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했네 윤 준 경 거울 속 떡잎 같은 여자에게 네가 말했네 ‘더 늙지 말고 이대로 죽었으면....’ 거울 밖으로 홱 나가며 ‘아차!’ 하는 걸 내가 보았네 ‘아, 행복하다’고 너는 아침에게 말했네 ‘아, 시원해’라고 너는 바람에게 말했네 ‘하나님 감사합니다’ 고 너는 밥에게, 물에게, 사람에게 말했네 나는 묻지 않았네 ‘정말 지금이냐?’고 ‘아니....’ 네 속의 대답을 내가 들었네 윤준경 1945년 양주 출생. 1973년 주부백일장 입상, 한국시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이사,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시집에 ‘시와 연애의 무용론’ 등 5권이 있다.
발 바 닥 박 준 영 이 몸이 나야 땀 냄새가 난다 남의 말이나 받아 적고 남의 글에 밑줄이나 짜아악 오늘도 삶은 계란 하나를 올려놓고 우주를 그려보라니 나는 4B 연필로 머리를 깎고 스님은 계란을 깨뜨려 허기진 배를 색으로 칠한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얀 발바닥 발바닥 검은 발바닥 박준영 1940년 진주출생, 1998년 김규동 시인 추천으로 한국문학 등단.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외 시집 다수. 한국문협의 한국문학백년상, 시와세계 작품상 외 다수 수상, 만화영화 주제가 40여 편 작사, TBC, KBSTV 제작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SBS전무 편성 제작 본부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국악방송 사장
그대 그 자리에서 그렇게 - 국회에서 - 이 승 하 그대 다만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말 속에 때가 묻어 있고 피가 얼핏 보인다 구설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파랗게 질린 하늘 하늘도 그대 구해줄 수가 없다는데 왜 마이크를 잡고서 감히 놓지 않고 약력 1960년 경북 의성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예수ㆍ폭력’ 등. 평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마지막 선비 최익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등. 들소리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여러분은 ‘청소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만 생각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공부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청소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제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바로 전국 최초 청소년 관장 선거에 출마하면서입니다. 저는 원래 청소년 수련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펑범한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학생자치회 선배의 권유로 하남시 청소년 수련관 ‘청소년 준비기획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청소년 시설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던 저는 청소년 수련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청소년의 권리 참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하남시 청소년 수련관이 완공되고 전국의 다른 수련관과 달리 주 이용대상인 청소년의 의견 반영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관장제’를 채택하여 청소년 관장선거를 실시한다는 소식에 용기 내어 입후보하였습니다. 청소년의 권리와 그를 위한 활동 공간이 필요하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기에 주
지금 우리 한국과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 본부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소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매일 발표한다. 이 바이러스는 기도를 통해 기관지와 폐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열이 나면서 심한 통증을 가져온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과 코를 막아 원천적으로 출입구를 막아야 하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음성이지만 언제 변형되어 비말로 전파될지 모르기 때문에 소모임이나 외식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단절 상태가 되어 서로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사회로 변하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 이웃의 왕래가 막혀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다. 오직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쇼핑도 두렵고 음식점에 가서 외식하기도 두렵기에 쇼핑도 식사도 배달로 행할 수밖에 없어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배달이 대세가 되고 있다. 모든 사회가 대면사회(contact)에서 비대면 사회(untact)로 바뀌
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인류를 극도의 집단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교육 은 코로나 공포의 직격탄을 맞아 전통적인 교실을 떠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코로나는 결국 지나가겠지만 기존 질서와 예측가능성의 종말을 의미하는 사건이며, 이제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운명에 처했다. 교육 또한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교육하는가?’, ‘지금의 교육관행들은 과연 합당한가?’, ‘우리는 이제까지 생각하는 힘보다 정답을 찾는 지식 주입에 골몰하고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은 전혀 다르다. 학교의 시험 문제는 정답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에서 부딪치는 문제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지금처럼 고속 엘리베이터가 없던 시절 이야기이다. 어느 백화점에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고객들의 불평이 많았다. 백화점 지배인은 이 문제 때문에 여러모로 궁리했지만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최신형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엘리베이터를 설치
강아지풀 김 인 구 영희가 웃었다 철수가 웃었다 목덜미에 스르르 팔꿈치에 스르르 감기는 옛날이야기가 웃었다 소꿉놀이가 있었다 까르르 까르르 물볕에, 햇볕에 마르는 한 나절 예닐곱살 개구쟁이들이 웃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영희가 있을 뿐 어른이 되어버린 철수가 있을 뿐. 1964년 전북 남원출생. 1991년 ‘시와 의식’ 여름호에 <비, 여자> 외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혼자 먹는 밥 권 순 학 언제부턴가 빵보다 밥이 좋아졌다 쓱 바른 어느 잼보다 수저 부딪치는 소리가 좋아졌다 빈 반찬통 떨어졌을 때 요란한 통만 찾았다 잊은 양념과 국물에 미끈하고 나서야 혼자 먹는 밥보다 식탁에 둘러앉은 얼굴 하루를 되새김질하는 저녁이 좋아졌고 설거지하며 쌓인 고단까지 씻고 싶어졌다 물음표는 가고 느낌표만 남은 것일까 부쩍 자주 창가에 앉아 벚꽃 지짐에 단풍 차까지 우려내기도 하지만 그대로 남겨지는 그것들 혼자 먹는 밥 밥이 아니라 자신을 먹고 있었다 1960년 대전출생,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공업대학에서 시스템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바탕화면’, ‘오래된 오늘’이 있고 저서로 ‘수치해석기초’가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기계IT대학 전기공학과 교수.고 한국시인협회 및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원.
할아버지 텃밭 이 종 숙 얼갈이 배추 구멍 숭숭 뚫어도 맛있다고 냠냠 상추에도 달팽이 한마리 살금살금 배추벌레도 살금살금 할아버지도 살금살금 옥상에 여름이 한가득. 이종숙 1953년 서울출생, 아동문학세상 동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구연문화위원 회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 기획위원, 시산맥 회원, 2016년 경기문화재단 동시 창작지원금 수혜
터 본다 오 현 정 함박눈 내리는 날 수지로 와서 수지맞았다고춤추는 귀에 마음이 떴다 얼음새꽃 헤치고 걸어갈수록 뾰족한 터 주신을 품고 떠다니는 좋은 일이 지관도사마냥 약수터를 오른다 앞산 바람이 수상하고동서남북에 열린 입이 납시어도 가위 눌리지 않고 아침 해를 받는 터 현관의 등을 밝힌다흔들리지 않으려는 옹졸한 신발들이 이참에 옆집과 터 본다 오현정 1952년 경북 포항출생 1989년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외 다수. 애지문학상 외 다수 수상. 한국시인협회 이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