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먼 나라의 이웃이 되고 아이들은 견우와 직녀 같은 만남이다. 나이테 늘어 직장의 문이 닫히면 친구들도 제 집에서 늙어 간다. 이승의 삶을 혼자 힘으로 살아내는 것이 아님을 알기까지에는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른 뒤였다. 외롭다는 말이 혼자 살아간다는 말보다 사치스럽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머리에는 무서리가 내렸다. 땅 속으로 수맥이 흐르듯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는 수원이 흐르고 있으며, 음덕과 양덕이 있어 자신의 의지와 조화를 이루어 생활에 에너지가 되어준다는 것을 모르고 갈 뻔했다. 사람은 도덕군자 연한 체 해도 더우면 옷 벗고 싶고, 한기를 느끼면 당장 옷을 껴입고자 한다. 한두 끼 굶으면 허기를 느끼고 며칠만 혼자 있게 되면 외로워 못 살겠다고 한다. 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 심리인가. 이 길에 있어 ‘인간’이란 말을 앞세우고 지성과 교양과 품위를 이야기하면서 좀 더 진지하고 느긋하게 살고자 한다. 그리고 생각의 유연성과 갈래의 갈피를 잡아 순서와 순리를 따르면서 순응 속 의지의 생활을 현실이란 시간 속에 디자인해 가며 ‘하루’라는 시간 길이로 마무리한다. 자신을 미워하고 학대한다는 것은 자기의 불행한 운명의 한계 상황에 대한 반역심리인지도 모른다. 밤 되어 자리에 누울 때, ‘이대로 그냥....’ ‘내일 아침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볼 때가 있다. 내가 내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미워질 때의 일이요 일상의 무의미가 가슴 끝까지 차오를 때의 일이다.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한 것 아니듯 가난한 사람 모두가 불행한 것도 아니다. 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보고, ‘작가는 많은 것을 체험하고 체념하고 다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필요할 때 재생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얼러보기도 한다. 어느 시골 목사는 내게도 좋은 점이 있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면서 하나하나 예를 들어 주었다. 어려서는 학교에서 내가 그를 가르쳤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든 사회에서 새로운 생활의 보법을 그에게서 배우고 있다. 살만한 세상의 한 단면을 경험하고 있다. 고독은 작가의 운명이요 사명이라고 한다. 모든 창조의 산물은 고독과 명상과 참회의 새벽길에서 그 배아가 싹트는 것 같다. 그래서 수필가의 길을 선택했고 책 속에서 삶의 경작을 위한 쟁기질을 습득했다. 이어서 글을 쓰면서 그 과정의 수확을 독자와 나누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독서의 길을 간다. 때로는 사막의 낙타같이, 히말라야 산맥 등정 길 블랙야크 같이. 내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의 그릇된 행동을 보고 당신의 생명이 피곤할 때는 너도 자식 낳아 길러 보라 ‘모두 물레 살같이 돌아간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 나는 손자 앞에서 백기를 들고 녀석이 하자는 대로 하고 있는 세월의 길 앞에 서 있다. 손자가 자박자박 걷는다. 위태위태해 손을 잡아 주려면 뿌리치고 혼자 가겠다고 달아난다. 몇 평의 아파트 공간에서 풀려난 내 자유를 당신이 아느냐는 것인지. 그러나 허방을 디뎌 곧 넘어질 것 같은 불안한 이 걸음이 생명의 강을 뛰어 넘은 듯 흥미와 스릴을 동반할 때도 있다. 산다는 것은 인내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도 불행에서 행복으로 가는 열정도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 장면같이 순간순간의 시간 앞에 참되고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다. 혼자 있든 여럿이 있든 자신의 시간 앞에 담담하면서도 진중하게 임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예로부터 예술가나 장인에게는 가끔 신의 경지(接神)라는 말을 덧보탰다. 그를 추겨 세우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면, 예술가가 신에게 가까스로 닿는 길은 오로지 몰두밖에 없다는 뜻의 격려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의 신석정 시인은 평소 제자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은 생활 한가운데에 있다.‘ 고 했다. 수필 작가로서 지혜로운 성실로 순간순간의 무늬를 시간 속에 수놓을 것이요 새김질 할 일이다. 그리하여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다 죽어버리는 그런 마음 밭 노동으로 두려움을 뛰어 넘는 삶의 용기와 경건함이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한 마디의 말은 ‘걱정하지 마, 지금 잘 살고 있는 거야’라는 자기 사랑의 언어와 긍지가 포함된 언어이다.
2025년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새 정부의 집무실과 관저 위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조선시대 궁궐처럼 국가의 상징적 공간으로, 그 품격과 위엄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조선 태조 4년(1395년), 정도전은 경복궁을 설계하며 궁궐이 “사방이 우러러보는 곳, 신민들이 나아가는 곳”이라 정의했듯이, 대통령 관저도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의 중심이자 존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 기존 청와대를 포기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장관 공관을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했다. 당시 이전 비용으로 약 496억 원이 예상되었으나, 실제 지출은 832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고, 군 지휘부 이전·보안 문제·통신 도청 등 여러 문제를 낳았다. 이는 국민 세금의 낭비이자 비효율적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24년 12.3 비상계엄 조치 이후, 용산의 현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는 장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은 편안하고 상징성 있는 새로운 관저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 판단이 아닌 역사사회학적·건축학적·지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선호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해왔다. 천지인(天地人) 사상과 음양오행, 주역(周易) 세계관은 궁궐과 전통 건축물에 구현되어 있으며, 이는 경복궁의 경회루나 창덕궁의 자연친화적 건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를 ‘신(神)이 만든 건축’이라 감탄할 정도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독특한 자연관이 큰 작용을 하여 왔다. 먼저 한국인은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자연의 변화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다. 다음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살아가려는 지혜를 생활화 하였다. 그리고 한국인은 자연을 신성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큰 나무나 바위, 산과 강을 함부로 훼손하기를 터부시했다. 끝으로 한국인의 자연관은 소박한 삶의 자세, 자연처럼 넓고 빈공간, 여백(餘白)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美)의식에도 깊이 반영되었다. 또 경복궁의 경회루는 주역의 원리에 입각하여 건축되었다. 내부 중앙의 3칸은 누각의 정당으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의미하고, 삼재를 떠받치는 8개 기둥은 팔괘(八卦)를 상징한다. 조금 낮은 마루 12칸은 1년 12달을 뜻하고 바깥 마루의 24개 기둥은 24절기를 의미하고, 이를 둘러싼 16개 사이의 문(64짝)은 64괘를 상징한다. 이러한 설계는 조선왕조 유교 이념의 사상체계가 건축에 표현되었다. 결국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정 철학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새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우리 전통과 자연철학에 기반한 조화로운 새로운 관저를 조성함으로써 국격을 높이고 미래 비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부지의 해당 건물을 보수한 후에 청와대로 다시 복귀할 것을 확실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심도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현 청와대 터는 2022년 5월 전면 개방되어 많은 국민들이 경내 이곳저곳을 방문함으로써 하나의 ‘관광지’로 전락(轉落)하였고, 그로인해 대통령실이라는 ‘권위’와 ‘위엄’을 이미 상실하였다. 둘째, 전면 개방돼 공개됨으로써 청와대는 더 이상 안보와 보안상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었다. 셋째, 대통령 집무실(본관)과 관저가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어서, 국가 비상시국에는 기민한 대처에 많은 어려운 점이 있다. 넷째, 대통령 관저 부지는 본래 좁은 터라, 주변의 암석을 폭약으로 깨어서 그 암석과 흙으로 15m 가량의 축대를 쌓았으며, 계곡의 전면을 모두 매립하여 관저를 건축하였다는 점이다, 일반 서민들도 계곡 위에 매립하여 집을 짓지 않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를 이렇게 건축하였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하였다. 즉 이 관저는 ‘대통령이 거주할 수 없는 집’이라고 필자는 판단하였다. 이에 필자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저가 올바른 위치에 신축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전통과 미래를 잇는 대통령 관저, 국가 공간의 새로운 기준 제안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국정 철학과 시대정신, 국민과의 신뢰를 상징하는 국가의 얼굴이다. 이에 새 대통령 관저는 물리적 편의성을 넘어서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는 품격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조선의 법궁 경복궁은 『주례고공기』와 『삼재도회』의 사상을 기반으로, 천(天)·지(地)·인(人)의 삼재와 음양오행 원리를 반영하여 배치된 유교 정치철학의 집약체였다.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은 정치 이념과 자연 철학이 조화된 대표적인 공간이다. 경복궁은 유교 정치철학과 음양오행, 천지인 사상을 반영해 권위와 질서를 표현했으며,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실용성과 겸손한 권위를 구현했다. 이 두 궁궐은 오늘날 대통령 관저가 지향해야 할 전통과 정신적, 미학적 기준을 제시한다. 반면, 지난 윤석열 정부가 이전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공론화 부족, 졸속한 결정, 막대한 이전 비용, 보안 및 통신 불안정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2024년 비상계엄 조치 이후 용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며, 장기적 사용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전통과 국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관저가 필요하다. 천지인 사상, 음양오행, 자연 친화적 배치 등 전통철학을 반영하면서도, 스마트 보안 시스템과 에너지 자립형 친환경 설비를 갖춘 미래형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일부 구역은 국민에게 개방해 소통의 상징으로 삼고, 전통문화 체험 기능도 갖출 수 있다. 집무실·관저 후보지로는 청와대, 과천 정부청사, 세종시 어진동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수도권과 행정수도 간의 균형, 기존 인프라,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새 대통령 관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국민 자긍심을 회복하는 공간이자,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어야 한다. [ 이창걸 사회학 박사 ]
21대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민 대다수가 가짜뉴스로 치부했을 정도로 뜬금없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선포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만이다. 친윤 성향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초기에는 반대입장이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언론보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언론비상시국회의(언시국)가 6개월 동안 8차에 걸친 성명으로 언론의 일탈을 감시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후 지난해 12월 9일 발표된 첫 성명은 “언론인 여러분, 역사의 죄인 말고 ‘역사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였다. ▲내란을 다루면서 객관·중립이라는 허상에 빠지지 말고 범죄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 달라 ▲진영 논리와 자사 이기주의에 휘둘려 여론을 호도하지 말아 달라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반드시 시민의 관점,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취재와 보도를 해 주길 당부했다. 베테랑 언론인들의 우려가 담겼었다. 객관보도라는 이름으로 내란 세력의 괴변을 그대로 받아쓰고, 균형보도라는 이름으로 극우집단의 탄핵 반대집회를 탄핵 집회와 등가로 보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생각이 치우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며 “‘윤석열과 이재명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칼럼들도 등장했다, 1월 초엔 “‘언론계의 내란 수괴’ 조선일보도 탄핵 대상이다”. 5월 말엔 “‘내란 종식’ 본질 외면하는 ‘경마식 대선 보도’ 언론을 파면한다”는 성명이 이어졌다. 6개월간 여덟 번에 걸친 언시국 성명은 말 그대로 저널리즘의 나침판이었다. 매일경제신문 김세형 논설고문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 첫 3일 보낸 신호음’이란 글에서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법안에 대해 ‘남미 독재국가들이나 한 수법’, ‘김민석, 강훈식은 무난한데 이종석은 친북 성향’, 트럼프의 당선 축하 전화가 늦은 건 ‘좌파 대통령이란 미국 언론의 평가 때문’, 내란,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한덕수 최상목을 처벌하겠다는 정치보복 특검’이라고 했다.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지 How가 없다고 폄하했다. 3일 된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4월 19일 ‘한덕수 대망론’이란 그의 기명 칼럼에선 한 총리를 ‘국가 위기에 실무에 밝은 안정감, 일관성을 갖춘 성실한 엘리트, 트럼프보다 젊고 주말이면 1500m 수영을 한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국내파에 미·일에 소원하고 친중 발언 많이 했고, 숱하게 말을 바꿨다“고 했다. 언론의 탈을 쓴 저주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다. ‘문민정부’, ‘참여정부’가 그렇듯 캐치플레이즈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계엄이 국민주권을 그만큼 유린됐다는 반증이다. 기본을 곱씹어 보게한 계기이기도 했다. 언론은 어떤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자유’는 지고한 가치로 자리매김돼 왔다. 언론자유의 근원을 따져볼 적기다. 사기업인 언론사의 언론인에게 언론자유를 부여하는 건, 국민이 맡긴 알권리를 대행해 준다는 공적 가치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언론자유가 언론사의 이익, 언론인의 사적 편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극히 당연한 신문의 편집권 방송의 편성권 독립은 날이 갈수록 위축돼가고 있다. 국민주권이 언론계에선 수용자 주권이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한반도 남쪽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으로 혼란에 빠진 사이 북쪽에서는 어린 청춘을 러·우 전쟁판 최전선으로 몰았다. 수천명의 사상자를 남기고 전쟁이 끝나는 시간에 대한민국에서는 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취임사에서 대통령은 부당하게 약자가 억압받지 않도록, 도전이 가능한 나라를 약속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특권이 사라진 공정 사회를 만든다고 했다. 지금 나에게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그럼에도 나는 세상을 인식할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데 바쁘다. 거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선거가 시작되면 마음은 혼란스럽다. 너는 어느 편이냐? 보수냐 진보냐. 어느 편 모두 치유하지 못한 분노가 쏟아져 나온다. 아직 내 안에 상처가 많아 나도 그들의 분노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고향과 가족 생각을 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거칠어진다. 터지는 분노와 상처를 치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없기에 과거가 현재를 죽이고 현재가 미래의 행복을 소멸시킨다. 탈북이라는 허약한 씨앗에게 도움은 필요하다. 소속이 필요하고 공동체가 필요하다. 어느 쪽에 들어가면 그곳은 안전한가. 물론 광야에 홀로 떨어진 것보다 낫겠다. 고향을 떠나고, 대한민국을 찾은 이유는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이다. 아름다운 환대와 북한이탈주민 정작지원이 있음에도 문학은 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가. 탈북문학은 분단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 기회는 공평하고 자원은 평등했는가. 보이지 않은 끈처럼 나와 너를 연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문학에서 나온다. 다른 너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시를 쓴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사는 세상을 모르면 마음속 분열이 일어나기에 살기 위해, 세상과 화해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은 나를 가장 안전하고 슬프지 않는 길로 안내한다고 믿는다.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힘은 글에서 나온다. 글은 과거로부터 도피가 아니라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긍정적 미래로 향하게 한다. 죽으려는 생각보다는 죽음에서 나를 살리는 힘이 글이다. 문화강국을 선포한 21대 대통령님께서는 탈북문학이 문화가 되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취임사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살리기 위해 탈북문학이 중요하다. 갈등과 분열에서 소통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 지금은 탈북문학을 꽃 피울 시간이다. 나를 나답게, 너를 너답게 이해하는 소통의 문화가 탈북문학으로부터 시작되도록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점검하여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자원이 배분되도록 해야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기회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렵다. 연구 공모에 17번이나 응모하여 단 한번의 기회도 얻지 못했음에도 글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과 단번에 기회를 얻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지금은 쉽게 얻기보다 값지게 얻는 성과를 함께 나누고, 문학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한 시간이다. 공정한 기회로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으며 글쓰기로 소통하고, 약자를 배려하고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경의로운 역사에 탈북문학이 동참할 수 있도록 21대 대통령께서 정책으로 정착을 지원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지난 4일 대한민국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도탄에 빠진 민생을 회복시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다.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는 선언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하지 못한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새 대통령은 아마도 임기 내내 밤잠을 설치며 노심초사, 걱정과 고심의 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각 방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앞에는 국민통합과 함께 전임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의 결과인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중요한 일은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또한 시급한 일은 저출생·고령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지난 해 0.75명이었다. 그나마 저점을 찍은 2023년 0.72명보다는 약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령자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80세 이상 고령자가 올해 248만 명에서 15년 뒤인 2040년에는 515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출산위는 지난달 9일 제12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형환 부위원장은 “저출생,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는 더는 개별 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이고, 지금이야말로 인구문제 대응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는 더는 개별 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인구가 2070년에 3766만 명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인구문제 전문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지난 5월 제21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대한민국 인구 위기 반전을 위한 10대 정책’을 제안하면서 ‘인구 컨트롤타워’ 설치, ‘인구 특별회계’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개인돌봄계좌 도입, 가족친화적 조세 개편, 반값 임대주택 공급, 출산·양육 단계별 의료 지원, 육아휴직기 경력 인정과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저출생·고령화 위기의 심각함을 알고 있었다. 10대 공약 가운데 아홉 번째로 ‘저출생·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돌보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발표했다. 이행 방법으로 자녀수에 비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공제 한도를 상향 추진하고, 초등학생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며, ‘우리아이자립펀드’ 단계적 도입 및 신혼부부 결혼출산지원 확대,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난임부부 치료지원 강화 등 저출생 대책 혁신 및 자녀양육 지원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정부 협력형 초등돌봄을 추진하고,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을 확대하며,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는 정부 책임형 유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정책도 인구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새 정부가 인구 정책을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인실 한미연 원장의 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재명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기업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정부는 21대 대선에서 사회연대경제 분야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진보적인 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이라는 큰 틀 아래 사회적경제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사회연대경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의 정책과 공약을 살펴보면, 정부는 사회적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이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며,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법적 안정성과 통합적인 발전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법 제정은 개별법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의 유기적인 연대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본법에 더해 사회적경제의 가치 지향성과 시장 접근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지도 기대된다. ESG 경영 확산과 맞물려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공공 및 민간 영역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 마련이 될 것이며,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시장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역경제 육성. 사회적경제가 단순한 사회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 발굴 및 지원에 집중할 것이다. 이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된다. ▲지역 기반 기본서비스 공급망 구축. 주거, 돌봄, 에너지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통해 지역 기반으로 공급하는 모델을 구축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소셜벤처 부문 지원 강화. R&D 예산 확대와 명시적인 소셜벤처 지원은 사회적기업의 혁신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을 발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은퇴 연구자 중심의 소셜벤처 설립 지원은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경험 많고 숙련된 인력의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사회적경제 분야의 자금 조달 및 운영을 위한 사회적금융 활성화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정책자금 확대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의 사회적경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이 추진될 것이다. 새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정책은 단순한 복지사회 구현을 넘어 경제시스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 대통령'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확고한 제도적 기반 구축과 지원 확대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는 분명 사회연대경제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하고 상생하는 시장 질서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도전, 그리고 사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경기도는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천원 매점’을 올 하반기 가천대학교와 평택대학교에서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정책의 확장 버전 격이다. 지난 3월부터 추진 중인 ‘사회혁신플랫폼’의 첫 성과물인 ‘천원 매점’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울 줄 것으로 예측된다. 정밀한 설계와 빈틈없는 시행으로 지속 가능한 도민참여형 정책 모델로 정착되길 기대해마지않는다. 대학생 천원 매점은 식품과 생필품을 시중 가격 대비 90% 이상 할인한 가격인 1000원에 판매하는 매점이다. NH농협은행 경기본부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에 지정 기부하면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에서 물품 구매와 매점 운영 컨설팅 등을 맡게 되고, 매점 운영은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가 담당한다. 천원 매점은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위해 생필품과 먹거리 등을 할인해 3~5개씩 묶음으로 1천 원에 판매하게 된다. 매점에는 즉석밥, 참치캔, 조미김 등 먹거리와 샴푸, 클렌징폼 등 생활용품이 공급되며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품목이 구성된다. 도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고영인 부지사를 비롯해 김성록 NH농협은행 경기본부장, 강기태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장, 권인욱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윤원중 가천대 부총장, 이동현 평택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도가 지난 3월부터 추진 중인 ‘사회혁신플랫폼’의 첫 성과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회혁신플랫폼은 도민과 사회적경제 조직, ESG 협력 희망 기업 등이 참여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민참여형 정책 모델로서 ‘천원 매점’은 지난 3월 플랫폼 회의에서 제안된 안건이었다. 앞서 경기도는 2023년부터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해 도내 33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대학생들이 1천 원만 내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학교 식당을 운영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학생 1인당 농림축산식품부가 2천 원, 경기도가 1천 원을 지원하며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천 원에 제공해 아침밥 먹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대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 유도를 위하여 8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에는 2025년 현재 전국 100여 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의 모티브 업소는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 안에 있는 ‘해 뜨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 김선자 씨(작고)가 2010년 개업부터 가격 인상 없이 100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꾸준히 판매해와 부담 없는 값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이 많이 찾아 이른바 ‘천원식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은 최 씨의 뜻을 이어받아 김윤경 씨가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착한 정책’의 모범이 갖는 선한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천원의 아침밥’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단지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착한 정책’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받는 감동과 교훈에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이같이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경기도가 새롭게 시작하는 대학가의 ‘천원 매점’이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정책은 비록 눈에 다 보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 국가와 학교·지역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이 교훈을 결코 허투루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경기도 ‘사회혁신플랫폼’의 첫 성과물인 ‘천원 매점’이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사회적 기풍을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투표일을 이틀 앞둔 지난 6월 1일, 한 유투브 방송(스픽스)에 출연하여, 초등학교 마치고 공장에 취직해야만 했던, 얼마 후 산재로 장애를 입어야 했던, 그러고도 ‘공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던 그 소년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묻는 앵커의 질문에 울컥하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꼭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순간, 착하고 다정한 민초들 모두 울컥했다. “그 꼬맹이를 공장에 데려다 주려고 이끌어 가시던 어머니 얼마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겠어요. 나이 들어 지금 그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더 아파요. 공장으로 가는 출근길, 등교하는 학생들을 마주치면 마음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그들의 교복이 부러웠고 내가 입은 회색 작업복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죠. 특히 같은 또래의 여학생들을 마주치면 어디든 숨고 싶었습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교복은 개성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훼방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군복과 ‘4촌’이다. 집단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통제기술이 유니폼을 입히는 것이다. 독재자 전두환이 교복 자율화를 선언한 것(1983년)은 일종의 술수였다. 그러나 그 정치적 효과는 작지 않았다. 부작용이 뒤따랐다. 그 자율은 빈부격차를 현저하게 드러내는 폭력이었다. 바로 그 교복 대신 작업복을 착용한 이 소년공에게는 부러움 이전에 최하층 도시빈민의 신분증이고 목에 건 붉은 표찰이었다. 무쇠로 만든 굴레였다. 무겁고 끔찍했을 것이다. 그는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의 졸업자격을 검정고시로 획득했다. 중졸자격은 1978년에, 고졸자격은 1979년에 갖게 된 것이다. 1년 3개월 걸렸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은 중국 고대로부터 20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편모슬하의 머리 좋고 성실하고 효성 지극한 가난한 집 아들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외길이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었던 조선으로 넘어와 우리는 2000년만에 마침내 이재명 같은 혁혁한 성공사례를 갖게 되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는 책을 본 소년에게는 ‘주노야독’(晝勞夜讀)이 맞겠다. 아들은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검정고시 합격증을 드렸다. 소년은 퇴근 후 충격적인 장면 앞에서 분노했다. 아버지가 그 눈물겨운 합격증을 찢어버렸던 것이다. 드물게도 당시에 대학교육까지 받았던 극빈가족의 가장으로서, 공부는 가족을 더 힘들게 만드는 짓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아버지가 훼방꾼 노릇을 하는 희귀한 가족이었다. 훗날 아버지가 세상 떠나고 부모가 된 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재명은 대학입학식에 교복을 입고 참석했다. 유일한 학생이었다. “63년 전, 이 땅에 한 특별한 아들이 태어났다. 소년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고 하루에 백두산을 열번씩 오르내렸다. 그의 인생은 험산준령(險山峻嶺)을 쉬지 않고 뛰어야만 하는 신산고초(辛酸苦楚)의 시간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신화가 아니고 현실이었다. 조용한 바다는 유능한 선장을 만들지 못한다.” 나는 그에게 표를 주고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하여 이 글을 대중 앞에 남겼다. 그가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 특별한 인생에 감동하고 공감하여 한 표를 던진 지지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기를 빈다. 그간 우리들의 다정하고 확신에 찬 동지로서의 지지는 너무 자주 아프게 배신당했다.
‘커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줄임말이다. 주제별 게시판 형태로 구성된 이 공간은, 익명으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온라인 모임이다. 취미, 게임, 정치, 연애, 뉴스 등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스마트폰과 함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이제는 여론의 흐름까지 바꾸는 힘을 갖게 됐다. 누군가는 소속감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놓쳤던 정보나 감정을 되찾는다고 말한다. 최근 TV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한 발언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성적으로 노골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글을 인용하며, 그것이 여성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다른 대선 후보에게 질문했다. 공중파 생방송에서 나온 이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민사회는 이 후보가 커뮤니티 여론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해당 표현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던 자극적인 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실 정치를 논의하는 장에 온라인 유행어와 자극적 프레이밍이 그대로 유입된 것이다. 익명성과 속도감, 그리고 정서적 동질감을 무기로 삼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제 단순한 정보 공유의 장을 넘어 정치 감정의 증폭 장치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보다는 비슷한 생각만 반복하며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주장에는 환호하고 불편한 말엔 조롱과 몰아세우기가 이어진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축소하며 대화는 사라지고 전투만 남는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레딧(Reddit)은 게시판마다 정치 성향이 뚜렷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각각의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진실을 소비한다. 포챈(4chan)이나 왓츠앱(WhatsApp)과 같은 해외 플랫폼들은 음모론, 가짜뉴스 유포, 심지어 집단 폭력까지 불러왔다. 인도에서는 허위 정보가 린치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는 점점 더 정치를 감정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다. 유권자는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팬덤이 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나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이라고 부른다.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 보여주면서 타 의견에 노출되지 않게 만드는 현상이며, 에코 챔버는 비슷한 의견끼리만 반복되어 반향처럼 울리는 구조를 뜻한다. 결국 커뮤니티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과 유사한 생각만 접하면서 다른 견해나 사실은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정치란 더 이상 사실이나 타협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충돌만 남는 싸움터가 된다. 플랫폼은 관심과 반응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의견일수록 더 오래 남고, 더 멀리 퍼진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삶과 생각은 언제나 복잡하고 애매하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복잡성을 지우고 모든 것을 편 가르기로 단순화할 때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정치란 나와 다른 목소리와도 마주할 용기에서 시작된다. 커뮤니티 여론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생각을 직접 만나 듣는 정치가 필요하다. 감정을 편 가르는 커뮤니티 정치는 멈춰야 한다. 현실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돌하는, 느리지만 살아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경기도가 가족이나 지인이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을 대신 가입해 주는 ‘타인에 의한 가입’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보험 선물하기’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로부터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한 데 이은 조치다. ‘안전’에 관한 보험은 전적으로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가장 뚜렷한 분야다. 노약자, 영세민, 취약계층 복지 확대에 기여하는 건강한 기부문화로 발전돼 가길 기대한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태풍, 호우,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정책성 보험으로 국가가 일부 보험료를 지원한다. 보험은 본인이 직접 인터넷이나 보험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은 가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도는 메리츠화재와 협력해 ‘타인에 의한 가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정보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도는 ‘보험 선물하기’ 캠페인도 전개한다. “연 1만 원으로 안전을 선물하세요”,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 가입” 등 공감형 메시지를 통해 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 시·군 연계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가입 절차의 간편함과 보험의 필요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도는 향후 ‘타인 가입 시스템’이 모든 보험사에 도입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DB손보,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보, NH손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등 7개 보험사가 운영 중이다. 가입은 도청 누리집 ‘풍수해·지진재해보험’ 페이지 또는 포털 검색을 통해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각 행정복지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경기도에서 개발·기획한 ‘경기 기후보험’은 기후로 인한 건강피해를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정책보험이다. 폭염·한파 등으로 인한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 취약계층 추가 지원을 통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후보험은 1400만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별도 가입절차 없이 자동 가입 방식으로 운영되며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시 사고위로금을 정액 지원한다. 특히 기후 취약계층(시·군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 16만여 명은 상기 보장항목에 더해 온열질환․한랭질환 입원비, 기상특보 시 의료기관 교통비, 기후재해 시 구급차 이·후송비, 기후재해 정신적 피해 지원을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다. 기후보험은 1년 단위 계약이다. 김동연 도지사는 “기후 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라고 전제한 뒤 기후 산업에 400조 원 이상 투자, 석탄발전소 전면 폐지, 기후경제부 신설 등 기후 경제 거버넌스 구축을 골자로 하는 기후 경제 대전환 3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지사는 “기후 위성, 기후 펀드, 기후보험 등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분의 고하나 빈부에 따라 달리 다가오는 위기도 아니다. 다만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는 재력으로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살거나, 보험 등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고 산다. 그러나 대응력이 태부족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는 훨씬 더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기후정책 대전환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긴한 때다. 점증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모두가 안전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만으로는 어림없다. 자식이 부모에게, 좀 더 여유로운 계층이 고달프게 이웃들에게 ‘안전’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토를 진작시켜 나가야 한다. 기부문화의 수준과 질은 그 국가사회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경기도가 든든한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