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이틀간의 사전 투표가 끝나고 이제 본 투표를 남겨놓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총 13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대통령 선거가 22대인 것은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두 차례 연임하여 1~3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윤보선을 거쳐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무려 5~9대, 다섯 차례에 걸쳐 대통령을 역임했다.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후 최규하가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에 의해 그의 재임은 매우 짧게 끝나고 말았다. 전두환은 11~12대에 걸쳐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은 모두 단임으로 대통령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1987년 헌법이 우리나라 대통령제를 5년 단임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은 박근혜와 윤석열이다. 박근혜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하였다. 윤석열은 지난해 일어난 12.3 내란으로 탄핵당하였다.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진실에 의하면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을 바꿔 영구 집권을 꿈꿨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는 경비계엄 6회와 비상계엄 10회로 총 16번의 계엄이 있었다. 이 중 여수·순천 10.19, 제주 4.3, 한국전쟁과 그리고 대통령이 암살된 10.26 사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엄은 국가위기상황이 아닌 군부 독재세력의 권력 찬탈이나 유지,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한 수단이다(10.19와 4.3에 대한 논쟁은 이 글에서는 접어두겠다). 이번 12.3 역시 윤석열은 반국가단체에 대항한 체제 수호라 주장하지만,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계엄령을 발동한 대통령은 모두 역사에 독재자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로 봤을 때 압도적 1, 2위는 이재명, 김문수 후보다. 이 글이 게시되는 시점에는 아마도 투표가 한창일 것이다. 다행히 두 후보 모두 당선 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될 당선자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계엄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개헌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시 국가의 존립을 위해 병력을 동원하는 임시조치다.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본연의 목적에 맞게 사용된다면 국가의 존립을 보전할 수 있겠지만, 악용될 경우 국가의 비극이 될 수도 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계엄이 악용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일이 벌어졌고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헌을 통해 계엄을 제 자리에 돌려 놓아 주시기 바란다. 대통령의 권한이 적절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계엄의 발동과 해제 절차 역시 다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2025년 6월 3일이 되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된다.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혼돈의 역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 헌정 질서를 흔든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으로 새 대통령 선출이 빨라졌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의 첫걸음이다. 또한 국민이 품격(品格)있는 최고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품격있는 대통령’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일제 국권침탈기에는 목숨을 걸고 항일의병(抗日義兵)과 독립전쟁을 치루었고, 3.1 운동과 8.15 광복을 거쳐, 6.25 한국전쟁과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까지 숱한 고비를 넘어왔다. 그 여정(旅程)의 중심에는 늘 ‘국민’이 있었고, 그 국민이 지켜낸 것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이제 새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함께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야 한다. 품격있는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합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정권이 아닌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야당과 협치를 하여야 한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진영 논리보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계층 간·세대 간·성별 간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 소외를 해소하고, 누구나 공평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와 미래를, 서민들에게는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다. 일제 식민지 잔재의 청산은 단지 과거를 파헤치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identity)을 세우는 일이다. 친일사관에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교육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검찰과 사법부 개혁 또한 시급하다. 법과 정의가 특정 권력의 도구로 왜곡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사법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의료개혁, 주변 강대국 간의 외교강화, 문화교류 확대, 소외계층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품격’은 말보다 행동과 실천으로 증명된다. ‘품격있는 대통령’이란 국민 앞에 늘 겸손하고 역사 앞에 늘 떳떳한 지도자다. 권위보다 공감을, 권력보다 책임을, 통치보다 섬김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품격있는 대통령이 되려면, 첫째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공감과 통합하려는 자세를 먼저 지녀야 하고, 둘째 불평등한 사회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하려는 책임의식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끝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온 국민이 함께 가는 비전과 미래를 제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이상 힘이 강한 자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품격과 통합의 지혜로 국민과 더불어 나아가는 지도자(leader)에 의해 발전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치의 승패를 넘어,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진정한 ‘국민의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품격’으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때다.
경기도에서 중학생이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중상을 입히는 엽기적인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다. 교사가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가 다시는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염불’로 증명되고 마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교사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진 학교에서 깨우칠 덕목이 도대체 뭐가 더 있나. 더 이상 교단이 붕괴하지 않을 확실한 방안이 창출돼야 할 것이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피해 교사는 갈비뼈가 골절돼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른 학생들도 가해 학생이 범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을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조만간 학생을 불러 정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해 학생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50분쯤 수원시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던 중 50대 피해 남성 교사에게 여러 차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수원교육지원청은 사건 당일 전화로 보고를 받았으며 해당 중학교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 이달 중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고 교권 침해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교사에게 변호사 지원, 상담 서비스 등을 바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 교사는 병원 치료 중이어서 사실상 가해 학생과 분리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니라 그동안 문제 발생 시 교사 보호보다 사후 처리에 급급하거나 침묵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폭행 상황 이후에도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피해자가 일일이 요구해야만 움직이는 수동적 대응을 이번에도 겪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으뜸은 단연 ‘교권 침해’다.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사 8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5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77.5%)이 압도적이었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는 학교는 기둥과 대들보에 금이 간 건물과 마찬가지다. 교사가 긍지와 보람으로 가르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육이 살아나는가. 2018년부터 5년간 전국 학교에 설치된 교보위가 심의한 교권 침해 사례는 1만1617 건이었다. 교사를 상대로 상해·폭행을 가한 사례는 5년간 1133건에 달했다. 현장에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욕·명예훼손’은 매년 사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교육계에서는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한 사건은 교단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의 병든 학교문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참상이다.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부터 정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내어 어떻게든 고쳐내야 한다. 최소한의 존중심도 없는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된다. 과연 이런 막장 현상이 교육 당국의 힘만 가지고 해결될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가 차지하는 인성교육의 비중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어떤 품성을 지닌 후세들을 키워낼 것인가 하는 과제는 국가사회가 나서서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다. 학생이 교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학교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비뚤어진 가치관을 교정하고, 망가진 풍토를 일신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붕괴 상황에 빠진 교단의 권위를 재건할 백방(百方)이 필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교사 친구들과 선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당의 후보가 교육 관련 정책이 좋은지, 교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대화를 나눴다. 가볍게 시작된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아올랐다. 이야기의 결론은 교사는 투표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투표라도 잘하자는 거였다. 한참을 듣고 있다가 문득, 교사의 ‘정치적 권리’란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투표할 권리, 피선거권,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시민의 권리다. 교사는 그 권리의 상당 부분에서 배제되어 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은 교사의 정치적 표현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된다. 문제는, 교사가 왜 그런 제약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명확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중립성이 곧 침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사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만 받고, 동시에 교육정책의 주요 수혜자이자 실행자인 교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정치적 권리란 단지 정당 활동이나 선거 출마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과 직결된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 교사들은 학교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 교권, 성과급제, 학급당 학생 수 조정 같은 교육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공적인 채널로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조용히 따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는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야 한다고 배워왔다.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민의 권리, 자유,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지만, 자치회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행에 옮겨보기도 한다. 정작 교사 본인은 그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침묵하고, 배우는 사람은 말하라는 건 모순 그 자체이다. 물론 교사의 정치 활동이 무제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교실 안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분명히 지켜져야 하며, 아이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발언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교실 밖에서까지 교사의 의견 표명이나 정책 참여가 제한된다면, 이는 단순한 공무원 윤리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약일 수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단지 교사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침묵은 때로는 교육 현장의 왜곡을 방치하게 만든다. 교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여야 아이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이 논의되는 요즘, 교사도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시민 교사’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히 가르치는 교사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앞장서서 말하는 교사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교사가 학교 안에서 죽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권리 위에서 서 있는 교사를 인정해 줄 시점이다.
나흘 뒤 대통령이 바뀐다. 탄핵 이후 조기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라 이슈와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정책 대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 관심 여부와 관계없이 특히 대선에서 공약은 중요하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되고, 공적 약속이므로 정치적 책임의 근거가 된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과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국가 미래가 결정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전반적인 언론산업에 대한 공약은 찾기 어렵다. 물론 공영방송에 대한 공약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매번 대선에서 볼 수 있었던, 지배구조 개선이나 독립성 확보에 수렴될 수 있는 것들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영방송은 중요하다. 관련 공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공영방송 이외의 언론 부문은 대선 공약에서 언제나 뒷전이었다. 규모로만 보면 산업으로서 언론은 정책적 고려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국언론연감 2024'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을 포함하는 우리나라 언론산업의 사업체는 6298개다. 종사자는 6만 6966명이며, 이들 중 기자가 3만 7529명이다. 매출액은 10조 5083억 원으로, 2022년 10조 7138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다.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였다. 언론에 대한 각종 비판, 광고 수익의 급감, 빅테크의 침범 등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언론산업 현실은 별다른 변화나 조치가 없으면 매출액이 극적으로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높은 확률로 점진적 감소가 예상되지만, 경우에 따라 진폭은 커질 수 있다. 2024년 삼성전자, 한 기업의 매출액은 300조 8709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액이 10조 원 남짓에 불과한, 이마저도 줄어들 것이 분명한 산업은 후순위 정책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산업이다. 언론이 발생시킨 여러 문제, 이에 따른 각종 비판은 오롯이 언론의 몫이다. 언론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에는 무엇보다 언론 자신의 잘못이 가장 크다. 잃어버린 시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만 그 방안 찾기는 여전히 요원하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이 부정될 수는 없다. 공적 지식·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 기구이자 제도인 언론의 대체제는 아직 없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사회 기제로서 언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별 언론매체나 언론인의 잘잘못을 언론 전체로 투영해, 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지속된 경영의 어려움, 유사 언론의 범람, 플랫폼 이후 인공지능의 침투 등으로 우리 언론산업의 가치사슬은 이미 붕괴돼 있다. 혁신적 변화나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머지않아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언론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이 개발되고 수행돼야 한다. 현실 대응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지원 규모의 확대, 고품질 저널리즘을 돋보이게 하는 규제, 공익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는 언론에 대한 차별적 지원, 언론과 빅테크의 관계 정립을 위한 입법, 유사 언론과 비법적 언론 행위에 대한 조치, 해외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대비 등에 대한 정책이 시급하다. 새 정부에 기대해 본다.
경기도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지난달 29일 경기도청 누리집 도정자료실에 공개했다. 전국 어디서든 참고·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대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안성시 일죽면의 일죽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은 1997년 개업한 안성시 일죽목욕탕을 리모델링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추진하고 있는 ‘2024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글로벌 광고 회사 이노션이 참여했다.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인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안성시 등도 함께 했다. 일죽목욕탕은 27년째 리모델링 없이 운영돼 온 낡은 대중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을 전면 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으로 선보인 것이다. 대중목욕탕은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위생·건강을 관리하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그러나 노후한 대중목욕탕이 많아 ‘낡고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 또한 병존하고 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역 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이용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문을 닫은 곳이 늘어났다. 사회적 관심도는 낮아졌다. 행정안전부의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보면 2003년엔 전국에 약 1만 개에 가까운 목욕탕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도부터 목욕탕 폐업 건수가 인허가 수보다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 3월 8795개였지만 2023년 1월엔 4350개로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노년층에게는 건강관리와 사회적 연결공간으로서 여전히 대중목욕탕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프로젝트는 고령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목욕 환경을 제공하고 건강한 목욕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과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기관, 지방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안전목욕탕의 첫 번째 사업장이 된 일죽목욕탕은 기존 목욕탕의 리모델링을 통해 어린이부터 고령노인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목욕 시설을 개선했다. 목욕탕 내 사망 사고의 주요 원인인 쇼크, 화상, 익사와 낙상 사고 등 고령층이 겪기 쉬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히 재설계됐다. 노인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라커룸 숫자를 큼직하게 새겼으며, 탕 안에는 타박상과 골절을 줄이기 위해 구조물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없앴다.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SOS 호출 버튼도 설치했다. 건강 상태에 맞춘 안전 목욕법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얼굴 인식 키오스크를 설치 했다. 이 장치는 얼굴 스캐닝을 통해 체온과 호흡수, 스트레스 정도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다음 그에 맞는 휴식, 반신욕 등의 목욕법을 알려준다. 목욕탕 내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인 열실신(급격한 체온 변화로 혈압이 급변하면서 일어나는 온열질환, 심한 경우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고령층이 겪기 쉬운 안전사고 예방과 지역 내 건강 돌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건강리더 양성 및 건강 돌봄 조직화 교육 ▲목욕탕 개보수 및 안전백서 의료자문 ▲지역주민 심혈관 건강검진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후에도 지역 주민 대상 건강관리 실천을 위한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올바른 목욕법 관련 가이드북을 배포하며, 안전목욕탕 관련 다큐멘터리 송출 등 안전 목욕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관계자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경제조직과 기업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특히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특화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라져가는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이 사업이 확대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넬슨 만델라는 1994년 5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들어가서 1962년 8월 체포되기까지 그는 집권당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는 운동을 펼쳤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어 있는 동안 남아공 흑인들과 세계 각국 재야인사들은 그의 석방운동을 벌였다. 결국 1990년 2월, 여론의 압박을 못이긴 더클레르크 대통령은 복역한지 27년 만에 그를 석방했고, 아프리카민족회의를 합법화했다. 만델라는 이후 남아공 정부 및 정당들과 협상을 벌여 1991년에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시키고, 1993년에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해 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흑인이 대다수인 남아공에서 흑인들에게 첫 투표권이 주어진 1994년 총선이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가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하여 국민당, 잉카타 자유당과 거국정부를 구성했고, 다수당 대표로서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첫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에 취임하며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의 인권침해 범죄 사실들을 낱낱이 밝혔지만 모두 사면했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함께 뭉쳐 위기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만델라의 리더십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오랜 기간 아파르트헤이트로 분열됐던 사회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도 여전히 분열과 불안 속에 있었다. 만델라는 분열된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럭비’에 주목했다. 당시 럭비는 백인들의 상징이었고, 흑인 대중에게는 오히려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럭비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가 자국에서 열리는 1995년 월드컵에서 승리한다면 그 기쁨이 인종차별을 넘어선 통합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수아 피나르를 만나 자신의 뜻을 전했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게 된 프랑수아는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백인인 팀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경기에 전념하면서, 점점 국민들의 응원을 받게 된다. 드디어 결승전. 남아공은 세계 최강 뉴질랜드를 맞아 고전했지만, 기적 같은 승리를 이루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 날의 승리는 단순히 결승전에서의 우승이 아니라 국민 대통합을 이룬 역사적 사건이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실화를 영화 ‘인빅터스(Invictus, 2009년 개봉)’에 담담히 전개하며,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큰 울림을 남겼다.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으로 불리는 「나 자신과의 대화」(2010)는 넬슨만델라재단이 만델라가 남긴 일지, 서신, 일기, 메모 등을 수집하여 그대로 담은 책이다. 그 책 마지막 쳅터에 대통령 임기 막바지인 1998년 10월 16일에 써 둔, 그의 저서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1994) 속편 초고의 다음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노련한 자유의 투사들을 가지고도 농간을 부렸다. 한 때 혁명가였던 사람들이 탐욕에 쉽사리 굴복하는 일이 빈번했고, 개인의 치부를 위해 공공 자원을 전용하는 행태들이 결국 그들을 제압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을 유명하게 만든 목표를 거스름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국민 대다수를 저버리고 이전 억압자들의 대열에 합류해,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강탈해 치부를 했다.” 1996년에 대통령 5년 임기를 연임할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되었고, 당시 만델라 지지율이 80%에 달했지만, 재선 출마를 하지 않고 퇴임했던 이유를 그가 남긴 글에서 확인하게 된다. 만델라의 신념과 경계심, 그리고 그의 리더십을 우리나라 6·3 조기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가슴에 깊이 새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의 레스토랑에서는 만찬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도시마다 훌륭한 식당들은 많은 손님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무척이나 분주하다.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에 따르면 미국 전 지역 풀 서비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보다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가 1.8배나 많다. 그러나 맨해튼에는 식료품점보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무려 4.7배나 많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과는 달리 언제든지 외식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능력이 입증된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요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요리사들이 최고급으로 갖춰진 공간에서 먼 나라로부터 조달해 온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또 그들은 지리적으로 다양한 요리 스타일을 섞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특화된 레스토랑들에서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레스토랑은 원래 요리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장소라는 의미로 18세기 후반에 파리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은 마튀랭 로즈 드 샹투아조(Mathurin Roze de Chantoiseau)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이 먹는 곳이란 뜻을 갖게 된 것은 로즈가 그곳에서 파리 사람들에게 건강식 수프를 팔기 시작하고부터라고 한다. 로즈가 운영한 레스토랑에서는 고객들의 자석을 따로 배치했고, 음식을 직접 주문토록 했으며, 그들이 주문한 것에 기반하여 음식값을 받았다. 당시 로즈는 요리사가 아니라 탁월한 사업가였다고 한다. 1782년에 라 그랑 타베른느 드 롱드르(La Grande Taverne de Londres)가 파리에서 오픈되었다. 식도락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에 의하면 이곳의 요리사는 우아한 방, 똑똑한 웨이터, 포도주 저장고 그리고 뛰어난 조리법(recipe) 등 네 가지 필수적 요소를 갖췄다. 그 당시 귀족들은 개인 요리사에게 돈을 지출할 정도로 충분히 부유했으며 유일한 고객이기도 하였다. 그런 고객들은 도시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요리가 개인적 즐거움이 아닌 대중적 즐거움이 되면서 개별적 혁신과 관련된 지식은 손쉽게 전파된 것이다. 유명한 레스토랑은 도시의 고물가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한 가지 방식으로 공동의 공간을 공유했다. 어떤 면에서 도시는 사적 공간에서 공적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공적 공간을 사회화와 과시적 소비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다. 19세기 부자들은 르 그랑 베푸(Le Grand Vefour)나 막심(Maxim’s) 같은 식당에서 부를 과시하였다고 한다. 도시는 대륙 간 요리 지식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맨해튼에 있는 델모니코스(Delmonico’s) 레스토랑은 미국에서 최초로 프랑스 요리사를 고용하여 뉴욕의 성공한 대식가를 위해서 도금시대(Gilded Age)에 즐겼던 랍스터 뉴버그(Lobster Newburg)와 베키드 알래스카(Baked Alaska)로 꾸며진 연회를 제공했다. 오늘날 런던에는 해외 인재를 데려와서 똑똑한 사람들끼리 상호학습하게 함으로써 레스토랑은 억만장자나 부자가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고, 먹기 좋은 멋진 장소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대도시들의 레스토랑은 가장 전문화된 요리에 대한 수요를 감당해 내기 위해서 충분히 다양화되어 있다. 더 나아가 그곳에서는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특이한 음식들을 혼합한 유럽 스타일 퓨전 요리를 제공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기에 지금도 맛을 찾는 사람들은 미각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을 게 뻔하다.
흔히 화재는 건조하고 난방기 사용이 많은 겨울철에 집중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발표는 이러한 통념에 경종을 울립니다. 놀랍게도 지난 3년간(2022~2024년) 경기도 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겨울(26%)보다 오히려 여름철(28%)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둔 지금, 우리 집의 안전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3621건의 공동주택 화재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화재는 전체 주거시설 화재의 55%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주의(44%)와 전기적 요인(37%)이 꼽혔는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계절용 기기에서 비롯된 화재입니다. 계절용 기기 화재 579건 중 무려 33.2%에 달하는 192건이 '에어컨'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전기장판(20.9%)이나 열선(13.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더욱이 에어컨 화재의 85%가 바로 여름철에 집중 발생했습니다. 이는 냉방을 위해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 실외기 내부에 쌓인 먼지나 노후된 전선, 과부하 등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설마 에어컨 때문에 불이 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화재는 발생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위험성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분석 결과,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 화재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 1000건당 사망자 수가 2~3배나 높았습니다. 또한 아파트 화재 사망자 23명 중 87%인 20명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화재 초기 대응 시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이에 오산소방서에서는 에어컨 실외기 내부 먼지 청소, 전선 피복 상태 확인, 연결 단자 점검 등 본격적인 사용 전 철저한 사전 점검을 통해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소방시설 미설치 주택 점검 강화, 공동주택 관리자 대상 안전교육 확대, 새벽 시간대 화재 대응 훈련 등 다각적인 예방 및 대응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에어컨이나 가스레인지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전기제품일수록 방심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사전 점검과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가오는 여름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 대신 '나부터 실천하자'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지금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 집 에어컨과 실외기를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은 관심과 실천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7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수원시가 정책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제3차 수원시 아동친화도시 조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2026~2029년) 용역 착수보고회’를 진행했다. 아동친화도시 성과는 인구절벽시대로 몰려가는 망국적 출산 기피 풍조를 개선하는 정책과 정확하게 맞물린다. 내실 있는 정책으로 수원시가 아이들의 천국이 되고 성공적인 인구소멸 대응 정책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 아동친화도시는 1989년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하며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권리를 충분히 누리면서 살아가는 도시’, ‘어린이와 청소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아동의 목소리와 요구, 권리가 법, 정책, 예산 등 지역사회, 지자체에 반영되어 지역 내 모든 아동이 존중받으며 생활하는 데 초점을 두는 도시다. 수원시는 한국에서 13번째로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자치단체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아동이 사는 도시다. 2017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후 6대 핵심 영역, 12개 정책과제, 36개 세부 실천과제로 구성된 ‘제1차 아동 친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아동친화조시 조성 4개년 기본계획을 지속해서 수립해 아동친화 중점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아동친화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서는 아동정책 원탁토론회를 열고 있다. 원탁토론회는 관내 아동 및 학부모,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 아동시설관계자 등이 참석해 아동학대 예방, 아동시설 및 보건안전 등 분야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 도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수원시의 19세 미만 아동은 약 18만 6694명에 달한다. 2016년 ‘수원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와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를 시작으로 아동친화적 제도체계를 구축했고, 2년마다 아동친화도(兒童親和度) 조사를 실시하며,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제3차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서는 지난해 실시한 ‘제4차 아동친화도 조사’ 결과와 ‘아동 정책 원탁토론회’에서 나온 제언을 활용, 지속 가능한 정책을 발굴하는 등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원시의 아동친화예산은 6355억 4000만 원으로 본예산의 22.9%에 달한다. 2023년 6097억 7300만 원보다 약 0.7% 증액됐다. 또 지난해 아동 친화 관련 사업 수는 492개로, 2023년 469개 대비 23개를 늘리기도 했다. 올해는 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발굴하고 6대 영역별로 세부 과제를 제시할 계획이다. 아동권리인식향상과 영유아발달, 경제적 취약계층 아동지원, 아동학대·학교폭력 예방, 장애아동 지원 등 분야별 각 부서의 사업도 활발히 추진해 지속 가능한 아동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모든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도록 한다’는 ‘아동친화도시’의 목표는 도달하기 쉬운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국가사회의 숙명적 과제인 ‘인구 절멸’ 문제와 연결해 헤아리면 ‘아동친화도시’의 목표는 우리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이상이다. 세상을 아이들의 천국으로 만들지 않고서야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마음 놓고 출산을 하라고 권유할 수 있을 것인가. 출산 기피 이유 중에는 역시 육아 등 경제적인 부담 외에 태어날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분명히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내가 낳을 아이가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은 지극히 당연한 고민이다. 세상 그 어떤 조건보다도 ‘안전한 미래’ 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게 인간사회의 상식이다. ‘아동친화도시’의 성공은 인구소멸 위기 해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수원시가 천하제일의 ‘아동친화도시’로 착착 발전해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