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민의힘은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벌였다. 제1야당이 해당 법안에 항의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법 개혁 3법, 즉 법 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 제도 도입, 그리고 대법관 증원법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법안이기 때문이다. 법 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의 소신 판결 혹은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재판소원의 경우에도 성립 요건에 관한 세부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심리가 이루어져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재판소원이 제기될 경우 형사·민사·가사·행정 등 각종 판결의 효력이 즉시 정지되는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법안 자체에 상당한 쟁점이 존재하므로 제1야당으로서 적극 반대할 수 있고, 도보 행진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러한 저항 행위가 실제로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법 개혁 3법의 문제점에 대해 야당의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과연 절박한 자세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지난 1일 사법 개혁 3법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진행하던 필리버스터를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해 스스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만일 사법 개혁 3법 저지가 정말로 절실했다면, TK 행정 통합 특별법 처리를 이유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서는 안 됐을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이번 도보 행진을 진행하면서 집회 및 시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의 아니게 '침묵 시위' 형식으로 행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민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행위를 하면서도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즉흥적으로 행진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도보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윤 어게인'을 외치는 세력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이들을 동참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구호를 외치는 세력과 함께 행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의 강성 이미지를 더욱 굳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국민의힘의 주장에 여론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민주당의 '무한 질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을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의 주장이나 행동에 쉽게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은, 정치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질주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여당의 '무한 질주'와 야당의 '무능한 대응'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일 수밖에 없다.
2026년 2월 25일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대한민국을 “적대적 실체”로 규정하며 동족 개념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2023년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의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선행 조치가 요구된다. 첫째,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 차원에서 법적으로 인준한다. 전문과 25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합의서는 남북 화해와 불가침, 교류 협력을 제도화한 기본 틀이다(본지 2025.7.3). 여기에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남북정상선언, 2018년 9·19 군사합의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반영해 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정책의 급변을 방지하고 대화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서독이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연방의회에서 비준해 법적 효력을 부여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둘째,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한다(본지 2025.10.13.). 문재인 정부 시기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평화통일 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통일비전시민회의)는 남북간의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국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통일정책의 원칙을 수립하였다. 비록 여야 합의 부족으로 법적 효력에는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국민주권정부와 연합(협치)하여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한다면 향후 남북교류의 지속 가능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남북, 중·미 간 종전 및 평화 협정의 합의 도출이다. 한반도 문제는 구조적으로 미·중 전략 환경과 연동되어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면 관련 당사국 간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강대국에만 우리의 분단 문제를 맡겨두어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자율적 기반은 취약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국내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인준과 국민적 합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외교적 협상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는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반 구축이다. 현재 국회에서 이재강, 한정애, 이병진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하여 추진 중인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본지 2026.1.6.). 이것은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서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991년 12월 합의되고 1992년 2월 18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규정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지면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통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마련되면 남북간 중단사업을 복원하고 신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사업을 복원하고, 국제 자본과 협력하여 새로운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남북간의 교류, 교통, 교역의 제도화를 통해 한반도와 대륙으로의 생활권을 확장할 수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국회, 법원은 물론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이러한 선행조건들을 제도화하여 남북교류의 마중물을 담아내기를 기대한다.
환경 보호에 배전의 노력을 해야겠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가연성 생활폐기물(종량제봉투 쓰레기)을 바로 묻을 수 없고, 소각 후 남은 재만 매립할 수 있다. 더구나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수도권 지자체들의 쓰레기 감량 및 소각·재활용 처리 능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많은 지자체가 여전히 민간 위탁 처리에 의존하거나 타 지역으로 쓰레기를 반출하는 등 준비 부족이 지적되고 있어 근본적인 감량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서울, 경기 등은 소각장 신설 및 증설을 추진 중이나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시설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소각시설 부족으로 민간 위탁을 통해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쓰레기를 반출하고 있어 "쓰레기 원정 처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민간소각장이 집중된 충청권은 “수도권 쓰레기를 떠넘기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충청권이 많은 이유는 여유 용량과 거리 때문이다. 민간 처리시설 숫자는 수도권(21곳)이 충청권(15곳)보다 많다. 하지만 여유 용량은 자체 배출량이 적은 충청권(하루 1103t)이 수도권(하루 1096t)보다 많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충북 청주시의 경우 4개 민간 처리시설이 경기 광명시, 인천 강화군, 서울 강남구 등 3곳과 올해 6700t의 생활 쓰레기 처리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쓰레기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부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공소각장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는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만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지역에서 처리하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활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선별해 매립량 최소화에 힘써야겠다. 휘발성 강한 이슈인 터라 지방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부상할 태세다. 한 청주시장 출마 예비후보자는 “수도권은 편익을 독점하고 지방은 피해를 떠안도록 설계된 수도권 공화국의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올해 소각해야 하는 생활폐기물은 2024년 통계에 비춰 볼 때 21만t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연간 생활폐기물 1705만t 중 수도권 비중은 47.5%(경기도 434만t·서울 289만t·인천 83만t)에 이른다. 이 중 51만 6776t을 그동안 수도권매립지에 묻었는데, 올해부터 금지된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이 격화할 경우 갈 곳 잃은 쓰레기들로 수도권에선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특히 서울 자치구와 민간업체의 계약이라고는 해도 감독관청에서 소각 종량제봉투를 일일이 열어 소각 대상이 아닌 쓰레기가 나온다면 관할 지자체가 시설 운영 등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비용 측면에서도 지방 민간 처리시설로의 위탁은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2024년 서울 25개 자치구가 쓰레기 처리를 위해 쓴 돈은 종량제봉투 판매 수익을 제외하고도 5635억 원에 이른다. 이미 한 자치구 당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레기 처리에 쓰는 셈이다. 또한 수도권매립지 처리 단가는 t당 약 11만 7000 원이었지만 민간 처리시설은 대부분 17만 원 이상이다.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직매립 때보다 40%가량 늘어나는 처리비용을 기초지자체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현재 구조를 손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수도권에 전처리 시설(종량제봉투를 개봉해 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선별해 소각하는 쓰레기양을 줄이는 설비)을 설치하고, 기존 소각장 용량을 늘려야 한다. 물론 지역과 주민들이 쓰레기 처리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부분인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주도해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최근 아파트 하자 소송과 관련하여 과거에는 균열, 누수, 결로와 같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 결함’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지능형 홈네트워크’와 같은 정보통신 설비의 미시공 여부가 수십억 원대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는 ‘홈게이트웨이(Home Gateway)’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파트 거실 벽면에서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단말기를 ‘월패드(Wall-Pad)’라고 부릅니다. 월패드는 사용자가 조명, 난방, 가스를 제어하거나 방문객을 확인하는 인터페이스이고, ‘홈게이트웨이’는 세대 내 설치된 각종 기기(가스밸브, 조명, 도어록 등)와 외부 망(공용부 서버, 인터넷 등)을 하나로 연결해 데이터를 중개하는 장치입니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는 이러한 설비들을 통해서 내부나 외부에서도 조명, 냉난방 등의 관리를 할 수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09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을 제정하여, 주거 공간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화재나 가스 누출 같은 비상 상황 시 외부에서 신속히 대응하며,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입주자의 주거 편의를 극대화하도록 하였습니다. 홈게이트웨이는 현대적 아파트가 단순한 건물을 넘어 스마트한 ‘지능형 주택’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홈게이트웨이 미시공’은 외형상 “도면·기준에 있는 장비가 빠졌다”는 미시공 주장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송에서의 쟁점은 대개 “세대에 설치된 월패드가 홈게이트웨이 기능을 이미 수행하는지(대체시공 여부)”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시공사들은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두 장치를 분리해 시공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월패드 내부에 홈게이트웨이 기능을 수행하는 칩셋이나 모듈이 통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법원은 하자 여부를 계약 내용(설계도서·시방서·분양계약 편입 여부)과 법령상 최저기준 충족 여부 등으로 종합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일관되게 “월패드가 홈게이트웨이 기능(상호연동 기능)을 포함하면 별도 홈게이트웨이 미설치는 하자로 보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①기술기준이 ‘월패드가 홈게이트웨이 기능을 포함하는 경우 월패드로 대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②KS 표준 역시 월패드·홈게이트웨이의 통합형 구성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하자소송을 위한 사전진단이나 감정 초기에 “별도 홈게이트웨이가 없다”는 현장 관찰만으로 미시공 하자로 분류되었다가도, 시공사 측이 시험성적서·인증서·월패드 내부 연동기 설치 등을 제출하면 감정 의견이 ‘정상시공’으로 변경되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KC 인증 또는 방송통신기자재 적합등록 등 ‘기기인증’ 확보가 있으면 이를 홈게이트웨이 기능을 포함한 적합한 설비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홈게이트웨이’미시공 하자를 다투는 경우 기준이 요구하는 기능의 충족을 충족하지는 여부와 이를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인증, 시험성적서, 시스템 구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교사는 언제 인공지능에게 대체될까. 이 주제를 꺼내면 많은 초등 교사들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고개를 젓는다. AI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나조차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교단에 서는 장면은 공상과학 영화 속 설정으로만 느껴지니 다른 선생님들은 오죽할까. 인공지능 교사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초등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돌봄을 포함하고 있고, 아이의 표정과 숨결을 읽어내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교실은 관계의 공간이며, 교육은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믿음도 여전히 단단하다. 그러나 나는 그 확신이 얼마나 오래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기술은 늘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삶을 바꾸어왔다. 소설가 장강명이 쓴 <먼저 온 미래>에는 알파고 이후 바둑계의 풍경이 담겨 있다. 오랜 세월 프로 기사에게 사사하던 이들이 압도적인 실력의 AI를 마주하고 어느 순간부터 모니터로 배우는 걸 선택했다.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기보를 분석하고, 실수를 정확히 짚어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컴퓨터 스승을 선택했다. 전통과 권위로 유지되던 배움의 방식은 효율과 성과 앞에서 재편되었다. 이미 우리는 유사한 변화를 곳곳에서 목격한다. 의료, 법률, 번역, 상담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던 영역에서도 AI는 빠르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미술, 음악, 글쓰기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직업부터 오히려 먼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과연 안전지대에 있을까. 교사도 언젠가는 AI에게 대체될 것은 분명한데, 언제라는 시점의 문제가 남아있다. 교사가 AI에게 대체되는 순간은 기술의 완성도보다 세대의 경험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면 어떨까. 로봇이 자장가를 불러주고, 동화를 읽어주며, 질문에 즉각 답하고,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설명을 제공하는 환경이 일상이 된다면 교단 앞의 로봇을 낯설어할 이유가 있을까. 아이들에게 그것은 침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속일지 모른다. 익숙함은 거부감을 지운다. AI는 인간보다 방대한 지식을 저장하고, 피로하지 않으며, 동일한 설명을 수백 번 반복해도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 처음 학습할 때의 정보에 편견이 없다면, 색안경을 끼고 현상을 바라보거나, 기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학습의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AI는 이미 인간을 앞선 지 오래다. 남은 건 우리가 인간다움, 따뜻함이라 일컫는 요소인데, 이런 것조차 AI가 인간보다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 중이다. 교사가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일은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믿음만으로 미래를 지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공존하더라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교사의 역할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다. 아이의 삶을 해석하고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존재, 지식 너머의 의미를 묻는 존재로서 우리는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교실에 가장 뛰어난 AI가 들어온다 해도, 아이들이 끝내 찾게 될 어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 답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교사는 예외일 것이라는 믿음 역시 언젠가 조용히 대체될지 모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에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의료행위를 단속할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도입하는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특사경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수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계 등 일부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제도적 방지책 완비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재정 누수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건보 인천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재정 누수 규모는 최근 10년 사이에 2조 9162억여 원에 달하며, 징수율은 8.79%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인천지역을 포함한 전체 누수 규모는 연간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보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의료행위는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할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단속 체계는 사회적 이슈나 중대 범죄가 우선 수사 대상이 되면서 사건 처리에만 평균 11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특히 단속 기간 동안 증거 인멸이나 재산 은닉이 발생해 실질적인 환수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게 건보 측의 설명이다. 건보는 특사경을 도입해 수사 착수부터 송치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고 재정 누수 차단 효과도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특사경 도입은 과도한 권한 부여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나 권한 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 의견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이미 전문성을 갖춘 경찰 인력이 존재하는 만큼 별도의 수사권 부여는 부적절하다는 게 대한의사협회 측의 견해다. 의협은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을 직접 수사할 경우 계약 당사자를 넘어 수직적 감독 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건보 측은 특사경 조직을 분리해 이사장 직속의 독립 조직으로 운영하고, 검사의 수사 지휘와 감독을 받도록 해 권한 남용을 방지토록 하면 문제가 없으리라는 입장이다. 특사경 지명 역시 복지부 장관의 추천과 관할 검찰청 검사장의 승인 후 제한적으로 이뤄져 수사 범위를 벗어날 경우 징계나 지명 철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특사경의 수사 범위를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 기관으로 한정하면 일반 의료기관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건보에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건보공단에 40명 규모의 특사경 지정을 지시한 이래 관련 논의가 진행돼왔다. 특사경 도입은 불법 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한 재정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대두된 해법 중 하나다. 물론 의료계 등의 우려를 불식할 촘촘한 대안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어리석음도 경계해야 한다.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의 폐해 일소는 어제오늘의 사회 문제가 아닌 시급한 과제다.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는 단지 건보 재정 누수에 그치지 않는다. 사무장병원은 형식상 합법 의료기관을 가장한 채 환자를 유인·유치하고, 과잉·허위 진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부적정하게 사용하도록 해 의료체계의 왜곡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노출되기도 한다. 면허대여 약국에서 취급되는 의약품은 적정한 복약지도와 안전성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기도 하다. 건보가 과도한 권한으로 정상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불법 의료의 폐해를 불식할 방안으로 특사경 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기대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택 사업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익적 목적을 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는 ‘특별법’이라는 비단길을 깔아주고, 먼저 시작한 지역에는 ‘원칙과 절차’라는 가시밭길을 강요한다면 그것을 과연 정의로운 행정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최근 서초 서리풀지구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고무줄 행정’과 이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3.5기 신도시 토지주들의 참담한 심정을 고발하고자 한다. ◇서리풀만을 위한 ‘맞춤형 특별법’, 법 앞의 평등은 죽었다 최근 공공주택특별법 제26조 제3항이 신설되었다. 핵심은 ‘지구지정 전에도 협의취득(보상)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서리풀지구에 대해 공람공고 한 달 만에 지장물 조사 입찰을 마치고, 내년 말 보상이라는 유례없는 ‘속전속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 김포한강2 신도시는 어떠했는가? 2022년 11월 공람 이후 지구지정까지 무려 1년 8개월이 걸렸다. 주민들이 보상의 첫 단추인 지장물 조사를 간곡히 요청했을 때, 국토부는 "지구지정 전에는 전례가 없다", "행정 절차상 불가능하다"며 요지부동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특정 지역만을 위해 법까지 만들어 ‘새치기 보상’을 대놓고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며, 우리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배신당했다는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50% 넘는 근저당, 이자 폭탄에 피눈물 흘리는 3.5기 토지주들 정부의 ‘천천히 행정’이 이어지는 동안, 김포한강2를 비롯해 평택지제, 의왕·군포·안산, 오산세교, 화성진안, 용인이동, 화성봉담, 광주산정 등 3.5기 신도시 토지주들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현재 이 지역 토지들의 근저당 설정 비율은 50%를 상회한다. 신도시 발표로 묶여버린 땅은 거래조차 되지 않는 ‘창살 없는 감옥’이 되었고, 토지주들은 매달 돌아오는 감당 못 할 이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을 받아 농사를 짓고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에게 사업 지연은 곧 파산 선고와 다름없다. 서리풀은 법까지 신설해 ‘지구지정 전 보상’이라는 특혜를 주면서, 왜 수년째 이자에 시달리며 보상만 기다려온 3.5기 신도시 주민들에게는 그 법적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가? 왜 우리에게만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라고 강요하는가? ◇‘고무줄 행정’ 중단하고 모든 지구에 평등한 보상 절차 적용하라 행정의 생명은 형평성이다. 국토부는 그간 관행적으로 지구계획 승인 이후에야 지장물 조사에 착수하며 주택 공급 지연의 책임을 절차 탓으로 돌려왔다. 하지만 서리풀에서 증명했듯, 의지만 있다면 지구지정 전에도 보상 절차 착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서리풀에만 적용하는 ‘특혜성 속도전’을 중단하고, 신설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김포한강2를 포함한 모든 3.5기 신도시 지구에도 즉각적인 보상 절차(지장물 조사 등)에 착수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만 허용되는 특별법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빚더미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토지주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마라.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 행정 원칙을 세우는 것만이 정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희생자 유해발굴에 합의한 야마구치현 조세이 해저탄광 수몰사고는 한일관계사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이다. 1942년 2월 3일에 일어난 사고였다. 희생자는 183명으로,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이었다. 일본정부는 장장 84년 동안 유해발굴 요청에 귀를 닫고 있었다. 일본 후생성은 잠수사 등 전문인력과 함께 현지방문을 했다. 일에 착수한 것이다. 필자는 이 사안을 접하면서 특히 탄광의 이름을 주목했다. ‘조세이’는 그 지명(地名)이 아니라, 광산현장의 문패다. 한자로는 장생(長生)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광산은 사고위험성이 높다. 게다가 ‘조세이’는 해저탄광이었다. 영안(永安. 오래오래 편안한 인생), 영광(榮光.힘들지만, 곧 부자로 살게 된다), 복강(福岡. 후쿠오카의 한자표기지만, 복을 받는다는 뜻), 수(壽. 장수) 등은 또다른 탄광의 이름이었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는 말(불로장생. 不老長生)은 진시황 같은 절대권력자들의 꿈이었다. 바다 밑 그 어둡고 위험한 탄광! ‘長生’, 그 특별한 이름은 마치 일제가 강제동원한 조선인들에게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일하면 굶기지 않겠다, 노임도 잘 챙겨주겠다, 고향에 빨리 돌아가도록 해주겠다, 그 돈 가지고 고향에 가서 오래오래 잘살아라”, 하고 등을 두드리며 언제 무너질지, 물이 들어올지 모르는 바닷속 채탄장으로 몰아넣기 위한 선동구호였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악(萬惡)의 현장에는 예외 없이 ‘長生’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들의 요절(夭折)은 그렇게 때문에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긴 이름의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다. 이 모임에서는 양국의 유족들, 시민단체들, 이 단체의 목적이 도움 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형제자매가 되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1991년 만들어졌다.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그들이 30년 넘도록 끊임없이 유해발굴을 외쳤지만 ‘쇠귀에 경읽기’의 세월이었다는 점이다. 두 나라 정상은 30년이 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10분만에 풀었다. 좋은 정치는 억울하고 가슴 아픈 사람들이 대를 이어 매달려야 하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실은 ‘長生’만이 아니다. 100년 전, 일제가 정신대원(挺身隊員)을 모집할 때, 총독부 관리들이 “천황을 위하여 몸을 바치자”고 외치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신(神)이었던 천황과 국가를 위하여 헌신하는 것은 개인과 집안의 영광(榮光)이라는 믿음을 가슴에 새기는 선동이요, 세뇌였다. “여성도 전쟁에 참여하여 영광을 누리자”고 유혹하여 군수공장과 위안소에 배치했다. 영광은 천황이 내려주는 은총이었다. 최남선, 이광수 같은 조선의 명사들까지 나서서 나라(일본)를 위하여 일하면 복(福)을 받는다고 열변을 토했다. 제국주의는 좋은 말들을 모두 이렇게 오염시켜 놓았다. 예나 지금이나, 나쁜 정치인들이 세상을 망가뜨리고 국민을 지옥으로 몰아넣으려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짓은 말을 타락시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말이 분명해서 좋다. 그의 발언에는 과장도 축소도 없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는다. 가장 듬직한 것은 흙수저로 태어나 오늘에 이르는 동안 겪은 신산고초의 기억들을 다종다기(多種多岐)의 정책에 녹여넣어 민생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3·1절 107주년이다. 그날 거리로 뛰쳐나갔던 갑남을녀, 장삼이사의 후손들이 이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무병장생(無病長生)하기를 빈다.
3월이다. 봄이 오는 길목이면서 일제에 항거한 민족적 거사인 3.1운동이 일어난 달이기도 하다. 국가보훈부가 지정하는 ‘2026년 3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김향화·이선경 지사가 선정됐다. 이들은 수원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다. 김향화 지사는 ‘수원 기생만세운동’을 이끈 공로로 2009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선경 지사는 학생비밀결사조직 ‘구국민단’을 결성해 2012년 애국장을 받았다.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던 두 사람의 독립운동 관련 사실을 발굴하고,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한 곳은 수원박물관이었다. 김향화 지사는 당시 가장 천대받던 기생의 신분이었다. 1897년 한성부(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수원으로 와 혼인했지만 곧바로 이혼하고 수원권번의 기생이 됐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다. 하지만 기생이면서도 일본군에게는 술도 따라주지 않았고 권주가도 부르지 않았다. 동료들에게도 이를 종용했다고 한다. 고종황제의 승하(1919년 1월 21일) 때는 수원 기생들과 함께 상경해 대한문 앞에서 망곡을 했다. 1919년 3월 29일엔 수원권번 기생 33명과 함께 자혜의원(현 화성행궁 봉수당) 앞 일본 경찰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곧바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두 달 간 구금된 상태에서 극심한 고문을 받은 뒤 서대문형무소로 넘겨져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복역 이후의 관련 기록은 찾을 수 없다. 1950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원시가 김 지사의 자취를 백방으로 찾아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공훈 심사를 신청했고 대한민국은 김 지사의 공적을 인정해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대통령 표창은 수원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이를 받을 후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원시와 시민들의 김향화 지사 현양 사업도 펼쳐졌다. 수원시립공연단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9월 5일부터 7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창작 뮤지컬 ‘향화’를 공연했다. 수원에서 오랫동안 연극활동을 해 온 고영익 작가도 같은 해 김 지사의 이야기를 담은 희곡집 ‘잊혀진 혼! 예기’를 출간했다. 수원시 여성문화공간-휴(休)는 김 지사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족적을 답사하며 삶과 수원의 역사를 되새기는 특별 탐방 프로그램 ‘여성독립 운동가, 그 길 위의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선경 지사는 ‘수원의 유관순’이라고도 불리는 독립운동가다. 1902년 수원군 수원면 산루리(현 팔달구 중동·영동·교동 일원의 옛 지명)에서 태어나 수원공립보통학교(현 신풍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숙명여학교에 다니던 중 3.1만세 운동에 참여, 3월 5일 서울에서 만세 시위를 하다가 체포됐다. 이후 경기여자고등보통학교로 전학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였던 김세환의 밑에서 연락 임무를 담당했다. 1920년엔 박선태 등과 ‘구국민단’을 결성해 비밀 활동을 펼쳤다. 서호와 삼일학교에서 비밀회합을 가졌다. 간호사가 되어 상해임시정부에 참여하려 했지만 일제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옥고를 치르던 중 혹독한 고문이 이어졌다. 고문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재판정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머지않아 옥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일제는 이선경을 석방했다. 이미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여서 막내동생 이용성이 업어서 귀가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석방 9일째 되던 날 순국 했다. 그때 나이는 유관순과 같은 19살이었다. 김향화·이선경 지사는 일신의 영달을 마다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다. 수원시는 이들을 기리고 숭고한 애국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원역사 상설전시실에 ‘수원의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관련 유물과 영상을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수원박물관 로비엔 김향화·이선경 두 여성지사의 독립운동 관련 영상을 상영한다. 김향화·이선경 지사가 3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 까지 수원시가 쏟은 각별한 관심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수원시가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2026년),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지정 30주년(2027년)을 맞아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수원시는 수원화성문화제를 리우 카니발, 옥토버페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3대 축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간 1500만 관광객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이번 수원 관광 대전환사업이 수원시를 세계 특급 관광지 반열에 올려놓는 원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수원 방문의 해 슬로건은 ‘수원, 당신을 위한 관광도시(Suwon For You)’다. K-컬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지금이 수원화성문화제를 글로벌 축제로 도약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판단, 세계인이 찾는 K-축제로 만들어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올해 63회째를 맞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진작부터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축제로 평가돼왔다. 세계 최대 축제인 브라질 리우 카니발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5일 동안 열리는 축제에 매년 700여만 명이 방문해 즐긴다. 브라질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3조 원에 달한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민속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약 2주간 테레지엔비제에서 진행된다. 매년 6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축제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조 원으로 추산된다. 옥토버페스트가 인구 160만의 뮌헨 지역경제를 굳건히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수원 방문의 해 추진 전략은 관광 콘텐츠 역량 강화, 메가 프로젝트로 관광객 유입, 맞춤형 행사와 이벤트 진행, 관광객 편의를 위한 관광수용태세 개선,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원시는 우선 관광객들에게 수원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관광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수원에서 촬영한 드라마의 촬영 장소에 안내표지판, 포토존 등을 설치해 관광객의 발길을 잡고자 한다. 또 남수동한옥마을 등 공공한옥마을을 활성화하고, 영동시장 한복거리를 특화하는 등 관광 콘텐츠 역량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메가 프로젝트들도 기획된다. 수원시는 최근 개최지로 선정된 2026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을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사업과 연계해 메가 이벤트로 추진한다. 10월 17~18일 서호잔디광장에서 열리는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은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공연 기회를, 관객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도 대표 문화 행사다. 수원시는 제5회 세계 관광산업 콘퍼런스(6월 수원컨벤션센터), 제24회 한중일 PD포럼(9월 수원컨벤션센터) 등 대형 국제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국제회의 복합지구와 연계한 특화 마이스(MICE) 사업을 추진해 수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불편 없이 관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수원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6년도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42억 5000만 원을 확보한 바 있다. ‘플라잉 수원’과 ‘화성어차’를 새롭게 단장하고, 새로운 탈 거리 ‘수원행차’를 선보인다. 수원행차는 수원화성 주요 거점과 팔달문시장, 근대 골목을 연계해 운행하게 된다. 세계적 관광 명소의 가장 큰 특징은 그때 그곳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수원만의 문화적 자원과 음악적 감성을 접목한 축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 등이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누군가 꿈꾸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작하는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사업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스쳐 가는 관광을 넘어 머무르고, 연결되고, 다시 찾는 수원을 만들어 가겠다”는 수원시의 포부를 성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