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대학생 박모(22)씨 사망 사건은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비상등을 켰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사건·사고 발생 후 영사조력’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사후대응이 아닌 사전예방 중심의 국가 보호체계로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대이주(great migration)의 시대다. 교통과 통신의 혁명적 발달로 사람과 자본, 정보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국경의 의미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유엔 인구국과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자국 밖에서 사는 인구는 전 세계 80억 인구의 4%, 매년 해외로 나가는 국제 관광객은 17.5%에 달한다. 이제는 ‘어디서 태어났느냐’보다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출국자는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 2,8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8만 명이 국경을 넘나들고,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유학생·주재원·현지 취업자·영주권자·복수국적자 등도 300만 명에 육박한다. 체류 기간과 관계없이 이들 모두가 외부 위협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첫째, 법률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021년 제정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국가의 보호 의무를 임시적·보조적 성격으로 제한하는 인상을 준다. 헌법 제2조 2항이 명시한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온전히 담아내려면, 법 명칭을 ‘재외국민보호법’으로 변경해야 한다. 둘째, 재외국민 보호와 영사업무를 외교부의 부수적 업무로 여겨온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지휘하며 주재국 정부와의 교섭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되, 재외동포청은 한인회·동포 언론·한국기업 등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회적 협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청은 경찰영사와 한인 자경단, 현지 경찰과 협력해 긴급구조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고, 국가정보원은 대테러 및 국제범죄 정보 공유를 상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재외국민 보호는 특정 부처의 업무가 아니라, 해외에 주재관이나 직원을 둔 모든 정부기관이 합심해 총력 대응해야 할 국정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민 보호를 국가의 핵심 책무로 명문화했다. 미국은 1868년 제정한 법률(22 USC 1732)에서 “해외에서 구금된 미국 시민을 구출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고 규정했다. 9·11 뉴욕 테러 (2001) 이후에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비자 발급, 해외정보 공유, 위기관리 체계 등을 전면 개편했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우리도 외교부 장관이 위원장인 현 ‘재외국민보호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하고, 외교부 내에 범부처가 참여하는 재외국민보호 통합상황실을 상설화해야 한다. 또한 ‘재외동포기본법’에 재외국민을 포함한 전(全) 재외동포 보호 조항을 명문화해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해외여행자 3000만 명, 재외동포 1000만 명 시대를 맞게 된다. 더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위기 발생 이전부터 작동하는 예방 중심의 보호체계가 필요하다. 단 한 명의 국민, 단 한 명의 동포라도 위난에 처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구조하고 지킬 것인가, 여기에 국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의 품격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이번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재외국민보호 체계 전면 재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해외 체류·거주·방문 국민들도 현지 법과 관습을 존중하고, 공관·한인회와의 비상연락망을 상시 가동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국인이 존경받는 세계인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1973년 10월, 군복무 중에 사랑하는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영원히 배웅했다. 부산 당감동 화장장에서 화장 모시고, 그 뒷산 자락에 고이 뿌려 드렸다. 외숙을 비롯한 주위의 강권에 밀려 치른 낯선 화장 장례였지만, 마지막 길 유골을 뿌리는 것은 당연한 듯 진행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이 화장장이 폐쇄되고, 주변이 모두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추모할 공간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애초 부산 앞바다나 낙동강 변에 모셨을 걸 하는 아쉬움이 50년이 넘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필자이기에 강이나 산, 해변 등 내륙 산분장을 不定한 葬事법령 개정을 보고는 한탄했다. 게다가 미쳐 준비도 없이, 전혀 우리 것도 아닌 ‘장사시설 내 산분장’을 불쑥 내미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것이 아닌 문화를 도입하려면, 미리 충분한 연구를 하고 도입해야 한다. 지난날 ‘납골묘’가 그랬고, ‘자연장’은 “자연 없는 장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산분장을 도입한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허둥지둥 시설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 여실하다. 실용성도 지속 가능성도, 국민 일반 관념도 외면한 지침을 내놓은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유골을 뿌리고 “흙으로 덮는다”, “물을 뿌려 흙에 흡수시킨다” 이건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그래도 법률로 제도화된 만큼 우리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그 과정에 필자 주변의 외국 산분장에 대한 30년 이상 연수 경험이 도움이 될 듯하다. 화장장은 잠시 지나가는 이용 공간이다.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물리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없다. 이에 비해 봉안시설, 자연장지, 산분장지 등은 갈수록 유골이 쌓여가는 수용시설이다. 수용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전국 지자체는 공공 봉안당에 오랜 세월 쌓인 유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과 정치권의 공급 요구를 외면할 수도 무작정 계속 지을 수도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자연장지 또한 거의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덜 알려졌을 뿐이다. 전통적인 온전한 산분장은 대자연이 근본적으로 해결해 준다. 뿌려진 유골은 한여름 비 한두 번에 씻겨 떠내려가 분해되어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에게 없던 장법(시설)이었던 장사시설 내 산분장지는 수용하는 특성상 유골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Scattering ash(산분장)”이 성행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다. 모양도 방식도 다르지만, 각각의 문화와 관습을 담고 있다. 프랑스 파리 페르라쉐즈 묘지 산분장 잔디밭 ‘추모의 정원(Jardin du Souvenir)’의 치밀한 관리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프랑스 내 같은 ‘추모의 정원’인데도 어떤 곳은 (우리 눈으로 보면) 좀 을씨년스러운 곳도 있다. 영국 묘지에 유명한 산분장지 ‘Rose garden’ 중에는 유골이 쌓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독일어권의 ‘익명공동봉안묘역’과 일본 공공부분에서 성행하는 합장식묘지(合葬式墓地) 또한 산분장지와 같은 기능을 한다. 저마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도입에는 충분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근래 보건복지부는 산분장 제도화 이후, 부랴부랴 각 지자체에 산분장지 설치 독려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일선 지자체에서는 시설을 어떻게 설치하면 되는지 몰라 고심 중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두고 그대로 옷을 입으려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서울시에서는 2003년, 시립 용미리묘지 안에 산골(散骨) 장소인 “추모의 숲”을 설치 보급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못가 사용을 중단했다. 유골을 뿌리고 흙을 덮는 방법이 문제였다. 또 전국 화장장 대부분에는 유골을 뿌리는 시설인 ‘유택동산’이라는 시설이 있다. 그중에는 장지로 바꿀만한 곳도 더러 있어 보인다. 이런 국내외 사례를 놓고, 머리를 맞대면, 경제적이면서도, 품위 있게 장사치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가 있을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自然 산골의 법적 認定과 좋은 산분장지 정착, 화장률 95%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유용행위 근절을 명목으로 관련 부서를 확대·개편했음에도 매년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역량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기술유용행위 처분사건에 대한 직권인지 능력이 유명무실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의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개선책이 충실하게 마련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민주·수원갑)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기술유용행위 처분사건의 신고·직권인지 현황’에 따르면 처분사건 중 직권인지 건수는 매년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연도별 건수를 살펴보면 2020년은 3건, 2021년은 4건, 2022년 9건, 2023년 1건, 2024년 2건, 올해 이달 기준 3건이었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12월 기술유용감시팀을 기술유용조사과로 격상해 조사 권한·조직을 확대했다. 이 같은 제도적 뒷받침에도 3년간 처분된 사건 중 직권인지 건수가 6건에 그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정위가 처분한 사건 가운데 45%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공정위가 최종 승소한 건은 단 3건에 그치며 낮은 승소율(20%)을 보였다. 지난 4월 공정위가 공개한 자체평가위원회(평가위)의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도 25개 정책과제 중 ‘미흡’ 또는 ‘부진’으로 평가된 항목은 9개에 달한다. 민간전문가 21명과 공정위 당연직 1명(기획조정관) 등 22명으로 평가위를 구성해 평가한 결과다. ‘부진’ 평가를 받은 정책과제는 외국경쟁당국과의 협력 및 기술지원 강화였다. 평가위는 공정위가 해외 진출 국내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경쟁정책동향을 펴내고 있지만, 발간·배포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등 불공정행위 근절에 대해서 평가위는 “유관기관과의 양해각서 체결 등을 통해 소통 채널을 구축했으나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하고 ‘미흡’ 평가를 내렸다.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각종 부당지원 및 대기업의 사익편취 행위 관련 제재도 ‘다소 미흡’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의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의 경우 그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체계적인 모니터링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사건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법 위반 행위 인지 방식을 개선하고, 다각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기업형벤처캐피털(CVC) 정책성과가 낮아서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대기업집단 제도운영’ 과제가 ‘미흡’ 판단을 받았고, ‘안전한 소비자 환경 조성’ 과제도 취약층 소비자 교육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흡’ 판정이 나왔다.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정책과제는 전자상거래·표시광고·약관 분야 소비자피해 방지였다. ‘우수’ 평가가 나온 정책은 시장분석 및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대기업집단 시책의 합리적 개선, 하도급 분야 공정거래기반 조성, 가맹 분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이었다. 김승원 의원은 “공정위의 역량 부족으로 피해기업의 구제가 지연되고 실질적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수급기업의 기술자료가 두텁게 보호되고 신고가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및 과점을 방지하며 부당한 공동 행위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경제활동 영역에서 질서를 잡아주는 ‘공정 거래’를 담보해주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정책 실효성, 협업 체계, 제도적 보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아내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 적용 강화에 매진해나가길 기대한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립니다.교도소에 수감된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싱어게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 의도는 이렇습니다.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쉽게 말하자면, 무명 가수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는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는데, 코로나 여파로 새로운 시즌이 최근에야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싱어게인 4’입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알리려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시즌에 출연한 이름 모를 가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이니까요. 그녀의 이름은 ‘18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은 이름 대신 각자에게 주어진 번호로 불립니다. 우스갯소리로라도 오징어게임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한 사람처럼 게임에 졌다고 해서 목숨을 잃는 건 아니니까요.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출연자는 번호에 가려졌던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프로그램을 하차하면 그만입니다. 다행히 이번 시즌에 출연한 18호 가수는 1라운드를 통과했습니다. 모든 심사위원이 ‘AGAIN’ 버튼을 눌렀으니 근사한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연 프로그램 용어대로라면 멋지게 살아남았다고나 할까요. 살아남았으니,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18호입니다. 나는 이어지는 라운드에서도 그녀가 쭉 살아남기를 희망합니다. 최종 라운드까지 살아남아서, 18호라는 번호를 스스로 떼어내고 세상천지를 향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18호로 불리는 그녀는 죽다 살아난 가수입니다. 죽음은 싱어게인 예심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에 찾아왔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그녀가 바퀴에 깔린 걸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렇게 몇 미터를 더 굴러간 바퀴 밑에서 그녀는 살아 돌아왔습니다. 죽음은 그녀의 허리뼈를 여섯 개나 부러뜨렸지만 저세상으로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노래 부를 수 있는 목과 기타를 칠 손이 있어 다행이라는 그녀는 병실에 누워서도 노래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리곤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1라운드 경연 무대에 올랐습니다. 올라서, 살아 돌아온 세상을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굳이 이름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싱어게인에 출연한 18호 가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인간 18호가 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죽음의 바퀴로부터 살아 돌아온 인간 18호들 말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도, 그녀가 부여받은 ‘18’이라는 숫자를 가슴에 새기면서요. 그렇잖습니까. 십팔이든, 씨발이든, 씨팔이든... 세상은 참말 뭣 같기 일쑵니다. 그래서겠지요. 뭣 같은 세상은 이름보다 번호를 선호합니다. 나와 당신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등수로 줄을 세우고, 서열로 존재를 확인하고, 신용카드 한도로 값이 매겨집니다. 이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름 뒤에 감춰진 숫자입니다. 연봉의 액수거나, 부동산 평수거나, 묵혀둔 코인이나 주식의 수량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게 굴러가는 이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건 어김없이 또 다른 18호들입니다.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명함을 흔들어대며 빌딩 그림자를 향해 소리칩니다. - 씨발, 아직 안 죽었어. 무명 가수 18호를 응원하는 까닭이 거기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형편없는 게 내가 사는 꼬락서니라서, 그녀를 비껴간 죽음의 바퀴를 부적 삼아 견뎌내고 싶었달까요. 당신은 어떠십니까.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속없는 나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름은 잊혀도, 노래는 남는다고요. 그래서 액수로 바꿀 수 없는 글을 노래랍시고 불러대고 있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불러대는 노래가 내가 살아온 이름인 것을요.
어느날 종아리의 통증으로 내원한 94세인 할아버님을 처음뵙고는 몹시 놀랐다. 왜냐하면 얼굴, 표정과 신체의 활력이 70살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활기찬 표정으로으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치료를 빨리 끝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치료를 하며 정말 궁금해져 물었다 “정말 20년은 젊어보이세요, 어르신. 건강의 비결이 무엇인 것 같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비결이라면 타고났겠지요. 하지만 난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것 오래 담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풀고. 남에게 베풀려고 해요”라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셨다. 93세에 무릎이 아파서 내원하신 할머님도 인상적이었다. 화사한 인상의 고운피부. 체육교사로 교직생활을 하여 운동을 좋아하였다는 그녀는 즐겁게 교직생활을 마쳤다. 그녀는 소화기가 약했기에 항상 음식을 한식위주로 소식하였다. 어렸을 때 병약해서 침도 자주맞고 약도 자주먹었는데 평생 경옥고를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대로 꾸준히 먹는다는 말을 하였다. 경옥고는 소화흡수가 잘되는 성장, 갱년기 장애, 병후회복 등에 적용하는 고약형태의 한약이다. 할머님은 치료를 마칠 즈음 뜨개질로 직접 덧버선을 만들어주시기까지 하였다.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더욱 궁금해진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건강한 장수 인구가 유독 많은 지역인 블루존(Blue zone)에 대한 관찰은 흥미롭다. 대표적 블루존 지역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그리스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이다. 이지역 사람들의 공통점은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 위주의 식사, 육류는 한 달에 5회 미만으로 섭취, 유제품과 설탕 섭취 소량, 적당량의 물과 식사량으로 설명되는 먹는 것에 더해 일상활동 중의 걷기, 정원일 등의 자연스러운 신체활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 강한 사회적 유대를 가진다. 작고 소박하더라도 목적의식과 의미가 있다. 블루존 연구 외에도 SNS에는 건강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일상에서 적용할 때는 정밀한 적용이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면이 있는 반면에 또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사상체질 팔체질 등 체질진단도 이러한 고유성을 반영한 진단체계이다. 신체를 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영양소가 있지만 그것들을 섭취하기 위해 나에게 좋은 음식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매일 육류를 꼭 먹어야 기운이 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주로 식물성이나 해산물 위주의 식생활이 더 편하고 좋은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해도 질이 다를수 있다. 계란이 좋다고 해도 닭장에 갇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투여받으며 자란 닭이 나은 달걀과 넓은 마당에서 마음껏 움직이며 자란 닭의 달걀이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에너지적인 측면에서도 다르듯이 말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마음이 몸을 변화시킨다는 통찰을 제시했던 앨랜 랭어는 그의 책(노화를 늦추는 보고서)에서 몸에 대한 마인드풀니스를 말한다. 마인드풀니스는 깨어있는 마음이다. 활동할 때, 음식을 먹을 때 어떤 반응인지.기분이 어떤지 몸의 컨디션이 나아지는지 아닌지. 혹 더 불편해지는지 이렇게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 깨어있는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몸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중국 음반사들이 한국 곡을 도둑질해 등록한 사건이 벌어져 한국인들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다. 중국인이 도용한 한국의 저작권은 아이유의 ‘아침 눈물’, 지오디(god)의 ‘길’, 브라운아이드의 ‘벌써 일년’, 토이의 ‘좋은 사람’, 다비치의 ‘난 너에게’, 이승철의 ‘서쪽하늘’, 윤하의 ‘기다리다’ 등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업체와 가수들이 저작권 침해 피해를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다나카’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경욱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음원 업체들이 유명 음원들을 편곡해 인스타그램(메타)에 신규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1일자 7면, ‘중국에 뺏긴 ‘잘자요 아가씨’…정부 대응 필요’) ‘잘자요 아가씨’는 지난해 2월 출시돼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끈 노래다. 그런데 공동 작곡자인 유튜버 겸 프로듀서 과나는 “제가 작곡한 ‘잘자요 아가씨’ 음원이 인스타그램에서 없어졌다”고 분노했다. 중국에서 편곡한 다음 신규 등록함으로써 원곡 소유권이 중국 업체에 강제로 이전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음원 검색 창에 ‘잘자요 아가씨’를 입력하면 ‘완안따샤오제(晚安大小姐)’라는 중국어 제목과 함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우예자오멍스(午夜造夢師)’라는 인물이 나온다. 과나는 “싸울 힘도 없고 방법도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소리쳐본다. 슬프다”라는 토로에 공분을 느낀다. 김경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근 중국 음원 업체에서 유명 음원들을 편곡해 인스타그램(메타)에 신규등록,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팝이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려면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의 말에 적극 동의 한다. 중국인들의 ‘대한민국 베끼기’가 음원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K푸드’ 붐이 일자 짝퉁 K푸드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은 물론이고 다시다·조미김·맛소금·미역·액젓 등에 이르기 까지 전 품목으로 확대됐다. 포장지까지 그대로 베낀 불닭볶음면의 경우 중국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버젓이 판매됐다. 이에 해당 식품사들은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 중국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은 K푸드 모조품에 대처하기 위해 식품 산업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기한 것처럼 중국인의 저작권 도용 방식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 한국 저작물을 자기이름으로 등록을 하는 것이다. 한국 곡을 중국어로 번안해 글로벌 플랫폼에 자기명의로 등록한 다음 저작권료를 가로채고 있다. 앞에서 열거한 음원들이 중국 음반사로 저작권이 올라가 있다. 정당한 권한이 없는 중국어 번안곡의 음반 제작사가 유튜브에 콘텐츠 아이디를 먼저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해외 소송의 어려움에 더해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에도 허점이 있다. 그래서 “유튜브로 듣지 말자. 중국인들이 지금 표절곡으로 저작권 강탈했다” “우리 노래를 유튜브로 들으면 중국인이 돈을 번다”는 네티즌의 말이 공감을 얻고 있다. 중국인들의 저작권 강탈은 한·중 간 저작권 등록 방식 차이를 악용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음원 등록 시 ISRC(녹음 코드)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편곡만 해도 다른 작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가수들의 음원이 차단됐고, 음원의 수익이 중국 업체로 갔다. 서 교수의 말처럼 우리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지만 중국정부도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3월 정부는 글로벌 최우수 인재 유치를 통한 첨단 산업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탑티어(Top-Tier) 비자, 청년드림 비자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광역비자, 비자·체류정책 제안제 등을 통해 지역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것, 이민자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반영하여 사회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는 것, 국민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및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에서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국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 인력이 감소하고 있고, AI·로봇·자동차 등 첨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기존 교육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당 분야의 인재 배출 속도가 늦어지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자국 내 인재 양성과 더불어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숙련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점수제 출입국 제도를 도입하고, 2022년부터 세계 명문대학 졸업자를 위한 고급 인재 비자를 시행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우수한 인재이자 리더에게 주어지는 글로벌 인재 비자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문인재이민법을 통해 EU 국가가 아닌 지역 출신의 숙련 인력 유입을 도모하고 있으며, 체류법 제정 및 취업령 개정 등을 통해 고급 인재의 유입 및 노동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국가 전략으로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1980년대부터 교육부, 국가해양국, 중국과학원 등을 비롯한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대형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고 있다. 재외 중국인 과학자와 해외 고급 인력을 본국으로 유치하여 과학기술 현대화의 기반을 마련한 ‘백인계획’을 시작으로 ‘천인계획’, ‘치밍계획’ 등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에게 정착금, 세제 혜택, 주택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강국 건설과 혁신형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인재 확보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도 최근 유학생 유치 정책이나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인재경쟁력 지수’에서 종합 순위는 24위였으나, 해외 인재 유치 부문은 59위에 머물렀다.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정주 여건, 복잡한 비자 절차, 제도적 제약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인재의 유입과 정착을 촉진하려면 비자, 체류, 이민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제도, 사이언스 카드 도입, GKS 및 BK21 사업 내 이공계 비중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석·박사 과정부터 박사후 연구, 산학연구, 취업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인재 육성·활용 체계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 우수 인재를 유입하여 국내에 정착하게 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극장가에 돌연변이 흥행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그다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흥행 돌풍을 연달아 일으키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귀멸)은 그렇다고 치자, 분위기이다. 그건 그래도 서사(스토리)라는 것이 있고 등장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비교적 뚜렷하며 캐릭터 간의 관계가 그나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귀멸’은 10월 23일 현재 60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문제는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며,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저패니메이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망설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 명명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하고 작품의 분위기나 정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다르다가 아니라 무엇인지 개념화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하 체인소 맨)이란 애니가 있다. 제목만 들어서는 도무지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주인공 머리에서 전기톱이 튀어나온다는 건데, 그래서 주인공이 ‘체인소 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판타지에 국내 젊은 관객들이 현재 230만 명이나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트렌드인가. ‘체인소 맨’은 아마도 할리우드의 안티히어로물인 ‘베놈’ 시리즈를 일본식으로 모방한 작품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전기톱 악마견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신체가 합치된 것은 ‘베놈’에서 주인공 기자 에디(톰 하디)가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와 몸이 섞이는 것과 유사하다. 어찌 됐든 관객 230만은 다른 현상으로 보인다. ‘어쩔수가없다’의 관객 수를 따라잡고 있으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아예 언감생심의 수치이다. 이건 볼 영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젊은 관객의 취향이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쪽으로 궤도 이탈한 케이스이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를 한 다소 낯선 연기자들이 내한 행사를 열어도 젊은 층들이 몰릴 정도다. 지난 16일에 개봉해 상영 2주차를 맞고 있는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도 심상치가 않다. 벌써 15만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 한국의 극장가는 일본 애니 세 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극장가가 일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겁을 먹고 있다. 일본 영화산업은 애니메이션과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극영화 상당수는 크게 위축됐거나 TV 쪽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만약 극장이 일본 애니와 임영웅 콘서트 유의 트로트 실황 중계, 프로야구 시청 중계 등으로 채워진다면 한국 극장가는 완전히 다른 구역으로, 돌연변이 공간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다분히 제어해야 할 신호들이다. OTT 환경에서 극장 스크린 수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것이 대세이겠으나 채워지는 콘텐츠는 영화여야 한다. 극장용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단 양을 늘려야 한다. 한번은 승부를 봐야 한다.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경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속 가능한 내일-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주요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또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17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APEC 행사 전후로 각 나라의 고위급 관료들과 경제인 등 전 세계에서 2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국익을 위해 치열한 수싸움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양자회담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CEO 서밋(10월 28일~10월31일)’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에너지, AI 분야의 기술동향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 기술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관세협상을 위해 무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오늘 귀국했다. 이들은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고 쟁점 사항을 두 가지 정도로 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실장은 회담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또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정상 추가회담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양국 모두 APEC정상회의 기간에 있을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합의를 목표로 물밑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실장이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부분은 3천 5백억 달러의 성격과 투자방식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이 성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전액 선불'을 주장해왔는데, 역시 공개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힌 한국의 방안을 트럼프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김정관 장관은 미국의 전액 현금 요구가 철회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6일에 이어 엿새 만에 다시 미국으로 달려가 긴박하게 협상을 이어온 우리 정부는 끝까지 국익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APEC정상회의는 무역협상의 ‘중요한 계기’일 뿐이며 시간에 쫒겨 일본처럼 미완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보인다. 오히려 급한 쪽은 미국이라는게 해외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APEC 계기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담판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모양새는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만들고자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규탄하며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단결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주가지수가 4000 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한 정부 정책의 전환과 반도체, 에너지, 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혁신이 이루어 낸 결과다. 주식시장의 훈풍이 자산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기업들과 민생경제로 확산되려면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익이라는 대원칙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국회와 정치권도 중차대한 APEC 정상회의를 도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만이라도 국정감사 관련 정쟁을 멈추고 국익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주일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현재 OOO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라는 협박 메일 또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8월경부터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지역, 장소를 불문하고 여러 곳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폭발물 테러 관련 신고로 경찰, 소방 등 많은 관계 기관에서 직원들이 출동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허위신고로 밝혀졌다. 일부 시민들은 뻔한 허위신고인데 과잉 대응을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신고가 들어온 이상 경찰 입장에서는 출동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 기동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흔히 테러와 관련된 경찰부대라고 하면 특공대를 떠올릴 것이고, 기동대라고 하면 집회, 시위의 업무만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동대는 각종 재난 및 테러 상황에 따른 대응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테러 신고와 관련하여 기동대의 테러 대응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11기동대에서는 즉각적인 출동이 가능하도록 출동 준비 태세 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부대에서 출동 준비 훈련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다중이용시설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지하철 역사 등에서 실질적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테러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11기동대뿐만 아니라 경기남부청 모든 기동대에서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허위 협박임이 명백해도 기동대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안전 조치를 진행한다. 오랜 시간 사소하게 놓칠 수 있는 구석구석을 모두 살피며 수색작업을 벌이며, 필요하다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이 확실시될 때까지 기동대는 모든 위협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테러 대비는 평상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전국의 경찰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