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전국의 일부 기초단체와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에 뛰어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부 문화 진작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징검다리다. 건강한 기부 문화가 살아 있는 나라일수록 바른 국민이 참다운 번영을 일구며 발전해가는 참다운 선진국이다. 수원시의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 온 국민에 아름다운 기부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수원시가 수원시청, 대형유통센터, 관광명소 등에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해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키로 했다. 시는 16일 시청 본관 1층 통합민원실에서 기부 키오스크 1호기 제막식을 개최했다. ‘기부 키오스크’는 신용카드·간편결제 앱으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부자가 기부액을 결정하고 세액 공제를 위한 기부 영수증까지 신청할 수 있다. 최소 1000원부터 기부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며 기부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부자가 동의하면 기부자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이 담긴 기부증서를 제작해 기부 영수증 신청 방법 설명과 함께 즉시 기부자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기부 키오스크로 모금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예치금으로 적립해 관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기부 키오스크’는 지난 201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임직원 제안으로 처음 시작되었고, 2016년 수원, 2020년 화성, 2021년 용인·평택·천안·온양 사업장에 추가 설치됐다. 2022년에는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와 광주사업장까지 나눔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이밖에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기부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체리’는 키오스크 형태의 플랫폼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기부가 되는 ‘체리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체리는 2019년 론칭 이후 380개 기부단체와 2000개 이상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100개가 넘는 기업 파트너가 함께하고 있다 미국의 기부 문화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대재벌들의 통 큰 기부 토픽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식들이다. 미국의 거대한 기부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기부 파워는 개인기부 풍조에서 나온다. 2023년 기준, 미국 기부 통계를 보면 개인기부가 전체기부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웬만한 나라의 예산을 상회하는 미국의 기부금 통계는 국민 사이의 어마어마한 ‘개인기부 문화’ 미덕이 지구상 최강 국가 미국의 가장 튼튼한 기둥이라는 사실을 넉넉히 알게 한다.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경제학 기본 이론인 ‘롱테일(long tail) 법칙’은 ‘기부 문화’에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그리고 그 신성한 풍조를 일구는 동기부여에도 가장 강력한 매력을 발휘한다. ‘기부’는 인식이자 습관이다. 도시와 마을 곳곳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부의 미덕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각성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부’가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되게 함으로써 얻는 국가 사회적 이익은 막대하다. 그런 생활환경에서 자라면서 인식과 습관을 고양한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떠받치는 나라야말로 건실할 수밖에 없다. ‘주는 즐거움’의 크기가 ‘받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진리를 날로 더 깨달아가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수원시가 시작한 ‘기부 키오스크’ 설치가 일파만파 착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설치확대 못지않게 기부의 보람을 알게 하고, 일상적인 기부활동의 기회를 확산하는 홍보활동이 중요하다. 기왕에 시작한 일 제대로 한번 해보자. 수원을 ‘기부 문화’의 선도도시로 디자인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6월의 바람은 아직 봄의 향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여름으로 향한다. 나뭇잎은 짙어지고, 하늘은 한층 투명해지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진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의 입맛도 계절을 닮아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런 초여름에 어울리는 전통주가 있다. 이름부터 운치 있는 술, 백하주(白霞酒)다. ‘하얀 노을’이라는 뜻을 지닌 백하주는, 술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하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이 노을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처럼 술은 투명하고 은은한 빛깔을 띠며, 유리잔에 따르면 잔잔한 기운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곡물 향과 청량감이 퍼지며, 무더위 속에서 반가운 쉼표가 되어준다. 도수는 제법 높은 편이지만, 깊이 있는 맛 덕분에 조용한 감탄을 자아낸다. 백하주의 기원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도 이 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지혜로 여겼던 선조들의 식문화 속에서, 백하주는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로운 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조법 또한 독특하다. 일반적인 술과 달리, 백하주는 ‘삼양주’ 방식으로 빚어진다. 밑술에 ‘서김’을 섞고, 여기에 덧술을 더하는 방식이다. 서김은 본격적인 술빚기에 앞서 밥에 누룩을 섞어 따뜻한 곳에 두어 3~4일간 발효시킨 것으로, 밑술의 발효를 도와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 밑술을 빚을 때 쌀을 쪄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쌀을 가루 내어 끓는 물을 부어 반쯤만 익히는 ‘반생반숙(半生半熟)’ 기법이 사용된다. 이것을 지금은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곡물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는 전통 방식으로, 최근 많이 사용하는 ‘비열처리 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백하주가 발효되는 동안 퍼지는 향기는 그 어떤 꽃보다 은은하고 깊다. 발효가 마무리되면 술은 노란빛이 아닌, 거의 투명에 가까운 맑은 빛깔을 띈다. 깔끔한 맛 덕분에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백하주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단순한 재료 속에서 깊은 맛을 끌어내는 이 술은, 무엇보다 누룩의 품질과 정성 어린 손길이 맛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백하주는 ‘잠깐 멈춤’이 필요한 시기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반년을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다독이며 마시는 한 잔의 술. 무거운 사색보다는 오히려 맑고 투명한 맛이 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꺼낸 백하주를 잔에 따르면, 마음속에도 어느새 하얀 노을 하나가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고문헌 속 전통주의 제조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풀어쓴 고문헌 전통주 제조법'을 발간했다. 해당 책은 농업과학기술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전자도서(e-book) 형태로 열람할 수 있다.
법은 강제력이 있는 규범이다. 법규범이 아닌 규범도 많다. 강제력이 없는 규범도 많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 의하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도 바로 법이 아닌 규범이다. 법은 연약하다. 공들여 만든 법도 불완전하다. 공백과 흠결과 우회로가 있다. 적용할 법이 없는 상황들도 전개된다. 법기술자들은 법의 문구를 내세우며 법의 목적을 배신하거나 법의 목적을 내세워 법의 문구를 무시할 수 있다. 법률제정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부합하도록 법을 바꾸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권력을 위해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몇 번이고 다시 긋기도 한다. 위법만 아니면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해도 된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위법이 아니라고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유지한다. 위법이냐 합법이냐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규범을 세우고 지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든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일 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첫번째 대통령이었다. 워싱턴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겪어본 적이 없었고 대통령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모든 행보가 선례였다. 워싱턴의 선례는 그 이후 미국 대통령들의 규범이 되었다. 워싱턴은 대통령의 권한인 거부권을 임기 동안 단 2차례만 행사했다. 더 많은 거부권의 행사가 위법이 아닌 합법인데도 그렇게 했다. 워싱턴은 행정명령을 자제했다. 행정명령이 법이 부여한 그의 권한인데도 의회를 존중했다. 워싱턴은 대통령을 2번만 했다. 3연임 금지법 같은 것이 없었으니 3연임이 허용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국부가 대통령을 3번 한다고 해도 막을 사람이 없었는데도 그렇게 했다. 워싱턴 이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처음으로 불문율을 깨고 3연임을 할 때까지, 어느 대통령도 3연임을 하지 못했다. 워싱턴은 할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공화국을 굳건한 기반 위에 세운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는 단연코 워싱턴이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진짜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면, 진짜 대한민국의 첫 지도자들은 “내가 국부다”, “내가 파운딩 파더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워싱턴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이 부여한 권한이어도 끝까지 다 행사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어도 남김없이 다 행사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권력을 강화하는 일이고,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일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이어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취지가 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이른바 방탄입법들의 속도조절이 예상된다는 기사가 반갑다(중앙일보 2025년 6월 16일 “이대통령 발언뒤 방탄법안 멈췄다”). ‘헌법적 강경태도’를 내려놓는 선순환의 시작이면 좋겠다.
경기도의 헌혈률이 수십 년째 1%대로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헌혈률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최저치로, 최고치를 보인 울산(9.9%)과 6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인 헌혈은 인류애의 숭고한 희생이요 봉사로 평가된다. ‘헌혈률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5년부터 계속 1%대 헌혈률을 기록, 20년간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기도는 헌혈장려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광역단체다.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제4·5조에 따르면, 도지사는 매년 복지부장관의 헌혈권장에 관한 계획에 따라 헌혈장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사업계획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5조에 따른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헌혈률 최고기록 9.9%를 찍은 울산시의 경우 매년 분기마다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 것이 헌혈률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시 차원에서 울산혈액원과 정례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2023년에는 138명이 참여하며 3위권 진입 약 9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도민 헌혈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가 미진하다. 경기혈액원은 도 대신 공공기관과 협업해 행사를 진행하는 편이다. 실제 울산광역시 헌혈권장 조례는 2023년 개정에서 혈액원에서 추진하는 헌혈권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시장의 책무를 담았다. 반면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도지사 책무 조항에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헌혈활동 장려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의무만 명시돼 있다. 2014년부터 줄곧 헌혈률 1~3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울산, 서울(2024년 9.8%), 강원(9.6%)과 비교해보면 경기도는 일반단체 중심으로만 헌혈 실적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반단체는 공공단체(정부 기관, 공공기관, 일반기관), 사기업체, 민방위, 협회 등을 포함한 각종 단체를 의미한다. 도와 함께 전국 평균(5.6%)보다 낮은 헌혈률을 기록한 대구·경북(4.9%), 경남(4.2%) 역시 일반단체의 헌혈 건수가 헌혈률이 높은 강원, 울산의 일반단체 헌혈 건수보다 많았다. 이 같은 기록들은 공공에서의 헌혈장려 행사가 효과를 보려면 민간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헌혈률이 낮은 시·도의 경우 하나같이 헌혈 캠페인이 민간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관변단체까지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이 헌혈이다. 헌혈을 하려면 사전에 혈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건강정보를 간단하게 점검할 수 있다. 전국 15개 권역에 분포한 혈액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등을 헌혈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적정 보유 혈액량이 5.0일 미만의 ‘관심’ 단계에 접어들면 추가 증정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포 기반 인공혈액 제조 및 실증플랫폼 기술개발사업단의 인공혈액 대량 생산기술 확보는 2037년을 최종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70세 이상 고령자 헌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혈액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의 헌혈률이 매년 꼴찌라는 것은 수치(羞恥)스러운 일이다. 개선을 위한 특별하고도 효율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특히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로운 대책들이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날 아침, 새소리 맑으면 하루 시작이 흥결이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반갑게 만날 수 있다거나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아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온다든지- 새 노래 따라 걸을 때의 생각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의 아침 식탁이 푸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처녀 여선생님이 제일 예뻤다. 그리고 여선생님은 화장실 사용도 안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때로는 혼이 나가게 꾸중을 하시어 무섭기도 했다. 그 여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며, 어린이날 노래를 가르쳐주실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던 때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존경과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있어 내가 사람 노릇을 크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겠거니 싶다. 둘레의 정원을 보면 봄꽃은 지고 장미꽃은 햇빛에 얻어맞아서 잎은 시들어 추레해지고 있다. 그러나 길가의 풀들과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잎 속에서 돋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5월을 지난 6월의 주변 풍경이다. 5월의 소만을 보내고 6월의 망종(芒種)을 맞이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보리를 수확하기도 하고 모내기를 하고 채소도 심고, 낮에는 한여름의 더위를 맛보기도 한다. 이 극심한 변화에 식물도 사람도 특히 농부는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자연은 눈·비·바람·먼지와 온도에 끊임없이 부대낀다. 하지만 식물과 동물은 이러한 변화에 묻혀버리지 않고 적응하고 변화하며 원망 없이 살아 낸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외국여행이 별로인 나는 유럽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누가 다녀오라고 한다 해도 마음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 육체적인 보대낌도 있지만, 혼자라서 남 보기도 그렇고 스스로도 머쓱해질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온 자 늙어 골병이라고, 이마에는 고생의 훈장 같이 주름만 깊기도 하다. 백두산은 세 번 다녀왔다. 근무하던 대학 산악회 멤버였기에 그랬고 내 고장 대한산악회 고문으로 있었던 덕분이다. 지금으로서는 금강산이나 한 번 가보고 싶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아버지의 소 판 돈을 몰래 훔쳐 북에서 월남해 와 사업을 일으켰다. 고인이 된 그분은 그 당시 훔쳐온 소 한 마리에 이자로 천 마리의 소를 합쳐 천한마리의 소를 트럭에 싣고 휴전선을 넘었다. 그 뒤 1998년 드디어 금강산을 구경할 문이 열리고 왕래가 트였는데 나는 가보지 못했다. ‘정선아리랑’의 첫대목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 팔만 구 암자’로 시작한다. 신의 솜씨 같은 자연의 신묘함과 불교 유적이 가득한 믿음의 영산 ‘금강’의 진면목이 담긴 성스러운 산이다. 그래서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살아 금강산을 가보길 바라는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뒤돌아보면 나의 삶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만 같았다. 그렇게도 복도 없이 남에게 당하기만 하고 남의 살림만 도왔다는 생각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의 도리라는 굴레에 묶여 혼자만 고통스러워했던 과거를 용서할 길 없어 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분노는 나를 징계하게 되고 자책하며 ‘뭣하며 살아왔느냐?’는 아픔 속에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단 하나, 어떤 권력과 경제의 힘에 빌붙어 단맛에 중독된 정치꾼 같이 그 길을 얼쩡거리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여름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어머니의 부채 바람과 함께 옛이야기 속에 잠이 들었다. 낮에는 아버지와 ‘여우네’라는 강에서 목욕하며 아버지의 굳은살 밖인 손으로 때를 밀어주시는 사랑 속에 나는 철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아버지! 하면 가수 남상규의 “고향의 강”이라는 유행가가 떠올라 불러보곤 한다. “- 눈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속의 강…”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내 능력이 100%라면 줄여서 70-80%라고 줄잡아 말하며 겸손하고 얌전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 5월은 세상 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국가를 통치한다는 자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법의 심판으로 갇혀 지내면서도 ‘내 잘못이 뭐냐? 내 배 째라’는 식으로 고개를 쳐들고 어디 한번 때려보라‘고 약 올리는 모습 같은 태도를 보며 인간적 한계를 느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도덕적 사회의 악한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후배 인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파란 하늘 아래 살면서 아비는 아비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군왕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臣)답게 자기 할 일 찾아서 하는 가운데 때때로 하늘을 보고 미소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범도민추진위)는 6월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종합상황실(실장 강훈식, 현 대통령 비서실장)에 아래와 같은 토론회 제안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이해한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공개 제안한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전문가·마을활동가·교수·종교인 등이 모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와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범도민추진위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한 토론회를 제안한다. 1. 이재명 후보는 2025년 5월 20일 의정부 유세 중 발언을 통해, 경기 북부 분도 추진을 ‘사기’, ‘기만’ 이라는 모멸적 단어를 사용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 발언의 내용과 그 근거의 부적절함을 적시한 입장문을 5월 22일(목)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전달하고 5월 25일(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2. 이재명 후보 측은 2025년 5월 26일(월)까지 어떤 회신도 하지 않았다.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선대위 측에 또다시 깊은 실망감과 우려 그리고 주권자의 정당하고 정중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행태에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친위쿠데타를 통한 내란 시도로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경기 북부 도민의 평화로운 숙의와 합의를 통해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범도민추진위의 창립 목적에 비추어봤을 때, 정치권이 만든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할 우려가 있는 방식의 대응보다는 이 기회에 행정과 정치권이 하지 못한 주민 주도의 성숙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판단하였다. 3. 이번 사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설치와 관련해서 경기도정을 책임졌던 전직 도지사와 현직 도지사 간의 인식의 차가 매우 크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로인해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경기 북부 도민들의 합리적 토론과 숙의를 저해하는 볼썽사나운 분열적 행태를 정치권이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해 대선 이후 숙의의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제안한다. 4.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5월 20일 이재명 후보의 의정부 유세 중 발언에서 밝힌 경기 북부 분도의 반대 근거를 제시할 토론자를 지정해 알려주고, 대선 이후 6월 중에 첫 토론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를 바라며, 우리와 토론회 추진을 협의하고 책임질 수 있는 담당자를 지정해 알려주기를 바란다. 이상과 같은 우리의 제안은 경기 북부 도민의 마음을 둘로 쪼개버린 이재명 후보 발언으로 인한 상처를 고스란히 가슴에 새긴 채, 마치 아이를 죽여 둘로 나눠 가질 수 없었던 솔로몬 재판의 진짜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제안하는 것이니만큼, 진짜 대한민국, 국민주권정부를 만들겠다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성의 있고 진정성 있는 대응이 있기를 주권자로서 엄중한 마음을 담아 촉구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계획이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지사는 그동안 북부 균형발전과 규제 해소를 위해 도 행정체계를 분리해 북부 지역에 독자적인 행정·재정·규제 특례를 부여하겠다며 북부특자도를 강력하게 추진해온 바 있다. 하지만 북부특자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우려하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도정질문에 김 지사는 “소외된 북부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발전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 정부와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북부 대개발·대개조 프로젝트와 같은 정책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첨언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권한 불균형에 흔들리는 북부특자도’) 그럼에도 도의원들을 비롯한 북부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한 경기북부 발전 정책들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를 뒷받침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대선 선거유세에서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의정부 유세에서 북부특자도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경기북부를 남부와 분리하면 규제가 완화된다는 주장은 ‘사기’”라는 말까지 했다. “북부가 독자적인 생산 기반과 재정 자립이 가능해야만 분리를 고려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서는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의 공약집에서도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수도론’을 강조했다.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자도 구상이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특자도 추진 여부와 별개로,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투자와 정책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전기한 바 ‘대개발·대개조’ 등 방안을 통해 북부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도 “이 대통령과 저의 목표는 같다. 다만 방법과 시기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북부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5극·3특’, 즉 전국을 5대 권역과 3대 특별자치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1극 체제를 해소하고 전국을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게 현실화되면 되면 북부특자도가 설자리는 없어진다.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권역을 나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를 앞세워 각 권역별로 산업·행정·교육·교통 등 거점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에서 벗어나, 전국이 고루 잘사는 다극 체제로 전환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본보는 ▲북부특자도 주민투표 요청 ▲비전 수립 ▲특별법 제정 지원 등 기존의 북부특자도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도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 권한을 가진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짚었다. 현 지방자치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시라는 전문가들의 말도 전했다. “북부특자도의 경우 초광역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배치된다는 오해로 말미암아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 “대부분 행정체계 개편 논의는 비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에만 맞춰져 있어 수도권 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도의 상황이 부각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분권연구센터장의 말에서 북부특자도의 앞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 최 센터장은 “최소한 정부가 수도권 격차 해소와 비수도권 지역경쟁력 강화 등을 아우르는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했다. 선거철마다 쟁점이 돼온 ‘경기도 분도’, 참 쉽지 않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와 이재명 대통령은 서로 다른 공간을 살고 있지만 너무도 닮은 평행이론이다. 어려웠던 성장 과정과 험난했던 성공스토리와 앞에 쌓인 과제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현재 양국의 대통령인 두 사람은 가난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룰라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 선반공 생활 중 노동자를 위하는 국가정책도, 대변해 줄 국회의원도 없는 것에 분노해 노동자당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하였다. 이재명 역시 가난 속에서 초등학교 졸업 뒤 바로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해야 했지만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과 사법시험을 합격, 보장된 미래를 박차고 성남시의 노동자를 위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계에 입문하였다. 룰라는 4수 끝에 대통령 당선되어 눈부신 업적을 이루었다. 축구와 삼바 그리고 세계 최악의 치안과 불평등이 만연한 국가인 브라질을 단숨에 세계 경제 8위의 국가로 올렸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원을 차단하고 국가부채도 모두 해결했으며 무엇보다도 빈민들에게 희망을 준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정책으로 그들을 중산층으로 올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했다. 그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궁을 떠날 때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을 선택해 준 브라질 국민의 덕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도 스스로 변방이라 자처했던 성남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뤘다. 지역 화폐 활성화와 수많은 청소년 정책과 계곡의 불법시설 철거 등 획기적인 성과가 그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의 퇴임 이후였다. 룰라는 존경받는 전임자로 지내다가 후임 대통령인 호세프 지우마의 탄핵과 연이은 수구세력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룰라 재임 중 숨죽이고 있었던 기득세력의 발호는 룰라의 재출마를 막기위해 온갖 흑색선전을 동원해 그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 재직 때 뇌물로 아파트를 받았다는 둥 사법기관을 총동원한 공세로 결국 룰라는 구속되어야 했다. 증거없는 것이 증거라는 것이다. 대선 후보로 부상한 이재명도 권력의 공세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법리스크라는 이름으로 어느 것도 명백한 증거 없이 그는 막말로 ‘잡범’이 되었다. 짜깁기와 조작의 흔적이 난무했지만, 언론은 진실보다는 그를 범죄자로 인식시키는 데 앞장섰다. 룰라는 복귀에 성공했다. 오랜 법정 싸움 끝에 브라질 대법원은 그를 대선 출마토록 판결해 2022년 대선에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임시 있었던 89%의 지지는 없었다. 이미 세뇌된 브라질 민심은 양단 난 뒤라 그는 간신히 3선에 성공했다. 이재명도 윤석열의 내란으로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적당한 수준의 승리에 그쳤다. 권력의 비호 속에 성장한 어둠의 세력들은 여전히 그를 범법자로 인식하게 했다. 두 대통령 앞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브라질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빈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어 다시금 경제 대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 윤석열 재임 3년 동안의 경제적, 사회적 추락과 12.3 내란으로 인한 국격의 망실을 회복해야 한다. 당선 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모두 빈민과 청소노동자였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숙명까지도 평행이론이다. 두 대통령의 지향점은 명백하므로 꼭 성공해야 한다.
천지개벽!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일컷는다. 지난 반년, 대한민국을 보면 이 단어 외에 다른 말을 찾기 어렵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이후 IMF를 걱정하던 경제는 최근 코스피가 연일 랠리를 거듭하며 11일 2900선을 뚫었다. 전대미문의 1500원을 위협하던 환율은 1370원대로 안정을 되찾았다. 바뀐 것은 대통령 한명이었고 이제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폭과 깊이는 크고 깊었다. 오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에 초청되었다. 앞으로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터’를 졸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섞인 전망까지 언급되고 있다. 긍정적 변화는 경제지표만이 아니다.나많은 사람들이 뉴스 볼 맛이 난단다. 놀라워라. 비상계엄 후 치솟던 내 혈압도 120/80으로 차분해졌다.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은 후진 정치 때문이었던가? 걱정도 생겼다. “전 대통령은 출근을 안해서 탈이더만 새 대통령은 퇴근을 안해서 문제”라나? 대통령 건강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생겼다. 허나 쉽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호는 해도를 잃은채 점괘만 보고 운항을 한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술취한 선장 쫒아내고 앞을 보니 사방 암초와 빙산 가운데 갇혀버린 꼴이다. 다시 항로를 잡아 나서기에 상황이 녹록치않다. 윤석열이 오매불망 믿었던 트럼프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현금지급기 취급을 했다. “어린 시절 브루클린에서 월세 114달러 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방위비 10억달러를 받는것이 더 쉬웠다”며 조롱하던 사람이다. 동맹이 아니라 도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이런 트럼프와 정상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실용적인 대응으로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문제는 대통령에 있지 않다. 정권교체를 받아들이는 언론과 기득권의 태도에 있다. 한국의 메이저언론들은 대통령이 바뀌자 마자 미국 트럼프대통령과 전화통화가 늦다는 이유로 “미국이 이재명정권을 비토하고 있다”는 불신을 퍼뜨렸다. 또 언론들은 절대다수의 의회권력이 뒷받침하는 강력한 대통령이 독재권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우려해 마지 않았다. 이는 국힘의 김문수후보가 이재명후보를 독재자라 비난한 유세의 연장이다. 쿠데타로 영구집권을 꿈꾸다 벌어진 대선에서 거꾸로 상대 당의 후보를 독재자라 비판하는 멘탈은 코메디언도 어려운 미션이다. 이런 류의 기사들은 비판이 아니라 저주다. 그들은 내란종식을 위한 특검이 가동되면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적 목적의 특검은 국민통합이란 가치에 어긋난다”며 씹어댈 것이다. 반면 족벌언론들은 윤석열이란 괴물에게는 애완견처럼 살가웠다. 같은 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석열에게는 ‘외람될까봐’ 감히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반면에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에게는 한없이 가혹했다. 이제 이들은 허니문기간도 생략한 채 하이에나 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이재명정권을 누더기로 만들려 한다. 기득권 언론이 같은 편이라 여긴 대통령은 모두 탄핵-파면되거나 구속되었다. 이 정도면 스스로 펜을 꺾을만 하건만 그들은 염치가 없다. 결국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복원하는 길은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족벌언론을 퇴출시킴으로서만 가능하다. 대통령보다 언론을 바꿔야 나라가 산다. 시인들이 소리친다. "문제는 언론이야 바보야!!"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교 현장에 도입된 ‘5등급제’ 성적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위 등급의 폭이 좁고 한 번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줄 수 있는 평가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온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됐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내신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내신 평가에 적용되고 있는 5등급제의 경우 기존 9등급제보다 등급 수는 줄었지만, 한 등급 안에 포함되는 학생 수가 늘어 등급 간 점수 폭이 넓어졌다.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줄 세우기’를 완화하고 협력 중심의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내신 경쟁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어도 5등급제로 인해 등급 자체가 하락하고 한번 떨어진 등급은 만회가 어려워 내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드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5등급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줄어든 등급 구조가 실질적인 성적 변별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전엔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5등급제에서는 등급 이동 자체가 어려워져 학생들이 ‘포기’에 가까운 심리를 보이기도 한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교사들은 평가방식의 방향성보다도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변별력이 부족한 내신 대신 생활기록부나 비교과 활동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내신 경쟁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 정시를 대비하는 학생이 늘어나며 지난해 고등학교 학업 중단 학생은 1만 8498명으로 4년 전 대비 2배 증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8년 대입 개편의 첫 적용 대상인 이번 고등학교 1학년생은 고교학점제와 대입 개편까지 두 가지의 격변을 겪어야 한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두 조건이 만난 셈이다. 일단 고교학점제부터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서는 학점을 취득·누적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그 취지는 대단히 바람직하다. 마치 수강 신청을 하고 졸업 요건을 채우는 대학교와 유사한 형태다. 내신 평가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과목 평가는 절대평가로 A~E등급을 부여하면서 상대평가 등급(1~5등급)도 함께 기재하는 방식의 평가방식을 쓴다. 1등급 비율이 늘어난 만큼 2등급 비율이 줄어들어 학생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주요 과목에서 1등급을 놓치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3년 동안 진학에 유리한 수강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컨설팅 사교육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돼 학부모들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의 교사 확보가 어렵다 보니 과목 개설도 쉽지 않다. 고교학점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5등급제로 축소된 등급제가 야기하는 문제점들도 대폭 개선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등급별 숫자가 늘어서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심각하다. 허점이 없는 완벽한 제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드러난 문제들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게 곧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