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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미륵보살이 천사백년을 살아온 마을 양평군 개군면 불곡리

 

양평군 개군면 남한강 동쪽 평야지대에 있는 농촌마을인 ‘불곡리’. 불곡리는 '미륵부처가 있는 마을'이라는데서 유래됐다. ‘부처울’이라고도 불렸다. 부처울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금강산으로 가던 한 스님이 샘물을 마시려다가 물에 비친 불상을 보고 그 자리에 터를 닦고 절을 지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구전의 절터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부처울 주읍산 기슭에서 조선 후기 영조(英祖) 때 미륵불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미륵불이 오랫동안 묻혀있던 자리에 절을 지어 미륵사(彌勒寺) 라고 칭하고 미륵보전(彌勒寶殿)을 조성해 미륵불을 봉안했다.

 

이 불곡리 미륵불은 1986년 양평군 향토유적 제29호로 지정됐다가 경기지역에서 유행한 미륵신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양평 불곡리 석조여래입상은 전체 높이 326.6㎝, 어깨 폭 85.8㎝, 두께 36㎝ 규모의 대형 불상이다. 머리 위에 올려진 보개의 형태와 간략하게 표현한 얼굴, 다소 거칠게 표현된 옷 주름의 표현에서 고려 말기 또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강암 재질의 석조여래입상은 원래의 석조대좌와 보개를 완전하게 갖추고 있으며 아래에는 연화대좌를 새로 조성했다. 가장 큰 특징은 두껍고 폭이 넓은 벙거지형의 보개로, 고려 말 조선 초 경기지역에서 조성된 보개를 쓴 불상들과 유사성을 지닌다.

 

또 간략하고 형식적으로 표현된 얼굴의 표현이나 배 아래로 완만하게 늘어진 거친 옷 주름이 표현에서 고려 말기~조선 초기에 조성된 불상의 특징이 나타난다. 크고 좌우로 벌린 발의 표현은 고려 말까지 경기지역에서 유행했던 지방화된 불상의 전통이 이어진 부분이다.

 

불곡리 석조여래입상은 고려 전기에 조성된 불상의 특징을 반영하면서 이후에 점차 세부적으로 간략화, 형식화된 고려 불상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불곡리 석조여래입상은 고려 전기 이후부터 조선 초기까지 불상 조성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시대 각지에서 유행했던 미륵신앙이 안성과 이천지역은 물론 양평지역에서도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로, 미륵신앙을 통해 현세의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민초들의 소박한 바람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양평 불곡리 석조여래입상은 당시 육로·수문을 이용한 교통로로 연결된 양평을 비롯해 여주·이천·안성 지역 등 주요 교통로의 역원(譯院)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찰에서 대형 미륵불을 봉안한 사례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면서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뒤늦게 나마 인정받은 양평군은 역사적·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불곡리 석조여래입상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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