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불명예 퇴진하고 새 정부가 탄생하였다. 대통령실은 퇴근도 마다하고 매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와 대조적이어 흡족한 미소를 짓는 국민이 많다. 그러나 절대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 한국 정치는 녹록지 않다.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골이 깊은 국민들의 정치적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 대통령의 갈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런 내 걱정에 혹자는 “누가해도 윤석열 보다 나을 텐데 뭔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야 그렇지만!”이라고 맞장구를 치지만 맘은 여전히 놓이지 않는다. 국정 운영은 결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간 뿌리 내려온 한국 정치 문화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정치 혁신은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 혁신의 첫 단추는 아마 적절한 인사배치일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누가 이 말을 만들었는지 정말 명언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큰 차별화를 꾀한다면 인사를 파격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지난 정부들, 특히 윤석열 정부처럼 ‘끼리끼리’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 출신으로 도배를 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성공은 이미 물 건너가는 셈이다. 아직 전격적인 내각이 꾸려지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현재까지 임명되거나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서울대 출신이 많다. 국민의 몇 %가 서울대 출신인가? 새 정부만큼은 대의제의 진의를 잘 이해하고 유권자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는 현장의 사람들을 고루 기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여성을 전면 등판시키길 소망한다. 세간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의하면 ‘이재명의 사람들’은 남자일색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찍어준 유권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남성이 요직을 전부 차지하던 기존 정부와는 이제 결별하기 바란다. 스테레오 타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간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의 남자를 기용해 왔다. ‘12.3 내란’에서 드러났듯이 군인출신 남성 국방부 장관이 어떤 일을 자행했던가. 이런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으로, 그리고 여성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길 제안한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년의 정치사에서 여성을 세 번이나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이 사례는 결코 이색적이지 않다. 유럽은 여성이 국방부 장관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 현재 6명의 여성이 이 직책을 맡고 있다. 독일에서는 2013년 12월부터, 네덜란드에서는 2012년 11월부터 여성이 국방장관직을 맡았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 2월에, 스페인에서는 2016년 11월에 여성이 국방을 담당하였다. 이 4인방에 EU의 외교 및 안보 수장으로 이탈리아인 여성이 추가되었다. 그밖에 노르웨이에서는 2013년 10월, 보스니아에서는 2015년에 여성이 국방부 장관이 되었다. 1990년 핀란드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국방부 수장에 취임한 이래 18명의 유럽 여성이 국방부 장관직을 맡아 왔다.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그 동안 5명의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역임함으로써 유럽 국가 중 선두를 달린다. 이 현상은 유럽에서 멈추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니카라과 역시 여성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였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도 2016년 8월 여성을 방위상에 임명하지 않았던가. 결론적으로, 새 대통령은 실제 국민의 삶과 부합한 통치를 위해, 그리고 성별 다양성과 남녀 간의 직업적 평등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전통적 인사 관행을 깨고 새 역사의 장을 열길 바라마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인테리어디자인과 상품디자인이 모던하고 심플한 것이 대세가 되었다. 사실 용도가 명확하고 단순한 것은 디자인도 모던하고 직관적이며 파워풀하다. 그런 컨셉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숟가락이다. 적어도 하루에 3번 우리는 숟가락과 마주친다. 너무나 자주 만나고 밥 먹는 도구라는 명확성 때문에 숟가락이 주는 심오한 메타포를 우리는 쉽게 간과한다. 그러나 그 생김새와 하는 일을 유심히 생각해보면 큰 감동이 밀려온다. 먼저 숟가락의 생김새를 보자. 치장 없이 빼빼한 몸매에 화장기 없는 커다란 얼굴 하나, 더 설명할 것이 없다. 게중에 밥먹는 일과 무관한 금수저, 은수저로 불리는 고가의 수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이 생김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숟가락을 보며 문득 어머니를 떠올렸다. 숟가락의 용도는 밥을 먹기 위한 도구이다. 참 명확하다. 밥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밥 한술 뜬 숟가락을 입으로 밀어넣는 모습, 우리들의 어릴 적 모습이 아닐까? 어머니의 단 하나의 소망은 아이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밥을 벌어서 아이의 입으로 옮기는 일 외에는 다른 길을 걸어가 본 적이 없다. 아, 노래를 부르며 박자에 맞춰 상을 두들기거나 병 뚜껑을 따는 이차적인(?) 용도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그리고 숟가락의 지혜는 바로 한 숟가락이라는 양에 있다. 우리 앞에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더라고 숟가락은 딱 한 숟가락만큼만 퍼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상식이다. 조금씩 부지런히 우리를 위하여 끊임없이 애쓰는 어머니 삶의 철칙처럼 한 숟가락, 한 숟가락씩만 배부를 때까지 가져간다. 어머니도 좀 드셔요! 자식의 빈말에 나는 많이 먹었어, 어여 먹어! 하는 어머니, 우리를 먹이느라 온몸이 더러워지는 숟가락처럼 우리의 어머니는 그렇게 늙어가셨다. 숟가락을 놓는다는 관용적인 표현이 ‘삶을 놓는다, 죽는다’의 완곡한 표현일 만큼 숟가락은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표현을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밥 먹는 이의 종말과 함께 더 이상 그 용도를 사용하지 않는 숟가락의 종말을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심장한 것인가? 어린 우리를 잘 먹여 키우고 늙어가신 부모님이 더 이상은 숟가락 역할을 하지 못하는 즈음에 숟가락으로 밥 한 술 떠서 입으로 밀어넣고는 울컥 목이 메어온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당선되었다. 나라의 수많은 조직들의 수장들이 차례로 정해지고 교체될 것이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이제 우리나라의 정치도 제대로 되겠지, 경제가 나아지겠지, 먹고 사는 일에 문제가 없어지겠지…라는. 따지고 보면 그들은 모두 국민의 입에 영양 많고 맛있는 밥을 떠먹이는 숟가락들이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하여 그들이 존재하며, 그 역할을 잘 할 때 국민들은 평안하다. 그때 우리는 정치인(나라님)을 부모처럼 여기게 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숟가락으로 생각하고 국민에게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쓴다면 그건 정말 파워풀하고 멋진 숟가락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단 하나의 주요 용도를 버리고 자기 몸을 치장하기만 하고, 스스로 먹으려고 한다면 어머니와 같이 숭고한 숟가락의 본질은 사라지고 그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 결말에 이를 것이다. 부디 이번 정부는 국민들에게 좋은 것을 떠 먹이는 숟가락의 역할을 멋지게 해내길 간절히 기대한다. 숟가락에서 찾은 사소한 발견처럼 우리에게도 사소한 행복이 넘치길…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였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즉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안보와 관련해서는 한미일 협력을 다지는 한편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주변국 관계도 접근하는 등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대북관계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도발에 대비하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 지원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고,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해,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 10대 공약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내 건바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 ▲책임 있는 중간목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 ▲햇빛·바람 연금 확대, 농가 태양광 설치로 주민소득 증대 및 에너지 자립 실현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및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개선을 약속 했다.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추진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 구축 ▲’에너지산업 육성’ 및 공급망 내재화를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 등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도 들어있다.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수전해·히트펌프 등 탄소중립산업의 국산화 및 수출경쟁력 제고 ▲RE100 산업단지 조성 ▲탄소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공정 및 기술혁신 지속 추진, 기업 탈탄소 전환 지원책 마련 ▲기후테크 R&D 예산 확대, 탄소중립 신산업·신기술을 발굴해 탄소중립 역량 강화 등 탄소중립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기후위기 정책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기후정책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관련예산 삭감에도 불구,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들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 RE100’, ‘기후플랫폼’, ‘기후보험’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사업은 ‘경기 RE100’이다. 도는 2023년 4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며 공공·기업·도민·산업 4가지 분야별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담은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기 설치비의 80%를 지원해 주는 ‘경기 RE100 자립마을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세대는 전기료 폭탄 걱정을 덜고, 공용발전소에서는 마을기금을 20년간 확보할 수 있다. ‘경기 RE100 기회소득마을사업’은 세대별 전기료보다는 태양광설비 투자에 대한 주민 배당수익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는 경기RE100 산업단지, RE100 실천에 적극적인 동참을 하는 기업을 위해 특별지원’도 제공한다. 도는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기후위성’을 개발·발사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한 바 있다. 지난달 7일엔 탄소중립 정책 심의·의결을 위한 민·관 합동기구인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제2기’도 출범했다. 경기도의 기후정책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을 때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소득이 중단된 노후에 연금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소득 보장 제도다. 생활 수준의 향상과 의학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낮은 출산율과 노인 인구 비율의 급격한 증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인구에게 연금은 노후 생활에 필수 급여가 된 지 오래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미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경제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국가에서는 전 국민을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여 노후 준비를 돕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 시행 이후, 2025년 2월 현재 2181만여 명의 사업장 및 지역가입자가 국민연금 납부로 노후를 준비하고, 이미 713만 명은 노령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며, 조성된 연기금 1623조 원 중 396조 원을 지출하고 1226조 원의 적립금을 운영하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였다. 이런 외연적인 성장과 성과 뒤에는 국민들이 노후생활의 안정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단 임직원의 윤리의식과 전문성, 그리고 책임감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반부패·청렴 내재화 실천 노력도 한 축을 이루며 성장하고 있다. 매년 공단에서는 청렴의 가치 내재화를 위해 ‘반부패·청렴도 향상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청렴도 향상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청렴 슬로건 공모 대회, 청렴 온라인 마라톤 대회, 청렴 교육 내부강사 양성 과정 실시, 전국 지사별 상반기 청렴 실천반 회의 참여 등 임직원 모두가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처리 및 적극 행정 추진을 통해 국민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전국 지사에서 매년 상·하반기로 실시되는 ’청렴 실천반 회의‘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처리 투명성 강화 방안과 적극 행정 추진방안 등 의견을 개진하고 지속적으로 발굴·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원에게 업무처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업무처리 흐름도 민원실 비치, 민원 접수증 교부·발송 등 적극적인 업무처리로 공단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임직원의 쉼 없는 청렴 조직문화 내재화의 결과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서 8년 연속 2등급을 달성하는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처리와 전문성을 갖춘 청렴한 국민연금공단으로써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조병석 국민연금공단 북수원지사장 ]
필자는 약 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분양받은 아파트에 처음 들어가 보는 날이여서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아파트의 사전점검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연한 걱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사전점검 후기 등을 찾아보면서 사전점검시 유의하여야 하는 부분들이나 하자를 체크하는 방법 등을 챙겼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전점검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있어 대행업체를 통해 보다 꼼꼼하게 사전점검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사전점검 후 몇가지 하자를 찾아서 점검표에 상세히 기재를 한 후 제출을 하였고, 입주 전에 이러한 하자들이 모두 처리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입주 당일에도 지적한 하자들이 전혀 수선되어 있지 않았고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시행사에 하자 처리를 요청하는 문서를 발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물론 수많은 수분양자들의 하자보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하자처리 업무는 더디기만 하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수분양자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 이후 필자는 아파트 하자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들을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우리 아파트처럼 하자보수가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않아 소송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시행사에서 원활하게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아 하자소송을 준비하게 되면 누가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는 “분양자”와 분양자와의 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한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공자”는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진다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유권을 양도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하자담보추급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유보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인 현소유자는 하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합건물은 다수의 구분소유자들이 있고 공용부분에도 다수의 하자가 존재하여, 하자소송에는 상당한 소송비용이 발생하기에 이러한 소송상의 업무수행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 실무적으로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구분소유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하는 방식, 즉 채권양도를 하여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입주자대표회의에 채권양도가 되어 하자소송이 진행 중에 구분소유자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양도 당시 하자담보추급권은 양도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보아 양수인에게 하자담보추급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러한 채권양도를 통해서 구분소유자들의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지만 추후 소송을 통해 판결금이 지급이 되면 전유부분에 대한 부분은 구분소유자들에게 지급을 하고, 공용부분에 대한 부분은 공용부분의 하자보수에 사용하게 됩니다. 이처럼 하자소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채권양도절차를 먼저 진행하여야 하고, 채권양도율이 높을수록 공용부분에 대한 하자보수비를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하자소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채권양도 준비 과정에서부터 법률전문가들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주목할 점은 높은 투표율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9.4%로,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분노 투표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대선 직전에는 투표율이 높을 경우에는 김문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분석의 핵심은 '샤이 보수' 혹은 '셰임 보수'의 존재였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지만, 이들이 투표장에 갈 경우,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만일 샤이 보수나 셰임 보수가 투표장으로 몰려나가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면,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진 이유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분노 투표다. 즉,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았고, 이런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가 투표율을 높였다는 해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각 후보의 득표율이다. 이재명 후보는 49.42%, 김문수 후보는 41.15%를 득표했고, 이준석 후보는 8.3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5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아마도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8.27%다. 이런 차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득표율 차이가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 여부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이기 때문이다. 만일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가 10%를 넘었다면, 김문수 후보가 계속해서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5% 이내의 차이로 낙선했다면,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막강한 당내 기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의 차이였다면, 김문수 후보는 당내 권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8% 정도의 차이라면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즉, '졌잘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성적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국민의힘에서는 이제부터 각 계파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 같다. 이준석 후보 역시 이번 대선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준석 후보가 획득한 8.34%는 우선 선거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는 득표율이라는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한, 이 정도의 득표율은 제3당이 대통령제 하에서 얼마나 그 존재감을 유지하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들이 상처로 남을지 아니면 훈장으로 남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그것은 정치권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과 이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 대통령은 1728만 7513표(49.42%)를 얻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1.15%)를 누르고 4일 제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과 12.3 내란에 단호한 평가를 내렸다. 2024년 12월 3일 믿기 어려운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부터부터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일부의 지나친 상상’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계엄령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제1호를 통해 ①국회 및 정당의 정치활동 일체 금지, ②모든 언론과 출판 통제, ③전공의 및 의료인 복귀 거부 시 처단, ④계엄법에 따른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압수수색 가능 등의 통제 조치를 선언했다. 국회에는 헬기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중무장한 계엄군이 들이닥쳤다.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야당대표와 여당 전 대표까지 포함된 이른바 ‘처단 대상자’ 명단까지 나돌았다. 계엄을 반대하는 국민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이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고, 헌법재판소는 “헌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며 대통령의 파면을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찬탄파’와 ‘반탄파’간의 대규모 시위가 연이어 경쟁적으로 열렸고 서울서부지법 난동사건까지 벌어졌다. 결과는 거리에서 겨울의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며 내란 반대투쟁을 이어간 국민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윤석열을 보호하려는 내란 세력은 조직적으로 버텼다. 반민주 세력, 이를테면 일부 고위 관료와 친윤 검찰·사법 관계자, 일부 언론, 극우 종교세력은 지속적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번 선거는 혼란스런 정국을 수습하고 미래를 향해가는 대한민국호의 새 선장을 선출한 의미 있는 선거였다. 우리 국민들은 12.3 내란을 겪으면서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가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12.3 내란사태 이후 그동안 쌓아 놓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문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통해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을 알게됐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계엄을 온몸으로 막았다. 국회에 나왔던 대부분의 군인들도 이른바 ‘여의도 회군’을 통해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6.3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새벽에 벼락치기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단일화를 압박한 한덕수 전 총리에 맞선 김문수 후보의 방어전이 눈물겨웠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권자 사이의 갈등도 점차 고조돼갔다. 곳곳에서 선거포스터가 훼손됐고 심지어는 유세 현장에서의 시비로 인해 선거운동원을 자동차로 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처단 대상자’ 명단에 기록돼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취임했다. 그런데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기쁨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정치도 그렇지만 안보와 경제,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997년에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살기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이 온 나라에 가득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도 심화됐다. 미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에도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저출생과 기후 위기, OECD 최다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는 자살 문제에도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장 나서야할 일들이다. 특히 부탁하건데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란 상황은 절대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6월 4일 새 정부(대통령 이재명)가 시작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탄핵으로 수립된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내란을 종식하여야 한다. 동시에 지난 1987년 이후 드러난 헌정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 대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새 정부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지켜야 할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민주권이다.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이것은 1919년 4월 11일 제정된 상해임시정부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로 부터 연원한다. 그러므로 민주공화제를 파수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 ‘12.3 불법 비상계엄’의 위기로 부터 민주공화국을 수호한 것은 국민과 국회이다. 이제는 평상시에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 국회의원을 선임하여 국회를 구성하고, 나아가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initiative)하고 대표를 소환(recall)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주권정부에 합당하다. 둘째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이다. 이것은 세끼 밥 먹고 사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헌법 제34조). 가정을 갖고 생활하고 내 집에서 거주하고 자녀를 낳아 교육시키고 직장에 나가 일하고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일체의 것을 포괄한다. 국부는 증가하지만 빈부격차는 격심하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 주거, 교육, 근로의 기본생활에 대한 보장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근로자가 기업이익의 분배에 참여하도록 하여(제헌헌법 제18조) 근로자와 기업의 공존이 요구된다. 근본적으로는 토지보유세의 증액, 토지초과이득의 환수, 주택소유 상한제 등으로 불로소득을 줄이고 사회의 공동체성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는 한민족이다. 남한과 북한의 국민들은 같은 민족이다. 금년은 남과 북이 분단된지 80년에 이르고, 6.25 전쟁의 정전협정도 72년에 이른다. 윤석열은 남과 북의 전쟁을 유발하면서 비상계엄을 발동하여 외환죄(형법 제92조)를 범하였다. 이제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 뛰듯 하면 안된다. 이를 위하여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남북정상선언’, 2018년 ‘9.19 군사합의’ 등이 국회의 인준을 거쳐 복원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북한의 합의를 통해 평화적 공존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는 지속가능한 사회이다. 출산률 감소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한때 인구감소가 미덕인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적정 인구가 유지되어야 한다. 가정을 갖고 자녀를 두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길이다. 양성평등이 존중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새 정부는 신뢰할 만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환경면에서 지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탄소발생을 감량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복원하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 이것은 우리 공동체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새로 출범하는 국민주권정부는 진보와 보수에서 벗어나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가치를 파수하며 온 나라와 족속 가운데 존경받고 사랑받는 나라를 굳건하게 세우기를 기원한다.
제21대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해온 만큼, 그의 당선은 예상된 결과였다. 신임 대통령의 당선에 각계각층에선 벌써부터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주목받은 그의 공약 중 하나는 노동자‧직장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다. 우선 직장인 공약의 주요 내용은 주 4.5일제 도입 기업 지원, 연차휴가 보장 등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고, ‘국민휴가 3종 세트’를 추진해 직장인의 재충전을 돕겠다는 것이다. 서민의 삶과 밀착된 주거지원 강화와 통신비 부담 완화, 교통비 절감도 눈에 띈다. 자녀 수에 따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한도 상향, 초등생 자녀 예체능학원 세액공제 추진 등도 자녀 사교육비 부담을 배려한 생활형 공약이다. 노동자 공약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 등 비전형노동자의 권리 보호 개선부터, 배달종사자 유상 운송보험 가입 및 안전교육 의무화 등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한 축을 받쳐 온 이들을 위한 내용이 크게 차지한다. 특히 만 60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안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시급한 해결 과제다. 취업은 어렵고 재취업은 더 더욱 어려운 현실에서 정년 보장과 연장은 고용 안정화를 위한 기본 전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도 임대료‧인건비 지원과 폐업지원, 범죄안전망 확대, 소상공인 육아휴직 확대 등 거창하진 않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을 반영하려 노력한 듯하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같은 공약이 단지 ‘약속’에만 그치지 않도록 추진하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직장인과 노동자, 자영업자의 그 중간 어디쯤 있을지 모를, 제2의 인생 설계를 소망하는 이들에게도 보다 많은 관심을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지나 역량과는 무관하게 사회에서 점점 중심에서 밀려나게 된다. 체력도 충분하고 일할 의지가 강한데도, 나이라는 숫자만으로 기회에서 멀어지는 일이 흔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려 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하 직원이 상급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하다’는 식의 후진적인 조직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커리어 전환이 40~50대에도 활발히 이뤄지는 해외와는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능력과 경험을 더 인정받는 해외 사례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신임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중장년층을 직접 겨냥한 정책은 없지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바람을 더하고 싶다. 꼭 중장년층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뒤늦게 커리어를 바꾸거나 새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 진로와 적성은 반드시 젊은 시절에만 찾는 것이 아니며, 은퇴 후 모두가 여유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회와 연결감을 느낀다. 일하는 기쁨이 노는 즐거움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조금 더 다양성과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 누구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 새 정부가 출범한 이 날, 그 길을 함께 열어주길 바란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관련법이 강화됐지만, 현장 실정은 어림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에 임신 사실을 알리면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직장까지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출산 기피 현상으로 세계적인 국가소멸 위기 지적을 받는 나라에서 이게 대체 될 말인가. 미비한 법·제도를 재정비하고 촘촘한 보완책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0∼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휴직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 42.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출산 휴가의 사용률은 이보다 약간 높다. ‘출산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란 항목의 응답은 ‘그렇다’가 63.4%, ‘그렇지 않다’가 36.6%였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육아휴직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이 52.3%, 출산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은 46.5%로 정규직보다 모두 15%p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힘든 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마저도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합리한 것이다. 직장갑질119의 출산·육아 갑질 상담 사례에서는 아직도 육아휴가를 쓰려고 했다가는 사직을 강요당하는 불이익을 받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1년 동안 신고된 ‘출산·육아 갑질’ 관련 이메일 상담, 제보가 58건이라고 밝혔다.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권고사직 처리를 해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고 압박해 결국 회사가 만든 사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00개 중 육아휴직을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업체는 61.4%였다. 5∼9인 규모에서 55.4%, 300인 이상 규모에서는 94.1%였다.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이라는 응답은 5∼9인 22.6%, 10∼29인 14.3%로 높았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실적도 5∼9인은 7.8%, 10∼29인은 10.3%에 그쳤다. 반면 100∼299인은 35.2%, 300인 이상은 55.1%였다. 이용 가능한 평균 육아휴직 기간도 5∼9인에서는 11.8개월이었는데 300인 이상에서는 평균 12.6개월이었다.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들이 아직 이렇게 많은 것은 위반 사실을 신고해도 처벌받는 경우는 고작 6.8%밖에 되지 않으니 굳이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휴직이 끝난 다음 ‘복귀 후 지속 근무한다’는 비율이 71.8%로 가장 많았다. ‘복귀하지 않고 그만둔다’는 비율은 13.2%였다. 다만 5∼9인 사업체의 복귀 비율은 67.4%, 300인 이상은 89.9%로 격차가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저조하다. 스웨덴·포르투갈·덴마크 등은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중이 40% 이상이고, 룩셈부르크는 50%를 넘는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지원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이를 낳자니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직장을 그만두자니 생계가 막막한 현실 속에서 무슨 수로 출산 의지를 제대로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이를 낳으면 당장 더 들어가야 할 양육비를 감당할 대책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해주겠다는 공약 이전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개선하는 게 우선 아닌가. 마음 놓고 낳고, 안심하고 기를 수 있는 나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