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이 네 살짜리와 한 살 된 형제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새댁은 항시 한 살 먹은 동생한테만 젖을 먹이고 예뻐했다. 네 살짜리 형은 열을 받아 엄마가 잠든 사이 몰래 엄마 젖에 독을 발라두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한 살짜리 동생은 멀쩡하고 옆 집 아저씨가 죽어있더라는 것이다, 가벼운 우스갯소리다. 웃기는 이야기 일지라도 ‘젖’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내 엄마의 젖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환경에서 젖을 물리셨을까. 수유 때의 어머니 가슴 분위기가 내 일생 동안 정서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 것인데- 아니 정직히 말한다면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 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강가에 나와 흐르는 강물 소리 들으면서 디딤돌 위에 서서 어머니가 계시는 무덤을 향해 시선을 높이고 있다. 사랑을 잃고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위로가 된다고 한다. 동물은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고도 했다. 먹는 행위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체질적 심리적 영향학적 습관적 요소가 따른다. 낯선 음식을 기피하는 새 음식 공포증에서부터 반대로 최근 먹은 음식을 피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위장이 부실해 음식을 가려 먹고 찬 음식을 피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는 뭐든지 잘 먹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술도 청탁 불문 다 좋다는 사람이 한 번 더 쳐다보아진다. 우리 집 큰아들은 생선을 멀리한다. 나는 어려서 파김치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먹고 있다. 생후 36시간밖에 되지 않는 신생아도 어른 얼굴 표정을 읽기 때문에 먹을 것을 주는 어른들의 음식 선호는 아이의 음식 선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럴수록 아이들과 내 음식습관에 따른 아쉬움이 따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타임'지가 밝힌 사형수들 최후의 식사를 보면, 스테이크, 햄버거, 감자튀김, 달걀, 위스키, 아이스크림 같은 고칼로리의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소설가요 극작가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1547년에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 해적들을 만나 노예생활을 하는 등 오랜 세월 힘들게 보내다, 1605년 '돈키호테'를 출간했다. 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1616년 마드리드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풍자 소설이 아닌 진정한 인간을 그린 최초이자 최고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오랜 세월을 힘들게 보내다 갔다. 세상사 내겐 먹는 것도 사회적 균형 조건도 어느 것 하나 내놓을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은 힘들어지는데 매력자본 없이 내 길 내 발로 갈 뿐이다. 사람은 ‘하루 독서를 통해서 손에 열쇠를 쥐게 된다’고 에즈라 파운드는 말했다.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근심을 녹였다는 도연명은 귀거래사에서 밝혔다. 그에게 책이 없었다면, 어린 사람에게 쌀 닷 말 때문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없었다면, 그는 오늘날의 도연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은 혼자서 길 없는 길을 내며 가는 것. 자본주의의 사막 길을 서서히 낙타처럼 갈 것이다. 그런데 가끔 ‘새댁의 젖’ 독약 사건을 생각하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남모르는 범죄자는 네 살짜리 아이의 벌도 받는구나! 그래, ‘드러나지 않는 죄가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낮은 짧아지고, 길 위에는 찬 기운이 내려앉는다. 사람의 마음 역시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 마음엔 어떤 균열이 생기곤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불가피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빠르게 지나간 올해는 잘 해냈나?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또 어떤 것들이 내 곁을 지나갔는지를 헤아려 보는 시간이다. 얼마 전엔 하얀 눈이 가득 내렸다.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폭신폭신한 예쁜 눈이었다. 즐거운 눈요기도 잠시, 금세 눈이 녹으면 길은 지저분해지고 날이 추우면 꽁꽁 얼어버려 걸음을 불편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구석구석 젖지 않은 땅이 보인다. 큰 나무 아래, 눈이 온 흔적조차 없이 깨끗하다. 가지가 햇빛을 가리고, 줄기가 흔들림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은 나무의 넓은 그늘에 가려 땅까지 닿지 못한다. 작은 나무나 묘목에게는 그런 그늘이 없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온몸이 그대로 눈을 맞는다. 바람 한 번 크게 불면 금세 휘어지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마주하는 고난은 눈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감정의 폭설, 관계의 냉기, 가끔은 일상이 무겁게 느껴진다. 겨울은 우리를 피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람마다 받아내는 깊이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작은 변화에도 휘청거리고, 어떤 사람은 큰 시련에도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차이는 화려한 재능이 아니라, 뿌리내린 땀 흘렸던 시간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공’이라는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눈이 쌓이지 않게 해주는 건 거대한 줄기가 아니라, 그 줄기를 지탱하기 위해 오래 쌓아온 세월인 것 아닐까. 거창한 계획이나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마음을 갈고 닦은 시간들. 누군가에게 자랑하지 않아도 뿌리처럼 뻗어나가는 조용한 성실함. 그런 것들이 모여 어느 순간 ‘큰 나무’가 된다. 그리고 큰 나무가 되면 시련이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그늘이 생긴다. 시행착오도, 흔들림도, 예상 못 했던 겨울의 기운도 그 밑에는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내가 종종 ‘겨울이 두렵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 계절 그 자체보다 그 계절을 버틸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다. 특히 연말이 되면 더 그렇다. 남들이 이룬 것과 나의 공백을 비교하게 되고, ‘잘 살아왔는가’라는 물음이 조용히 어깨 위에 앉는다. 하지만 과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무도 한순간에 자라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눈을 견디며,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피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고, 크기가 아니라 단단함이다. 또한 나무가 자랄 땐 혼자 힘으로 자랄 수 없다. 햇빛이 비춰주고, 바람이 흔들어주고, 때로는 비가 땅속을 적셔주어야 나무는 자란다. 사람의 성장도 다르지 않다. 주변의 응원, 관계가 남긴 온기, 혹은 때로는 나를 단련시킨 시련까지, 모든 것이 한 그루의 생명을 키우는 양분이 된다. 올해를 돌아보면, 나를 지탱해 준 사람과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의 존재는 나의 뿌리가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흙이다. 스스로 다시 묻는다. 올해는 잘 살았나? 모르겠다. 저번 겨울보다 큰 나무가 되었나? 그것도 모르겠다. 그래도 알 수 있는 건, 급하게 흔들리지 않고, 필요할 때는 멈추고, 다시 걸어갈 때는 천천히 방향을 맞추는 것. 그렇게 자기 안에 그늘을 만들어 갈 때, 시련은 단단해지는 성장통이 될 것이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인천시의 야심적인 여객선 운임지원 정책 ‘아이(i) 바다패스’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천지역 섬을 찾은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지역 섬을 찾은 연안여객선 전체 이용객은 모두 208만 6564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88만 2930명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아이 바다패스를 통해 섬을 찾은 이용객은 84만 2434건이다.(관련기사:경기신문 10일자 14면, ‘섬 관광객 208만 명 돌파… 인천시 “아이-바다패스 성과”’) 인천시는 외부 유입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인천시민 이용객은 70만 9186건으로 28% 증가했지만 타 시·도민 이용객은 48%나 급증했다. 9만 368명에서 13만 3248명으로 늘었다. 특히 서해5도의 경우 올해 19만 9917명이 방문, 전년 대비 66%나 증가했다. 운임 부담이 크게 줄어들자 외지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지역인 강화군과 옹진군은 이 사업 시행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면서 지역 상권 회복과 생활인구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도 이를 아이 바다패스 성과라고 밝힌다. 아이 바다패스는 인천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섬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파격적인 여객선 운임지원 정책이다. 강화군과 옹진군의 25개 섬이 대상이다. 인천시민은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500원(편도)만 받는다, 타 시·도민은 정규운임의 70% 할인된 가격에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니까 정규운임의 30%만 부담하면 된다는 얘기다. 인천~백령도를 운행하는 여객선의 경우 인천시민은 1500원, 타 시·도민은 2만 6760원을 내면 된다. 혁신적으로 설계된 교통 복지형 관광 정책인 아이 바다패스는 지난 8월 시민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정책은 인천시의 ‘보물섬 프로젝트’ 1호다. 인천시는 관내의 168개 섬들을 ‘보물섬’으로 여기고 있다. 인천에 있는 168개 섬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고 창조형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발전을 이끌 보물이라고 판단했다. 유정복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는 정책으로 접근성을 개선해 관광 활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보물섬 프로젝트 주요 내용은 ▲서해5도 주민지원금 ▲여객선 운임지원 ▲해상운송비와 생활물류비 지원 등이다. 이와 함께 ▲관광 활성화 사업 ▲주민 정주여건 개선 사업 등 실제적인 계획이 들어 있다. 보물섬 프로젝트 제1호 사업이 인천 아이 바다패스인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이 바다패스는 단순한 교통복지를 넘어, 교통 접근성 개선·관광 활성화·지역경제 회복을 아우르는 복합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천은 그야말로 바다 위 대중교통 시대를 맞이했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하는 성과를 거두며, 인천형 해양관광 균형발전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한다. 유정복 시장도 “해상교통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할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바다패스가 시행된 후 관광객이 늘면서 섬 주민들이 배표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배표 할당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쓰레기 처리 문제, 전력·수도 공급 부족문제 등도 발생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런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힘을 골몰하고 있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중의 하나가 예비선을 추가 투입이다. 주민들의 표 구하기 전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또 관광 성수기인 봄·가을에는 ‘인천 아이 바다 지킴이’들을 통해 임산물 불법 채취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 바다패스는 인천시민, 특히 섬주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작은 불만일지라도 크게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길 바란다.
지난 12월 9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는 가평군에서 ‘육아·돌봄 자립마을’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 중 하나는 '맘카페를 통해 살펴 본 육아·돌봄의 어려움들'이었고, 발제문에는 1주일간 맘카페의 회원들에게서 받은 가평군에서의 육아의 어려움들이 담겨 있었다. 발제를 한 채선미 대표(가평토종씨드림)는 제기된 내용들을 행정 서비스 부족, 시설 부족, 불공정의 세 범주로 나눠 분류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내용이 어린이를 위한 시설의 부족이었다. 산부인과, 소아과, 소아치과 병(의)원 시설이 없다는 점을 비롯해 인근 화천과 포천에는 있는 지자체 직영 온종일 초등학생 사교육 대체 교육·보육 시설이 필요함을 제안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과 체육공원에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없고, 있어도 가평읍에 집중되는 불균등한 행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발제자는 자신의 딸을 유·초·중·고 가평군에서 기른 사람으로서 자신이 아이를 기르면서 느꼈던 어려움들, 제기했던 문제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인 사실에 크게 개탄하며 이로 인한 가평군 유소년 인구의 감소를 데이터로 제시했다. 2020년 10월 기준 0세~4세의 인구와 5년 뒤인 2025년 10월의 5세~9세의 인구를 비교하니 총 51명이 줄어 있었다. 아이가 아파도 바로 갈 병원이 없고, 교통편도 여의찮아 골든 타임을 놓칠 위험이 있고, 먼 거리 택시를 타고 가는 교통비도 부담이니 가평군을 떠나는 상황이 생기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된다. 발제자는 2024년 기준 가평읍이 유소년 인구가 2.9% 늘어난 것에 비해 다른 5개 면의 유소년 인구가 총 60.51% 줄었다는 점을 제시하며 “가평읍으로의 불균형한 지원은 가평읍으로의 인구 집중을 불러오기보다는 가평군 밖으로의 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자녀와 함께 그 부모도 전출하고 결국 경제활동인구의 유출로 이어짐을 걱정했다. 이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한 나는 토론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찾다가 마침 12월 16일 개최되는 '경기도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안(가평군) 공청회 개최 공고'를 접하게 됐다. 가평군이 올해 3월 접경지역으로 새로 지정되면서 발전종합계획으로 만든 32개 신규사업에 대한 공청회다. 나는 이 사업 중에 앞서 언급한 육아맘의 고충을 해결할 사업이 있는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32개 신규사업 중 맘카페에서 언급했던 내용은 물론 어린이를 특정해서 계획된 사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공공의료기관(군립의원)’이 소아과, 소아치과, 산부인과가 운영된다면 다행이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가평군 발전을 위해 이모저모 고려하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이 사업 목록 속에서 어린이와 육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린이는 그저 어른에 부속된 존재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경계, 접경은 군사적 접경만이 아니었다. 기존 어른 중심의 경계를 넘지않고 초고령사회이자 인구소멸위기 지역인 가평군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맘카페 회원들에게 16일 열리는 공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가능하면 참석도 하라고 제안했다.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것이 가슴 설레고 행복한, 그렇게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접경지역 가평군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주 미국 백악관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이 공개됐다. 트럼프 2기 정부의 4년 단위 대외전략을 규정한 최고 문서로서, 그에 따라 국방전략(NDS)과 합참 군사전략(NMS) 등 각급 기획문서와 연례 국방예산 등 보고서가 작성된다. 이번 NSS는 2022년 발표된 바이든 정부나 2017년의 트럼프 1기 정부 보고서에 비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극도로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NSS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원칙으로 국가이익, 힘을 통한 평화, 불간섭주의, 세력균형 등을 열거하고 있고, 대규모 이민의 종식, 자국의 핵심권리 보호, 방위비 분담 및 전환, 경제안보 등을 우선적 과업으로 제시한다. 지역별 전략으로는 중남미 국가에 대해 19세기 먼로독트린의 ‘트럼프 추론’(Trump Corollary)이라면서 국경안보 차원에서 강압 외교를 정당화하고, 유럽에 대해서는 역내 및 대러시아 관계 안정화, 방위책임 제고, 시장 개방 등을 통한 위상 회복을 언급하고 있다. 종래의 NSS가 중국의 경제·군사적 위협과 그에 대한 강력 대응을 강조한 데 비해 이번 대중국 전략은 조금 모호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와 재균형(rebalancing)을 강조하지만, 역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함께 적시함으로써 직접적 대응은 덜 강조하는 분위기다. 군사적으로도 대만해협 불안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분쟁을 예방하고 일방적 변화를 반대한다고 기술했다. 일본,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 도련선 방어가 중요하지만, 이 역시 한·일 등 동맹국의 방위비부담과 책임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적시했다. 요컨대 이번 NSS는 국내정치적 고려와 즉흥성을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식 외교안보 스타일이 반영된 문서로 평가된다, 올해 내내 진행된 관세전쟁의 결과와 함께 지난 10월 중동 및 ASEAN 순방, 경주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개최 등 외교 노력이 그대로 수록됐다. 또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북한 핵문제나 한미동맹 현대화 등 주요 안보 의제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를 포함한 이슈는 후속 문서나 각급 문건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다. 제1 도련선 방위에서의 동맹국 기여가 강조된 NSS 공개 후 한미동맹의 지역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요며칠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해협 발언으로 중일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사실 최근의 한미간 문서에서 이 문제는 원론적으로 다뤄졌다. 한미정상회담 팩트시트에서 양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하였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는 그 중 현상 변경 반대 문구가 빠졌다. 그런데, SCM 공동성명에는 지역안보와 관련해 주목되는 표현이 있다. 즉, 양 장관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동맹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는 부분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오랜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더불어 한미동맹의 지역 역할 확대를 시사할 수 있어 NSS 후속조치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이 매년 8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무상교복’ 정책이 제도 미비로 인해 사실상 해외 공장 지원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에 대형 생산시설을 둔 특정 외국산 교복업체가 학교 입찰에서 독주하는 동안, 국내 공장은 폐업·구조조정으로 급속히 무너지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혈세가 해외로 줄줄 새 나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국내산·외국산을 구분해 관리할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마땅할 것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이래 무상교복 정책에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는 중·고등학교 신입생 1명당 40만 원을 지원해 총 816억여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세금은 대부분 외국산(인도네시아산) 교복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상 교복을 수주한 해당 업체는 올해만 경기도에서 90억 원, 전국에서 18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기도 기준 2020년과 비교했을 때 125% 증가한 금액으로, 매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무상교복 지원금의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의류 공장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2017년에 사업을 시작한 외국산 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과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금 유출을 방지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복 구매는 교직원·학부모·학생 등으로 구성된 교복선정위원회가 직접 업체와 계약하는 ‘학교주관구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계약 업체를 정할 때 적용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이 국내산과 외국산을 가려낼 변별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원산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큰 점수를 감점해 입찰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내산 업체를 보호하는 기준을 둔 교육청은 인천시교육청이 유일하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2단계 평가는 ‘블라인드 심사’여서 원산지와 업체명을 확인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닌 교복심사위원회가 국내산과 외국산의 품질 차이를 판별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외국산 업체가 원산지를 대한민국산으로 표시했다가 실제 납품 시점에 인도네시아산으로 바꾸는 ‘원산지 바꿔치기’ 사례도 즐비하다. 결과적으로 단가가 국내산보다 약 30% 저렴한 외국산 업체가 학교 입찰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재’ 산업은 국내산 운용이 일반적이다. 세금을 들여 자국 내 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복, 군복, 소방복과 같은 공공성을 띤 의상 산업도 이 원칙을 준수한다. 교육부 역시 교복을 공공재로 보고 가격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복을 의무화한 프랑스가 자국 내에서 생산한 교복만 허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17년 외국산 교복업체가 최저가 낙찰 경쟁에 뛰어들면서부터 기존 국내산 업체들의 매출은 급락했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국내 섬유·봉제 공장 23곳 중 3곳이 폐업했다. 전국 근로자 1641명 중 496명(30%)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도에서도 52명(31%)이 실직했다. 국내 공장 대다수가 대규모 적자를 떠안고 있으며 폐업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상품의 저가공세 쓰나미에 휩쓸려 국내 산업이 초토화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낭패가 아니다. 적어도 혈세가 투입되는 소비만큼은 국산이 우선권을 갖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허술한 시스템을 촘촘히 정비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이 입는 교복까지 외국산에 점령당하는 모순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최소한 ‘무상교복 지원’만이라도 ‘국산’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개선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독일 나치의 중령계급이었다. 비교적 낮은 계급이었지만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뒤 나치 수뇌부를 재판한 뉘른베르크 법정에 반드시 서 있어야 할 인물이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유태인학살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실무 책임자였기에 반드시 심판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치가 점령한 지역마다 수거(?)된 유대인들은 그들만의 집단 거주지인 게토에서 생활하다가 유럽 전역에 있었던 아우슈비츠 같은 유태인수용소로 이송되어 차례대로 가스실에 들어가 학살되었다. 이때 아이히만은 가장 빠른 시간내에, 가장 적합한 수용소로 그들을 이송하는 열차 시간표를 작성해 유대인에게는 누구보다도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전후 당연히 체포되었어야 할 그는 사라져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이름과 신분을 속이고 15년을 숨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끈질김으로 무장한 이스라엘판 국정원이 모사드에 걸려 1960년 체포 납치되어 이스라엘의 전범 재판에 넘겨졌다. 마침 히틀러를 피해 미국에 망명해 연구 생활을 하던 독일 출신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잡지사 뉴요커에서 법정 취재기를 청탁받고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아이히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렌트는 유대인 600만 명을 죽인 그는 굉장히 험악하고 잔인하게 생겼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온 아이히만은 뜻밖에 너무나 평범하고 왜소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법정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단 한 명의 유대인도 죽이지 않았다며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충실한 공무원이었을 뿐이라며 변명했다. 심지어 자신은 명령에 잘 따른 모범적인 공직자였으므로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여성 정치철학자인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무죄 주장에 생각하지 않고 그저 명령에 따르기만 했던 죄가 가장 큰 죄라며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주장했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은 우리 곁의 누구에게도 평범하게 작동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은 지금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다. 아무리 명령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의식도, 생각도 없이 심지어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크나큰 악행임에도 그대로 따른다면 그것은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가 지지부진하더니 결국 1년을 넘겼다. 과정에서 우리 사회 소위 엘리트라는 자들의 속성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부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내란 수괴와 블랙 아웃되어서 아무런 기억도 안 난다는 전직 총리와 입만 열면 거짓말로 면피하고자 하는 방조 내지는 협조자들이었던 전직 고관들, 악에는 아무 소리도 못 하면서 국회의 권한인 입법으로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시도에는 거품을 물고 달려들어 사법부의 독립만을 외치는 판사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악에 둔감한 것일까. 진정으로 이들에게 공적인 마인드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 윤과 같은 한심한 지도자가 있어야 지금까지 누렸던 이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이런 악이 평범하게 우리 곁에 있었는지를 알게 되니 갑자기 한국 사회가 무섭고 공포스럽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었던 아이히만은 사형제를 부활시킨 이스라엘에서 교수형 뒤 화장되어 지중해에 뿌려졌다. 영원히 쉴 그의 안식처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이십여년 전 필자가 철도노조에서 전임자로 일할 때였다. 그 당시만 해도 거대한 중량물이 고속으로 내달리는 철도현장은 한 해에 20~30명의 순직자가 발생하던 살벌한 현장이었다. 철도노조 산업안전국장을 역임한 2002년 석달 남짓 동안 나는 순직조합원 장례식에 8번이나 찾아가야 했다. 처절했다. 선로를 보수하던 조합원이 열차에 치이고, 열차를 떼고 붙이던 조합원은 끼이고, 고압전류에 감전되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철도노조를 100년만에 민주노조로 바꾸고 의욕에 넘쳐 밤낮없이 일하던 시절이었으니 가만 있었을리 없다. 서울역사를 검은 천으로 뒤덮고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했다. 그때 철도노조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가 현재 고용노동부를 맡고 있는 김영훈장관이다. 우리는 절절한 심정으로 순직사고에 매달렸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만치 김영훈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산업재해 현장을 찾으며 산재예방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박수를 보낸다. 그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만큼은 뚜렷이 감소시켰다는 족적을 남기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참 안타깝게도 갖은 대책을 수립하고 감독을 강화하는데도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얼마전 청도역 인근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져 철도기관사 출신인 장관의 입장이 오죽 난감했을까 싶다. 최근 산업재해 통계 추이를 보면 전체 사망자수는 2025.9월말 현재 1,73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명(10.7%) 증가했고 사고사망자수도 6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명(9.4%) 늘어났다. 올해 유난히 노동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노동부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절박하게 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통계추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올해 산업현장의 전체 사망자는 2000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다. 이 정도면 재해가 아니고 전쟁이다.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국제정치학에 미국 미시간대학의 ‘COW(Correlates of War)프로젝트’라고 유명한 데이터가 있다. 전쟁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COW프로젝트는 전쟁이란 ‘조작적 정의(추상적 개념을 관찰·측정·실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으로 바꿔 놓은 정의)’에 입각해 1816년부터 일어난 국제전의 통계를 모아 만든 자료이다. 모든 군사적 충돌과 분쟁을 전쟁으로 정의할 경우 너무 많은 전쟁사례로 인해 외려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전쟁의 조작적 정의’에 의하면 ‘연 평균 전투요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을 때’ 전쟁으로 정의한다. (COW에 의하면 인류는 1816년부터 2007년까지 총 92회의 전쟁을 치렀다.) 이를 원용하면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은 매년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르는 격렬한 전장이다. 우리는 전쟁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산업전사’라 부른다. 내란정국에서 내란범들은 시체를 임시적으로 처리하는 영현백을 수천개나 특별주문 했음이 드러났다. 정치적 반대자를 적군으로 간주하고 제거하려 했던 내란범들을 국회 앞에서 막아선 사람들을 나는 ‘민주시민군’이라 부른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이들 전사와 시민군이 지켜내었다. 2026년에는 산업전사도, 시민군도 모두 안전하게 귀가하는 한 해가 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지난 달 25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도정 현안을 점검하고 도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생경제 현장투어’였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 관광·레저 복합단지를 목표로 추진 중인 화성시의 역점사업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100조 투자유치 목표 달성에 화성 국제테마파크 투자가 화룡점정을 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경기신문 26일자 3면, “100조 투자유치, ‘화성 테마파크’가 화룡점정”)실제로 국제테마파크는 김 지사의 경기도 투자유치 100조+ 달성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김 지사는 정명근 화성시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사장, 안정호 K-water 그린인프라부문장, 지역주민들과 국제테마파크 부지를 지역주민과 함께 둘러보며 그간의 투자유치 상황을 돌아보고, 지속적인 유치 활동을 다짐했다. 김 지사는 정명근 시장과 주민들에게 “화성특례시 올 때마다 변하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는 덕담을 건넸다. 여기에 더해 국제테마파크까지 들어오면 ”정말 상전벽해가 되는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면서 “(국제테마파크가) 그동안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아 온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들을 담을 수 있게 돼서 화성시, 경기도를 넘어 국제적인 관광 매력지 역할을 해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김 지사는 “국제테마파크가 화성과 경기도민이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프로젝트”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김 지사, 정 시장,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장, 마리 막스(Marie Marks) 파라마운트 엔터테인먼트 부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브랜드 유치 선포식이 열린 자리에서다. 김 지사는 이날 화성국제테마파크의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파라마운트사가 결정됐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사는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글로벌 콘텐츠 지식재산 보유사다. 김 지사는 “17년 갈증을 이번에 풀었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해안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지사가 이처럼 화성국제테마파크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이유가 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조성되면 총 70조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1만 개의 고용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기 서해안은 세계적인 관광 메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화성시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숙원사업이지만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다. 지난 2007년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가 화성국제테마파크에 들어온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두 차례나 무산됐다. 땅값 관련 문제도 있었고 사업자가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김 지사 취임 이후에야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기도와 화성시,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노력한 결과 파라마운트사가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선정됐다. 지난 10월엔 김 지사가 미국 보스턴에서 마리 막스(Marie Marks) 파라마운트 수석 부문장, 이임용 신세계프라퍼티 CSR상무와 만나 화성국제테마파크의 진행 현황과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현장에서 화성시, 신세계그룹, K-water와 ‘화성 국제테마파크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업무협약’도 맺었다. 협약 내용은 지역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기업과의 협력관계 내용이 담겨 있다. 경기도와 화성시가 함께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정 시장도 “국제테마파크는 신세계 일이 아니라 우리 화성시의 일”이라면서 2027년 1월이 아니라 2026년 하반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도에서 신속하게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지사도 조성 기간을 가능하면 앞당길 수 있도록 경기도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화성국제테마파크가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기다린다.
지난 6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차관에 강형석 농업혁신정책실장을 지명했다. 연합뉴스는 ‘농업·농촌 전 분야 정책 경험이 풍부하고 현상 분석과 대책 수립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은 농식품부의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농업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농산어촌' 구축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적임자라는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의 발표 내용도 빼놓지 않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혁신적인 정책통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년이 지난 12월 8일. 서울신문은 “관가를 뒤흔드는 ‘투서 포비아’···농림차관 경질 뒷말 무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대통령이 3일 전 강 차관을 전격 면직하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시간대별로 추적해 보면,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한눈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신문은 강 전 차관 면직에 대해 다른 언론보다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기사는 저널리즘 윈칙을 크게 벗어났다. 무엇보다 기사 내용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관가의 분위기보다는 그가 왜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면직됐는지 그 이유를 취재해 보도해야 했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도 없었고, 농식품부 내부에는 강 전 차관의 면직 이유와 관련해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위반 내용이 없었는데 면직됐다면 그것 자체로 큰 뉴스다. 함구령은 현 정부가 지향하겠다는 정책 기조와도 크게 다르다. 언론이 추적해야 할 이슈를 찾고서도 방기했다. 두 번째는 취재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추측성 단어나 문장을 남발했다. ‘정부에 따르면’ ‘A국장’ ‘전해졌다’ ‘얘기도 나온다’ ‘추정된다’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로 인식될 수 있을 것’ 등 거의 모든 문장에서 익명 취재원을 활용하거나 추측성 서술어를 썼다. 소문인지 기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강 전 차관이 윤석열 정부 시절 감찰 대상에 오른 농식품부 A국장의 비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부처 감사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강 차관 덕분에 징계 없이 인사이동으로 마무리됐다는 A국장은 누구인지 밝혀야 했다. A국장에 대한 익명 보도가 필요했다면, 어떤 이유인지도 기사에 담아 독자의 양해를 구해야 했다. 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하극상’이 면직의 배경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차관 임명 이후 업무보고 과정에서 송 장관을 무시했다면 공직기강을 무너뜨린 것이다. 대통령 공약 실천의 적임자 더더욱 아니다. 이 중차대한 내용을 추측성 기사로 다루는 건 무책임했다. 끝으로 정치적 갈등 프레임이다. 관가에서 ‘공개 숙청할 수준의 비위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12·3 비상계엄 가담 공무원 색출 작업과 연관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관가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부 사실일지라도 이런 보도는 정도가 아니다. 투서로 공직사회가 뒤숭숭할 수 있다. 그러나 내란에 적극 동조한 공직자를 덮어야 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내란의 밤부터 4월 4일 탄핵일, 6월 3일 새 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그런 대혼란도 극복한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