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초지능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손 회장은 미래산업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어 남보다 한발 앞서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플랫폼이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플랫폼 산업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을 예측하고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에 투자하여 성공하였다. 일본에선 야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인터넷 포털 시장을 주도했다. 손정의는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성장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우버·그랩·올라 등 차량공유 플랫폼과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투자했다. 손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바라본다. 쿠팡의 부실한 재무제표 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장 추세를 보고 두 차례에 걸쳐 30억 달러를 투자하였으며, 결국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되었고 손정의는 큰 수익을 보았다. 손 회장의 투자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투자했던 공유오피스 업체 WeWork가 창업자 아담 노이만의 부도덕한 행위와 경영난으로 파산하여 큰 손해를 보았다. 일본에서 야후재팬과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 간의 전략적 합병에 성공했으나,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해서 한·일 외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가정용 로봇 페퍼를 2014년 일본 시장에 출시하였고, 구글로부터 로봇 제조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2017년 인수하였으며,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도 투자했다. 손 회장은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 기업이 된 엔비디아를 기다리지 못하고 2019년 엔비디아 투자 지분 4.9%를 매각하였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현대차그룹에 팔았다. 손 회장은 “엔비디아 지분을 조기 매각하여 1500억 달러를 손해보았다”라고 후회하고 있다. 그는 미래 기술 발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으나 때로는 실수도 한다. 이제 손정희는 미래산업의 꽃인 초지능 AI와 반도체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2016년 인수한 반도체 설계회사 ARM으로 AI 반도체 산업에서 엔비디아와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으며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초지능 AI 사회를 주도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맞춰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사업인 스타게이트에 오픈AI와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 달러를 들여 AI·로봇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얼마 전 비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폭우가 지나간 후 연일 낮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고시원이나 옥탑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안전이 염려된다.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의 줄임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주거 현장을 둘러보면, “이런 집도 세를 받는구나” 싶을 만큼 열악한 곳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우리는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 부른다.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사는 곳은 단순히 존재만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 품질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먹는 것과 사는 곳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는 먹거리에 쏟는 관심만큼,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도 같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식품은 국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철저한 안전성 및 품질 인증을 거치고,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권장소비자가격이 설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2000원 짜리 소스를 사도 부정·불량 식품을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쓰여있다. 그런데 집은 어떨까. 어떤 주택이 거주하기에 안전한지, 최소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열악하진 않은지를 공식적으로 점검하거나 인증하는 제도는 사실상 없다. 주택이 크기·위치·상태에 비추어 적정한 가격에 임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장치도 마찬가지로 부재하다. 심지어 임대료를 받고 세를 놓는 주택들 중 상당수가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관리나 감독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 그 결과 많은 시민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에 비싼 값을 치르며 살면서도, 문제가 생겨도 쉽게 대응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물론 주택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사적 재화이며, 입지나 상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식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식품에 대한 품질 평가와 가격 통제 등 공적 개입이 이뤄지는 이유는, 식품이 시민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금의 문장에서 ‘식품’을 ‘주택’으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미 영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임대주택 인증제’나 ‘표준임대료’를 도입하여 시민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주거의 질을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개선 명령을 내리거나 임대를 제한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그래서 “왜 집에는 안전마크도, 표준 가격도 없을까?”라는 질문은, 주거의 질과 비용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두는 현재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 되묻는 것이다. 주거 문제를 개인의 선택과 책임, 개별 계약의 결과로만 간주하는 한,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의 위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자, 이주민, 장애인, 저소득 가구 등 주거 선택의 폭이 제한된 이들에게는 그 위험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택 대출 제도에 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주택의 질과 가격을 인간다운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
‘다이 하드’ 시리즈, ‘식스 센스’ 등 전세계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20세기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70)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식이다. 2022년 실어증 진단을 받으며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다음해엔 전두측두엽 치매 판정까지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비율은 20.3%나 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124만 명(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이었다. 앞으로 2030년에는 178만 7000명, 2040년에 285만 1000명, 2050년에는 396만 700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의 이름과 추억도 잊고 아내나 자식 등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질병’이라고 불린다. 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간병부담은 ‘간병 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에게 극한의 고통을 준다. 한사람은 항상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므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고, 일상적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간병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도 벌어진다. 더욱 딱한 것은 대부분의 치매는 아직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물 치료와 인지 기능 재활, 행동 치료 등이 이루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고, 더 많은 치매 환자들이 사는 곳에서 필요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2일부터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22곳 지방정부에서 37곳으로 확대했다. 의사 수도 284명으로 증가한다. 2024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현재 22개 시·군·구, 219명의 의사가 참여한 가운데 4341명의 환자들이 등록돼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경기도에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치매환자(20만 6300여 명)가 살고 있으며 1개 광역치매센터와 46개 지역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부터 진단, 가족돌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종사자만 800명이 넘는다. 도민들은 이곳을 방문해 무료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단한 검사 후 인지 저하가 의심될 경우,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와 협약병원에서 진단검사와 감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치매환자와 가족은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치매환자쉼터 ▲조호물품(환자 돌봄에 필요한 기저귀 등) 지원 ▲치매환자 가족교실 ▲힐링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도민에게도 ▲치매예방교실 ▲인지강화교실 ▲치매인식개선 활동 등을 제공한다.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도 운영한다. 그런데 올해 치매안심센터 운영 예산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경기도의 예산 증액 노력이 보건복지부에 막히고 기획재정부에 잘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5일자 1면,‘ 정부에 싹뚝 잘린 경기도 치매안심센터 예산 첩첩산중’) 도내 31개 시군 46개소 치매안심센터의 올해 운영 예산은 276억 5900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국비 예산 306억 8400만 원보다 10%p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인건비는 24.1%p가 증가한 반면 사업비는 무려 55.8%p가 감소했다. 사업비 부족으로 연내 조기 소진이 예상된다. 도의 치매 유병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기재부 등의 반대로 증액이 최종 무산됐다. 치매안심센터의 서비스 축소 및 중단은 현실을 역행하는 처사다. 경기도의 상황을 고려한 복지부와 기재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이 41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함께 수록곡도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이에 관한 인터넷 밈 또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각 플랫폼이 도입한 개인화 알고리즘 덕분이다. 알고리즘이란 한정된 단계 안에서 문제의 해답을 산출하도록 짜여 있는 체계적 절차를 의미한다. 알고리즘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개인화 알고리즘은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한 추천 프로그램이다. 먼저 성향이 비슷한 이용자를 통해 추천할 콘텐츠 후보를 생성한다. 이후 해당 이용자의 클릭률·시청시간·만족도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후보 간의 순위를 정한 뒤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후 이용자가 ‘좋아요/싫어요’ 등의 피드백을 전달하면 이를 학습한 뒤, 가중치를 조정하여 다시 추천하는 단계를 반복한다. 현대인들은 개인화 알고리즘의 편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24 한국인이 사랑한 모바일 앱 200’ 중 상위 10개 앱에는 유튜브, 카카오톡, 쿠팡, 인스타그램 등 총 8개 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는 개인화 알고리즘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알고리즘은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아주고, 때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도 해 준다. 어떤 때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개인화 알고리즘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개인화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만을 반영하면서, 점차 다른 관점을 차단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지난 7월 21일 유튜브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 차트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단일 차트 운영을 중단하고 세분화한 카테고리의 페이지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단일 인기 목록으로는 트렌드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 유튜브 측의 이유다. 이제 대중이 트렌드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추구하는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다른 관점을 찾아보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심 있는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다른 관점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향된 정보의 울타리에 갇히게 될 것이다.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처럼 말이다. 에코 챔버란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간처럼 이용자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하여 외부와 단절되게 된다. 알고리즘이 강화시킨 편향은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에코 챔버 현상에 갇히지 않으려면 귀찮더라도 다양한 관점을 바라보며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관심 밖의 분야의 영상이나 글을 때때로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편리함을 쫓다 편향 속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알고리즘 너머의 세상을 우리 스스로 찾아보는 태도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임무일 것이다.
지난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이었다. 72년 전 그 날, 이렇게 오랫동안 휴전과 분단이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 미·소 냉전체제가 강력한 데다 남북한 분단체제와 적대관계도 그만큼 확고했다. 참전국 협상으로 분단을 해소하려던 1954년의 제네바 정치회담이 실패했고, 1970년대 이후 남북대화 시도도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1990년대초 냉전 종식의 와중에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분단 상태에 놓여있다.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충돌은 특히 DMZ 접경지역에서 위험성이 두드러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고 개전시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사시 접경지역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실로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2014년 10월 연천군 중면의 고사총 낙탄 사건 때 크게 동요했고 대피소로 피산해야 했다. 당시엔 군의 포사격 훈련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이 빌미였는데,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중단하면서 접경지역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이 한때 성공했다. 그 해 4월의 판문점선언과 9월의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9.19 남북 군사합의가 채택될 때 필자는 국방부에 재직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북한과 북한군에 관해 연구한 입장에서 적대행위 중단과 전쟁위험 해소에 관한 실질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감격적이었다.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하느라 국력을 소모해온 북한이 마침내 접경지역 군사연습과 비행금지, 해상 완충구역 설정 및 DMZ에서의 시범적 비무장화 등 군비통제 방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 마련을 위해 범정부 TF와 DMZ 현장, 유엔군사령부와의 군사협의 등으로 분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점에서 2019년 2월 북미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핵 해결이 봉쇄된 채 남북 합의의 추가 이행까지 중단된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문재인정부 내내 군사충돌이 억제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합의이행의 모멘텀 마련을 위한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DMZ 국제평화지대 제안 등에도 북한의 후퇴를 되돌리지 못했다. 그 뒤 윤석열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내세우며 북한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다 대북 전단, 확성기방송 등으로 갈등을 빚고 결국 2024년 6월 9.19 군사합의 무효화 조치까지 취했다. 접경지역에서는 오물풍선과 소음방송이 오가는 극단적 상황이 연출됐고,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우리 군의 평양 상공 드론 침투도 이루어졌다. 지난 달 이재명정부의 출범 이후 다행히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나는 듯 하다. 새 정부에서 확성기방송이 중단되고 대북 전단 발송이 자제되자 북한도 상응조치를 취했다. 대선 공약으로 9.19 군사합의 복원이 제시됐고, 신임 통일부장관은 일방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개성공단 재개와 DMZ 평화적 이용 입법 등을 통한 접경지역 평화협력 구상까지 밝혔다. 이미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북한은 어제 28일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서 남북대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사안마다 폄하하면서도 거친 언사는 없었다. 이재명정부의 실용주의 기조에서 시간을 두고 일정한 진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기도 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증가한 반면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고령화, 1인 가구, 한부모가정인 여성, 경제활동 비율은 모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홀로 가계를 꾸려가야 하는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으나 처우나 복지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부모가정인 여성 등 경제활동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복지 환경 개선 방안이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여성 일자리사업 혁신 방안 PART 1. 경기도 여성인구구조와 산업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여성은 2000년 7.3%에서 지난해 18.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소년 인구(0~14세)는 20.0%에서 11.5%로 크게 줄었다. 2020년 기준 도내 전체 가구 중 여성 가구는 약 176만 가구로 전체의 32%를 점했고, 이 중 1인 가구 비중은 44%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기준 도내 전체 한부모 가구 약 38만 5000가구 가운데 여성 한부모 가구는 약 28만 9000가구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과 미혼자녀로 구성된 모자가구는 약 24만 5000가구로 전체 한부모 가구의 63.8%에 달해 여성 중심의 한부모 가구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15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5세 이상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604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1.65%p 증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6%로 전년 대비 0.86%p 상승했고 고용률도 55.3%로 2015년 대비 5%p 상승했다. 이 같은 통계는 여성 혼자서 가계를 꾸려가야 하는 가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증명한다. 경기도의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큰 폭으로 벌어진 상태로 조사됐다. 경기도 여성의 평균 임금은 217만 원으로서 전국 여성 평균(199만 원)보다 19만 원 높았다. 그러나 경기도 남성 평균임금 315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97만 원이나 낮았다. 이는 전국 평균 임금 격차인 83만 원보다 14만 원이나 더 높은 금액으로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3년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전 산업 사업체 수는 총 156만 2000개로 전국 사업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종사자 수는 502만 8000명으로서 전국 대비 24.3% 수준이다. 경기도 여성은 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지난해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준 이 분야의 여성 취업자는 약 56만 명으로 전국 여성 취업자의 약 20%에 해당한다. 급격한 사회·가정구조의 변화 등으로 이혼과 사별, 별거, 미혼모 등을 사유로 한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발생하는 한부모가정의 경우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에 여성이 한부모가정을 책임지는 가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자가구가 전체 한부모 가구의 63.8%에 달하는 경기도에서 한부모 가구에 대한 복지와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정책과 함께 여성 한부모 및 1인 가구를 위한 복합적 일자리 정책 확대, 신산업 진출을 위한 직무 역량 강화, 경력단절 예방 및 재취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제적 문제 외에도 자녀 양육과 교육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한부모가정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은 한부모가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세태를 인정하고 이들 가정을 사회복지 안전망의 우선순위에 둘 수 있도록 제도를 집중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부모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젊을 때는 살 집을 아이들이 다닐 학교의 학군이 좋거나 혹은 학원이 밀집해있는 곳을 우선으로 고려해 선택했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전세살이를 하며 지내왔다. 이러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인지는 몰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내가 원하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제는 평소 꿈꾸던 형태의 집을 장만하거나 혹은 스스로 집을 지어보려는 마음이 꿀떡 같고, 특히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커다란 환상과 동경에 빠져들게 된다. 전원주택의 위치는 물론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이 좋을 것 같다. 강이 내려다보이거나 숲속 풍경을 볼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강이나 숲 쪽으로 창을 내고 싶다. 창문을 통유리로 한다면 한눈에 풍광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천장도 언제든지 열어젖힐 수 있도록 개폐식으로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투명한 통유리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또 날씨가 따뜻해지면 맑은 공기를 방안에 가득 채울 수 있게 천장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다. 집 구조는 2층으로 하고 방은 서너 개 정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층에는 출가한 아이들이 가끔 찾아오거나, 멀리서 찾아올 손님을 위한 방을 예비로 마련해 둔다. 그리고 2층은 안방과 서재로 사용한다. 때로는 서재 겸 음악실인 그 방안에서 여러 날을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면 턴테이블 볼륨을 최대로 높여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리저리 뒹굴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폐인처럼... 봄이 오면 집 앞쪽으로 위치한 정원은 심어둔 화초와 유실수에서 연초록의 물이 오르며 화사한 동산으로 단장될 것이다. 뜰 안 가득한 싱그러운 라일락 향기는 봄의 서정을 더해 줄 것이다. 여름이면 반딧불이가 앞마당에 모여들어 한여름의 밤을 꿈처럼 아름답게 밝혀줄 것이다. 이때 곁들어진 한잔의 썸머와인(summer wine)은 한껏 더 느긋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줄 것이다. 가을이면 수북이 쌓인 낙엽을 뒷마당에서 태우며 낙엽 타는 냄새를 즐길 것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는 호젓한 가을의 서정과 풍광을 더욱 깊게 만들어 주게 된다. 겨울이면 벽난로를 피울 것이다. 장작개비가 탁탁 소리를 내며 시뻘겋게 타오르는 벽난로 곁에 앉아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진한 커피의 향과 싸한 그 맛도 즐기고 싶다. 친구 중 하나가 용인 끝자락에 전원주택을 마련하여 20년째 살고 있다. 그 역시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낭만과 로망을 지니고 1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원을 투자하여 2층 양옥집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주택을 설계하여 공사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자신의 꿈을 투영시켜 만든 집에서 전원생활의 낭만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그는 자랑도 할 겸 가끔 자신의 집으로 친구들을 초청하는데, 사실 나는 그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꿈틀거렸다. 이는 전원주택 생활에 대한 로망이 여전히 나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는 증표인 것 같다. 그런데 전원주택의 삶에 대한 꿈이 현실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다름 아니라 아내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새로 지을 집은 혼자 살집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살 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여자들의 경우 잔손이 많이 들어가서 귀찮고 불편한 전원주택 생활보다는, 편리하고 관리비 부담도 적은 아파트 생활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전원주택 마련의 꿈을 가진지 꽤 오랜 세월이 되었건만, 아직도 여전히 집사람을 설득하며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다.
'원행정례'의 편찬을 명한 1789년 9월 18일의 교서에서 정조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새로 옮겨가는 아버지의 무덤(新園)이 서울과의 거리가 백리를 족히 넘으므로, 매해의 참배를 (영우원이 배봉산에 있던) 예전처럼 하기 어려운 형세이다.” 상당히 솔직한 말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1)에는 서울에서 수원 옛읍치까지의 거리가 88리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수원의 새읍치를 팔달산 아래에 만들기로 하면서 수원의 옛읍치에 만든 현륭원까지 꽤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니 서울의 도성에서 현륭원까지의 거리는 당연히 '신증동국여지승람'의 88리보다 멀 수밖에 없고, 심하면 100리도 넘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원행정례'에는 전혀 예상 밖의 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원행정례'에는 과천길을 통할 때 화성행궁과 현륭원까지 65리와 85리로, 시흥길을 통하면 63리와 83리로 나온다. 보면 볼수록 놀랍다. 과천길을 기준으로 삼을 때 첫째, 노들나루를 통하면서. 둘째, 화성행궁를 거치면서. 셋째, 안녕리와 만년제로 돌아가면서 우회하게 만들었음에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88리보다도 더 적은 85리로 기록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과천길보다 더 돌아가는 시흥길을 통한 거리가 더 짧기까지 하다. 임금과 왕비의 무덤은 서울의 도성에서 10리 밖과 100리 안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현륭원이 100리 밖에 있어 신하들이 반대를 하자 정조가 키 큰 장정을 시켜 한 걸음을 크게 잡아 100리 이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헌 기록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원행정례'에 기록된 이상한 거리 수치를 볼 때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호의 '대동지지'에 기록된 시흥길의 100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88리보다 멀어 꽤 합리적인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실제보다 꽤 적게 측정된 거리일 수 있다. 1795년의 원행을묘 때 과천길이 아닌 시흥길을 택한 후 이 참배 길은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조선의 임금들은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왕릉 참배를 지속했는데, 순조(재위: 1800~1834) 때부터 가장 많이 이루어진 것은 당연히 사도세자의 현륭원과 정조의 건릉 참배다. 그래서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이 참배 길을 조선의 10개 대로(大路) 중의 하나로 기록됐다. 시흥길을 새로 개척했다는 말을, 없던 길을 새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오해할 수 있지만 원래부터 있던 길을 임금이 다닐 수 있게 넓히고 정비한 길이다. 경기도의 남서부, 충청남도, 전라도, 경상도의 서남부 사람들이 서울을 오갈 때 이용한 최단코스의 길은 과천길이었고, 시흥길은 시흥과 안산 2개 고을의 사람들만 이용하여 오갔을 뿐이다. 서울에서 화성행궁까지 동재기나루-과천길을 통하면 70리, 노들나루-시흥길을 통하면 80리인데, 아무리 길을 잘 정비해 놓았어도 굳이 돌아서 갈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는가? 걸어서 다니던 전통 시대, 임금의 행차나 사신의 파견과 같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거나 대규모 전쟁 때 상대방의 방어와 공격 전술에 따라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단코스의 길을 택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이렇게 간단한 역사적 사실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좁은 지역에 순간적으로 폭우가 집중되는 국지성 물폭탄이 반복되면서 끔찍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돌변하는 상황에 맞춰서 하루빨리 방재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철 전국적으로 일정 기간 비가 내리는 전통적인 장마와 달리, 최근에는 스콜성 폭우가 국지적으로 쏟아지는 기상 패턴이 잦아지고 있다. 기존 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방재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방재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에선 170㎜가 넘는 집중호우로 산사태·급류가 발생해 11명이 사망·실종됐다. 가평군 조종면 십이탄천에서는 편의점과 주택이 함께 있는 2층짜리 건물이 하천 아래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우로 인해 옹벽 위에 지어진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를 포함해 현리 일대에는 산사태 피해로 주택과 농지, 축사 등이 토사에 매몰됐고, 주민 66명이 긴급 대피해 이재민이 됐다. 경기 남부 등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6일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에서는 수원 방향 고가도로 옹벽 일부가 무너지며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사망했다. 해당 옹벽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지반 침하 등 사고 조짐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반복적이다. 지난 2022년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폭우로 인한 지반 침하로 옹벽에 금이 가고, 건물 일부에 균열이 발생해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학부모들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이 정밀 점검을 시행하지 않아 우려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100년에 한 번 정도 찾아왔던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호우가 근년에는 매년 이어지는 상황이다. 경남 산청에서는 800㎜에 달하는 극한호우가 쏟아져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기록적인 극한호우는 충청·호남·영남 지방을 넘어서 수도권까지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의 방재 시스템으론 극한호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폭염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집중호우가 덮치는 극한 날씨는 이제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 하지만 우리의 방재 인프라는 이를 도무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배수·저류 시설은 30년 또는 5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언제 어느 곳에 물폭탄이 쏟아질지 모르는데, 이는 허술한 플라스틱 물 대야 몇 개 받쳐놓고 방심하고 있는 허술한 판잣집 꼴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인프라 확충에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걸핏하면 쏟아져 내리는 물폭탄에 대비하여 범람·산사태·붕괴 등 폭우 취약 지역을 세밀히 예측해 피난하는 예방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 최소한 “수십 년 탈이 없었으니 괜찮겠지”하는 방심부터 걷어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경각심 제고 강화[는 물론 피난 훈련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방재기준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시설을 개·보수해야 한다. 가속도가 붙은 기상이변은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재앙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며칠 떠들썩하다가 잊어버리거나, 정치인들은 현장을 찾아 사진 찍으며 한마디하고는 민심 동향이나 살피는 방식으로는 이제 안 된다. 기상이변이 몰고 오는 돌연한 물폭탄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지금 나서서 고쳐야 한다. 더 이상 미적거리면 폭우에 무너지고 부서진 옹벽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는 참상을 무력한 눈으로 또 지켜볼 수밖에 없다. 대자연의 조화를 아주 거부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라도 발휘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 하나도 그르지 않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후재난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무더위는 갈수록 심해지고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해가 갈수록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그린피스 동아시아 리서치 유닛이 1974년부터 2023년까지 50년 동안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50년간의 체감온도와 기온 자료 활용, 우리나라 주요 25개 도시를 대상으로 여름철 폭염 발생일수, 지속도 그리고 강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0년 간 도시별 평균 폭염일수는 51.08일로, 20년 전(2004~2013)의 20.96일 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폭염의 지속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이틀 이상 연속 발생 폭염일수는 40.56일이었다. 20년 전인 2004~2013년 10년간엔 14.68일이었다. 2.7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5~9월의 체감온도 35℃ 이상 발생일수는 1974~1983년 0일이었다. 그런데 1984~1993년 1일, 1994~2003년 8일로 늘더니 2004~2013년 22일, 2014~2023년 71일로 급속 증가했다. 온열질환자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1일까지 집계된 전국의 온열질환자(누적 기준)는 모두 1717명(사망자 9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637명)보다 2배가 넘는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4월 11일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 기후보험’ 제도를 시작했다. 폭염으로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린 경기도민 누구나 신청만으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에게는 입원비와 교통비 등도 추가로 지급된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열사병, 일사병 등) 진단 시 10만 원, 모기·진드기매개 감염병(말라리아, 쯔쯔가무시 등) 진단 시 10만 원, 기후 관련 상해 시(4주 이상 진단) 30만 원이 지원된다.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기후취약계층)에겐 앞에서 소개한 보장항목에 더해 온열질환 입원비(일당 10만 원), 기상특보 시 의료기관 교통비, 긴급 이·후송비 등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도 관계자는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 발생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강도도 심해지고 있다”면서 “경기 기후보험은 모든 도민이 기후 재난 속에서도 최소한의 건강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경기도 기후보험은 6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 아시아·태평양지부(217개 지방정부 가입)회의에서도 소개돼, 국제적 기후대응의 우수 사례로 인정받은 바 있다. 첫 사례는 4월 중순 발생한 말라리아 확진 환자에 대한 지원이었다. 지난 달 초엔 군포시에 거주하는 50대 주민이 야외활동 중 열 탈진 진단을 받아 첫 번째 온열질환 보장 항목으로 보험금을 받았다. 그리고 시행 100일 만에 온열질환 43건, 감염병 41건, 기후취약계층 교통비 3건 등 87명을 지원했다. 문의도 하루에 20건 이상 된다고 한다. 이제 경기도의 기후보험은 이상기후 흐름에서의 지방정부 역할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해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행안부·환경부·교육청, 서울·인천·울산·경남 등 중앙정부부처부터 기초·광역지방정부에이르기까지 전국 14개 기관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접수됐다고 한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3일자 1면 ‘벤치마킹 빗발치는 경기도 기후보험’) “도의 정책들이 새 정부 정책에 많이 반영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는 자동 가입된 사실을 모르는 도민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노인회, 새마을회, 교육청, 어린이집연합회, 의사회 등 노약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메일과 팩스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신청인이 사진을 찍어 특정 팩스 번호로 전송하면 보험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접수 방식도 도입한다. 도 관계자는 “기후와 관련해 도에서 하고 있는 사항을 환경부에서도 유사한 방법으로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한다. 기후 대응에 앞장서는 경기도를 성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