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방향 수립을 위해 개최한 정책자문위원회를 두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영상 분야의 전문성과 지역 현장성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상문화 콘텐츠와 교육을 중심으로 가능해야 할 전문 공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 행정시설처럼 접근한 채 운영방향을 설정한 것이 정책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영상미디어센터 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 구조, 전문성 반영여부, 지역전문가 협의절차 등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가평군의 공식 답변은 최근 회신됐다. 군은 "자문위원은 조례에 따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영상·미디어 분야 전문성은 필수 요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회의는 개별 사업이 아닌 중장기 방향 논의였기에 지역 활동가와의 개별 합의는 생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평군은 "타 시도의 미디어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시설의 목적과 기능을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본방향을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이 설명은 오히려 현장 기반 정책 설계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가평군이 방문한 타 시도 미디어센터들은 각 지역의 콘텐츠 생태계. 주민 수요, 교육기반 등을 반영해 설계된 시설이다. 그에 비해 가평은 해당 지역의 실제 영상활동 기반, 전문가 분포, 콘텐츠 수요조사 없이 외부 사례만을 참조해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단지 외형만을 본 벤치마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영상문화연구소 대표이자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이성아 이사는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정책이 작동한 지역의 문화 인프라와 인적기반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복사는 돼도 작동은 안 되는 정책이 된다"며 '정책은 모방이 아니라 설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자문위원회의 구성은 절차상 가능하지만, 콘텐츠와 프로그램, 수요기반까지 고려하지않은 정책 논의는 실행력을 가질수 없다"며 "정책은 방향이고 운영은 그 실행인데, 정책 단계에서부터 전문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것은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가평지부 김영민 지부장 역시 "가평에는 청소년 영상교육, 영화만들기, 영화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영상문화 활동은 해온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러한 현장 기반의 의견이 논의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특정 단체의 민원이 아니라, 지역기반 문화정책이 현장을 배제한 채 설계됐다는 점에서 행정적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년간 가평 내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온 한 지역 영상홍보업체 관계자는 "센터 건립과 관련해 몇년 전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정식 자문 요청이나 의견수렴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평에 영상 전문가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자문위원 개인의 전문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미디어센터라는 특수목적 공공시설에 대한 행정의 정책 기회 접근 자체가 현장을 결여한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평가한다. 정책은 그 자체로 실행 가능해야 하고 운영은 정책의 논리적 귀결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평영상미디어센터의 자문 구조는 실질적 운영과 콘텐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식적 설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이번 공식 답변을 바탕으로, 향후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계획, 예산,구조,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해 후속 질의와 검증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식이 언론을 도배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합뉴스 ‘미리보는 CES’라는 사전 기사가 나올 정도로 언론이 주목한다. 현대, LG,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최첨단 제품들이나 기자회견이 언론보도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현대차그룹의 산업용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 빨래를 개고 우유를 꺼내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는 대부분 1월 7일자 1면에 주요 기사로 다뤘었다. 현대 LG와는 달리 눈에 띄는 전시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사장의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하겠다’는 현지 기자회견 내용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부분 언론은 대기업의 전시 규모와 총수의 행보에만 관심을 쏟고 올 CES에서 ‘혁신상’을 휩쓴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체는 거의 외면했다. 그나마 세계일보가 ‘한국, 美·中·日 제치고 ‘CES 최고혁신상’ 휩쓸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도표와 함께 상세하게 보도해 돋보였다. 세계일보는 미국소비자 기술협회가 뽑은 30개 최고 혁신상을 분석 이중 13개 한국 기업 출품작이라고 보도했다. 기술 유토피아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론도 문제였다. AI가 가져올 편리함만을 노래할 뿐, 그 이면에 눈을 감는다. 중국 기술의 부상에 대해 국가 대항전식 애국주의 보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었다. 일자리 소멸,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의 편향성,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등 사회적 비용까지 다룬 심층보도물은 찾기 어려웠다. 불과 4∼5년 전 언론은 ‘코딩이 미래’라며 전국적인 광풍을 주도했다. ‘4살 꼬마도 코딩 열풍’, ‘수강료 1300만 원에도 미어터지는 학원’,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 같은 기사들을 쏟아 냈다. 코딩이 곧 신분 상승의 사다리인 양 보도했다.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는 자극적인 제목 기사는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코딩 업무는 가장 먼저 AI에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면을 보지 못한 언론보도가 어떤 결과 낳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언론보도만 믿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코딩에 매달렸던 수많은 청년에게 무책임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026년 1월 초, 조선일보는 “AI 시대, 컴공 아닌 철학·언어학 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불과 몇 4∼5년 전 코딩 열풍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현상을 전하는 사실 보도일지는 모르나, 권위 있는 언론으로 시민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이드’ 역할 과는 거리가 멀다. 코딩 열풍 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언론이 기술의 수명 주기와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유행만 좇을 때, 독자의 사회적 기회비용은 실로 막대하다. 기술 저널리즘은 기술이 사회 구조와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본이 숨기고자 하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끌어내야 한다. 성찰 없는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한발 앞선 통찰로 국민들이 기술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 돕는 것. 그것이 기술 저널리즘에 부여된 또 하나의 책무다. 사실보도였지만 사실상 오보가 된 ‘코딩 보도’가 준 교훈이다.
경기도가 본격 추진을 선언한 ‘찾아가는 공동주택관리 맞춤형 자문 지원사업’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는 그동안 요청한 내용만 안내하던 ‘찾아가는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을 전문가가 사전 상담을 거쳐 회계와 시설 등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해마다 주거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동주택 관리 수준이 곧 주민들 삶의 질 수준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강화된 경기도의 관리 정책이 실효성을 극대화하길 기대한다. 도는 지난 2020년부터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을 위해 법무·회계·기술·주택관리 등 8개 분야 1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을 운영해왔다. 기존 운영 방식은 신청한 분야에 한해 소극적으로 자문이 이뤄졌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 전문가가 사전 상담을 거쳐 회계와 시설 등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찾아가는 공동주택관리 맞춤형 자문 지원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청한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 처우 개선, 층간소음 및 갈등 관리, 공동체 활성화, 빈번하게 발생하는 관리규약 해석,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회계·계약 관리, 시설 유지관리, 입주민 간 분쟁 등 복합적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수동적인 운영체계에서 능동적인 운영체계로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공동주택 관리주체 등이 제출한 점검 항목(체크리스트) 답변 내용을 토대로 협의를 거쳐 전문가들이 부족한 부분을 전반적으로 확인해 적극 자문하게 된다. 자문 지원 대상은 도내 의무관리대상으로 300세대 이상 또는 150세대 이상의 중앙·지역난방 또는 승강기가 있는 공동주택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장 등이 경기도누리집 또는 FAX나 우편 등을 통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때맞춰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치 모델’ 연구가 눈길을 끈다. 이 연구는 공동주택 관리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예방적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 설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국에서 공동주택 관리 수요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전국 공동주택 단지의 25.7%, 동(洞)의 30.8%, 세대의 28.9%가 경기도에 있다. 더욱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세대수가 56.7% 증가해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증가 폭이 크다. 주택공급의 대규모화와 고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리의 양적 부담뿐 아니라 전문성 요구도 동시에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도 공동주택의 절반 이상이 준공 후 20년이 넘은 노후 단지다. 30년 이상 단지도 26.3%에 달한다. 보고서는 시설 교체 주기 도달과 안전관리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비해 현재의 행정 지원체계는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간 약 10조원 규모의 관리비가 집행되고 있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의 적정한 사용과 우선순위 결정 등 주요 분야는 체계적 컨설팅과 지도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는 경기도 특성상 민원 규모가 크고 단지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초지자체와의 역할 분담 및 광역 차원의 조정·지원 기능이 필수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제기돼온 공동주택 관리비 투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시설 노후화 및 안전 문제 등이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크게 개선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 불거지는 난제들도 적지 않다. 공동주택의 합리적인 관리와 운영은 부단한 노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진행형 과제다. 현대사회에서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문화 조성은 초기에서부터 투철한 예방적인 관리 기법이 작동될 때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먼저 손을 보는 것이 상수(上數)다. 경기도의 분투를 성원한다.
마포의 옛 지명 약현(藥峴)은 오래전 약초가 풍성했던 언덕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명 속에는 우리가 잊어버린 또 다른 문화의 향기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서울 상류 문화의 절정을 상징하던 명주(名酒), 약산춘(藥山春)입니다. 약초의 언덕에서 태어난 술, 그리고 풍류가 깃든 봄을 품은 이름. 약산춘은 결코 한 가문의 가양주를 넘어선, 시대정신과 품격이 담긴 ‘문화의 술’이었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약산춘은 약현 일대에 거주하던 서성(徐渻) 가문에서 전해진 제법이 그 유래로 전해집니다. 약초를 다루던 이들이 지닌 섬세한 손길은 술 빚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을 것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술이 자연스레 약주(藥酒)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되었다는 추정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음식지미방’, ‘주찬’, ‘산림경제촬요’ 등 조선 후기의 조리서들은 약산춘을 이양주(二釀酒) 방식의 고급 약주로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멥쌀과 누룩, 그리고 깨끗한 물이라는 단순한 재료를 정월에 담가 깊은 숙성을 거쳐 봄에 마시는 계절주(季節酒)의 특성을 갖춘 술. 이 제법은 오늘날의 양조 과학으로 보아도 정교하며, 조선 양조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약현 언덕 아래에는 마포나루가 자리했습니다. 전국 물산과 사람들이 모여들던 교통과 상업의 요지였던 만큼, 술은 이곳의 삶을 지탱하는 숨결 같은 존재였습니다. 고단한 뱃사람과 객주가 나누던 막걸리와 달리, 약산춘은 맑고 깨끗한 주질(酒質)로 신분과 품격을 보여주는 상류층의 연회주로 기능했습니다. 약현에서 빚어진 이 명주는 곧 당시 서울의 섬세한 소비 문화, 계절의 미학, 그리고 술을 통해 교류하던 선비들의 풍류를 모두 상징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였습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주세령은 결국 이 술의 명맥을 끊어놓았습니다. 일제의 가양주 금지 정책은 우리 전통주의 다양성과 계승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약산춘은 문헌 속에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었기에 현대에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최근 전통주 복원 연구자들과 양조인들은 조선 문헌의 제법을 토대로 약산춘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덧술의 비율, 물의 양, 누룩의 종류까지 문헌을 최대한 충실히 따르되, 현대 미생물학의 분석을 접목해 맛의 균형을 잡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복원 제품'이 아니라 문헌 속의 무형 기술을 현실의 술로 번역하는 지극히 가치 있는 문화적 실험이자 학술적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약산춘의 부활이 갖는 의미는 술 한 병의 재탄생을 훨씬 넘어섭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의 양조 문화를 되찾는 일이자, 잊힌 지명을 문화 콘텐츠로 되살리는 작업이며, 우리 술이 지닌 과학성과 미학을 오늘의 세대에 전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아우른다. 약산춘은 지역과 역사,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즉 약산춘은 '전통주 재현'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지역·역사·기술·문화가 교차하는 새로운 플랫폼이자 미래 자산입니다.약현의 바람이 품었던 약초 향, 마포나루의 소란을 잠재우던 술잔의 온기, 그리고 문헌 속에만 존재하던 정교한 제법이 오늘 우리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전통주 복원이란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미래의 술 문화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약산춘의 되살아난 봄이 우리에게 다시 진정한 풍류를 일깨워주길 기대합니다.
2026년, 사회연대경제는 ‘전환의 시대’ 한복판에 있다.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이 3월까지 국회에서 처리되면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물론 비영리조직 등도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액하는 등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사회연대경제의 주무부처로 지정되면서,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소셜벤처가 공공과 민간 시장의 핵심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딥테크 기반의 소셜 임팩트 고도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공급망 구축, 사회성과 기반의 금융 및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셜벤처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시스템 변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 경기도가 사회연대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선도해 온 지방정부인 만큼, 올해 경기도 소셜벤처들이 보여줄 행보는 대한민국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소셜벤처의 핵심 전략과 비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 비전: 국가 난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유니콘’의 요람. 이제 소셜벤처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이라는 수식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2026년의 비전은 ‘사회적 난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임팩트 유니콘’으로의 도약이다. 특히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요약판이다. 여기서 검증된 소셜벤처의 성장모델이 국가 표준이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 전략적 선택 : AX(AI 전환) 기술과 지역(Local)의 결합. 올해 소셜벤처가 생존을 넘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할 전략은 ‘AX’와 ‘로컬 공급망’의 결합이다. 2026년 소셜벤처는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경기도의 고령화 문제, 기후 위기 대응에 AI 솔루션을 접목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감으로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벤처들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 가야 한다. "기술 없는 임팩트는 확장성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역 기반 기본서비스’를 주목해야 하며, 돌봄, 에너지, 교통 등 필수 서비스를 소셜벤처와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연대해 공급하는 모델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 성과의 증명: SVI(사회적가치 지표)의 데이터화. 2026년은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직접적인 금융 혜택과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해가 될 것이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내 소셜벤처들은 자사의 임팩트를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데이터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 전환의 시대, 사회연대가 혁신이다. 2026년 소셜벤처 앞에 놓인 과제들이 녹록지만은 않지만 정책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순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급격한 시장 경쟁 심화는 더 높은 전문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지만, ‘경쟁보다 협력, 독점보다 공유’라는 사회연대경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셜벤처들이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지역 공동체와 깊이 결속할 때 비로소 ‘전환의 시대’를 주도하고 혁신의 불씨를 당기는 주체가 될 수 있다.
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전체 주민등록 인구 5111만 7378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 822명(5.69% 증가, 2024년:1025만 6782명)이었다. 고령 인구 비중은 21.21%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재작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천시 역시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천 지역 10개 군·구의 전체 인구 305만 1961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7만 5012명(18.8%)이었다. 아직 초고령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2023년 16.6%, 2024년 17.7%에 이어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천 역시 머지않아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지역 돌봄 통합 지원법’을 시행한다. 의료·돌봄·주거·복지 서비스를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통합 제공하도록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무가 명시돼 있다. 오는 3월 27일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노쇠·장애·질병·사고 등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 지원이 필요한 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통합 돌봄’ 서비스가 실시된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살던 곳에서 개인별 필요에 따라 맞춤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생활권 단위의 돌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퇴원 환자 단기 지원 등 신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방정부가 대상자의 돌봄 필요도를 조사한 뒤 지원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재택의료센터와 통합재가기관을 확대하고 퇴원환자 집중 지원, 방문 재활, 영양 등 신규 서비스와 지역별 특화 돌봄 서비스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인천시의 통합돌봄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지자체별 통합돌봄 준비 현황’에 따르면 전국 평균 준비율은 81.7%다. 광주와 대전·세종의 경우 100%다. 그런데 인천은 고작 52%다. 꼴등이다. 수도권 대도시 임에도 경북(58.2%), 전북(61.4%), 강원(75.6%) 보다 낮다.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전담 조직 구성, 전담 인력 배치, 신청·발굴, 서비스 연계 등 핵심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준비가 미흡하면 자칫 사업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인천지역의 공공 요양시설과 돌봄 서비스 확충은 노인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인천시는 적극 수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천 시민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인천시 고독사 사망자는 260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935명이나 됐다. 하루 평균 2.6명이나 됐다. 2024년 기준 인천시의 1인 가구는 41만 2000 가구다. 이는 전체 가구의 32.5%인데 매년 6%씩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연구원이 인천지역 60~80대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8%가 외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에 인천시는 ‘외로움돌봄국’을 신설하는 등 요양·돌봄 인프라 확충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경기신문 9일자 1면, ‘초고령사회 문턱 인천… 돌봄 준비 ‘느릿느릿’’) 지난해 12월 11일에는 민관이 함께하는 ‘외로움 대응단 발대식’도 개최했다. 그런데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근무 환경이 시정돼야 한다. 견디다 못해 현장 이탈이 반복되면서 노인들을 지원할 복지서비스가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천시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한 이해와 추진 의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 “예산 부족과 정책적 관심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전용호 인천대 교수의 고언도 수용해야 한다. 광역노후준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복지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인천시의 약속이 지켜지기 바란다.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똥을 누고 오줌을 쌉니다. 혹시 눈길이 마주칠까, 차창 너머를 살피며 생리현상을 해결합니다. 그렇게 모멸과 수치를 견뎌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철도 기관사들은 그렇게 열차를 운전합니다. 새해가 열렸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2026년 1월 12일, 오늘도 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운전석을 비울 수 없어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달리는 열차 운전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볼일을 보는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없습니다. 열차에는 ‘데드맨 스위치’가 있어서, 기관사가 5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면 스스로 멈춰섭니다. 의식을 잃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기관사에게 벌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일을 봐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소지하는 게 ‘에티켓 백’입니다. 고상한 용어 같지만 별것 아닙니다. 에티켓 백 안에는 휴대용 접이식 좌변기가 들어있습니다. 접이식 캠핑 의자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그 휴대용 좌변기를 가방에서 꺼내 운전석 옆에 펼치는 겁니다.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더듬더듬 좌변기를 펼칩니다. 그렇다고 기관사 본연의 업무를 방치할 순 없습니다. 다음 전철역에 도착하면 승강장 위치에 정확하게 열차를 멈추고 문을 열어 승객을 태워야 합니다. 용변을 위한 절차는 열차가 출발하고 난 뒤에야 다시 가능합니다. ‘비상용 배변 봉투’를 좌변기 구멍에 맞춰 덮어씌우고, 그 위에 쪼그려 앉아 용변을 봅니다. 그리곤 서둘러 봉투 안에 응고재(凝固劑)를 넣고 봉투 주둥이를 묶어야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응고재는 악취가 객실로 옮겨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 모든 절차를 기관사는 한 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역에 다다를 때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한 본연의 업무를 계속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참고 버팁니다. 행여 그 순간, 차창 밖의 누군가와 눈길이 마주칠까 두려워서입니다. 여성 기관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선택은 방광염에 시달리더라도 참고 버티는 것입니다. 그 선택을 위해 ‘스토퍼’라는 약을 먹기도 합니다. 용변을 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알약인데, 물이 없어도 녹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으로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답은 하나, 어떻게든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인천이든 신창이든, 마천이든 방화든, 대화든 오금이든, 참고 버텨야 화장실로 뛰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열차를 출발시키기까지 기관사에게 허락된 시간은 15분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장실로 달려갈 순 없습니다. 우선 열차 꽁무니에 있는 반대편 운전실로 이동해서 ‘회차 준비’부터 해놓아야 합니다. 그러곤 무전으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보고를 마친 뒤에야 달려갈 수 있습니다.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올라 역사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서 말입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전철을 타고 가다가 용변이 급해 내린 적 있습니까. 철도 기관사들은 삼백육십오일 용변을 참으며 열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나와 당신의 출퇴근을 위해, 당신과 나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발이 되어주려 핸들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헐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질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정서와 문화 규범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때 시청률 80%를 넘기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2천년대 초 주몽,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으로 대표되는 사극을 통해 형성된 신뢰는 이후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로 확장되며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 방문했을 때 허준 돌풍 후에 주몽과 선덕여왕이 동시간 대에 방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남성들은 주몽을 보고 싶어했고, 여성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싶어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아내들이 드라마도 마음대로 못 보느냐며 항변하자 TV를 더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류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소비 현상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슬람 문화권의 방송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콘텐츠는 수준과 재미가 부족했고, 반면 해외 콘텐츠를 방영하기에는 성적 묘사, 폭력, 호러물이나 마약 소재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혹은 서구 콘텐츠들은 이들의 심의와 검열을 통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제한 조건은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국 공중파의 심의 기준과도 부합했는데 한국 콘텐츠는 성적 장면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감정의 축적과 서사로 대체했다. 전쟁이나 갈등을 다루더라도 신체 훼손과 유혈을 최소화한다. 서구권 드라마처럼 자극적 장면이 이야기 전개의 핵심 장치가 아니었기에, 편집 없이도 완결된 이야기가 가능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인물 중심 서사다. 권선징악, 고통받는 인물의 회복이라는 보편적 서사가 더해지며 종교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가며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제작비가 부족하던 시절 스펙터클한 장면 연출의 한계와, 빠르게 진행되던 촬영 스케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가족과 이웃, 일상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OTT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국 드라마의 방향성도 변하고 있다. 좀비물, 고강도 액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이 늘었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정서적 공감의 밀도는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교 폭력과 같은 소재가 반복 소비되며 한국 사회가 ‘문제적 사회’로 단순화되는 점 역시 우려할 지점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 고발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자극이 목적이 되고 어둠이 서사의 전부가 될 때, 콘텐츠는 공감의 언어가 아니라 피로의 언어로 전락한다. 한류의 힘은 더 센 자극이 아니라 덜어냄의 미학,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보편성에 있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자극으로 주목을 붙잡을 것인가, 보편성으로 신뢰를 쌓을 것인가. 그 선택은 콘텐츠 산업을 넘어, 한국 사회가 세계 앞에 어떤 얼굴로 기억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똑같은 참전용사인데 단지 거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보훈수당을 받는 해묵은 차별문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불합리다. 김현정(민주·평택병) 의원이 7일 국회에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이 비로소 이 창피스러운 현실을 타개해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용사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예우를 차별받는 현실은 언어도단이다. 차제에,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할 혁신방안이 도출돼야 할 것이다.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참전유공자법’,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은 국가보훈부장관이 지자체 수당 지급 기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은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국가가 각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 실적을 고려해 수당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차등 보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를 구축해놓고 있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은 참전유공자나 장기복무 제대군인, 30년 이상 재직한 경찰·소방공무원 등으로 한정돼 있다. 개정안은 30년 이상 재직한 군무원과 보국훈장 수훈자 역시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에 포함하고, 국립묘지 내에 ‘군무원 묘역’을 별도 설치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김 의원은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어떠한 소외나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유공자분들의 명예를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 책임 보훈’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국가보훈 행정의 허점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펼쳐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국가보훈부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꾸준히 문제의식을 표명해왔다. 당시 김 의원은 지자체별 재정 상황에 따라 참전 수당 지급액이 천차만별인 ‘지역별 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당을 대폭 인상해 그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어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올해 ‘참전·무공·4.19 유공자 수당’을 정부안 대비 월 10만 원 추가 인상하는 증액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도록 이끌었다. 김 의원은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3만원 인상안’은 유공자들의 헌신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하다”며, 직접 ‘10만원 추가 인상’을 명시한 서면질의서를 제출하는 등 증액에 앞장섰다. 국가보훈은 단순한 보상과 예우를 훨씬 넘어선다. 국가보훈의 본질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공을 세운 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것이다. 국민은 보훈을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은 국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건강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로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훈은 그야말로 국가 존립을 위한 기초 골조에 해당한다. 나라를 위해 바친 고귀한 희생에 대한 국가적인 기림과 보상은 빠트림이 있거나 추호도 형평성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전근대적이고 허술한 관리로 인해 기초단체의 형편에 따라 참전용사들의 수당이 전국적으로 들쭉날쭉한 채로 장기간 방치돼온 우리의 현실은 참담한 역사 그 자체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그 역할의 일부를 미뤄왔다는 사실부터 말이 안 되는 모순이었다. 희생에 대해서 나라가 온전히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나라를 위한 자발적 헌신을 기대할 근거가 사라진다. 나라를 지킨 보훈 대상 국민을 정말로 명예로이 여기고 대우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국회에서의 관련법 손질을 기점으로 이젠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보훈 선진국은 저절로 이룩되는 게 아니다.
공동주택 하자 소송에서 타일 하자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입니다. 특히 벽체타일의 경우,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른 부착강도 기준(0.39MPa 또는 4kgf/㎠) 미달 시 하자로 판단하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으며, 그 보수비용은 주로 타일 뒤채움 부족의 정도에 따라 모르타르 주입 또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산정됩니다. 그러나 바닥타일의 경우, 중력의 영향으로 탈락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바닥타일의 부착강도 부족 역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0.39MPa)을 적용하여 하자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법원은 건축공사 표준시방서가 벽체와 바닥을 구분하지 않고 접착력 시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바닥타일의 부착강도가 부족할 경우 들뜸, 파손 등이 발생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기능상, 안전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한편 시공사는 바닥타일이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적인 강도 저하가 발생하거나 입주민의 사용에 따른 부착력 약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법원은 이러한 시공사의 주장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단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닥타일 부착강도 부족 하자의 보수방법으로 ‘에폭시 주입공법’이 새로운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줄눈을 통해 에폭시 수지를 주입하여 부착력을 보강하는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그 효과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법원이 채택을 주저하기도 했으나, 최근 판결들은 이를 합리적인 보수공법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법원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법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고 입주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는 점을 고려하여, 감정인이 에폭시 주입공법을 적정한 보수방법으로 제시한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자의 보수가 반드시 원상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 및 안전상의 지장을 제거하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면 충분하다는 법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반면, 에폭시 주입공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판결도 다수 존재합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에폭시 주입만으로는 타일 하부의 공극을 완전히 채우기 어렵고, 이로 인해 내구성이 부족하여 하자가 재발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따라서 타일 부착강도 부족이 초래할 수 있는 안전상 우려 등에 비추어 에폭시 주입공법으로 보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아파트 바닥타일의 부착강도 부족을 명백한 하자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그 보수방법을 두고는 전면 재시공과 ‘에폭시 주입공법’에 대한 입장이 나뉘고 있어, 법원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제안된 보수공법의 유효성 및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보수방법을 판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