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에 야간 공습을 감행했다. 라파는 구호물자를 들여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지역이면서 약 140만 명의 피란민이 밀집한 곳이다.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전쟁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 라파에 대한 공격을 예고해 왔다. 4월 초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는데 미국은 이란에게 보복 공격을 하지 말라는 빌미로 라파 공격을 묵인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억제할 미국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우울한 분석이다. 이스라엘 안에서 반정부, 반전쟁 구호가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나흘 연속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가 1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라는 점에 주목된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전..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엉터리 해외출장보고서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서유럽 3개국 순방을 다녀온 도의원들의 부실 국외연수 보고서가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 올해 1월 동남아를 다녀온 뒤 제출한 해외출장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위키백과·나무위키의 내용을 복사하여 붙인 것으로 또 드러난 것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연수·출장이 이래서는 안 된다. ‘유람 출장’ 관행을 끊어내고 성실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속 유호준(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공개된 도의회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 상당 부분이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거나 일부 문장의 순서만 바꿔 인용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4박 6일 일정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든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은 곧 인간관계에서 유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흔히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를 표현할 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들 한다. 여기서 피는 가족을 의미하며, 물은 가족이 아닌 남(타인)을 가리킨다. 타인은 아무리 가까워도 가족이 될 수 없다. 가족관계에서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 간의 갈등 중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이다. 이를 고부갈등이라고 한다. 고부갈등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며, 순탄한 결혼 생활의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고부갈등은 의견과 가치관의 차이, 이해관계와 감정적인 충돌 등이 그 원인이 된다. 고부갈등의 유형은 대체로 세대 갈등과 역할 갈등으로 나누어진다. 세대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말..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낯선 남자들이 낯선 여자들을 열렬하게 비판하고 손가락질 할 때만큼 본인들의 본성에 대해 솔직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요즘 SNS에서는 20대 30대 여성들이 비혼주의, 싱글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콘텐츠화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댓글들을 읽어보면 상당수의 악플러들이 남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혼자 늙어 죽을 거라는 둥, 자식 안 낳고 결혼을 안 하는 그들의 선택이 이기적인 선택인 마냥 비판하고, 그렇게 살아서 뭐하냐는 둥. 그리고 마치 그들의 선택이 자의적인 것이 아닌 타의적인 것으로 간추리고 (연애운이 안 좋다거나 혹은 주변에서 ‘골라주는’ 남자들이 없어서) 남자 없이 독신으로 사는 거에 대한 선택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품는데, 아마도 이건 그들이야말로 선택할 수 만 있다면 절대 독신을 선택하지 않을 거여서..
용인특례시와 평택시는 행정구역이 맞닿은 이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편치 않은 관계가 지속돼 왔다. 평택 송탄취수장으로 인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문제 때문이다. 해묵은 갈등의 시작은 1979년 평택시가 진위면 송탄취수장을 운영하면서부터다. 평택시는 3.859㎢에 달하는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했다. 이로 인해 공장설립 제한지역 18.41㎢, 공장설립 승인 지역 76.33㎢ 등 총 98.599㎢가 개발 제한 등의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송탄 취수장이 있는 평택은 34.167㎢(34.7%)만 규제 지역에 포함됐지만 송탄 취수장을 이용하지 않는 용인은 상수원보호구역 1.572㎢, 공장설립 제한지역 9.41㎢, 공장설립 승인지역 53.45㎢ 등 64.432㎢(65.3%)나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개발은 규제를 받았고 해당지역 주민..
나는 4월을 좋아했다. 사계절이 뚜렷한(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4월은 마법 같은 날씨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마음은 괜히 들떠 콧노래가 나온다. 길거리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고개를 들어보면 벚꽃잎이 휘날린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사서 목적지 없이 걷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냥 즐겁지가 않아졌다. 올해로 10년째다. 세상엔 늘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어왔고 계속 생겨나겠지만 아직도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 없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일상을 되찾고 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직담당자를 뽑는 선거인데도 국민의 정서는 대체로 양극단으로 나누어졌다. 지역으로 보면 여당은 영남을 석권했고, 야당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도, 호남지역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두 개로 나누어진 지역적 편향성은 한국사회가 병이 든 사회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는 1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와 경제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수반된 부산물이며 그동안 쌓였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와 행정관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국가자원의 배분이 민주적이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사회의 제반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혁신과 해결책이..
22대 총선이 끝난지 9일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서 총선 민의는 참담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임기 3년이 남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총선결과로 나타났을 뿐,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을 쇄신하고 정치를 복원한다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총선 이후 국민과 여론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연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고민한다는 기류는 없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여론은 냉담하다. 국정변화의 의지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윤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고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낮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와 같이 갑작스럽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싱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업에서 회계상의 손익과 현금 흐름의 시점 차이로 인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에도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은 큰 금액으로 발생했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발생한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해서 당장의 현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그럴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경우 지연 납부 일당 2.2/1만(년8.03%)의 금액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추징되며,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 매각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세의지와 역량은 있으나 당장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법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물납과 분납, 연부연납, 그리고 징수유예와 납기연장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이러한 세금 납부기한 완화 장치들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세금은 일시 납부가 원칙이나 국세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납부세액이 2천만원 이하인 때에는 1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납부할 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세액의 100분의 50 이하의 금액을 납부기한 후 2개월 (법인세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의 경우 1개월이며, 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이 2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기한이 지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분납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세관청의 허가나 납세담보 제공 등의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자가 부과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물납은 국세 중에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제도로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같은 현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물납은 상속재산(증여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 적용되며, 물납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는 위에서 말한 분납보다 훨씬 더 기간을 연장하여 납세부담을 이연시킬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연부 연납제도라고 한다. 세금 납부를 위한 재산의 환가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또 짧은 시간에 재산을 처분하게 되면 큰 금액의 가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연부연납은 납세 금액 일천만 원 이상 등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납세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여 세무서장의 허가를 득하여야 하며 납세담보도 제공하여야 한다. 연납기간은 가업 상속의 경우에는 최장 20년, 일반 상속의 경우에는 5년 이내이며, 연부연납에 따른 가산이자는 년 1.2%로 시중 금리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하겠다. 연부 연납을 하는 경우 물납도 병행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재해를 당하거나 매출 격감 또는 거래처의 파업 등으로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에는 납기연장과 징수유예 제도를 활용하여 일정 기간 동안 세금을 납부시기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도 있다. 과거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에는 국세청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이 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연장 기간은 만료일의 다음 날로부터 최대 9개월 이내이며 기한연장 신청을 위해서는 해당 세금의 납부기한 3일 전까지 세무서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업여건에 제 때에 세금을 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까지 겹쳐서 고민이 더해지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지금 당장의 세금 낼 자금이 부족하다면 위에서 제시한 여러 제도들을 잘 활용해서 위기를 해쳐 나가는 것도 경영에서 중요한 수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계의 중진으로 비교적 큰 영화사의 임원까지 지냈던 R씨는 요즘 주말에 택배 일을 한다. 은퇴 나이를 훌쩍 넘겨 영화 일을 그만 둔 지는 꽤 됐지만 노후를 위해 돈을 모아 두지를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현재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은 턱도 없는 얘기이다. 소일 거리라도 하며 주변 사람, 경조사 비용이라도 보탤 겸 하는 심정으로 그는 얼마 전부터 K 배달 업체 엡을 깔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잘 연결되면 주말 하루에 1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 배급 전문가인 A씨는 요즘 풀 타임 택배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간다. 영화계에서는 그가 일 할 공간은 이제 거의 없다. 그는 배급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의 오랜 영화산업의 경험과 지식은 외면 받고 있다. A씨는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나는 괜찮은데, 혹시 영화 쪽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민망해 할 것 같아서”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영화 현장 미술 스태프로 일했던 M씨도 요즘 편의점 심야 알바로 생계비를 번다. “일이 전혀 들어 오지 않는다”며 그는 한숨을 쉰다.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리 운전을 뛴다. 유명 영화에 나왔던 조단역 배우들은 “어차피 얼굴도 못 알아 본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연예계가 좌파 일색인데 지난 총선 유세를 도왔던 일부 연예인들에게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연예계, 특히 영화계가 좌파인 이유, 반 정부적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나가는 얘기처럼 했지만 누구에게는 곱게 들리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 운운하면 지금의 집권당이나 강남 3구, 송파 사람들은, 당장 빨갱이 운운하지만 영화 일 같은 프리랜서 노동의 상황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영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물론 끈덕지게 영화 한편을 개발하고 그게 요행으로 흥행에 성공해 큰 돈을 벌 수 도 있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백 만분의 일, 천 만분의 일 확률이다. 평소 제대로 된 월급이나 자녀 학비를 벌어서 가정에 가져다 주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영화와 정치는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주변에 세가지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나 정치를 하려면 내가 돈이 있거나, 집안에 돈이 있거나, 친구가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흙수저 출신, 배경이 없는 사람은 영화를 하면 안된다. 기본 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한다. 한국영화인복지재단이라는 단체가 존재하지만 주 업무는 장학사업이다. 대체로 원로 영화인들에게 수혜가 돌아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의미에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은 비정규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영화계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 사회주의자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 중에는 ‘미안해요, 리키’라는 작품이 있다. 원제는 ‘Sorry We Missed You’이다. 의역하면 ‘문 앞에 물건 놓고 갑니다.’이다. 택배 일을 시작한, 리키라는 이름의 중년 실직 노동자 남자의 얘기이다. 그의 고된 일상을 종종 어린 딸이 동행한다. 그 어린 손으로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는 집 앞에 ‘부재중 배송’이란 의미의 글을 쓰는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진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하기 전에 이런 장면을 떠올렸을까. 그런 ‘깜량’이라도 되는 사람인가. '나오느니 한숨이로소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