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5년 7월 1일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에 경기북부 지역의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장기임대를 포함한 반환공여지 개발에 대한 대통령 약속의 연장선이다. 2025년 11월 15일 파주에서 열린 “경기북부의 마음을 듣다”라는 주제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대통령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의 총론적 의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무총리실을 포함한 중앙정부에서는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공여지 개발은 주도성, 전향성, 지역 중심을 3대 원칙으로 하겠다며,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매년 300억씩 10년 동안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개발기금 3000억 원을 조성하고, 규제 해소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TF팀”과 법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추진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중앙정부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개발이 더디다. 왜 그럴까? 입법 초기부터 문제가 있었다.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매각비용을 통해 새로운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을 추진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률이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다. 주한미군 공여지 문제를 다룬 두 법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개발사업자는 중앙정부(국방부)가 소유권을 가진 주한미군 반환공여지를 확보해야 한다. 주한미군 반환공여지를 매입할 수 있는 곳은 기초지자체와 민간사업자뿐이다. 민간사업자는 턱없이 높은 토지 대금으로 인해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역시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매입예산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재정 분권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방자치의 한계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은 없을까?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무상양여, 무상대여, 장기임대, 장기분할 상환, 국고 보조율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개발은 대통령을 포함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판단이 중요하다. 1%의 100년 장기임대를 도입해도 반환공여지 개발은 한계가 있다.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무상양여를 통한 새로운 행정관청 설립을 통한 개발방법이 새로운 해법이다. 대통령의 결단과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무상양여를 통한 새로운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개발을 위해서는 기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의 개정방안도 있지만, 새로운 (가칭)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개발 지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얼마 전 일본 남부에서 열린 동아시아포럼에 다녀왔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자원봉사포럼’이 인구감소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본과 중국 시민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고무적인 자리였다. 첫날 오프닝은 미에현 나바리시(三重県名張市)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안내 책자와 선물상자가 든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앙증맞은 호루라기와 렌턴이 들어 있었다. 무슨 용도로 이런 선물을 준 것인지 무척 의아해 옆자리의 일본인 선생에게 물었다. 그는 “요즘 일본에는 곰의 공격이 잦아 호신용으로 호루라기를 준비한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본인이 평소 소지하고 있는 호루라기를 보여줬다. ‘인구가 감소하니 이제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국인들에게 선물용도를 알려주자 한 여선생은 호신용으로 쓰겠다며 호루라기를 키 링에 매달았다. 귀국 후 뉴스를 보니 일본의 곰 공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올해 초부터 곰에게 공격당해 사망한 사람은 열 명에 달했다. 이는 기존 기록을 넘어섰고 곰과 마주칠 위험은 산간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지역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에는 곰이 관광객을 덮치고 상점에 침입까지 했다. 특히 일본 북부에서는 학교와 공원 근처에 곰이 출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아키타현(秋田県) 지사는 “자위대의 도움 없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호소하며 군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곰은 왜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것일까? 이 배경에는 사회변화와 기후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저출산과 젊은이들의 도시이탈은 숲 가장자리에서의 인간활동을 감소시켜 서식지 간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러한 재야생화는 남아 있는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기후 온난화로 곰들의 동면시기가 늦어져 겨울잠을 자기 전 먹을 도토리, 밤 등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곰들은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가 쓰레기를 뒤지고 심지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일본에는 현재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국가정책이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곰을 쫒기 위해 조직 활동을 펼친다. 곰의 유인을 저지하기 위해 강화된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늑대를 닮은 전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학생들은 책가방에 작은 종을 달고 다닌다. 호루라기나 종소리를 들으면 곰은 겁을 먹고 달아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캐나다 전역에서도 일어난다. 최근 밴쿠버에서 북서쪽으로 약 700km 떨어진 벨라쿨라 인근 강가로 소풍을 나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곰의 공격을 받았다. 중상을 입은 네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나머지 일곱 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교사들은 후추 스프레이와 폭죽을 사용해 곰을 쫓느라 진땀을 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자연보호관 서비스 대변인 케빈 반 담(Kevin Van Damme)씨는 “34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공격받는 것은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곰의 공격은 지구온난화와 인구감소가 우리사회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생생한 한 사례다.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직감하게 된다. ‘한국자원봉사포럼’과 같은 뜻 깊은 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정치권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중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인천광역시가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버스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정복 시장도 최근 인천교통연수원에서 열린 ‘2026년 시민과 함께하는 주요업무보고회’에 참석,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알린 바 있다. 시는 고령층 이동권 확대 차원에서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가칭 ‘i-실버패’를 통해 노인들의 버스 요금 무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노인은 모두 22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소요될 예산은 버스 준공영제 운영 손실 보전금과 카드 시스템 구축 비용 등 약 17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12월 중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진행 후 내년 상반기까지 무임 단말기 정비와 정산 시스템 개편, 카드 제작 등 사전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천시에서 75세 이상 버스 무료화가 되면 노인들의 삶은 조금 더 향상된다. 버스가 지하철보다 노선이 다양하고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단거리 이동도 쉬워져 가까운 공원이나 시장에도 편하게 갈 수 있어 생활 편의에 도움이 된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7일자 인천판 1면 ‘인천 75세 이상 버스 무료화…“왜 청년만 희생하나?”’) 인천시에 앞서 노인 무상교통을 지원하는 지방정부들도 여럿 있다. 경기도는 이천시, 동두천시, 양평군의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범적으로 교통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GTX 등 수도권 교통수단 이용 요금을 지역화폐나 현금으로 환급하는 시스템이다. 2025년 4분기(10월~12월) 이용 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만족도, 소요 재원, 제도 개선 사항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성과가 좋으면 이 사업을 도내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성시의 경우는 65세 이상 화성시민 G-Pass로 지하철 무임·시내·마을버스 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G-Pass 카드로 화성시 관내 시내·마을버스(좌석·광역·시외·공항버스 제외)를 이용하면 사용한 금액을 환급받는다.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화성시 내 이동에 한해서만 지원되며 연간 156만 6000원(월 최대 13만 500원)이 한도다. 화성시는 지난 2020년부터 파격적으로 무상교통을 시행했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버스 공영제’의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다가 신도시와 공단 개발로 인해 인구가 급증 하고 있지만 도심지와 외곽지역의 교통 인프라 격차는 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 실시한 시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4%가 무상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혜자들은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100점 만점에 79.7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통약자인 고령층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대중교통 이용 촉진을 위한 교통 복지 정책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인천시가 만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요금의 전면 무료화 정책을 계획하자 지역 청년층의 반발이 일고 있다고 한다. 노인들을 위해 젊은이들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교통 정책 대부분이 청년층이 내고 있는 세금으로 이뤄져 사실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년층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무료화도 청년층 사이에서 불만이 강해 사회적 논란이 되는데 버스까지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한 청년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현재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들려온다.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5만 명을 넘었다. 노인복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팍팍한 생활을 이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듬어 안는 정책도 요구된다. 대중교통비 등 생활비 부담이 큰 젊은 세대에도 일정 부분 혜택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인천시와 다른 지방정부들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해 밖으로 나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마루 끝에 앉아 울고 있었다. 인기척 소리가 나면 도망가 버리던 녀석인지라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과 배는 하얗고 등은 까만 고양이었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내 방을 향해 앉아 있었다. 나를 보자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배고파? 아무것도 못 먹었어? 라는 내 물음에 말귀를 알아듣는 듯, 녀석은 더 큰 소리로 야옹, 야옹, 쉴 새 없이 대꾸했다. 그 모습이 꼭 배고파 보채는 아이 같았다. 사람 먹는 것밖에 줄 것이 없어 한참을 우왕좌왕하다 주방을 뒤져 참치캔 한 개를 들고나왔다. 참치캔을 따는 동안, 기다리는 녀석의 눈빛은 집요하고 진지했다. 어찌나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덩달아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드디어 빼곡히 들어 찬 참치 살이 드러났다. 녀석에게 내밀자, 고개를 박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얼마나 굶었던 걸까? 참치캔 한가운데를 핥는 소리가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 같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캄캄한 마당은 더 스산하고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사방이 고요한 밤이면 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빈 마당으로 다 모여드는 것 같았다. 집을 떠나 잠시 머무는 이곳은 시골이라서 그런지 계절의 변화가 눈에 더 잘 보였다. 도시의 아파트였다면, 배고픈 짐승의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땅에서 멀어진 높은 곳에서 사는 우리에게 저 소리가 닿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물론 시골집이라고 해도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가끔 고라니 소리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고라니가 사는구나! 라고, 무심히 흘려듣고는 했다. 그런데 저 녀석을 보니, 다가올 추위가 걱정되었다. 산속이든 길 위든 먹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춥고 배고픈 생명들이 견뎌야 하는 겨울은 가혹한 계절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며 저 고양이는 방문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을까. 겨울을 견뎌야 하는 건 고양이만의 일이 아니다. 산속의 고라니는 얼어붙은 땅을 긁어 묵은 풀뿌리를 찾아낸다. 전깃줄 위에 잔뜩 몸을 부풀린 참새들은 체온을 잃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붙어 밤을 버틴다. 바닷가 갈매기는 파도에 떠밀려온 작은 먹잇감을 찾아 해안을 맴돌며 겨울을 난다. 멀리서 보면 고요한 풍경 같지만, 사실 그 모든 움직임은 살아남기 위해 치러내는 치열한 일상의 전투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도, 모든 생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견디게 될 것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살아내는 일이 유독 애달프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나는 사료 한 포대를 주문했다. 깊은 밤, 한 생명이 굶주림에 지쳐, 내 곁에 와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살고 싶다는 간절한 구조요청이었을 것이다. 오래전 다큐에서 본, 남극의 황제펭귄이 생각났다.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자리를 바꿔가며 추위를 이겨내는 ‘허들링’을 하는 장면이었다. 겨울은 혼자 건너기엔 너무 긴 계절이다. 동물도 사람도 이 겨울을 무사히 건널 수 있기를 바란다.
천지는 쉼 없이 움직인다. ‘논어’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변함없이 운행하고, 만물은 여전히 낳고 자라니, 하늘은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말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세월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기에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고, 끝이 좋으면 또 다른 시작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격동의 2025년도 저물어 간다. 누군가는 황혼빛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아픔과 슬픔이 짙게 묻어 있다. “미(美)는 우수(憂愁)와 함께 한다”는 존 키츠의 말처럼, 우리는 내면으로 젖어드는 숭고한 아픔과 회한으로 얼룩진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끝이 좋으면 또 다른 시작이 좋다 하지만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나이 먹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거울 보고 늙음이 기뻐서(覽鏡喜老)’라는 시에서 그는 “늙지 않았다면 요절했을 것이고/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해 마땅한 법/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라고 말했던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다. 근래 크고 작은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정리하는 자리다. 하지만, 사실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려고 몸부림치는 자리라고 하겠다. 늘 쫓기듯 총총걸음으로 살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더욱 허전하다. 스마트 폰 한 대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는 것처럼 첨단 문명의 이기(利器)를 마음껏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군중 속의 고독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느 시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갖 문명의 혜택이 크고 다양하지만 가슴 속엔 언제나 허전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사람들의 뒷모습에 드리워진 그늘은 길고 짙다. 그 이유와 해답은 무엇일까. 물질은 유한하고 욕망은 무한하다는 사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타인과 물질을 비교해 소외감에 허우적거리는 일상의 연속을 단절해야 한다. 무의식중에 길들여진 속도와 성취욕에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이고, 세상을 조용히 관조하는 여유를 가지는 데서 작지만 뜻깊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대자유’를 구가할 수 있으리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격이 깊어 가는 일이다. 인격 완성은 자신의 욕심과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변적이고 비판적이며 또한 분석적으로 접근해 그 정수를 다루는 데서 인격은 다듬어진다. 경험·지혜·지식·분별력·배려·경청 등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치들이다. 문제가 되는 건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방식이다. 세월의 변화를 불안과 원망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진정으로 풍요롭고 향기 나며 값진 공동선을 이루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삶의 고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의 기쁨이다. 따뜻함이 배어 있는 손길로 나눔 실천을 근래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다. 경계할 사항은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飮酒不及亂)고 했잖은가. 민폐를 끼치고, 인상이 흐려질 수 있다. 공자가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았다.(唯酒無量不及亂)”라고 했듯 절제했음을 할 수 있다. 세모(歲暮)다. 아쉬움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이루지 못한 계획들이 생각나서도 그러겠지만, 한 해가 가고 나이 들어간다는 회한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우주의 긴 시간에 비춰 볼 때 일 년은 찰나에 불과하고, 세상은 예전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이웃을 위해 베풀고 남겨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나눔 실천이다. 베풂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따뜻함이 배어 있는 작은 손길에서 소외된 이웃들은 내일을 꿈꾸게 된다. 지구별에 사는 모두는 다 귀한 존재이기에 하는 말이다. ‘채근담’에 “천금으로도 일시적인 환심조차 사기 어려울 수 있고, 한 사발의 밥일지언정 평생토록 고맙게 여겨진다.(千金難結一時之歡 一飯竟致終身之感)”는 가르침은 우리 가슴에 울림이 크다. 귀하고 많음이 아니라, 정성의 문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 함께 새 희망을 보자.
CU가 전국 매장에서 고객이 결제 과정에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착한 100원 기부 캠페인’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왕성한 기부문화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세계 최고의 강국 미국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지혜다.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기부문화 풍조를 확산시킬 다양한 ‘착한 기부’ 캠페인이 양산되도록 유도하고, ‘기부 정신’을 함양하는 실효성 높은 교육·홍보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 CU의 ‘착한 100원 기부 캠페인’은 셀프포스(Self-POS) 모드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마지막 단계에 기부 선택 화면이 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객은 기부 여부뿐 아니라 기부처 또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부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RMHC Korea 두 곳이며, 고객이 선택한 기부금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해당 기관 계좌로 바로 송금되는 구조다. 기존 거스름돈 모금함 방식에 이어 참여형 기부 모델을 추가하며 고객 주도의 기부문화를 확대한다는 것이 CU 측의 설명이다. 이번 캠페인은 기부 금액을 100원으로 고정하는 ‘소액 기부’ 방식을 채택,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심리적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CU는 이 같은 구조가 기부 경험 확산과 참여율 제고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의 푸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도 지난 7월에 유사한 캠페인을 시작한 바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특정 메뉴가 판매될 때마다 100원이 자동으로 기부되는 ‘건강한 한 끼, 함께 나눔 캠페인’이다.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고객 참여형 사회 공헌 프로그램 개념이다. 적립된 기부금 전액은 경기 광주시 및 양평군 소외계층을 위한 식품 지원과 봉사활동에 사용한다. CU나 풀무원의 모범사례는 우리 사회의 기부환경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연말에 떠들썩하게 한번 떠들고 지나가는 일과성 뉴스에 그치고 마는 우리의 기부생태계 수준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수원시를 비롯한 각 기관이 일상 속 기부 실천과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도입한 ‘기부 키오스크’도 시민들의 인식이 그리 높지 못한 현실이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올 연초에 발표된 경기연구원의 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소중한 힌트가 있다. 조사 결과 ‘기부굿즈’나 ‘기부런’과 같은 새로운 기부 방식이 기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81.9%에 달했다. 또한, 기부활동에 기부 포인트를 지급하는 경우 참여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71.1%에 이르렀다. 결국 제도가 미처 도민들의 높은 기부 의향을 행동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평생을 힘들여 번 돈을 유산으로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거액의 개인 기부와 사회적 환원, 그리고 살아생전 기부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자발적 기부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날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든 배경이다. 미국 부자들 사이에 ‘죽은 후에도 부자인 것처럼 부끄러운 것은 없다’는 고귀한 정신으로, 살아 있을 때 기부의 즐거움을 실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부럽기 짝이 없는 뉴스다. 그러나 정말 부러운 것은 미국 전 국민의 77%가 1년에 한 번 이상, 대부분 500달러 이하의 소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는 놀라운 통계다. 미국의 사례는 궁극적으로 가정과 학교가 일상생활 속에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기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방향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기부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건강한 정신의 결과물’이다. ‘기부 정신’의 씨를 뿌리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가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기부 정신을 기르는 일에 끈질기게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세상을 뒤바꾸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의 대명사인 챗 GPT를 넘어서 AI 에이전트 기술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AI 산업은 계속 진화한다. AI 기술 발전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수록 인간은 편안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AI 에이전트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며 진행한다. 마치 로보택시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운전하는 원리이다. 이미 로보택시는 미국, 중국에서 상용화되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AI 에이전트 기술을 “신입 사원 수준의 동료이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생성형 AI 기술보다 한 단계 진화된 기술로 사람보다 훨씬 빠른 작업 속도로 일한다. 멀지 않아 인간지능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초지능 AI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수년 전 빌 게이츠와 메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앞으로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샘 올트먼은 “2025년은 AI 에이전트 시대이다”고 역설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도 CES 2025에서 “AI는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등 두 갈래로 발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기술은 기업과 인간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만들 것이며, 피지컬 AI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되어 대중화를 이끌고 갈 것이다. 미·중 간 AI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글로벌 IT 기업들이 AI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나, 중국 스타트업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는 “10억개 AI 에이전트 기술을 구축하겠다”고 장담하였다. 구글, 메타, 시스코, 오픈AI, 아마존 등은 AI 에이전트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10년 내 양자컴퓨터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며 AI 기술은 디지털 초지능 AI 기술로 진화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이는 AI 기술의 획기적인 진화로 모든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 보다 가성비 좋은 AI 챗봇 기술을 개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모니카 등 중국의 대표적인 AI 스타트업도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텐센트는 SNS ‘위챗’을 기반으로 하여 수천개가 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였다. 미국 AI 기술력이 중국을 앞서고는 있으나, 중국은 AI 에이전트 기술을 다양한 산업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중국이 AI 후발주자이나, 거대 내수시장에 상용화와 대중화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점이 중국의 경쟁력을 높인다. 향후 미·중 간에 AI 에이전트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기술 경쟁에 뛰어들어 앞으로 다가올 초지능 AI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올해도 변치 않고 찾아온 가을이 이제는 점차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가을이 오면 여름의 무더위가 사라지고 맑고 시원한 날씨가 이어진다. 하늘도 더 파랗고 투명해 지면서 청량감을 가져준다. 또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아울러 상념과 그리움, 우수와 고독, 사색과 동경,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을은 다양한 형태와 의미, 색조를 가진 계절이다. 가을은 풍성하고 찬란한 계절이다. 계절의 황금기라고들 한다. 내가 사는 용인에서도 벌판에 나가면 잘 익은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군데군데 참새 떼들을 쫓기 위한 허수아비들이 장승처럼 서 있다. 이제는 논두렁길을 가다가 메뚜기 떼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몹시 아쉽다. 시골집 담장에는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와 누런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텃밭에서 포도송이가 알알이 영글어가는 풍경도 보인다.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여기저기 가로변과 탄천에는 갸느린 자태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하양과 연분홍, 짙은 자주색의 꽃잎들이 서로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길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코스모스 길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해도 좋고 아니면 홀로 고독에 잠겨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또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아도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이에 비해 노란 은행나무 길은 좀 더 세련된 도회지 풍의 멋이 난다. 이 길은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걷는다면 왠지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창경궁과 덕수궁 돌담길 그리고 과천청사 가로변들이 그런 길이다. 학창 시절 이 코스모스나 은행잎을 책갈피에 꽂아 말리던 기억도 새롭다. 빛바랜 그 드라이플라워를 대할 때마다 지나간 시절의 추억들이 가슴에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을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을 풍경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그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린다. 어느 늦은 가을날, 억새로 뒤덮인 진부령고개를 찾았다. 왠지 모를 감상적인 분위기에 취하여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자그마한 산장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다른 투숙객은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뿐이다. 갑자기 이 세상에 나 자신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가을은 상념과 그리움의 계절이다. 또 누군가에게 편지를 부치고 싶은 계절이다. 귀뚜라미 울음 애절한 이 가을밤, 문득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과 함께 즐겨듣던 음악을 들으면서, 당신이 즐겨 낭송하던 시를 가만히 읊어 봅니다. “세월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그러나 무엇보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일 것이다. 품위 있는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뽐내는 국화꽃이 가을을 풍성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역시 가을다운 서정적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하는 것은 낙엽이다. 가을이 되면 불타오르는 듯한 단풍이 우리의 가슴에도 불꽃을 지핀다. 그러나 단풍도 잠깐, 이내 우수수 낙엽이 되어버린다. 이 병든 갈색의 낙엽이 거리를 뒤덮을 때면 마음이 왠지 고독하고 숙연해진다. 그리고 무엇인가 그리워진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지난날의 추억이든... “지난 시절, 우리는 낙엽 지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했고, 낙엽 지는 소리에 애간장을 태웠으며, 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낙엽 지는 거리를 걸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북이 쌓인 낙엽 더미에 파묻혀 그 속을 뒹굴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낙엽을 태우며 지난 추억도 지우렵니다...” 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계절 가을은 머무르는 기간이 너무 짧다. 이렇게 보내기가 서운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자연의 가을은 또 다른 가을이 찾아오기에 그 짧음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은 한번 지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이 시기가 처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깊어 가는 이 가을날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는지요?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다. 오는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광 등으로 조달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2014년 파리협정의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지지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2030년 60%, 2040년 90% 이상의 실적 달성을 권고하고 있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위원회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행실적을 공개한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 RE100’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소 규제 강화에 대응, 공공부문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 목표다. 공공 분야의 대표적인 사업은 의정부시 북부청사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 RE100 1호 태양광 발전소다. 민간에서는 ‘산단 RE100’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SK E&S 등 8개 민간 컨소시엄과 4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29개 시군에서 1만 3000여 명이 참여한 에너지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는 17MW(메가와트)에 달한다. 지난 17일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재생에너지 산업발전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한국에너지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경기도가 경기 RE100 정책을 통해 수도권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최근 3년 동안 원전 1기 규모의 태양광을 신규 보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을 중심으로 350개 ‘RE100 마을’을 조성, 주민들이 매달 전기요금 7만원 절감, 햇빛소득 15만 원 이상 창출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얻었다고 한다. 이번 수상은 도의 노력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도는 지난 9월에도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2025 에너지전환의 밤’에서 지방자치부문 에너지전환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Renewable Market Asia 2025’에서 아시아 지역 청정에너지 도입 선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RE100 선도 지방정부가 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공유지와 마을,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려 도민과 기업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경기도는 전국 에너지 소비의 25%를 차지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아직 7%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이홍근(더불어민주당·화성1)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기도 주차장 태양광발전소 설치·운영 지원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1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방안을 공식 건의했다. 해수부는 항만·해양 인허가를 총괄하는 부처다. 해당 부지를 활용하려면 공유수면 사용 등 주요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평택항 항만 준설공사로 생기는 유휴수면 약 727만㎡(220만 평)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 공식 건의했다. 평택항 항만 준설공사로 발생하는 흙을 투기하는 용도로 쓰게 될 유휴수면 약 727만㎡(220만 평)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500MW를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단지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수도권 재생에너지 확보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이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도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도는 평택항 유휴부지 개발이 실현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도권 재생에너지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주에 일상에 지친 아내의 간절한 요청으로 괌을 여행했다. 그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마주한 황홀한 석양을 보고, 어느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보랏빛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사진만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며, 문득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록하기 위해 소비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온전히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을 사진에 연연하여 절묘한 감동을 놓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살아가는 일’보다 ‘기록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은 늘 손에 있고 SNS는 우리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소환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절친을 만나는 때조차도 우리는 먼저 카메라 앱을 켠다. 이른바 기록 강박이 조용히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물론 기록은 나쁘지 않다. 사진은 기억을 더 선명하게 살려주고, 잊혀가는 순간들을 다시 불러오는 힘이 있다. 문제는 그것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순간이다.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남기기 위해 순간을 연출할 때, 우리의 삶의 방향은 아주 오묘하게 전도된다. 살아가는 주체가 아닌, 카메라 앞에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피사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석양이 진 뒤 비로소 내 눈과 마음에 한가득 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자신에게 “순간을 오롯이 만끽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를 물었다. 이 질문만으로도 많은 것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기록강박이 강해질수록 사진은 증명서로 쌓여만 간다. 내가 이만큼 잘 지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명. 그러나 진짜 나다운 삶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출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편안하게 머무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그 시간은 반드시 기록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산책할 때는 폰을 주머니 깊숙이 넣고, 카페에서는 눈앞의 풍경을 사진이 아닌 ‘나의 감각’으로 음미해 보는 것이다. 그 순간의 냄새, 빛, 온도, 의식의 흐름까지 온전히 느끼다 보면, 기록되지 않아 더 소중한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결국 기록이 아니라 경험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날은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좋다. 사진은 또 다른 언어이자 표현방식이며 기억을 떠받치는 도구다. 중요한 것은 촬영이 나를 방해하지 않고, 시선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잘 찍어야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지금 내 마음에 닿는 장면을 자연스레 담으면 된다. 그러면 사진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작은 기억의 서랍이 된다. 정말 나다운 삶은 경험과 기록의 균형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순간은 찍고, 어떤 순간은 그냥 바라보고 즐긴다. 이 단순한 선택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순간을 온전히 선택할 수 있는 여유—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다. 우리는 모두 기록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기억의 주인은 언제나 ‘나’다. 카메라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만든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이 찍을 때인가, 아님 느끼고 살아볼 것인가?” 이 질문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기록 강박에서 벗어나 나답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