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TV에서 신고출동나간 지구대 순찰차 보닛 위를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2명이 올라가 뜀뛰기 하고 지구대로 연행돼서도 지구대 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리는 보도 내용을 보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나라의 공권력은 합리적인 법과 제도, 그리고 법규를 준수하고 실천하려는 국민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확립된다. 서구 선진국가 경찰관들의 공무집행 과정이 TV로 자주 방영되는데 국민들이 저항하거나, 관공서 집기 및 순찰차를 부수는 일은 없다. 그들도 경찰관의 법집행에 대한 불만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대화나 추후 이의제기를 통해서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관공서의 업무처리가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큰소리 치고, 담당자에게 온갖 욕설을 다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관공서 책상이나 컴퓨터 등 집기류를 부수고, 심지어는 다음날 술 취해 차량을 몰고 파출소 돌진한다. 이렇듯 우리사회 의식구조 저변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관공서를 불신하는 문화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경찰관서에서 소란 난동 등 행위가 558건 발생해 전원 즉결처분이나 형사입건 조치했고, 경찰관의 공무집행 방해나 경찰관서 기물 파손하는 사람에게 변호
오랜 만에 이어령 선생의 에세이집 『지성채집(知性採集)』을 펼치니 <환상의 옷을 입은 일본론>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동경대학 교수 도이다 케로우(土居健郞)의 롱셀러 『아마에(甘え)의 구조』를 보면 “일본인 심리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어의 특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일본어에 ‘아마에(甘え)’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도이 교수는 일본어에 능통한 영국 부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부인은 영어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환자인 자기 자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본어로 ‘아마에(甘え)’가 들어간 말을 하였다. 왜 그 말만 일본어로 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러했다. “영어에는 그와 같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도이 교수는 이 말에 무릎을 쳤다. 이것이 ‘아마에’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어휘라는 확신을 갖게 된 근거이다. 영어에 없으니까 곧 일본어에만 있는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는 영어와 서양을 세계의 전부로 생각하는 일본인의 환각 증세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말한다. 『아마에(甘え)의 구조』처
핀란드의 공직자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 이 말은 청렴한 공직자란 어떠해야하는지 쉽게 그리고 아주 간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조금은 부족한 듯 주어진 것에 자족하며 청렴한 생활을 견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소방서장직을 부여 받기 전 수년 동안 공직자의 청렴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나름 경기소방의 청렴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게 신장되었고, 또 그렇게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소방공무원 모두의 투명한 행정절차와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민원업무의 신속성과 업무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많은 모니터링을 통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업무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업무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공정절차에 의한 처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간혹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함께 십 수 년을 근무했던 동료를 박정하게 대한 적도 있고, 잘못의 사소함을 이유로 억울하다 항변하는 사람에게도 엄정한 법률적 처분을 하는 데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소방공무원 모
쌀은 전 세계 인류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음식이다. 외국인과의 교류가 대폭 늘어난 요즈음 외국인들이 우리 비빔밥을 즐기고 떡을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석이 지나고 필자는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와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경기도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판촉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미국 H마트와 도내 농특산물의 미국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 바 있다. H마트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미국 13개주에 41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한 업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마트의 점장은 ‘미국 시장에서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경기미라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가격과 맛있는 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쌀 칼로스가 있는데 경기미가 경쟁력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거듭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소와 함께 ‘예스’였다. 점장은 경기미가 품질도 좋고 맛도 뛰어난 데다 가격도 비싸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경기미의 가격은 그 매장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팔리는 일본계 품종 쌀보다 높은 가격이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 중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이 심각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10~24세) 인구 10만명단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6.4명에서 9.4명으로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하는 청소년 중 5명에 1명꼴로 학교폭력이 직접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신종 학교폭력이 등장했다. 단순한 예전의 방식을 넘어 지능적으로 괴롭히는데, 그 정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기존 기성세대들은 잘 모르는 신종 학교폭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신종 학교폭력도 알아야 한다. 힘이 강한 학생이 비싼 운동화를 약한 학생에게 보여주고 그 제품을 강압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신발셔틀이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만약 피해가 알려져도 친구끼리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증거확보가 어렵다. 등교와 하교를 힘들게 만드는 버스셔틀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요즘은 현금보다는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이용해 단체로 욕설과 비방을 하는…
공직생활 20여년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직장과 가족을 먼저 챙기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던 나에게 중국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 기쁘고 “정말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 하고 6월17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랴오닝성의 심양 공항에 도착하니 랴오닝성 정치경제학원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로소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고, 환영해 주는 그들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당교’라고 불리는 교육원에 도착한 후 기숙사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갔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향채’를 거의 넣지 않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랴오닝성과 경기도가 10년 넘게 오랜 시간 교류하며 연수생들을 위해 하나하나 배려의 손길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교식과 함께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첫 일정은 백두산 방문이었다. 6월18일 아침 일찍 백두산을 향해 출발, 장장 9시간의 긴 여행을 했다. 한반도를 통해서가 아닌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현실, 이름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 부르는 곳을 오르며 분단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어 수업을 시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어버린 데서 비롯된 말로, 공정함이나 더 큰 가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사사로운 것을 버린다는 뜻이다. 대중을 이끌어 나가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사사로운 인정을 떠나 공정하게 법을 운용해야 된다는 말이다. 요즘 가장 논란이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게 바로 학교폭력이다. 마속의 일화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 대상이 촉나라의 마속처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라는 점, 한순간의 호기로 패전이 된 것처럼, 깊게 생각 않고 호기로 일을 저지르는 청소년 범죄와 유사하다. 하지만 제갈량이 촉나라 전체의 붕괴를 우려하여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머리를 벤 것처럼, 학교폭력의 가해자도 엄정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말의 여지없이 엄정대처는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교화와 선도가 최우선 방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청소년이기 때문에, 혹은 교화와 선도의 명분을 내세우다가 피해자가 다시 제2, 제3의 피해를 받고 트라우마가 남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 만큼이나 경찰의 엄중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것이 기초질서다. 근래
대한민국은 과거에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약탈을 당하기도 하고, 주권을 잃기도 하고, 주권을 찾아 독립 후 이념대립에 따른 전쟁으로 폐허가 되는 등 수많은 역경을 견디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국가다. 나는 이러한 국가의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희생하신 수많은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지 과거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남한과 북한은 휴전중이다. 이는 전쟁이 잠시 중단된 상태라는 뜻이기에, 언제라도 전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나라를 지켜주시는 분들은 바로 군인일 것이다. 자신의 목숨과 안위를 바쳐 국가와 국민을 지켜주는 군인에게 우리는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 현역 군인은 물론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제대군인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표해야 함은 당연하다. 유사시엔 언제든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전장에 뛰어들 군인이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한 계급구조로 인하여 수많은 군인들은 중도 제대를 하게 된다. 과연 이 분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빈곤은 외로움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다”라고 마더 테레사 수녀는 말했다. 진정한 불행은 물질적 빈곤도 아니며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 것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테레사 수녀의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 부산의 60대 할머니가 숨진 지 5년 만에 백골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할머니는 발견 당시 아래위로 옷을 8겹이나 껴입은 채 발견된 것으로 보아 쪽방에서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숨을 거두신 것 같다. 이처럼 최근 노인들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데도 한해 몇 명이 고독사로 사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고독사는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고독사 대상 자체가 노인들에 한정되진 않지만 실질적으로 노인들이 고 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최근의 급증하는 황혼 이혼, 가정파괴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결부되어 독거노인의 수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독거노인의 발생을 줄여나가고 독거노인이라도 가족의 지속
과천시가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정하는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았다. 이 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는 시가 안전도시 구축에 그간 온갖 노력들을 기울인 당연한 결과이지만 한편으론 살기 좋은 도시답게 과천시민들의 놀라운 질서의식도 한몫했다고 본다. 얼마 전 과천시민회관 옆 잔디마당에서 제28회 과천 시민의 날을 기념한 축하공연이 열려 7천여명의 시민들이 힙합 댄스 등을 관람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경찰은 퇴근시간에 많은 인원 운집으로 인한 교통 혼잡과 무질서, 안전사고와 행사장 내 소매치기 등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50여명을 집중 배치, 각자의 임무를 맡고 초긴장 속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후 이런 우려는 말 그대로 우려에 그쳤다. 행사 시작 순간부터 밤늦게 끝나 귀가를 마친 시각까지 사건, 사고에 관한 112 신고는 단 1건도 없었다.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버린 것은 물론 근처 쓰레기도 수거하는 놀라운 도덕정신을 보여주었다. 또 관람객들은 집으로 빨리 가기 위해 결코 서둘거나 앞서가려 하지 않았고 한쪽 출구로 질서정연하게 이동했다. 행사장 인근 소방서 앞 과천대로는 무단횡단이 예상됐으나 시민들은 보행자 신호에 따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