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저널리즘 품질, 지나친 상업화, 정파성이 강한 보도 등 현재 언론매체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존재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언론매체 자신에게 있다. 언론산업의 어려움이 나태한 저널리즘의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부 현상이라는 핑계도 가능하겠으나, 언론매체의 핵심 가치와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궁색한 변명이다. 언론매체의 생존과 언론산업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자기반성이 먼저다. 사회의 공기 혹은 제4부로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두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언론산업의 경제적 위기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에 민주주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어, 늦지 않게 언론산업 붕괴를 막을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 공익을 실현하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매체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언론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이에 조금이나마 언론산업의 경제적 위기를 감소시키고 언론매체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미디어 바우처(media voucher)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바우처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조성된 재원을 가지고 뉴스 이용자에게 일정 액수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면, 뉴스 이용자는 자신이 판단하기에 좋은 언론사나 좋은 뉴스 기사에 이를 후원하는 제도다. 이는 산업 조직으로서 언론의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시장 실패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서 제안됐다. 뉴스 이용자의 후원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발적 후원과 달리 다수 뉴스 이용자가 참여하고 재원도 일정 규모로 안정된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통한 언론 후원의 근본 목적은 언론사 재정난 해소가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하고 신뢰받는 저널리즘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지급 받은 미디어 바우처로 후원할 만한 언론사나 뉴스 기사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뉴스 이용자는 저널리즘 품질이나 그 기준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이용자가 어떤 뉴스 기사나 언론사를 신뢰하고 높게 평가하는지 알려지면, 언론사나 언론인은 그러한 보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게 된다. 이로써 언론사나 언론인은 고품질 저널리즘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제도 제안의 취지 중 하나로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사의 광고 수익 모델 붕괴를 들 수 있다. 이는 미디어 바우처가 부분적으로나마 언론사의 광고 수익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사의 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재원 충당이 가능한지 등은 미지수다. 또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가 우선이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한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시행된 사례가 전무하고 여전히 제안 수준에 머물러 있어 더욱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는 바우처 개념 적용의 타당성 여부,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취지 문제, 플랫폼 환경에 대한 고려 문제 등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실험으로서 논의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해 작은 아이디어라도 도입이 시급하다.
지난 7월 30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보낸 편지에는 “개인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의 비전이 담겼다. 편지에서 저커버그는 초지능 시대가 멀지 않았으며, 그것이 인류 발전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는 초지능이 개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 건강, 문화의 진보는 개인의 열망이 모였을 때 가능하며, 이 때에 초지능은 그 열망이 창작·경험·소통으로 발현되는 ‘더 큰 주체성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소수가 진보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하이에크가 이야기한 ‘치명적인 자만’에 불과하다. 개인이 자유롭고 호혜적인 교환을 통해 자생적으로 드러내는 창발성 속에서 비로소 진보의 문은 활짝 열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주장한 ‘활짝 열린’ 주체성의 문을 곧바로 닫아버린다. 그는 초지능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무엇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무엇을 공개하지 않을지” 메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의 기준과 공개 범위는 “모두의 힘을 북돋우는 초지능을 믿고, 거대한 인프라와 자원, 전문성을 갖추었으며, 수십억 명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할 능력이 있”는 메타가 정할 몫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그간 Llama 모델을 오픈소스로 배포해 왔던 메타는 변화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메타의 AI 모델 폐쇄가 수익화 가속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 모델 Llama4의 미진한 성과와 딥시크 쇼크로 초조해진 메타는 초지능 연구소를 꾸리고 업계 최고의 인재를 모아 초지능 연구소를 꾸리는 등 공공연히 오픈AI를 앞지르겠다는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했던 Llama 모델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책 변화 암시는 이러한 메타의 집착을 배경으로 한다. AI 경쟁은 정보 공유지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독립 개발자들은 대기업이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을 바탕으로 실험과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 왔다.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되면 소규모 주체들은 연산 자원과 데이터, 고급 인력을 직접 확보하거나, 유료 모델을 활용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AI 역량은 더욱 제한된다. 이는 기술 혁신의 다양성과 속도를 떨어뜨리고, 초대형 플레이어 중심으로 권력과 자원을 집중시킬 위험이 있다. 폐쇄형 AI 모델이 제시하는 불길한 미래는 불행히도 “자국 AI 모델이 있어야 국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멈춘 폐쇄된 경쟁은 세계 각국과 기업들로 하여금 자체 AI 모델 개발에 나서도록 자극한다. 세계 각국이 전기, 물, 연산 자원, 인력 등 필수 자원을 AI 개발에 쏟는 ‘AI 주권’의 시대가 도래한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이는 거대한 비효율이다. 지구상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AI 말고도 산적해 있다. 개인의 것이라는 초지능의 미래는 어째서인지 소수의 기업과 국가의 손에 달린 듯하다. ‘개인 초지능’의 약속은 유효할까. 혹은 ‘선택적 개방’의 장벽 안에 갇히게 될까.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찬탄이냐 반탄이냐, 누가 더 윤어게인을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냐, 여기에 더 해 극우유튜버 전한길 문제까지 시대착오적이고 볼썽사나운 논란만 거듭됐지만, 전당대회 내내 거친 언사로 선명성 경쟁을 주도한 장동혁 후보가 선택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제도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2022년까지 당대표 선출시 국민여론 30%를 반영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돌연 국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당원만 참여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국민여론은 무시되고, 극우유튜버와 특정종교집단을 기반으로 한 극렬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당연히 누구나 반탄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고 결과도 같았다. 국민의힘 새지도부는 이제 시선을 돌려야한다.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살 길은 시선을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유권자와 일반 국민의 시각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치는 최종적으로 국민여론과 투표로 완성된다. 역설적이게도 극렬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장동혁 대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미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결론난지 오래고, 3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불법적 국정농단 증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장동혁 대표가 전당대회와 같은 기조로 당을 이끌어간다면 필패다. 특히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들이 특검 주요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장동혁 대표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13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같은 해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방문해 큰절을 하며 쇼핑백을 두차례 받아 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자금 2억여원이 국민의힘으로 흘러간 정황과 2022년 1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신도를 대거 입당시킨 정황을 특검이 확보해 권 의원의 개입 여부를 수사중이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 개인비위를 넘어 위헌적인 범죄다. 권 의원은 한학자 총재 및 통일교 간부들을 만난 것은 맞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의 검은 거래를 수사하면서 통일교 신도 동원 의혹이 드러났고, 특검이 권 의원의 구체적 혐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이 비상계엄 이후 차명폰으로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과 여러차례 연락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속기소된 윤 전 본부장의 혐의 중에는 금품 전달 대가로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권 의원 주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해 통일교 현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은 부인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탄압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권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이 피의자로 특검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윤상현 의원은 김건희씨 공천 개입 의혹, 양평군수를 지낸 김선교 의원은 김건희씨 일가의 개발 특혜 의혹,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법원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압수수색 조차 거듭 물리력을 동원해 막고 있다. 온당치 않은 일이다. 만약 여러 가지 중대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압수수색에 당당히 임하는 것이 공당의 자세다. 새로운 진용이 들어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가 성공하는 길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 방법 뿐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의 위헌·불법적인 일들과 절연해야한다. 최우선적으로 특검 수사에 당당하게 적극 협조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오늘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8월 13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700만 재외동포 관련 과제는 123개 항목 중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대선 공약인 재외국민 보호, 차세대 동포 육성, 온라인 민원 서비스, 영사·여권 행정 혁신, 참정권 확대 등이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재외동포를 후순위에 둔 점은 아쉽다. 180개국 70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해외 거주민이 아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종교 등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확장 네트워크로 기능해왔다. 평상시에는 한국 이미지 제고와 교류·투자·무역·문화 확산을 주도했고, 위기시에는 국제 여론 조성, 협상력 강화, 정상회담 인맥 연결 등에서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작동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후원, 6·25전쟁 참전, 대유엔·미국 외교 로비, 한·일 국교정상화 막후 교섭, 북방외교 성사, IMF 극복, 한류(K-Culture) 확산과 글로벌 기업 진출 지원까지, 이들의 발자취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대한민국을 떠받쳐왔다. 역대 정부도 동포사회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왔다. 박정희 정부의 재일민단 지원, 김영삼 정부의 재외동포재단 설립, 김대중 정부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제정, 노무현 정부의 ‘세계한인의 날’ 제정, 이명박 정부의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 박근혜 정부의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문재인 정부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제정, 윤석열 정부의 재외동포청 신설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정책 기조는 대부분 민원 처리나 선심성 지원에 머물렀다. 이제 이 거대한 힘을 단순한 행정 영역에 묶어둘지,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승화시킬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실용외교를 표방한 새 정부는 재외동포정책의 틀을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재외국민 안전, 재외투표 편의, 복수국적 연령 조정 같은 단편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안보·경제·통상·산업·문화·과학기술을 포괄하는 종합적 미래 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요국 동포사회의 역량을 국익과 민족 이익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결집해야 한다. 첫째, 차세대 정체성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 메시지에서 이를 약속한 만큼, 재외동포청은 한국어·역사·문화 교육과 글로벌 네트워크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언어·정체성 단절,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 포기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디지털 학습 플랫폼 구축, 차세대 이중언어교사 양성, 한류(K-Culture) 자원을 활용한 세계시민성 교육 콘텐츠 제공 등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를 전략 자산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인적 자원과 현지 영향력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기업·대학·한인회·한글학교·한상·언론 등 민관산학(民官産學) 거버넌스를 가동해야 한다. 단순 명단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국내외 전문가와 차세대 리더를 연결하고, 내국민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확장해야 한다. 셋째, 균형 감각이 필수적이다. 한·미정상회담 전 일본을 방문한 대통령이 동포들의 애국심에 보답하겠다고 했지만, 동포 문제는 대통령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지 정부·지역사회의 시선, 과거사에서 비롯된 민감 정서, 법·제도와 문화 차이를 늘 고려해야 한다. 불투명하거나 보여주기식 지원은 수십 년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때로는 신중한 비공개도 필요하다. 모국과 거주국 모두를 존중하며, 겸손하면서도 꼼꼼하게 추진할 때 동포 정책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21세기 한민족의 미래는 더 이상 한반도에만 갇혀 있지 않다. 700만 재외동포는 국익과 실용외교의 숨은 엔진으로, 모국과 거주국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실질적 잠재력을 품는다. 이들은 외교·안보·통일의 든든한 후원세력이자, 거주국이 예의주시하는 민감한 전략 자산이다. 전 세계로 뻗은 동포 역량이 결집하면, 글로벌 네트워크는 은밀하지만 강력한 실용외교 엔진으로 기능한다. 경제·과학기술·문화·인재 분야에서 동포사회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이 한국의 국익과 맞닿을 때,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와 동포사회가 지혜를 모으면, 700만 재외동포는 세계를 무대로 인류와 함께하는 희망의 네트워크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국가적 책무이자 전략적 선택이다.
가수 남진은 올해 데뷔 60년을 맞아 전국투어 기념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이 고와야지’, ‘그대여 변치 마오’, ‘님과 함께’, ‘둥지’ 등 그가 부른 노래는 대중의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도 여러 편 출연한 그는 트로트와 로커빌리 로큰롤을 오가며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기도 했다. 대중가수는 대중과 호흡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80 나이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현역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나훈아는 작년 1월, 58년 동안 가수로 활동했던 무대에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남진 보다 1년 늦게 데뷔한 그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 ‘울긴 왜 울어’, ‘잡초’, ‘테스형’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가왕으로 추앙받았다. 은퇴를 알리며 1년간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전국투어를 했는데, 마지막 곡으로 ‘사내’를 부르며, 은퇴 결심은 자기 인생에서 최고로 잘한 결정이었다, 정말 고마웠다고 인사하면서 오열했다. 가요계의 레전드로 한 시대를 양분했던 두 사람은 누구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것에 민감할 정도로 라이벌이었고, 사실 그들 팬들이 더 라이벌이었다. 두 사람은 딱 한번 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데뷔 20년이 지난 1987년, KBS2 스타데이트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여 마지막에 듀엣으로 Let it be me를 불렀는데, 서로 다른 특성으로 노래하는 두 사람의 화음이 긴장 속에 이어졌고,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나훈아의 은퇴 소식을 들은 남진은 그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타고난 트로트 가수라고 칭찬했다. 또 두 사람은 라이벌 구도 덕분에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하면서, 라이벌 구도는 연예계 비즈니스 차원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정치사에도 라이벌로 부각되는 두 사람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들이다. 1929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김영삼은 1954년 제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최연소 국회의원’, ‘최다선 9선 의원’, ‘최연소 총재’라는 정치이력이 붙어다녔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좌우명으로 삼은 그는 1970년대 중반 유신 치하에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투쟁하여 민주화를 이뤄냈다. 분열된 야당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1990년에 3당 합당을 결행했고,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924년 전남 신안에서 출생한 김대중은 3차례 대선에서 낙선한 후 김종필과 DJP연합을 이루어 1997년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1992년에 라이벌 김영삼에게 패했을 때, 그는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년 7개월 만에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로 은퇴 번복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투옥과 사형선고 등 군부의 탄압으로 생명의 위협을 당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신을 핍박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하며 화해를 모색했다. 김대중은 치열한 연구와 수사로 언제나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었고, 김영삼은 상황판단이 감각적으로 빠르고 어떤 위협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기백이 있었다. 민주화 투쟁의 길을 같이 걸어온 두 사람이지만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열망했던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 가슴에 두고두고 남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자 민주당과 혁신당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후계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이 구도는 대통령이 다분히 의도한 것이라고 보는 논객들도 있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을 정신분석학으로 설명한 김용신은 그의 저서 '지도력의 허상'(2016)에서 우리들의 이상이나 희망사항에 근거한 리더십은 실질적으로 허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리더십은 결국 국민의 판단과 선택으로 세워진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정부는 얼마 전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6월말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일방적으로 허용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상응조치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울러 오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도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10월 31일부터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포석이란 말도 나온다. 어찌됐건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적 비자 면제’ 방침을 발표하자 국내 여행사, 숙박업소 등 관광업계와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앞서 지난해 사무소를 개설한 상하이 현지 네트워크를 가동, 수요 파악에 착수했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현지에서 진행한 단독 로드쇼를 통해 1차 수요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무비자 입국 세부 지침에 맞춰 하반기 프로모션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9월 2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외국 현지 여행사와 기업·단체 관계자가 참가하는 트래블 마트를 개최한다. 특히 올해는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방침에 맞춰 해외 바이어 중 절반을 중국 바이어들로 채웠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제주도를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30일 무비자 체류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비자 없이도 한국 곳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관련업계가 반색할 만 하다. 우리나라를 찾아 온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807만 명이나 됐다. 그런데 2017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도입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 여행 금지조치를 취했다. 그해 중국방문객은 417만 명으로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2021년에는 17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이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 2023년엔 202만 명, 2024년엔 460만 명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면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수조원대에 달하는 관광수지 적자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존재한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불법체류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약 66%가 입국하는 인천의 경우 불법체류자 증가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2일자 인천판 1면, ‘中 무비자 입국 시작되는데…인천경제 반색, 치안은 긴장’) 법무부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 265만 783명 중 불법체류 외국인은 39만 7522명(전체의 15.0%)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6만 1906명이다. 중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무비자로 입국해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지역인데 중국인 관광객의 사건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의 최근 6년간 외국인 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중국인이 전체의 67%나 됐다. 특수강도 사건 등 강력 범죄도 많다. 게다가 편의점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거나 대로변에 용변을 보는 모습 등도 비난을 받았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은 나쁘지 않다. 정부는 이탈자와 무질서 행위를 막기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이는 중국 정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속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일행처럼 곁에 서 있거나 저만치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 나를 찍은 사진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넘기다가 마주한 장면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무엇이 중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화면이 어지럽다. 내 모습이 그들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진을 지우지 못한 것은 아마도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속에 들어 있는 나를 보다가, 스마트폰 속 사진을 밀고 당기며 내 얼굴을 키웠다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다. 어느 지점을 잘라내야 할까, 사람을 지워보고 건물의 귀퉁이를 잘라보았다. 나의 손가락에서 몇 번씩 잘려 나갔다가 되살아나는 사람들, 한 번은 오른쪽을 한 번은 왼쪽을 자른다. 그럴 때마다 풍경 속의 공기가 바뀌고 빛이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이리저리 맞추어 봐도 마음에 드는 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마음에 드는 구도라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설정한 것이다. 내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나고 내가 의도한 풍경이 살아 있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구도는 어떻게 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와 건물만을 남기고 사람들을 다 지워봤다. 사람이 사라진 공간은 폐허 같았다. 디지털 화면은 손가락 하나로 무엇이든 지워버릴 수 있는 세계다. 풍경도, 사물도, 사람도 삭제할 수 있다. 불과 몇 초 만에 사진이 바뀌고 어떤 장면은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이런 세계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 속에서 가장 쉽게 지워지는 건 결국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기애’를 부추기는 콘텐츠와 ‘손절’이라는 키워드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진 사람을 잘라내는 것은 사진 편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를 중심에 두면 버려야 할 대상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의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주변을 잘라내 보았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았다. 문득, 나도 누군가의 사진 속에서 배경으로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 초점이 맞지 않은 얼굴, 화면 구석의 흐릿한 뒷모습이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또는 어딘가에서 행인 1이나 행인 2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 속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이 있다. 이 작은 화면 속에 각자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길을 건너는 사람, 함께 걷는 사람, 웃는 사람들이 있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도 사람이 가득한 거리는 온갖 생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서로의 삶 속에 흘러 들어간 우리는 누군가의 배경이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도 내가 내 삶의 중심인 것은 변함없다. 우리는 기꺼이 다른 사람의 뒤에서 그들의 삶을 빛내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속 사진들을 넘긴다. 많은 사람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수없이 잘라내고 삭제했던 사진이 있었을 텐데, 새삼스럽게 가슴이 뻐근해진다. 아무것도 잘라내지 않은 처음의 사진에서 빛과 소리, 공기와 함께 그 순간의 냄새마저 되살아나는 듯했다. 결국 중심과 배경이 함께 있어야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되는 것 같다. 삶 또한 그럴 것이다.
‘딕션(Diction)’이라는 외국어를 칼럼의 표제어로 하면서 좀 망설였다. 하지만 현대인의 말하기(speech) 소양으로, 정확하면서도 유창한 발음 구사 능력을 주제로 삼자니, ‘딕션’이란 용어를 피해 가기 어렵다. 일부 사전에서는 ‘딕션’을 ‘정확성과 유창성을 두루 갖춘 발음’으로 풀이한다. 그런 점에서 ‘딕션’과 ‘발음’은 그 의미역이 다르다. 우리는 ‘발음’이란 말의 의미를 ‘딕션’의 의미처럼 넓히지 못하였다. 즉 ‘발음’을 그냥 소리 자체에만 묶어 두었을 뿐, 인간의 실제적 언어생활에서 수행하는 모든 ‘발음 현상’으로 확장하여 ‘발음의 뜻’을 적용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사용 및 기능 맥락이 풍부한 ‘딕션’이라는 말을 빌려와 쓰고 있는 셈이다. 정확한 발음만으로는 효과적인 발음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 발음은 정확성과 더불어 유창해야 한다. 발음이 유창하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발음이 단순한 소리로 그치지 않고, 그 발음이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어휘, 문장, 문단 등의 의미나 구조와 잘 맞물려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내용의 의미 및 주제와 호응해야 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의 발음이 지금 내가 수행하고 있는 내 말하기의 리듬, 템포, 억양, 정서적 분위기, 논리적 흐름 등에 알게 모르게 가닿아 있어야 한다. 이를 발음의 유창성이라 한다. 딕션은 이런 개념과 작용까지를 포함하는 발음이다. 그러므로 최선의 딕션이란 만만치 않은 소리 분별력과 함께 내가 말할 텍스트에 대한 고도의 감수성을 요구한다. 어떤 특정의 연설이나 강연이나 설교나 방송 진행 등이 유독 내 귀에 잘 들린다면, 전달자의 딕션이 어떠했는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공연 콘텐츠가 들을 만했다면 무대의 인물이 어떤 딕션으로 나의 청각적 호응을 불러들였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딕션은 배우, 가수, 방송인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그들은 딕션과 관련하여 무수히 닦달을 받으며, 딕션 내공을 쌓은 사람들이다. 스피치 전문가들은 말하기 수행(performance)의 기본 기능으로 딕션을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딕션이 좋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의 발음이 총체적으로 뛰어난 음성적 전달력을 지녔음을 평가하는 것이다. 인간의 총체적 말하기 역량은 발음 따로, 어휘 따로, 표현 따로, 내용 따로, 태도 따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딕션 능력이란 간단하지 않다. 발음이란 것이 그것 하나로 고립된 것이 아님을 알아차리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훌륭한 스피치 수행의 깊은 맛을 터득하는 것이다. 마치 골절로 아픈데도 그 영향이 몸 전체에 유기적으로 퍼져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드라마에서 배우 김혜자 씨의 극중 캐릭터에 우리가 은연중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딕션이 주는 깊은 호소력 때문이 아닐까. 유재석의 방송 진행이 오래 호응을 얻는 것은 그의 딕션이 지닌 유창성 때문이 아닐까. 명가수 패티 김 노래의 오묘한 매력은 그녀의 가사 딕션이 명료하고 유창한 데서 생성되는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이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회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형성된 몇몇 이상기류들 때문에 온갖 험궂은 장면들이 예측되기도 했지만 두 정상은 외견상 큰 불협화음 없이 회담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 되새겨야 한다. 한미는 ‘동맹 강화’를 통해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큰 숙제를 떠안았다.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당초 예정보다 20분 긴 1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우선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에 합의했다. 눈에 띄는 장면은 두 정상이 북미 대화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건의하면서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북과 큰 진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경제 분야에선 이미 알려진 대로 조선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에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조선과 원자력, 항공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드 조성, 투자, 기술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총 11건의 ‘제조 파트너십’ MOU·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한미 정상회담을 선방(善防)으로 이끌어 간 배경에는 방미 직전에 거둔 성공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17년 만에 공동문서를 발표하면서 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문서에서 역사 인식의 계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 셔틀 외교 재개를 명시했다. 미래 산업 협력, 사회문제 공동 대응, 워킹홀리데이 확대를 통한 청년 교류 활성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수준에 대한 합의는 미지수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반환을 전제로 우리가 빌려준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요구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새로운 이슈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 문제도 아직 골격이 정리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 합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래대로 하기로 했다”고 언급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사뭇 해석이 엇갈리는 어정쩡한 상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펼쳐진 긴장 국면을 생각하면 회담 결과는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다행스러운 내용이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례 없이 급거 미국을 찾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으로 보인다”라는 글을 올려,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었다. 어쨌든 한국의 외교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외교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그 기둥으로 한다. 군사동맹의 범주를 넘어서 경제 동맹으로서 이해관계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에 걸맞도록 동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때마침 중심 테마로 떠오른 조선·원전·반도체 등 경제 협력 관계를 보다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당당히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 가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방향은 백번 옳다. 한미 외교, 나아가 한미일 외교 역시 철저하게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그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시작된 건 수년전이었다.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였는데 여러치료로 호전되었다가 최근 다시 재발하였다. 대장암 발병 4개월만에 세상을 떠난 동료의 장례식에 다녀오고부터 였다. 만성위축성 위염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2일 동안의 밤샘음주로 급성위염이 다시 생겼다. 자율신경검사상 자율신경에너지 저하와 교감신경항진의 긴장된 상태로 두근거림과 함께 불안도 따랐다. 평소에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이번에 항우울제와 불안제가 추가되었지만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되며 무기력해졌다. 체중이 급격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 내원했다. 한약과 약침 등으로 자율신경기능과 면역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를 시작하였다. 장과 자율신경 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뇌화학과 에너지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치료로 5kg정도 감소하였던 체중이 서서히 회복되어 원상태로 돌아왔다. 자율신경기능이 회복되고 극도의 우울과 불안이 조금씩 호전됨에 따라 그가 불안한 대상인 죽음을 마주할 힘이 생겼다고 판단되어 지인들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 주변의 많은 죽음에 대해서 나누었다. 슬퍼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에게 물었다. 그에게 “죽은 이후에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물었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대답하였다. 그 후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되어 나누지 못한 연구들을 소개해본다. 죽음학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서 (사후생)에서 주로 어린이 환자의 임종을 지키면서 관찰한 공통된 현상과 2만여건이 넘는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을 연구하여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견해를 기술한다. 그는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차원의 이동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심장내과의사인 핌 반 롬멜은 2001년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심장정지 후 회생한 사람에서의 근사체험)을 발표한다.-네덜란드에서의 전향적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소생한 죽었다고 말한 62명의 환자들은 죽음의 순간을 기억했다. 41명의 환자들은 근사체험의 대표적인 경험을 했다. 근사체험의 항목에는 죽었다는 주관적인 느낌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는지, 신체와 몸이 분리되는 체외이탈을 경험했는지, 터널통과 빛과 의사소통 등을 포함되었다. 그의 연구는 최초의 근사체험에 대한 과학적 연구였고 그 이후에도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저서 '나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의 저자 정신과 의사 브라이언 와이스 박사는 다른 어떤 치료로도 좋아지지 않았던 환자에게 최면치료를 시작하면서 전생의 환자와 다른 차원의 존재들과 대화한 경험을 기술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삶은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기 위한 배움터이며 몸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배움과 성장을 할때까지 환생한다는 메시지를 듣는다.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런 내용에 대해서 버지니아 대학교 정신과 주임교수를 지낸 이안 스티븐슨은 생후에 전생을 말하는 아이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직접 찾아가 검증하는 방식의 인간의 환생윤회에 대해서 40년간 2500례의 연구를 남겨 환생의 증거를 남겼다. 근사체험과 환생에 대한 연구들은 미지의 영역인 죽음이후에 대해 문틈으로 살짝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피할 수 없는 것,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는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