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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평양감사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한 기녀 ‘애기’를 아십니까?

 ① 이름의 유래와 변천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김포반도 끝자락…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물길 위에 북한 개풍군을 바라보고 서 있는 155m의 애기봉이 있다.

 

18일 김포군지에 따르면 김포반도의 끝 물길은 ‘할아버지 강’이란 뜻으로 ‘조강’이라고 불려진다. 태백산에서부터 500여 ㎞ 흘러와 이 지점에서 바다를 만나 나이가 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는 아쉽게도 비무장지대(DMZ)가 되어 남북을 가로지르고 있는 아픔과 그리움이 맺힌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위치한 애기봉.

 

원래 애기봉이라는 이름은 사모하는 연인을 기다리다 죽은 기녀(妓女) ‘애기’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1636년(조선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 애기는 사모하던 평양 감사와 함께 청나라 군사를 피해 지금의 개풍군에 도착했다. 그러나 감사는 붙잡혀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는 살아남아 홀로 조강을 건넜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흐르는 강을 건너 조강리란 마을에 머물게 된 ‘애기’는 날마다 우뚝 서 있는 봉우리에 올라와 님이 있는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눈물로서 감사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고, 끝내 님이 돌아오지 않자 결국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당시 ‘애기’는 고향하늘과 님이 계신 북녘땅이 잘 보이는 이 봉우리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조강리 마을사람들은 이를 가엾게 여겨 봉우리에 묻어줌으로써 ‘애기’의 평생 한을 달래 줬다는 이야기다.

 

이후 1966년 이곳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애기의 한(恨)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우리 1000만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 하여 ‘애기봉’이란 친필휘호를 남겼다. 지금에 애기봉 통일전망대 기념비에 쓰인 글자가 바로 그것이다.

 

또 기념비 비석 아랫부분에 있는 시는 지금은 작고한 유명한 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이 이곳을 둘러 보고 느끼신 감회를 시로서 표현해 인근 부대에 헌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애기봉은 현재까지도 이별의 아픔이 계속되는 장소다. 한 해 20만여 명이 넘는 실향민들이 북녘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1989년 세워진 애기봉 통일전망대에는 북쪽을 그리워하며 절을 하는 곳인 망배단(望拜壇)도 있다. 이곳에서는 실향민들이 매년 명절 때마다 북쪽을 향해 제를 올리고 통일을 기원하기도 한다.

 

한편, 김포시는 역사 깊은 설화가 서려 있는 이곳 애기봉을 2024년까지 평화공원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275억원을 들여 오래된 전망대를 철거한 뒤 54m 높이의 전망탑과 평화전시관 등을 짓고 있다.

 

[ 경기신문/김포 = 천용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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