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에 새벽비 뿌리더니 새가 떨어졌다. 장산곶에서 날아오른 매가 지친 날개를 접었다. 밖에서는 수리와 겨루고 안에서는 구렁이와 싸우던 장산곶매가 날갯짓을 멈췄다. 황망한 소식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황망함을 아들에게 전했지만, 내 아들은 백기완 선생을 몰랐다. 선생을 모르는 대학생 아들과 밥상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돌아설 때, 비로소 선생의 부고(訃告)를 절감했다. 아, 선생이 가셨구나. 가셔도 벌써 가시고 이 세상에 없었구나. 아들아, 고백하건데 아비는 백기완 선생을 오래도록 흠모했다. 너에게 조언했던 여러 말들 또한 선생의 책과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비가 선생을 처음 안 것도 너처럼 대학시절이었다. 국어순화론자인 선생의 우리말 사랑 덕에 ‘새내기’가 되어서 ‘동아리’ 활동도 하였다. 학우들과 함께 어깨 걸고 불렀던 ‘님을 위한 행진곡’도 선생이 쓴 시 ‘묏비나리’가 모태였다. 그런 이유로 당연히 너도 선생을 알고 있을 거라 착각했다. 네가 살아내고 있는 스무살과 아비가 살아냈던 스무살이 다르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비들의 세대가 군부독재와 맞서 싸울 때, 너희들의 세대는 스펙과 취업의 벽에 맞서 싸운다는 걸…
‘염치(廉恥)’라는 말이 있다. 쉬운 뜻으로 풀이하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하곤 한다. 염치가 없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정당에도 있다.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리비용은 각각 487억5111만원과 205억6683만원이다. 공직선거법 277조에 따라 지방선거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게 된다. 두 선거를 합치면 약 700억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와중에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상황 악화로 인해 선거비용자체를 분납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원흉인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질 생각도 없이 오히려 후보자를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만약이지만 서울시에서 보궐선거를 하지 않고 487억 원이라는 예산을 코로나 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돌려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민주당 공천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공천으로 인해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태를 일으켰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이런 민주당의…
“내가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 첫 여성 부통령도 나왔다. 이번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은 지난 2백년 동안 지속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말이었다. 이어 부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세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한 자리에 서서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자체가 바로 그런 전통의 제도화가 존재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자 클린턴이 조금 길게 마무리한다. “정말 이례적인 사태였다.(트럼프 추종자들의 의회점령사건을 의미.) 우리 모두는 미국이 ‘정상’(normalcy)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도대체가 전적으로 비정상적인 도전이었다. 정상회복이 된 것은 이걸 잘 다룬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말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합창, 평화적 정권교체 오바마, 부시 그리고 클린턴 세 전직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저녁 워싱턴 국립묘지 앞에 함께 서서 바이든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의 한 대목이었다. 트럼프 시기에 경험한 미국의 분열을 넘어 건국 이래 오랫동안 유지했던 민주주의의 전통이 미국의 정상상태를 지켜준다는 논조였다. 바이든이 수
유럽 도시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신문들이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떠받친다. 영국에는 1000개 가까운 지역신문이 있는데, 케임브리지를 예로 들면 최대부수 신문은 전국지인 가디언과 더타임스가 아니라 케임브리지뉴스다. 유럽과 미국의 일류 신문들도 지역신문으로 출발한 데가 많다.세계 진보신문을 대표하는 가디언의 제호는 원래 ‘맨체스터 가디언’이었다. 산업혁명의 진원지 중 하나인 맨체스터의 수호자라는창간 의지가 들어있다. 가디언은 지역신문으로 출발했지만 런던의 주류 보수신문에 맞서 진보의제들을 힘있게 밀고 나갔고 런던에도 진출해 세계적 권위지가 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도 도시의 지역지로 출발해 권위지가 됐다. 여전히 지역밀착형 기사도 많이 내보내는데, 워싱턴포스트의 경우워싱턴DC는 물론, 인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의 뉴스를 모두 별도로 편집해 보도한다. 자치 선거 등 지역정치에서, 행사나 동호인회 소식, 슈퍼마켓 할인판매나 일자리 정보, 경조사까지 뉴스로 다루니 안 보면 손해다. 세계 일류 신문의 역사와 오늘날 위상을 살펴보면 지역지가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이 드러나지만 우리 지역신문들은 딴 길을 걸었다. 서울에 있는 중앙지는 지역기사를 구색용으로 내보내는
코로나-19로 고립된 마음이 따스함을 갈구할 때, ‘최강 한파’는 세찬 눈보라를 몰고 왔다. 지청 앞의 소나무에도 하얀 눈이 내렸지만, 가요 ‘상록수’의 한 소절처럼 눈보라 속에서도 소나무는 항상 푸르기만 하다. 시린 눈을 맞으며 의연히 버티는 소나무처럼, 대한민국도 혹독한 위기들을 버텨왔다.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 속에는 자신을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이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작년 한 해 ‘든든한 보훈’의 실현을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유공자들을 보다 충실하게 예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비상 의료체계를 가동하고, 생활이 어렵거나 고령인 보훈가족, 제대군인을 위한 배려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독립·호국·민주 10주기 사업을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포용과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국가보훈처는 ‘2021년 달라지는 보훈정책’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상금과 수당이 인상된다. 보훈가족의 보상금과 수당은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보다 높은 수준인 3%가 인상되며, 전상군경 수당은 약 4배가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사업 계획” 이 제목을 보고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제목의 단어만 보면 1980년 전두환이 만든 삼청교육대에서나 쓸만한 표현이 아닌가? 왠걸, 이 제목은 2010년 국정원이 만든 활동계획이었다. 이번에 국정원이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공개한 민간인 사찰자료 중 일부를 경기신문이 단독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 내용의 꼼꼼함이라니.. 느닷없이 어느 야당 서울시장 후보의 “독하게 섬세하게”란 구호가 떠올랐다. ‘좌파 연예인의 방송활동 차단 강화, 정부비판 성향 인물 견제 방안 강구’, ‘비리를 적출, 사회적 공분 유도’ 등의 문구를 보면서도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아니, 거꾸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이런 짓을 저지를줄 몰랐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모은 사찰자료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밥줄을 끊으려 했다. 사찰이 국가안보를 위해선지 정권의 보위를 위해선지는 구분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에겐 정권이 곧 국가였으니깐 말이다. 그냥 ‘국정원이 국정원했을 뿐’인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나는 익숙한 참담함에서 배어나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아마도…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국민 모두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기원한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가 유례없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 방역에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행복한 일상생활로 되돌아가길 희망해본다. 국민연금제도 중 올해 달라지는 내용을 소개하여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른 연금액 조정 및 재평가율을 통해 연금액의 실질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0.5%를 반영해 올해 1월분부터 연금액을 0.5% 인상해 지급한다. 농어업인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금액을 기준소득월액 100만원을 기준으로 초과하는 자는 최대 4만5000원을 정액 지원하고, 이하 자는 월 보험료의 1/2를 정률 지원한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와 지역임의계속가입자의 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1995년 7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은 근로자 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와 소속된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고용보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월평균보수의 기준이 215만원 미만에서 2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에 어릴적 세배 가는길 추억도 생각난다. 시베리아 한파로 기온은 곤두박질 치며, 땅바닥은 얼었지만 수북히 쌓인 눈은 어찌보면 따뜻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걱정어린 당부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도덕산 정상으로 옮긴다. 가는길에 어린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젊은 아빠가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 엄마는 눈사람을 만드는 듯 눈을 크게 뭉쳐 굴린다. 누구는 눈덮인 산을 보러가고, 누구는 눈으로 놀이삼아 웃으며, 엄동설한 한파 속 즐거움 가득담은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는길 마다 소복히 쌓여있는 함박눈은 하얀 선녀의 고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온 천지를 깨끗함과 정갈함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놓은 눈은 필자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도덕산으로 발길을 이끄는 마력의 원천이다. 나뭇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강렬한 추위는 상념 밖에 있다. 도덕산에서 ‘도덕(道德)’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식한 것이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 서로 간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지켜야하는 준칙을 정해 같이사는 공존의 삶 속에 사람의…
코로나 2단계로 전국이 마비된 지도 6주가 흘렀다.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대구발 코로나와는 다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퍼져나갔다. 수도권 위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의료 인프라가 가장 잘되어있다는 수도권조차 병상 부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도 입원할 수 없어 집에서 대기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고, 그나마 많지도 않은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그곳에 있던 환자들은 치료를 받다가 쫓겨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결국 코로나 확진자도, 취약계층 환자들도 의료 공백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공공 의료기관의 부족이다. 지난 2020년 확진된 코로나 환자들을 맡아온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체 의료기관의 5.5%밖에 차지하지 않는 국공립병원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평균 공공 의료기관 비율의 1/10의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민간 중심 구조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대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동안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그 이전에도 신종플루나 사스와 같은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이 큰 덕택일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우리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현재 의정부시에서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해서 말이 많다.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부모를 지원하고 위로하는 차원으로 시에서는 학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발표에도 왜 여러 말들이 필요할까. 정말 오랜만에 시원한 사이다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없는 살림에 비싼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대학에 합격해도 기쁘지만은 않았는데 학비 걱정 없이 대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은 의정부에 사는 대부분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런 좋은 발표가 있을 때면 우리 식구들이 의정부에 사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시민들에게서 받은 세금을 교육복지에 쓴다는 데 얼마나 환영할 만한 일인가? 항상 취약계층에만 몰입하여 복지지출이 있었는데 우리가 낸 세금의 일부를 교육비로 그것도 장학금으로 되돌려 준다는 발상 자체부터 신선하다. 안병용 시장도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