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때로 변경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계획을 아무렇게나 세우고, 형편에 따라 수정하거나 백지화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사회, 예측의 정확도를 중시하는 집단일수록 계획 자체를 성패의 요인으로 보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한 계획 가운데 자주 바뀌거나, 백지화하는 사례가 많아 계획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수년전부터 8개 시·군의 133만평이나 되는 광활한 부지에 대규모 유통단지 조성계획을 세우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당초 도가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해당 시·군은 물론 주민들 까지도 불합리한 유통구조와 물류서비스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 가까이는 도민생활에, 멀리는 국가경쟁력 제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바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현행 유통구조는 중간상인 중심인데다 물류시스템 자체가 원시적이어서 물류와 서비스에 관한한 3류국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최종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지 4~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제대로 진척된 것은 별로 없고, 아예 사업을 중단해버린 지역까지 생겨났다. 사업계획이 엉망이 되어버린 원인도 가
강원도의 작은 산골마을 평창이 세계 유수의 휴양도시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었다. 밴쿠버, 잘스부르크와 함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던 평창은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 철저한 준비와 확실한 비전으로 무장, 아쉽게 패배했지만 최선을 다한 도전은 결과와 상관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케 해주었다. 3일 새벽 강원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눈과 귀는 제1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가 열린 프라하 힐튼호텔로 쏠렸다. 막바지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 평창은 잘스부르크를 가볍게 물리치고 밴쿠버와 결선투표까지 치르는 접전을 펼쳤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국제적 인지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로써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이어 2010년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해 국제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한편, 유치위원회는 “아쉬움이 남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하나된 열정을 보여 주었고, 큰 힘이 되었다”고 국민의 성원에 감사를 표했으며, 강원도지사도 “이번 유치과정을 통해 높아진 인지도와 IOC로부터 인정받은 능력을 토대로 다시 한번 동계올림픽 개최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10톤 트럭 6천4백대 분에 해당하는 6만4천톤의 잡동사니 폐기물이 방치되어 있다면 경악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말도 안되는 난장판의 현주소는 경기도 제2청 산하의 7개 시·군 14곳에 분산되어 있는 폐업 공장 등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주 경기도 제2청이 관내 10개 시·군을 상대로 폐기물처리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냈다. 문제의 공장들은 IMF 때 또는 그 후 부도를 내고 폐업한 공장들로서, 엄청난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나몰라라 한데서 생긴 결과다. 폐기물의 종류도 폐합성수지, 폐수처리 오니 등으로 다양하고, 수량도 공장에 따라 적게는 2천톤에서 많게는 5천톤이 넘는다. 그런데 이 폐기물 가운데는 2차 오염이 우려되는 폐기물이 8천8백톤이나 된다.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우도 예상된다. 따라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한편으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창업한 공장이 부도를 내고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은 사업주는 물론 국가경제 측면에서 가슴 아픈 일임에 틀림없다. 또 심정적으로 생각하면 동정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로서는 기업주의 무책임이 환경파괴를 초래했고, 나아가서는 국민에게 폐해를 주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자 서울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내세웠던 현 시장은 청계천 복원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을 거행했다. 대 역사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로써 국내 첫 고가도로인 청계고가는 34년여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청계고가는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을 나타내는 ‘개발시대의 상징물’이었다. 또 서울 동북부와 도심을 논스톱으로 연결하는 ‘물류 동맥’이기도 했다. 이번 사업이 완공되면 청계고가를 떠받치던 복개청계천은 이후 ‘도심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다. 청계고가와 복개물 철거는 수도 서울의 도시관리가 ‘개발에서 복원’으로 전환됨을 의미하는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도올 김용옥은 “청계천 복원은 단순히 고도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토목공사라는 차원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민족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잡음도 많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그중 주변 상인들에 대한 보상문제나 이주대책은 쉽게 풀리지 않을 난제중의 난제다. 청계천 복원이 친환경
실업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IMF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실업률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한층 악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청년실업자가 터무니없이 늘고 있어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수원시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얼마전 수원시는 3단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취업자를 공모한 바 있는데 남자 320명 여자 695명 등 1천15명이 몰려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20대가 169명으로 17%에 달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공공근로는 노역의 성격과 정도에 따라 1일 최고 3만원부터 최하 2만원 가량의 일당을 받는다. 이를 테면 길가의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줍는 일에서부터 힘겨운 막일까지 쉬운 일거리는 하나도 없다. 우선 공공근로에 뛰어들라 치면 신분과 얼굴이 노출되는데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로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누구나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하고, 그렇게 믿고있다. 그러나 막상 그 현장에 자신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관계당국은 경기·인천지역의 청년실업률을 5.5%로 보고 있다. 이 통계가 맞고 안 맞고는 차지하고서라도, 실
올해로 ‘여성주간’ 8회째를 맞았다. 여성주간은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범국민적으로 남녀평등의 촉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여성발전기본법으로 1주간(올해, 7월1일∼7월7일)을 지정, 여권신장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상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남녀평등 의식을 고취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이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알찬 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여성부는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여성이 행복한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해 서울 대방동에 문을 연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들은 예년보다 훨씬 대중적인 것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경기지역 곳곳에서도 여성주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제4회 수원여성영화제 ‘더 이상 모성은 없다’는 현대사회에서 ‘모성’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여성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이는 기존의 “반드시 ‘헌신적’, ‘희생적’이어야 한다”는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시도이다. 또한 2003 부천여성문화제 ‘화火 화和 화花’도 주목할만한 행사다. ‘화火 화和 화花’는 여성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작은 불씨, 억압되고 표현되지 못했을 뿐 숨겨져 있는 소중한 불씨, 상생과 평화를 염원하는
학교의 학칙은 국가의 헌법과 같다. 따라서 학칙은 학교 경영과 학생을 관리함에 있어서 지엄한 규정이면서 권위의 실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학칙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면 타율적 규제와 처벌을 강제할 수 있는 학칙으로서의 정당성은 인정받기 어렵다. 학칙에 관한한 공명성과 적용범위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공정무사를 요구해온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지나친 자의적 해석과 판단기준의 객관성 결여 때문에 선의의 피해 학생이 생기고, 심한 경우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아 말썽이다. 알려진 대로 학칙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후 관할 교육청에 통보하는 것으로 법률적 요건을 갖춘다. 절차상 형식으로 보면 학교 일은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취지다. 그렇다고해서 원칙과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로 행사해도 무방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학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키거나, 징계할 경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점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이미 오래전에 철폐되었거나 사문화된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 과외금지의 경우…
경기도 성남시에 국내 첫 도시형 대안학교로 주목받고 있는 이우중·고등학교가 개교한다. 이우학교는 기존의 대안학교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첫째는 민교육(民敎育)의 전형을 세우는 것이다. 학교 설립에 각계 저명인사가 다수 참여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둘째는 학습프로그램의 차별화다. 학생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맞춤식 교육과정을 편성, 노작과 사회봉사, NGO참여 등에 비중을 두는 점은 분명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다양한 대안학교가 설립, 운영되었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안학교 하면 문제학생이나 불량학생들을 수용, 재교육하는 비(非)인가 교육기관쯤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그러나 도시형 대안학교의 출현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진정한 대안교육 실현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렸다. 공교육의 부실화와 사교육 시장의 지나친 팽창으로 골머리를 앓는 오늘날의 교육현실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공교육이나 사교육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 ‘민교육'의 출현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공교육이 국가주관의 공공교육이라면, 사교육은 영리를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로 결정된 사안이, 이익단체의 반대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면 그 사회는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공동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목소리 큰 자가 이기고, 순리를 존중하는 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너무 많다. 비슷한 일이 이번엔 인천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 경기도와 인천시는 소래와 월곶간을 왕래하는 4개버스노선을 새로 연장운행하기로 행정협의하고, 지난 23일부터 운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서 고통 받던 6천여명의 월곶 주민들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며 반겼다. 그러나 이 같은 찬사와 환의는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상권이탈을 우려하는 소래포구 상인들이 버스연장운행을 반대하고 나서자, 인천시가 백지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가재는 게 편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시·도간에 결정한 행정협의가 뚜렷한 명분과 이유도 없이, 그것도 일방적으로 묵살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방분권시대하에서 지켜져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는 자치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하되, 상대 자치단체와의 신의는 철저히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인천시는 그 신의를 깨고 말았다.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바뀐지 오래다. 교통망
경기도가 추진중인 대형 사업들이 해당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집단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수원 이의동 행정타운 건설, 파주 LG필립스 LCD공장, 평택 국제평화도시 건설 등 경기도의 장기적인 발전전략과 직결되는 주요사업들이다. 얼핏 보면 경기도의 지역개발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사사건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들의 반대편에 지역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직자, 개발업자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언론의 논조를 보면 위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주류를 이룬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걱정할 일도 아닌 셈이다. 이제 그들만 효과적으로 제압하면 우리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수두룩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쯤 돌이켜 봐야 할 일이 있다. IMF 때와 개발독재시대를 떠올려 보자. IMF 당시 정부는 고통분단을 역설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힘없는 사람들만 고통을 전담하고 말았다.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었지만 기업가들은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