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가 뜨겁다. 그런데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시청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내용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이나 정치, 사회 현실의 개연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도스토옙스키 등의 고전에서도 반사회적 소재가 단골로 쓰였으니 그리 문제될 게 없다며 맞불을 놓기도 한다. 설령 누군가 이 작품을 ‘갈 때까지 간’ 드라마로 분류하더라도 먼 훗날 그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드라마든 다른 예술 작품이든 사회적으로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는 경계해야겠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허구이고, 사회적 평가에는 일정한 ‘시간의 세례’가 필요하며, 시청 여부는 결국 시청자가 결정한다는 의견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막판 펼쳐지는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으로 드라마처럼 얼룩질 때가 있다. 이 역시 드라마처럼 모두의 주장을 존중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이며, 선거 결과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아무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비방·흑색
최근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산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 조성된 숲 하나가 도심의 미세먼지를 40% 가량 줄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말이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답답하고 붐비는 실내를 벗어나 감염 위험이 비교적 적은 야외의 수목원이나 휴양림과 같은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소중한 산림자원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진 않지만, 소나무나 잣나무, 섬잣나무, 해송과 같은 소나무류가 감염되면 고사율이 10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가 소나무류의 새순을 갉아 먹을 때 하늘소의 체내에 있던 재선충이 나무의 상처부위로 침입해 증식하며, 소나무의 수분과 양분의 흐름을 방해해 최소 1개월 내에서 최장 2년 내에 적갈색으로 고사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첫 발병했으며, 경기도에서는 2006년 광주에서 처음 발생해 2021년 3월 현재 18개 시군에서 피해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적피해는 150만 그루에 달한다. 특히 소나무류는…
최근 우리가 겪는 문제는 어느 한 분야나 한 주체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는 경제발전, 사회통합, 환경보전이라는 각 분야의 과제에 대해 그 분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 1972년부터 시작된 고민의 결과물이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틀, 즉 ‘거버넌스(governance)’다. 비판이 아니라 문제해결 중심의 관점인 것이다. 1987년 유엔환경개발위원회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는 경제, 사회, 환경문제를 통합적으로 포괄하고, 미래세대까지 고려해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정립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제21(Agenda 21)’에 합의했고, NGO와 지방정부를 비롯한 9개 주요 그룹이 지역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지방의제21’을 국제사회에 권고했다. 1990년대 말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우리나라의 지방의제21은 2002년 유엔 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됐고, 전통과 경험이 축적된 우리나라는 100여 개 지자체 민관협력 사무국이 유지되고 있다.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는 의제21
연기자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서 먼 길을 오가며 연극관람도 여러번 했고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도 긴 세월 지켜봤다. 친구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연기자들의 놀라운 변신 능력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악역을 맡아서 연기할 때는 한없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선한 역할을 할 때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로 보인다. 또한 그 사람들은 노인, 중년,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들면서 선생님, 경찰관, 운전기사, 강도, 사기꾼, 사극에서의 장군 혹은 머슴 등 매우 많은 배역을 소화한다. 각각의 역할을 잘 연기하기 위해 맡은 배역에 몰입하여야 하며 배역과 관련해 사전에 많은 공부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신약성서에 예수의 설교 중에 탤런트의 비유가 등장한다.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한 탤런트, 세 탤런트, 다섯 탤런트를 맡기고 나중에 정산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탤런트는 그 당시에는 금액이 매우 큰 화폐의 단위였다고 한다. 탤런트(talent)의 고전적인 의미는 재능, 인재의 의미였으나 현재에는 TV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은 대본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작품마다 맡겨지는 역할이 달라진다
도를 넘는 학교폭력 사건이 언론에 언급될 때마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소년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쏟아지곤 한다. 최근 유명 운동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유명인에서 일반인까지 ‘학교폭력 미투’ 의 대상자가 점차 확대되는 실정이다. 기존의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 이외에 학교폭력위원회 절차를 통한 학급교체, 강제 전학, 퇴학 등 응보적인 조치를 해왔으나, 이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가해 학생을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로 다른 반, 다른 학교로 옮겨 가더라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할 기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에 대한 상처를 평생 안고 가는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렇게 또 다른 위기에 처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사회는 이러한 응보적인 방법이 청소년 선도에 알맞은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생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회복적 경찰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회복적 경찰 활동이란 기존의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둔 응보적 정의에서 벗어나 갈등 당사자 간의 관계개선과 피해자의
뉴스 보기 겁날 때가 있다. 아동학대, 아동살해 사건이 그렇다. 그것도 친부모에 의한 사건일 때는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부모의 정신 상태는?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참여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 유명한 ‘악(惡)의 평범성’을 논하고 있다. 아이히만은 악인이라기보다는 평범하고 심지어 따분한 인격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명령받은대로 했을 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악행이란 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 의해서도 저질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자녀를 살해한 부모도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이를 기뻐하는 평범한 인간이지 않았을까? 필자는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므로 아동학대를 범한 부모의 정신상태에 대해 논하지는 않겠다. 단지, 우리가 한 눈 팔고 있는 사이에 아동학대가 아주 평범하게 보이는 이웃에 의해 스스럼없이 자행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얼마 전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직후 중국 충칭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과정 중 상하이 장완비행장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자 군 통수권자의 신분으로 한국광복군을 공개 사열하는 사진이 발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연합뉴스 2월 28일자). 이 사진은 상하이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1945년 발행 잡지 '승리'(勝利) 제11호에 실린 프린트를 발견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사진 한 장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기록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사진 한 장은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이어주고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먼저, 사진 한 장이 표현하는 구체적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2016년 광화문 현판의 색깔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었다. 결론은 흰바탕에 검정글씨였는데, 이때 가장 결정적인 단서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된 사진인화물과 유리건판이었다. 물론 당시 광화문 사진 중 현판을 집중 촬영한 사진이 없는데다 흑백이라는 한계 때문에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다음으로, 사진 한 장이 전하는 역사는 매우 풍부하다. 광화문 글씨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한 사진을
따뜻한 봄바람에 가지마다 몽우리가 진다. 햇살 가득한 팔달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도 의회 1층 현관앞,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의자에 자리하고 있다. 2018년 12월 14일 전국지방의회 최초로 경기도의회를 찾아온 평화의 소녀상은 광화문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소녀상이 설치된 날을 기념해서 건립됐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에 자리한 소녀상의 머리형태는 여고시절 필자가 했던 단발머리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목을 둘레삼아 가지런히 하여 자른 머리가 아닌 울퉁불퉁 거칠고 깡총하다. 평화의 소녀상의 거칠게 잘려진 머리카락을 보고있노라면, 부모와 내가 자란 고향을 뒤로하고 동력잃은 나라에서 힘없이 강제로 끌려가야만 했던 가슴뭉클하고 아픈 모습의 시대적 상황 그려진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머리에서 눈으로 그리고 볼로 흐르는 빗물은 슬픔을 더한다. 그리고 소녀상의 발은 마음편히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들려있는 맨발이다.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암담한 불안감과 심적고통, 나약함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것 같아 볼때마다 가슴은 시리도록 서럽다. 해방은 감격이지만 소녀는 귀향(歸鄕)을 못 하거나, 돌아와도 마음은 편할리 없다. 스스로 지은 죄가 아닌데 못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감염병으로부터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음을 알았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의료 안정망의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만명 당 12.4개(‘18년 기준)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5%, 병상 수는 9.6%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 더구나 울산과 세종은 공공병상이 아예 없는 등 시도별 공공 병상 비율 격차도 크다. 이렇게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치료를 공공병원에서 전담하다 보니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으로 의료재원의 공공 비중은 높아지는데, 의료 공급은 공공 비중이 내려가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민간병원 위주의 의료공급 체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있는 대도시로의 의료기관 집중, 이로 인한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 지역간 의료 격차 발생, 수익성 위주의 진료에 따른 과잉․과소 진료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솟구치는 볼! 강력하게 내려꽂는 불꽃스매싱으로 겨울철 인기스포츠로 자리잡아 가던 배구가 인기 절정 스타선수의 10여년전 학교폭력으로 중심을 잃어 휘청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영입한 팀은 무적함대의 위용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그리고 얼마전 TV에서 트롯트 열풍을 최고조로 견인하며, 무명을 떨쳐버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던 가수도 학생시절 찰라의 학교폭력으로 눈물을 머금고 중도 하차했다. 과거형이 현재진행형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중 하나가 학교 폭력이다. SNS세상은 과거의 흔적을 시계를 되돌려 고스란히 현재에 투영한다. 필자는 과거가 발목잡는 이번 사건을 보며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이야말로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를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불요불급의 절실한 시기다. 경기도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이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도내 학교폭력 목격, 피해 경험과 가해 경험률이 모두 낮아졌다고 기술되어 있지만, 이는 숫자일 뿐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학생들 등교 제약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학교 폭력 제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