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심을 거듭해 잘 만들었다는 법안이나 규칙도 막상 시행에 들어가면 단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에 제기된 민원이 21일 현재 35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0건 이상 제기된 학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민원의 상당수는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시행하고, 두발과 복장 등에 대한 단속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는 학생들에 대한 체벌도 하고 있다는 내용이라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조례 시행 이후 2명의 고교 교사가 학생 지도과정에서 뺨을 때리는 등의 체벌로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 불이익 암시 등으로 두발이나 복장을 규제하고, 야간자율학습 강요와 소지품 검사 등을 실시하는 등 인권조례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시행 이전에 충분히 예상된 것들이다. 가장 논란이 된 체벌만 해도 여러 가지 대체벌이 거론됐으나 실효성 없는 매뉴얼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가 교내 생활지도 대안으로 6학년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시행한 목걸이 형태의 ‘상·벌점 카드’에 대해 학생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즉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관광업계는 큰 시련을 겪었다. 신종플루, 경기침체, 천안함 사건, 구제역 등 관광 경기가 풀릴만 하면 밀어 닥치는 악재로 인해 도산하고 목숨까지 끊은 관광업자들이 속출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가 또 다시 국내 관광업계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도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이후 도를 찾은 관광객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자 ‘꼭 가봐야 할 8대 한국관광 으뜸명소’로 선정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진 발생 이후 1주일 동안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2천817명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방문한 5천105명에 비해 55%가 감소한 것이다. 한마디로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수원화성은 지난 해에만 38만6천명의 외국인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이 정도면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봄비가 내려 쌀쌀했던 지난 20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화성행궁 앞에 나와 일본인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 것도 이런 절실함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기 때문일
우리는 가끔 ‘다르다(different)’는 말과 ‘틀렸다(wrong)’이라는 말을 혼동해 쓸 때가 있다. ‘맞다, 틀리다’는 옳고 그름을 말할 때 쓰고, ‘같다, 다르다’는 둘 이상의 것들을 비교해 그 차이를 인식할 때 쓰는 말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흔히 말하는 현대의학)은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일까, 아니면 둘은 다른 것일까? 하나가 옳고 하나가 틀렸다면 질병에 대해 하나는 100%, 하나는 0%의 치료율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둘을 이야기 할 때 ‘맞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말해야 되지 않을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몇 가지 서양의학과 다른 점을 느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체를 다루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의학에서는 어떤 질병이든지 일단 몸 전체를 놓고 본다. ‘눈이 아프다, 충혈이 된다’면 간에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간에 이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부는 무엇일까 생각하고, 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피(血)의 문제, 또는 기울(氣鬱)을 생각한다. 반면 서양의학에서는 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해서 염증이 생겼는지, 또는 안압의 문제가 있는지를 생각할 것이다. ‘기울(氣鬱)은 뭘까?’ 기울이란
시간의 흐름을 살 같다 했는가? 많은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 어느 새 이순을 훌쩍 넘겼다.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먹지 않아도 좋을 나이는 어찌 그리도 빠짐없이 챙기고 살았는지…. 착하고 고운 모습이 좋아 만나서 결혼한 후 마누라 늙어가는 줄 모르고 무심하게 지내고 말았음을 생각하니 염치 없다. 그래도 3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짙은 향 곱게 번지는 노란 후리지아꽃이나 탐스런 장미 다발을 배달시켜 작은 감동을 주었고, 가끔씩 금, 은색 포장으로 그놈의 결혼기념일만은 꼬박꼬박 챙겨주었으니 요즘 세상 어느 누가 그리도 자상하게 마누라 미소 짓게 만들었냐며 스스로를 자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뀌는 서른 해를 그렇게 행복한 가장으로만 살지 않아 면구스럽다. 시집와서 홀시어머니 모시고 거기에 자그마치 셋씩이나 되는 시누이 상전 모시듯 살아야할 처지에서 온종일 집안 살림에 갓난아이와 씨름하다 지쳐 겨우 잠들면 사흘이 멀다하고 야밤에 친구들 떼거리로 몰고와 술상 차려달라는 철부지 남편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으리라. 아내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 고운 얼굴은 어디가고 웬 할멈 하나가 누워 있다. 누가 만들어준 인
최근 김포 지역에서는 문둥이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한하운(본명 태영) 시인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지난 1975년에 작고한 시인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 지역에서 회자되는 것은 그의 유택이 김포시 장릉묘원에 있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다보니 수양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는가 하면 모 씨는 ‘시인 한하운 기념사업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임의로 유영록 김포시장을 이 단체의 고문으로 추대하고 여기저기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문인들 사이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한하운 선생에 대해 어떠한 방식에서든 추모관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 즈음 모 문학잡지사와 지역문인이 결탁해 ‘한하운 문학상’ 제정해 추진하고 시상도 했다. 당시 이 문학상을 빌미로 여기저기 후원금을 요청하고 문학상 심사기준과 달리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발견돼 기사화 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난 후 한하운 선생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잠잠 했었는데 다시금 선생의 이름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안타깝다. 선생의 ‘보리피리’ 시의 구절처럼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필-닐리리/’ 마치 한하운 시인이 구
그가 한지(韓紙)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열일곱, 6.25 한국전쟁이 나던 해였다. 선친이 조부의 대를 이어 한지 만드는 일을 했는데 어깨너머로 배우며 재미를 붙인 것인 것이 평생의 업이 됐다. 선친의 뒤를 이어 전북 전주와 임실 등지에서 ‘신일한지’라는 이름으로 한지를 만들었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이 손 종이는 창호지라고 불렀다. 한지는 서양 종이인 양지(洋紙)와 구별하기 위한 말이다. 양지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지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종이였다. “6.25가 끝나고 전쟁 통에 불타버린 문서들을 다시 만들면서 한지 수요가 엄청났어요. 그 때는 돈도 제법 벌었지요. 하지만 그도 잠시 뿐이고, 양지가 대량 생산되면서 힘들어졌습니다. 한지 만들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갔고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인 지장(紙匠) 장용훈 선생의 얘기다. 그가 지금의 가평으로 들어 온 것은 1977년이다. ‘가평 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서 였다. 실제로 ‘가평 닥’은 예로부터 유명세를 탈 만큼 질이 좋았다. 그가 들어올 당시만 해도 수십여 농가에서 가내수공업으로 한지를 만들고 있었다.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이란 말이 있다. 비단이 오백년을 간다면 한지는 그 배인 천…
모처럼 친구들과 소주라도 한잔 하는 자리에선 인생의 행복, 즐거움을 이야기 하기 보단 어렵고 힘들다는 한탄의 소리만 나온다. 비단 친구들만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최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생활물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같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자신을 너무 비관적으로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20~30대는 취업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40대 후반에 접어든 직장인들은 언제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공부에 매달리며 힘들어 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어려움을,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가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오륙도’(오십대 육십대에 계속 회사에서 근무하면 도둑놈) ‘사오정’(사십대 오십대 정년퇴직), ‘삼팔선’(직장에서 삼십팔세를 넘기지 마라),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은어(隱語)다. 이를 반영 하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40개 국의 2011년도 경제,…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시작한 신묘년이 시작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경칩을 지나 춘삼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래 제6대 의회에 이르면서 우리 남양주시의회는 많은 성장과 발전속에 명실상부한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상황과 물가상승, 지역경제 침체로 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유입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하루가 다르게 많은 변화가 거듭되고 있는 남양주시는 다양한 시민의 의견과 욕구를 수렴해 주민의 삶의 질(質)을 증진시켜야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지속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 여건에 비추어 볼때 21세기 의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시민과의 소통, 그리고 시민 스스로의 참여 증진일 것이다. 현재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양한 주민의 복지 향상과 시민의 권익 증진을 이뤄 왔지만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이 있어 이러한 삶의 현장에 찾아가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 분들의 의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의정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증대됨에 따라 기
‘오해’와 ‘이해’의 공통점은 문자적 의미로 ‘풀이한다, 해설한다.’의 뜻이다. 목적어를 연결시키면 ‘무엇을 해설한다. 혹은 무엇을 풀이한다.’ 뜻이다. 문법에서 대상과 서술어만 있으면 의미론상이나 문장론상이나 별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허전하다. 따라서 ‘오해’의 ‘오(誤)’와 ‘이해’의 ‘이(理)’는 매우 중요한 매김씨의 역할을 한다. ‘오(誤)’는 ‘그릇됨’이요, ‘이(理)’는 ‘이치에 합당한’란 의미로 접근하면 의미파악에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즉 ‘오해’는 ‘잘못 이해한 것’이요 ‘이해’는 ‘오해가 없는 것’으로 새겨보니 그럴 듯하다. 우리는 수많은 오해와 이해의 혼돈 속에 노출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저기를 보라 계수나무가 있잖나?’했더니 맞장구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계수나무는커녕 손금만 가득하다는 사람도 있다. 계수나무를 본 사람은 가리키는 사람의 생각까지 따라가는 수동적인 사람일 것이요, 손금을 본 사람은 가리키는 사람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손금만 본 근시안(近視眼)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는 얼마든지 현실에서도 오해와 이해가 상충할 수 있다는 인간의 심리작용임에 분명하다. 대학원 석사과정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