공개 발표 평가 형식으로 진행한다. 본선과정을 거쳐 총 30개 팀이 결선 무대에 진출하며, 이 가운데 10개 팀이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된다. 최종 10개 팀에는 총 1억 15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되고, 결선 진출팀에게는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내 부스 우선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창업 오디션에 기업들이 몰려 열기를 드러내는 것은 절박한 상황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 하방 추세는 자못 심각하다. 경기도에서만 하더라도 폐업 쓰나미가 장난이 아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을 시작한 ‘2025년 경기도 소상공인 사업정리 지원사업’ 신청은 불과 22일 만에 한도를 채워 조기 마감됐다. 이번 사업은 폐업을 앞두거나 최근 폐업한 도내 소상공인의 성공적인 재도전을 위해 사업정리컨설팅, 사업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상원은 ‘경기도 소상공인 경제이슈 브리프 VOL.4’ 내용 중 최근 6년간 처음으로 도내 폐업자 수가 창업자 수를 상회했다는 통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해당 브리프에는 올해 1분기 도내 음식점업 폐업률은 2.85%, 개업률은 2.49%로서 최근 6년 중 각각 최고,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기 기준 폐업률이 개업률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기화된 소비 침체로 경기도 내 커피음료점 수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편의점, 분식집, 호프주점 등 여러 업종에서도 위축된 양상이 나타났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도내 커피음료점 수는 2만 1082개로 전월보다 20개,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274개(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2만 1368개로 전월(2만 1361개)보다 소폭 상승한 이후 적게는 매달 9개에서 많게는 160개까지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 연속 숫자가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창업 업종인 편의점을 비롯해 분식점, 호프주점, 식료품가게 등 골목상권을 책임지는 여러 업종도 1년 전보다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편의점은 지난해 3월 1만 4527개에서 올 3월 1만 4359개로 168개 줄었다. 같은 기간 분식점은 1만 3006개에서 1만 2352개로 654개 감소했고 슈퍼마켓 211개, 식료품 가게 166개가 각각 줄었다. 이처럼 일단 창업을 했다가 견디지 못하고 폐업으로 내몰리는 사업체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창업 경진대회에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산업 환경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창업지원책은 물론 유용한 기업경영 컨설팅 공간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G-스타 오디션’의 성공적인 개최를 빈다. 창업과 지속경영의 험난한 길을 부축해줄 국가사회의 광범위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한 분이 대화 중 문득 "저는 말을 많이 하면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이 지쳐요" 하였다.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갓집의 종손으로 각종 집안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하며 잘 맞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받았다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아이에게 처음에는 큰 압박이었지만 자라면서 내면화되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며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보면 종종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의 몸은 내원 때마다 자율신경 검사(Hea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검사상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이 10대 1 정도로 교감신경이 과 항진되어 있었다. 그에게 “ 항상 전투 모두에 있는 것과 같이 긴장되어 있어요. 비유하자면 초원에서 맹수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지요. 계속되면 긴장 초조 불안한 느낌이 나고 잠도 잘 들기 어렵고 소화 대변 소변 등이 이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 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실제로 조금만 긴장해도 땀이 많이 났고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번 깨고 종종 소화가 잘 안되었다. 그에게 자율신경과 장기능을 돕는 한약과 함께 이완호흡, 마음챙김을 안내했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100회가 넘었던 심박수가 80회 정도로 안정되고 잠들기 편해지고 탈모증상까지 호전되었는데 이러한 몸의 변화와 함께 밝은 목소리로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예전에는 말을 할 때 침묵이 흐르면 불안감을 느끼고 계속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자동적으로 애써서 말을 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고. 호흡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과 있을 때도 호흡에 마음을 두게 되었는데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이 누그러지면서 쫓기듯이 말하기보다는 여유가 생겼고 침묵의 순간에 조금은 편안하게 되었다고 했다. 반가운 변화였다. 호흡으로 이완을 경험하다보니 흥미롭게 몸을 관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알아차림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어렸을때부터 학습되어온 ‘나는 ~이다. 나는 ~해야한다’는 생각들은 커가면서도 원치 않는 행동으로 이끌때가 있는데 마치 피부처럼 몸에 배어 자유로와지기가 쉽지 않다. 알아차림은 외부환경에 접촉할 때의 인식과 어린시절부터 우리몸에 배어 있는 자동반사적인 행동사이의 틈을 만든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수 있게 되어 좀 더 효과적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알아차림은 마음건강을 위한 현대의 심리기법에서 많이 응용되는데 종종 훈련이 필요하다. 명상, 요가, 태극권 등의 다양한 방법이 도움이 된다. 그중 UCLA의 정신의학과 임상교수인 다니엘 시겔의 ‘알아차림의 수레바퀴’ 과정이 흥미롭다. 그는 알아차림 과정을 수레바퀴에 비유한다. 수레의 중심축은 알아차림의 자리이다. 수레바퀴 살은 우리의 주의이다. 수레바퀴 테두리 부분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대상으로 오감, 신체내부감각. 정신활동. 연결감을 알아차리는 과정으로 훈련이 구성되어있다. 우리가 알아차릴 때 대상으로 주의가 나가면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이 수레바퀴에 대한 비유는 또다른 비유가 연상된다. 수레가 움직이는 것을 흘러가는 삶에 비유해 보자면 수레가 운행되면서 바퀴가 닿는 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알아차림의 대상은 외부의 조건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수레도 수레바퀴도 수레를 끄는 이도 영원하지 않다.
기록은 쉽습니다. 몇 줄로 요약한 평생도 그렇습니다. 기록된 평생은 몇 줄의 만남과 그보다 더 길게 남는 헤어짐입니다. 자식으로 만났다가 부모가 되어 헤어집니다. 앞서고 뒤따름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가을 다음은 겨울이고 그다음은 분명히 봄이라야 하지 않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사랑보다 앞서, 그리움보다 빨리, 떠나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떠나는 버스를 붙잡을 수는 있어도, 약해지는 호흡과 잦아드는 맥박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헤어짐은 필연입니다. 사랑으로도 묶어둘 수 없습니다. 날개 달린 것들은 날개에 힘이 생기면 둥지를 떠납니다. 발로 서는 것들은 발로 서는 순간 떠남을 예고합니다. 꼬리로 헤엄치는 것들은 알을 낳음으로 혈연을 끊습니다.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한정된 삶이 있어서입니다. 영원히 살 수 없어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관계는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헤어짐은 순간입니다. 순간일수록, 오래도록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이별의 순간인데도, 방금 지나친 일처럼 떠오릅니다. 함께 걸었던 골목의 촉감이 구두에 밟히고, 함께 먹었던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떠나고 보냈음에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게 이별의 흔적일까요. 그래서 지우면 지울수록 되려 또렷해지는 걸까요. 그런 걸 보면, 우리는 헤어짐 너머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익숙한 헤어짐은 없습니다. 나는 헤어짐 앞에서 무능합니다. 무장 해제된 포로처럼 쩔쩔맵니다. 죽음의 벽과 마주치면 한없이 쪼그라듭니다. 죽음이란 헤어짐은 특별해서, 죽음의 당사자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습니다. 작별 인사는 늘 남겨진 사람의 입과 손과 가슴을 통해 주고받습니다. 죽음의 영역 바깥에 남겨진 사람에게, 죽음의 영역 속으로 떠나버린 사람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쓸쓸한 일도 없습니다. 힘내라는 말처럼 씁쓸한 것도 없습니다. - 결국, 다 떠나더군요.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어요. 말하지 못합니다. 호강에 겨운 소리 하는 것 같아서. 애써 도리질하다, 창문 너머로 슬쩍 한숨을 뱉습니다. 속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오월이 지나서 그럴까요. 빤하디 빤한 봄, 그 봄이 내려다보고 있어서 그럴까요. 하늘은 오늘도 오지게 파랗습니다. 파란 하늘에 대고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쏟아냅니다. 눈치도 없이 구름 한 점 없느냐고.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하냐고. 그러면 또 스르륵, 명치끝 얼음이 녹아내립니다. 막힌 숨이 뚫립니다. 떠났든, 떠나보냈든, 헤어짐의 시간을 통과하는 이들의 막힌 숨이 스르륵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떠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떠난 자리를 추억이 지키고 섰습니다. 추억이라는 흔적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닙니다. 보고 듣고 만질 수 없어도 엄연히 존재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언지는, 떠나보내고 나면 알게 됩니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끝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흡연자들의 개념 없는 끽연 행위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놀이터 등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성인보다 훨씬 더 취약한 성장기 아동들이 맹독에 가까운 담배 연기에 무단 노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미비한 제도를 빈틈없이 보완하는 것은 물론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학교, 의료기관, 대형 건축물 등 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해당 구역에서 흡연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여전히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어린이 교육시설 및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해당 시설과 함께 인근 3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 놀이시설은 해당되지 않아 어린이를 비롯한 시설 이용자들의 간접흡연 불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놀이터 인근 도로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시민들은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며 놀이터를 가로질러 지나기도 한다. 어린이 놀이터 인근 주민들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경기신문 취재에 의하면 수원시 내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 담배꽁초가 굴러다니는 놀이터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금연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라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해당 시설의 전체를 지정하고 있다.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법정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고 지자체 조례로서 지정된 구역에서는 5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간접흡연이란 자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옆에서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거기서 나온 연기를 하는 수 없이 마시는 것을 말한다. 담배 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내뿜는 연기를 ‘주류연(主流煙)’이라고 하고, 생담배 연기를 ‘부류연(副流煙)’이라고 한다. 담배 연기는 담배 속과 필터를 거쳐 작은 알갱이로 된 화학물질들만이 폐 속으로 들어가 독성물질이 대부분 폐 속에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주류연에는 독성물질이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즉, 주류연은 양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 그러나 생담배 연기인 부류연은 독성물질이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담뱃불에서 직접 나오기 때문에 주류연보다 훨씬 더 유해하다. 간접흡연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 발달 저하, 천식 발생 위험 증가, 중이염 발생 가능성 상승, 면역력 저하, 학습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임산부에게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조산 위험 증가, 저체중아 출산 위험, 태아의 기형 가능성, 임신 중독증 위험 증가, 유산 위험 증가 등의 영향을 받는다. 수원시의 경우에도 ‘수원시 금연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 따라 학교 시설의 경계선으로부터 3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가는 일정 장소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어린이 놀이시설 인근 지역은 역시 포함되지 않고 있다. 무서운 간접흡연으로부터 어린이,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허술한 법적 규제를 여지가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 공공장소 금연구역 확대, 흡연 단속 강화, 금연 교육 의무화, 간접흡연 피해 구제제도 등을 완비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역시 최선책은 흡연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흡연자들의 부주의가 다른 무고한 취약 계층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무심코 하는 행동과 습관이 다른 사람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간접흡연 없는 생활공간 달성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좀 더 세밀한 관심이 긴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선거가 치러졌다. 약 20만 명의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이번 재외선거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낮은 신고·등록률, 근거리 투표소 부족, 우편·온라인투표 미도입, 투표 홍보·캠페인 활동 제한, 과도한 투표비용, 동포사회 분열 우려 등은 여전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과 정책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재외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재외국민 참정권은 여전히 선언적이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4.4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오는 6월 4일부터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리더는 국가 리스크이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20년 미래를 결정짓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정당에 대한 충성심, 후보자의 인지도나 이미지, 감정적 호감 등에 크게 좌우되어 왔다. 그 결과, 외교·안보·통일문제처럼 국가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야에서 후보자의 역량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선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는 맹서가 공허한 선언에 머물러선 안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 갈등을 줄이며, 세계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 우리 역사·문화·언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국민 통합의 토대이자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다. 진영논리로는 사회 곳곳의 고질적 부조리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해결할 수 없다. 자율과 책임, 협력과 존중의 가치가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재외동포는 더 이상 경계 밖의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글로벌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전 세계 180개국에 흩어진 708만 재외동포는 지식, 정보, 자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민족 공동체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이다. ‘글로벌 코리안’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세계국가, 글로벌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 2045년은 해방 100주년이다. 앞으로의 20년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단순한 선진국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갖는 나라를 우리는 꿈꾼다.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인공지능(AI) 3강, 재외동포 네트워크 4강, 국민총생산 5강, 국가경쟁력 7강, 국민행복지수 10강.” 이 비전을 축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 통일국가, 문화국가, 청년국가, 이민·다문화국가, 과학기술국가, 우주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20년을 이끌 리더는 국가 안팎의 역량을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